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84화 (8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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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그래도 4,000만 원은 너무 비싸다.”

“그게 전부면 나도 사자는 얘기 안 하지.”

“다른 것도 있어?”

“특혜가 한 가지 있어.”

“뭔데?”

“커플용 캡슐을 사면 커플 던전에 입장할 수 있어.”

“그건 또 뭐야?”

“인스턴트 던전이라고 들어봤어?”

“아니.”

“게임에 관해 아는 게 정말 없네.”

“미안.”

“어쨌든 커플 둘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 있어. 어디서든 입장할 수 있고, 1시간 동안 1레벨 몬스터를 시작으로 100레벨 몬스터까지 나와. 포인트는 필드에서 얻는 것과 같고 죽어도 페널티가 없어.”

“1시간 동안은 죽어도 부활해서 싸우는 거야?”

“아니. 죽으면 밖으로 튕겨 나와.”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해도 단시간에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면 엄청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죽어도 페널티가 없다는 건 마음 놓고 사냥할 수 있다는 것으로 솔깃하다 못해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많은 유저가 죽는 것을 두려워해 자기 능력의 50%도 발휘하지 못했다. 죽을 때 극심한 고통을 느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페널티가 워낙 커서 그런 것으로 0.01% 최상위 실력자들도 페널티를 피하려고 한 단계 낮은 몬스터를 잡을 정도였다.

“아이템도 나와?”

“레벨에 맞게 아이템이 나오고, 승급 재료와 프라나, 강화석, 스킬북 등도 나온데. 짱이지?”

“엄청나다. 그런데 무제한 입장이야?”

“그건 아니야. 하루에 1번이고 들어가려면 입장권이 있어야 해.”

“입장권은 또 뭐야?”

“30레벨 이상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면 확률적으로 황금 티켓을 드롭한데. 그게 있어야 인스턴트 던전에 들어갈 수 있어.”

“드롭율이 형편없어 구하지도 못하는 거 아니야?”

“2억 원이나 하는 캡슐을 샀는데 입장권이 없어 인스턴트 던전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가만있겠어? 사기로 고소하지.”

“하긴 그렇겠네.”

하린이 말대로 2억 원을 주고 샀는데,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다면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하다 못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우박처럼 쏟아지진 않겠지만, 하급 아이템 드롭율 정도는 나올 것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포인트와 아이템이 쏟아지면 밸런스가 깨지고 아이템 가격도 폭락할 수 있었다.

밸런스 붕괴와 아이템 가격 하락은 게임이 망하는 지름길로 3억5천만 명이 넘게 하는 The Age of Hero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었다.

“환인이 허락했어?”

“허락했으니까 하지.”

“밸런스 붕괴되고, 아이템 가격이 하락하면 The Age of Hero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 그런데 그걸 들어줘? 이해하기 어려운데.”

“(주)판타스틱 운영진 말로는 환인이 아주 쿨하게 허락했대.”

“아이템이 거의 나오지 않거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아 30레벨 몬스터만 나와도 견디지 못하고 죽는 거 아닐까? 그러지 않고 환인이 허락할 수가 없는데.”

“사람들도 아이템 드롭율이 필드보다 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경험치 보고 커플 캡슐 산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인스턴트 던전도 이벤트로 하는 거라 올해까지만 하고 끝이야.”

“9개월도 짧은 게 아닌데.”

“그래서 나는 다른 생각이 들어.”

“무슨 생각?”

“환인이 Part 2 일곱 용기사와 전쟁의 서막에 기름을 부으려 한다는 생각. 환인이 원하는 대로 준비도 됐고, 분위기도 서서히 타고 있잖아. 이제 남은 건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과 장비야. 날개를 펴고 싶은 유저들에게 날개만 달아주면 대륙 전체가 요동칠 거야. 최고가 되고 싶은 사람은 지구에 넘치도록 많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파르톤 제국과 6개 왕국, 아말 왕국 등으로 북미와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저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일본과 중국, 대만, 몽골 등이 아틸라 제국 북부와 남부 10대 도시로 이동을 끝냈다.

멍석을 깔았으니 이제 남은 건 놀아줄 광대만 있으면 됐다. 문제는 놀아줄 광대는 많지만, 대륙을 뒤흔들 실력자는 몇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인스턴트 던전이고, 이것이 돈독이 오른 ㈜판타스틱과 투자자들의 생각과 맞물려 커플 캡슐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는 것이었다.

하린이 생각한 것이 틀릴 수도 있지만, 인스턴트 던전으로 인해 단기간에 수많은 강자가 태어날 것이란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The Age of Hero의 주인이 되고 싶은 유저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아란테스 대륙을 지독한 혼돈으로 이끌 것이고, 그것은 곧 환인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인간의 삶을 장기판의 졸처럼 가지고 논 수많은 신처럼 슈퍼에고 컴퓨터 환인도 자신이 만든 세상 The Age of Hero를 갖고 놀려는 심산일 수도 있었다.

“신청한다?”

“알았어.”

탁탁탁탁탁

“했어. 열흘 후에 배달될 거야. 그때를 대비해 빨리 키우자.”

“그래.”

The Age of Hero의 신 환인이 유저들을 장기판의 졸로 사용하겠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욕하며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바꿀 수 없다면 내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제까지 졸(卒)로만 살 것인가. 차포마상(車砲馬象)으로, 궁(宮)으로도 살아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싸움 한 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싸워 이기고 두각을 나타내야 졸을 벗어날 수 있었다. 싸우지 않고는 절대 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제가 힘을 갖게 되면 떠나도 된다는 약속 지키실 거죠?”

“어.”

“알았어요. 그 약속 믿고 내일부터 훈련할게요.”

“잘 생각했어.”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당신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는 제게 왜 잘해주는 거죠?”

“불쌍해서.”

“그게 전부인가요?”

“어.”

“당신과 나 만난 적도 없는 사이고, 동족도 아닌데 불쌍해서 도와준다? 이해할 수 없네요.”

“길 가다가 다친 고양이를 발견했어. 불쌍하잖아. 그래서 치료해주고, 먹여주고, 상처 회복할 때까지 돌봐주는 거야. 다른 이유 따윈 없어.”

“그 고양이가 은혜를 갚을 거라고 생각해서 도와준 건 아닌가요?”

“설화를 너무 많이 믿는 거 아니야? 세상에 은혜 갚은 고양이 따위는 없어. 모두 인간이 지어낸 얘기야.”

“그 고양이가 은혜를 갚겠다면 어쩌실 거예요?”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갚으면 되는 거야. 일일이 물어보는 건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꾼이나 할 짓이지 은혜를 갚는 게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너는 어때?”

“맞네요. 제 생각이 짧았네요.”

“그럼 그만 떠들고 밥 먹어. 해야 할 일이 태산이야.”

“네.”

함께 저녁을 먹던 아라치가 말을 걸어왔다. 밥 먹을 때 하린이에게는 한마디씩 했지만, 첫날 이후 나와는 말을 섞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지 않아 나도 아라치를 무시했다. 그러자 답답했는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나 때문에 그러는 거야?”

“무슨 소리야?”

“아라치에게 퉁명스럽게 대하잖아. 내가 싫어할까 봐 그런 거냐고?”

“아니.”

“그러면 왜 그런 건데?”

“이겨내야 하니까.”

“강하게 키우려는 거 알겠어. 그렇다고 말투까지 차갑게 할 필요는 없잖아. 아직 아기야. 조금만 부드럽게 대해줘.”

“알았어.”

아라치는 노랑 발톱 부족의 족장 딸로 노예 사냥꾼들의 공격에 부모와 오빠, 언니, 동생을 모두 잃고 한쪽 팔까지 잃었다.

아라치의 슬픈 사연을 좀 더 깊이 알게 된 하린이와 레이첼은 마음이 아파 친동생처럼 살갑게 돌봐줬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잘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강하게 채찍질하는 사람도 있어야 했다. 그래야 상처를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

옆에서 계속 다그치면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사람이 밉다. 그러나 나이가 먹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다. 관심이 있기에, 애정이 있기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고 갈구는 사람이 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군대 선임 중에는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놈도 있었고, 자기가 피해를 볼까 봐 지랄 떠는 놈도 있었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병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아랫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괴롭혔다.

다음날은 내가 앞에 나서 버그 베어를 사냥했다. 래틀이 만들어준 미스릴 방어구를 착용하자 방어력과 공격력이 크게 향상해 버그 베어의 강력한 공격이 애들 장난처럼 느껴졌고, 두꺼운 가죽이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그리고 근력과 순발력이 4씩 오르고,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도 10%씩 오르자 발놀림과 찌르고 베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 버그 베어가 막기도 전에 팔다리를 잘라내고 가슴에 구멍을 뚫는 등 40레벨이 넘는 강력한 몬스터를 장난감 가지고 놀 듯 가지고 놀았다.

그러나 사냥 환경은 대나무 숲보다 못해 사냥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대나무 숲은 평지에 가까워 이동이 편했고, 자이언트 판다도 대나무와 색이 달라 눈에 아주 잘 띄어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그 베어 숲은 펑거스 숲보다 더 울창해 나무와 나뭇잎에 가려 버그 베어가 잘 보이지 않아 기습당하는 일이 잦았고, 독침을 쏘는 고블린도 많아 사냥 속도는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고블린은 코볼트와 함께 인간형 몬스터 중 가장 약체에 속해 오크와 트롤, 오우거 등 수많은 포식자의 먹이에 불과했지만, 번식력이 엄청나고 적응력이 오크보다 더 뛰어나 아란테스 대륙 전체에 널리 분포했다.

신장이 1m도 안 되는 소형 몬스터로 레벨 10에서 20 사이로 힘도 약하고 빠르지도 않아 전혀 위협이 안 되는 몬스터였지만, 20~30마리가 몰려다니며 마비 독을 바른 독침을 사용해 만나면 아주 골치 아픈 몬스터였다.

다행히 고블린 독침에 맞아 몸이 마비될 만큼 약하진 않아 죽을 염려는 없었지만,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느려져 잡는데 애를 먹었다.

- 독침에 맞았습니다. 30초간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20% 느려집니다.“

“미안해 오빠, 땅에서 튀어나와서 보질 못했어.”

“괜찮아.”

고블린은 땅굴을 파고 사는 몬스터로 땅속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며 독침으로 공격하며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 파티원 모모님과 하린님이 15레벨 겁 많은 고블린 38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28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28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보물 지도를 획득했습니다.

“보물 지도 얻었어. 그런데 뭐가 묻혔다는 설명이 없이 위치만 표시돼 있어. 북풍의 신 보레아스의 활보다 더 대단한 게 묻혀서 알려주지 않는 건가?”

“아니.”

“그럼 왜 이래?”

“보물 지도 대부분이 그래. 지난번에 얻은 보물 지도가 매우 특별한 케이스야.”

맨드레이크 던전 보스 아티오카를 잡고 얻은 보물 지도가 매우 특별한 것으로 보물 지도는 어떤 보물이 묻혀있는지 표시되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난번에 하린이 말한 것처럼 쓸모없는 잡템이 묻혀 있는 경우도 있어 잔뜩 기대했다고 실망할 수도 있었다.

보물 지도에 표시된 곳은 버그 베어 숲 중앙으로 우리가 있는 곳은 동쪽 외곽이라 바로 다가갈 수 없었다.

바깥쪽에서 차근차근 고블린과 버그 베어를 잡으며 5일 만에 도착했고, 보물 지도에 표시된 곳에 도착하기 직전 버그 베어 숲의 마지막 보스 몬스터 이굴루트와 먼저 마주쳤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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