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86화 (8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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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뱀파이어

86.

“몬스터 중에 소환 몬스터가 가장 싫어. 죽여도 또 나타나고, 죽여도 또 나타나고 아주 지긋지긋해.”

“소환 몬스터는 소환한 주체가 죽기 전에는 안 죽어?”

“나무 정령 헤르캄처럼 금세 살아나는 타입도 있고, 영원히 사라지는 타입도 있어. 종류가 여러 가지야.”

“헤르캄처럼 죽어도 1분 안에 다시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 있으면 전투에 큰 도움 되겠다.”

“소환사가 패치 되면 그런 소환수도 나오겠지.”

“모레 전직 패치 때 소환사가 나올 것 같아?”

“오빠 생각은 어때?”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해. 엿장수 마음이라고 결정권자는 환인인데.”

소환사 직업이 생기면 인기가 엄청나 많은 유저가 듀얼클래스로 소환사를 택할 가능성이 컸다.

소환사와 비슷한 직업으로 조련사가 있지만, 힘들게 조련한 동물이 죽으면 다시 살릴 수 없어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소환사가 소환한 정령과 동물, 유령 등은 죽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환할 수 있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또한, 탑승형, 회복형, 전투형, 보조형 등 종류가 아주 다양해 조련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았다.

하지만 지금 한 얘기는 다른 게임에서 소환사의 능력을 말한 것으로 The Age of Hero에서도 같은 능력을 갖춘다는 보장은 없었다.

나무 아래를 파자 낡은 상자 하나가 나왔다. 보물 상자 중에는 부비트랩이 장착된 상자도 있어 하린이를 뒤로 물러서게 한 후 원형 방패로 가슴과 얼굴을 가린 채 나뭇가지로 상자를 열었다.

딸깍

- 파티원 모모님이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심장을 얻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은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심장을 찾아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100,000포인트와 평판 100,000포인트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 파티원 하린님은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심장을 찾아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100,000포인트와 평판 100,000포인트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하린아, 뱀파이어 백작의 심장이라고 들어봤어?”

“아니. 처음 보는 거야.”

“보물 상자에 이런 것도 나와?”

“미믹 빼고는 보물 상자를 구경한 게 오늘이 처음이야. 미안하지만 나도 아는 게 없어.”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심장

등급 : 소모 아이템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는 10만 년 넘게 뱀파이어의 사회를 한 축을 이끈 고위 귀족으로 10,000년 전 뱀파이어 퀸 엘더가 나타나 뱀파이어 사회를 통일하고 독재정치를 펼치자 이에 반기를 들고 싸우다 엘더에게 잡혀 갈기갈기 찢겨 대륙 곳곳에 버려졌다. 심장은 수십 개로 조각난 시체의 일부로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힘이 일부 깃들어 있었다.

내구도 : 100/100

사용 효과 :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음

사용 제한 : 남성 전용

사용 방법 : 피를 심장에 떨어뜨린 후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면 됨

“어떻게 할 거야?”

“먹어보면 알겠지.”

“그러다 뱀파이어로 변하면 어쩌려고 그래?”

“변한다고 상관있나?”

“영화에서처럼 사람들 피 빨고 다닐까 봐 그러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린이 네 피만 빨아먹을 테니까.”

“헉!”

하린이의 말처럼 뱀파이어로 변해 사람들의 피를 마시며 광기에 젖어 발광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1994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를 보면 톰 크루즈에 의해 뱀파이어로 변한 브래드 피트가 농장에 있는 닭과 돼지의 피를 마셔 모두 죽게 한다.

동물만으론 피의 굶주림을 참지 못해 결국 아끼던 여자 노예의 피까지 마신 브래드 피트는 자기 혐오감에 빠져 농장에 불을 지르고 대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굶주림은 의지만으론 참을 수 없어 여자아이 커스틴 던스트의 피를 빨고 뱀파이어로 만든다.

나도 그렇게 피의 광기에 취해 영지에 있는 동물들의 피를 몽땅 빨아먹고 NPC와 하린이의 피도 빨아먹는 게 아닌지 걱정됐다.

그런데도 모험을 하는 건 이은택과 정이슬, 마림 길드에 대적하기 위해선 힘이 필요해서였다.

지금 수준으로 꾸준히 발전하면 마림 길드의 힘을 뛰어넘을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마림 길드도 놀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발전할 때 놈들도 발전했다. 그리고 나는 하린과 둘이지만, 놈들은 10만 명이 넘었다.

놈들을 이기려면 지금 수준으로 발전해선 어림도 없었다. 위험했지만,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것이 위험부담이 크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 피를 흡수한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심장이 부활했습니다.

- 뱀파이어 백작 베르니스타의 심장을 삼켰습니다. 지금부터 베르니스타의 심장이 모모님의 심장을 대신합니다.

- 칭호 반쪽짜리 뱀파이어 획득하셨습니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특성을 모두 갖게 된 모모님은 힘, 민첩, 체력, 지력이 각각 5씩 올랐고, 생명력과 마나가 2,000씩 올랐습니다. 그러나 흡혈에 대한 욕구가 생겨 하루에 3번 이상 피를 흡수하지 않으면 지독한 고통과 함께 능력치가 50% 하락합니다.

- 칭호 스킬 흡혈이 생성됐습니다.

흡혈(초급 0/200) : 인간 또는 유사인간의 피를 하루 3번 이상 빨지 않으면 능력치 50% 하락. 흡수하면 페널티 즉시 해제. 피를 흡수당한 상대는 1시간 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모든 능력 50% 하락, 무기력증과 상처 치료 불가, 피를 빨린 상대가 여성일 때 호감도 상승

초급 마스터 : 30분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 10% 증가, 피를 흡수한 상대의 공격력 10% 차용

“이빨도 길어지지 않고, 눈도 빨개지지 않고, 겉으로 보기에는 변한 게 없네. 괜찮은 거지?”

“변했어.”

“어디가?”

“이렇게.”

“꺄아악.”

이빨에 힘을 주자 날카로운 송곳니 두 개가 영화에서 보던 흡혈귀처럼 길게 늘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하린이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그.그거 뭐야?”

“피 빨아 먹는 도구. 일명 흡혈귀 이빨.”

“정말 뱀파이어가 된 거야?”

“반쪽짜리 뱀파이어야.”

“반쪽은 뭐야?”

“심장만 뱀파이어로 바뀌었어. 그래서 반쪽짜리 뱀파이어래.”

“사람이면 사람이고, 뱀파이어면 뱀파이어지 반쪽짜리 뱀파이어는 뭐야?”

“가짜 성자도 있는데 반쪽짜리라고 없겠어?”

“그러고 보니 오빠 호칭이 남작 빼고도 다 이상하네. 사기꾼 냄새가 폴폴 풍기는데.”

“알았으면 빨리 도망가. 사기당하기 전에.”

“싫어. 사기꾼이 아니라 살인자라도 평생 찰거머리처럼 옆에 착 붙어 있을 거야. 오빠는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니까.”

“너도 약 좀 먹어야겠다. 쯔쯔쯔쯔.”

“히잉.”

심장이 바뀌며 반쪽짜리 뱀파이어가 됐다는 것과 정말 피를 흡혈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스탯과 생명력, 마나가 대폭 올랐다는 말을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됐다며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피 빨리면 죽을 수도 있어?”

“응.”

“그럼 나 혼자선 안 되겠다. 레이첼과 아이린, 아만다, 에밀리, 엠마 피도 마셔야겠다.”

“너는 이해해도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

“레이첼은 이해할 거야. 오빠를 사랑하니까. 그래도 한 명 모자라네. 으음... 아라치하면 되겠네.”

“아라치?”

“응.”

“개는 날 싫어하잖아.”

“바보. 이렇게 여자 마음을 몰라요.”

“무슨 소리야?”

“앞에서만 그러는 거야. 뒤에선 안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아라치가 날 얼마나 미워하는데 그래.”

“아라치에게 오빠는 백마 탄 왕자야.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멋지게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왕자라고.”

“.......”

대체 어딜 봐서 내가 아리치에게 백마 탄 왕자인지 이해가 안 됐다. 내가 백설 공주를 구한 이웃 나라 멋진 왕자처럼 키스로 목에 걸린 독 묻은 사과를 빼 준 것도 아니었고, 신데렐라처럼 유리 구두를 들고 다니며 계모와 언니들의 횡포에서 구해준 것도 아니었다.

철창에 갇힌 불쌍한 꼬맹이를 헐값에 산 것밖에 없었다. 그것이 어떻게 멋진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왕자가 아니라서 왕비로 만들어줄 수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백마 탄 왕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여자들의 비유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해하려 노력하기라도 하지. 외계어도 아니고...’

“하린아 미안한데, 피 한 번만 빨자. 손이 떨려 미치겠다.”

“벌써 갈증 나? 심장 삼킨 지 5분도 안 됐잖아.”

“모르겠어. 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어.”

“잘못된 거 아니야?”

“몰라. 지금 그거 생각할 겨를 없어. 일단 빨고 생각하자.”

심장을 삼킨 지 5분도 안 돼 피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살짝 배가 고픈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갈증이 생겼고, 곧바로 갈증은 참을 수 없는 광기로 이어지려 했다.

아직 광기까지는 아니었지만, 하린이의 드러난 목과 팔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며 피의 갈증을 더욱 부채질했다.

“많이 아프겠지?”

“안 아프게 물게.”

“이빨을 봐. 안 아프면 그게 이상한 거지.”

“으음... 목은 안 깨물게. 됐지?”

“죽고 싶어?”

“미안해!”

“우이씌.”

영화에서처럼 꼭 목을 물고 피를 빨 필요는 없었다. 잔인하면서도 에로틱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신체 부위 어디를 물든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고 빨면 됐다.

그러나 상처를 내 피를 유리잔에 받아 마시거나 빨대를 꽂고 빨아먹는 행위는 인정되지 않았다. 송곳니를 살에 박고 직접 입으로 피를 빨아야만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건틀릿을 벗은 하린이가 왼팔을 내밀었다. 하얀 팔을 물고 피를 빨 것을 생각하자 미안한 마음에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나 하린이가 어서 빨라며 손목을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피의 갈증이 광기로 바뀌며 망설임 없이 송곳니를 팔뚝에 꽂았다.

아그작

“아아아아악!”

이빨이 손목 깊숙이 박히자 하린이가 비명을 질렀다. 평소 같으면 미안하다고 사고하며 손목을 치료해줬겠지만, 향긋한 피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달콤함에 취해 하린이의 처절한 비명이 들리지도 않았다.

꿀꺽꿀꺽

- 하린님의 피를 마셨습니다. 피의 갈증이 해소됐습니다.

“으으으. 어지러워.”

- 하린님이 상태 이상 효과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무기력증으로 인해 60분 동안 모든 능력이 50% 감소합니다. 60분간 치유 스킬을 사용해도 생명력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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