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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89화 (8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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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이 된 처제

89.

“형부, 내일 전직 시스템 새로 나오면 고유 스탯도 적용하겠죠?”

“그렇겠지.”

히든클래스로 인해 많은 유저가 직업에 불만을 품고 문제를 제기하자 2차 전직 시스템이 업데이트되기 전까지 직업마다 한 가지씩 주어진 고유 스탯이 적용되지 않고 유보됐다.

하연이 말처럼 내일 2차 전직 시스템이 업데이트되며 남작과 가짜 성자, 반쪽짜리 뱀파이어의 칭호 영향으로 단번에 카리스마 스탯이 10이 되어 공격력과 공격속도, 영지 발전 속도가 각각 15% 오른다.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오르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영지 발전 속도가 오르면 업적과 평판 포인트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하연아, 접속하면 귓속말 주고 바로 넘어와.”

“오늘은 안 돼. 보스 몬스터 잡기 직전이야. 보스 잡고 전직한 다음에 넘어갈게.”

“알았어.”

“형부, 오늘 덕분에 밥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니야.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할 사람은 저죠. 형부 덕분에 편하게 사냥하고, 평판 포인트도 모을 수 있게 됐는데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알았어. 잘 들어가.”

“형부도 조심해서 가세요. 언니 12시까진 들어와. 엄마·아빠 걱정하셔.”

“내가 너처럼 미성년자인 줄 알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참견하지 마.”

“그럼 매일 형부 집에서 산다고 엄마에게 말해도 되지?”

“죽고 싶어?”

“살고 싶으니까 12시까지 들어와. 안 들어오면 바로 일러바칠 거야.”

“처제, 내가 12시 전에 데려다줄게. 걱정하지 마.”

“형부만 믿을게요. 안녕히 가세요.”

하연이를 집에 들여보내고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공원에 들렀다. 가볍게 트랙 몇 바퀴만 돌고 들어갈 생각이었으나 승부욕이 발동한 하린이 덕분에 숨이 턱까지 차고 옷이 다 젖을 때까지 트랙을 달려야 했다.

하린이는 타원형의 트랙만 보면 승부욕이 발동해 이기려 기를 쓰고 달렸다. 그리고 일부러 져주면 화를 내 적당히 달릴 수도 없었다.

한바탕 땀을 빼고 나자 힘은 들었지만, 찌뿌둥했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매일 운동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게임에 빠져 운동을 빼먹는 일이 잦았다.

이사하면 집에서 운동할 수 있게 러닝머신과 각종 운동기구를 살 계획이었지만, 그것도 시간을 내야 할 수 있어 공원에 나와 트랙을 달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결국, 계획을 세우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만으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까칠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성격만 좋네.”

“오빠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야. 처음 보는 사람, 특히 남자에겐 엄청나게 쌀쌀맞게 굴고, 말끝마다 툴툴대는 등 완전히 비호감이야.”

“내가 마음에 들어? 나는 별다른 얘기 한 거 없는데.”

“호감은 어떤 말을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야. 느낌이 좋으면 생기는 거지.”

“내 느낌이 좋았어?”

“나랑 하연이랑 취향이 비슷해. 그러니 당연히 오빠에게 호감을 느끼지.”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고.”

하린이와 하연이의 취향이 비슷해 내게 호감을 느낀다는 말에 야릇한 장면이 떠올랐다.

자매가 취향이 비슷한 건 아주 흔한 일이라 이상하게 생각할 게 없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처제를 첩으로 들였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이상한 상상이 들자 심장이 빠르게 뛰며 열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들키면 안 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최대한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하연이 친한 사람에게는 잘 매달려. 팔짱도 끼고, 끌어안고, 업히기도 해. 그러니 놀라지 마.”

“안기고 등에 업힌다고?”

“가족에게만 그래. 다른 사람은 스치는 것도 싫어해. 그런데 오빠에게는 그럴 것 같아. 언니랑 나랑 하연이랑 취향이 같으니까. 그리고 이제 곧 가족 될 거니까. 귀찮아도 참아줘. 알았지?”

“친하다는 표시인데 당연히 이해해야지. 걱정하지 마.”

“고마워.”

세 자매가 취향이 같다는 말을 듣자 더욱 야릇한 상상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얀 슬립을 입은 세 자매가 유혹의 손짓을 날리며 다가오는 상상부터 브래지어와 팬티만 걸친 채 야릇한 시선을 보내는 모습까지...

더는 안 된다는 생각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야릇한 상상을 털어냈다. 그러나 한 번 든 엉뚱한 상상은 사라지지 않고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오빠.”

“........”

“오빠!”

“어.어. 왜.왜? 무.무슨 일인데 그래?”

“신발 벗고 들어가야지 신발 신고 방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

“이런... 미안해.”

“세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하고 멍하니 앞만 쳐다보고 있고, 무슨 걱정 있어?”

“아.아니. 없어.”

“없는데 왜 그래?”

“잠시 생각 좀 하느라고.”

“무슨 생각?”

“그.그게... 조금 이따가 학교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생각했어.”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그랬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가는 게 상대를 자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수록 굽히면 안 된다고 했잖아. 한 번 굽히면 영원히 굽힌다고.”

“내.내가 그.그랬었나?”

“자기가 얘기한 것도 까먹고, 말까지 더듬고 왜 그래?”

“내.내가? 어.언제?”

“지금 그러잖아.”

“그.그런가?”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이리 와봐. 머리 좀 짚어보자.“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얼굴이 빨개진 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하린이 앞에 가서 섰다.

“열 있네. 그것도 많이. 머리가 펄펄 끓어.”

“그.그래?”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바보처럼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언제부터 이랬어?”

“그.글쎄?”

“빨리 캡슐에 누워. 물수건 가져올 테니까.”

“금세 괜찮아질 거야. 안 그래도 돼.”

“빨리 누워. 말하지 말고.”

“아.알았어.”

열이 있는 게 맞았다. 그것도 많이. 없을 수가 없었다. 얼굴이 빨개질 만큼 이상한 상상을 했는데, 열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죄책감까지 더해져 빨갛다 못해 시뻘겋게 변해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펄펄 끓었다.

“오늘 게임 하지 말고 그냥 자.”

“널 안고 싶은 걸 참아서 그래. 네가 애무해주면 괜찮아질 거야.”

“정말?”

“그럼.”

“알았어. 오늘은 나 혼자 할 테니까 오빠는 구경만 하고 있어.”

“싫어. 나도 만지고 빨고 싶어.”

“그래도 돼?”

“아파서 그런 거 아니라니까. 빨리 올라와.”

“씻고.”

“못 참겠어. 빨리.”

“알았어.”

욕망으로 생긴 병은 욕망을 풀어야 나았다. 하린이의 하얀 나신이 다가오자 머릿속을 맴돌던 세 자매의 환영이 구석으로 점점 밀려났고, 까칠한 혀가 고추에 닿자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으음. 기분 좋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아그작

“으윽.”

“많이 아파?”

“괜찮아.”

“미안해.”

“괜찮으니까 어서 먹어.”

“알았어.”

꿀꺽꿀꺽

이빨을 꽉 깨문 하린이가 고통을 참으려 했지만, 굵고 기다란 송곳니가 연약한 살을 파고들자 참지 못하고 억눌린 신음을 토해냈다.

하린이는 피를 빨 때마다 미안해하는 내 모습에 신음을 토하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지만, 상처가 워낙 커서 고통을 참기가 쉽지 않았다.

헌신적인 레이첼과 짝사랑에 빠진 아라치도 송곳니가 살을 파고들 때면 어김없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진짜 뱀파이어였다면 하린이와 레이첼, 아라치를 현혹해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겠지만, 나는 심장만 뱀파이어라 그런 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흡혈 스킬에 당하면 붕대 감기는 물론 따뜻한 손실도 통하지 않아 고통을 줄여줄 수도 없었다.

“영주님, 어서 하세요.”

“고마워. 레이첼.”

아그작

“읍!”

꿀꺽꿀꺽

“오늘은 왼팔로 할게요.”

“미안하다. 아라치.”

“괜찮아요.”

아그작

“우웁!”

꿀꺽꿀꺽

하린이에 이어 레이첼과 아라치의 손목도 연속으로 깨물어 배가 터지도록 피를 빨았다.

반쪽짜리 뱀파이어가 되며 생긴 흡혈 페널티는 몇 시간마다 피를 빨아야 한다는 제약은 없었다.

하루 3번만 피를 빨면 돼 잔머리를 굴려 하린이와 레이첼, 아라치의 피를 한꺼번에 마셨다.

초급을 마스터하면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30분간 10% 상승하고 상대의 공격력도 10% 빼어와 작전을 달리 해야 하지만, 지금은 피 빠는 것 말고는 다른 효과가 없어... 호감을 올리지만 이미 셋은 호감 만땅이라 더 올릴 호감도 없었다... 한 번에 다 마셨다.

그리고 동물이나 몬스터의 피를 마셔도 효과가 있다면 사냥하며 갈증을 풀어도 됐지만, 오직 인간과 유사인간의 피만...  인간과 신체가 비슷한 오크, 고블린 등은 몬스터로 분류돼 피를 마셔도 효과가 없음... 효과가 있어 하린이와 레이첼, 아라치를 힘들게 해야 했다.

“오빠 말대로 당분간 학교 가지 않는 게 좋겠어.”

“그건 내가 열이 나서 한 얘기야. 가자.”

“아니야. 가봐야 좋은 꼴 못 봐.”

“갑자기 왜 그래? 정이슬이 협박 문자라도 보냈어?”

“이슬이는 증거를 남기지 않아. 다른 사람을 이용하면서도 자발적으로 한 것처럼 생각하게 해. 그런 애가 내게 협박 문자를 보낼 리가 없지.”

“그럼 뭔데?”

“다현이가 연락 줬어. 친구 중에 마림 길드 간부가 있나 봐. 거기서 우리 얘기가 나왔어.”

“뭐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얘기는 없었대. 하지만 주의해야 할 인물로 이름이 거론됐다고 했어.”

“주의할 정도면 아직 괜찮은 거 아니야?”

“대형 길드에서 누굴 죽여라, 괴롭혀라 그런 말이 나온 걸 기자들이 알면 가만 안 있어. 그게 보도되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일어날 수 있어. 그래서 제거해야 할 상대는 주의해야 할 인물이란 말로 돌려서 표현하는 거야. 그렇게 이름이 나오면 이은택 직속 부대인 척살대와 공작대가 움직여.”

“척살대는 알겠는데, 공작대는 뭐야?”

“터무니없는 소문을 만들어 주의해야 할 인물로 찍힌 유저를 흠집 내는 부대야.”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죽이겠다는 그런 얘기네?”

“그렇지.”

사람 바보 만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몇 놈이 짜고 일관되게 거짓말을 하면 잘못이 없는 사람도 범죄자가 되고, 인간쓰레기가 되는 세상이었다.

XX대학을 다니는 학생 중 5분의 1 이상이 마림 길드 소속으로 놈들이 작정하고 루머를 양산하면 나와 하린이는 하루아침에 제비와 걸레가 될 수도 있었다.

정이슬이 이은택과 사귄다는 걸 알았을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이것이었다. 이은택은 거짓을 진실로, 사기꾼을 성자로 만들 힘이 있었다.

XX대학처럼 좁은 공간에서만 가능한 힘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나와 하린은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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