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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80화 (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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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80.

“축하해.”

“남들은 내구도 하고 옵션, 스탯이 구리다고 말하며 은근히 배 아파하는데, 역시 형은 다르네요. 사심 없이 축하해 주고. 고마워요. 형.”

“앞으로 더 좋은 거 많이 먹을 거야. 그런 소리에 신경 쓰지 마.”

“그럼요. 히히히히.”

내가 보기에 성우가 처음으로 획득한 레어 아이템은 형편없는 쓰레기 수준이었지만, 성우에게 그 아이템은 세상에서 다시없는 멋진 아이템이었다.

그러면 된 것이다. 자기가 만족하면 그만이었다. 본인이 좋다는데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별로라고 꼬치꼬치 따질 이유는 없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다. 레전드 아이템을 가진 유저가 있다면 내 아이템을 쓰레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늘 밖에 하늘이 있다고 내려다보고 살아야지 올려다보고 살면 화병에 살 수가 없었다. 자기 형편에 맞게, 자기 기분에 맞게 살면 되는 것이다.

내가 티코 승용차를 탄다고 그랜저 승용차를 탄 사람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었고, 그랜저를 탄다고 티코 탄 사람을 얕잡아볼 이유도 없었다.

그래봐야 바퀴는 둘 다 4개였고, 기름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 것도 같은 자동차일 뿐이었다.

“네가 전형필이야?”

“그렇습니다.”

“나 2학년 대표 김연우야. 밖으로 나와. 할 얘기 있어.”

“네.”

성우의 무용담을 신나게 듣고 있는데 2학년 과대표 김연우를 필두로 2학년 선배 7명이 우르르 강의실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순간 나를 찾아왔다는 걸 직감했다. 조만간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어 놀랄 것도 없었다.

그리고 총알과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나였다.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남자애들 7명이 후까시를 잡고 온다고 쫄 만큼 간이 작지 않았다.

이곳이 게임이라서 그렇지 현실이라면 이런 놈들은 20명이 덤벼도 문제없었다. 3~4명만 피 토하고 쓰러지면 다들 겁을 먹어 다가가기만 해도 놀라 쓰러졌다.

호랑이가 양 떼 속을 무인지경처럼 내달릴 수 있는 건 호랑이가 강한 것도 이유지만, 양들이 겁을 집어먹고 호랑이를 피해 달아나서 그런 것이었다.

호랑이도 양과 같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으로 양들에게 계속 차이고 물리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기 죽을 것만 생각해 뭉치지 않고 달아나 호랑이 한 마리를 양 1,000마리가 이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학교 짱이 학교 애들 전체와 맞짱 떠서 이길 수 있어 짱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인간도 양과 같아 자기보다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힘을 합치기보단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치기 급급했고, 그런 놈들은 20명 아니라 100명이 몰려와도 앞장선 3~4명만 조지면 끝이었다.

“네가 2학년 선배 전체를 욕했다면서?”

“누가 그러던가요?”

“누가 한 게 뭐가 중요해? 그랬다는 게 중요하지.”

“저는 욕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1학년을 괴롭혔다고 욕했잖아?”

“괴롭혔다고 한 적 없습니다. 얼차려를 줬다고 했죠. 그리고 제가 없는 말을 했습니까? 얼차려 주신 거 맞잖습니까? 억지로 술 먹인 것도 맞고요. 그리고 짧은 치마 입은 여자애들 엎드려뻗쳐 시킨 것도 사실이고요. 틀렸나요?”

“그건 단합대회가 있을 때마다 의례적으로 있었던 일이야. 그리고 선후배의 정을 나누는 일이기도 하고.”

“받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건 선후배의 정이 아닙니다.”

“누가 그렇게 말하는데?”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연우에게 지금 한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하린이가 1학년 대표 최수민에게 한 말이었다.

하린이는 내 여자로 남자인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당연해 내가 한 것처럼 말한 것이고, 놈들도 알면서 나를 찾아왔을 게 확실해 목표는 처음부터 하린이가 아니라 나였다.

“그리고 선배님들은 윗대 선배님들과 그렇게 정을 나누셨습니까?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 학과가 언제부터 3학년이 있었습니까? 제가 알기로 선배님들이 우리학교 1회인 거로 아는데, 아니었습니까?”

“그건... 좋아. 네 말이 맞는다고 치자. 그렇지만 우리가 나쁜 의도로 그런 일을 한 것처럼 말한 건 매우 불쾌한 행동이야. 우리는 학과의 발전과 1학년들과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그런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어.”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당한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선배님들의 의도는 빗나간 것입니다. 그러면 사과하고 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다른 학과도 다 그렇게 해.”

“다른 학과가 그런다고 우리 학과도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트집 잡는 거지?”

“대학의 선후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건 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매일 TV와 인터넷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건 일부 대학 얘기고 우리는 그런 나쁜 의도로 한 게 아니야. 몇몇 버릇없는 후배를 교육하기 위해 그런 것뿐이지. 그런데 너는 우리가 나쁜 의도로 그렇게 한 것처럼 떠들고 다녔어.”

“제가 언제 떠들고 다녔습니까? 1학년 대표 최수민이 MT 가는 문제로 얘기했을 때 딱 한 번 얘기한 게 전부입니다. 그 이외에는 말 꺼내본 적도 없습니다.”

“1학년 애들 모두 있는 데서 말한 게 떠들려는 의도였잖아. 아니야?”

내가 특전사 부사관 출신인 걸 성우가 떠들고 다녀 김연우와 패거리도 알고 왔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곳은 현실이 아닌 게임 속이었다. 현실에선 어떨지 몰라도 게임에선 자신들이 크게 앞선다고 생각해 위압감을 주면 나를 가볍게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온 게 분명했다.

그러나 생각한 것과 달리 내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자 당황한 김연우가 억지를 부렸다.

“재미있군요.”

“뭐가 재미있어?”

“억지 쓰시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말입니다.”

“학교 교칙 때문에 우리가 네놈을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교칙 믿고 까부는 거야?”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습니다. 선배님들과 싸울 생각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럼 지금 하는 행동은 뭐야?”

“행동이라니요?”

“선배에 대한 예의가 없잖아.”

“예의는 윗사람이 먼저 하는 겁니다. 그래야 아랫사람이 따르니까요.”

“지랄하고 있네. 개새끼가 좋게좋게 얘기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우리가 지금 네놈이랑 말장난하러 온 것 같지?”

“김연우 선배님. 제가 당신보다 학교를 늦게 들어왔으니 존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4살이나 많은 사람을 아이 다루듯이 막 대하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학교에서 학년이 먼저라고 해도 이곳은 장유유서가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입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십시오.”

“뭐라고? 예의? 이 새끼가 특전사 나왔다고 깝죽대네. 여기사 현실인줄 알아? 네가 현실에선 어떨지 몰라도 여긴 The Age of Hero 안이야. 이 안에선 너는 초보에 지나지 않아. 밖에서 하던 버릇 그대로 행동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

내가 The Age of Hero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건 학과 아이들 모두가 알고 있어 김연우가 알고 있는 게 이상할 게 없었다.

내가 엄청난 실력자였다면 놈들은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하진 않았다. The Age of Hero는 강자가 모든 걸 갖는 세상으로 내가 강자였다면, 정중하게 말했거나,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오기 전에 그랬잖아. 이런 새끼는 말할 필요 없어 무조건 두들겨 패야 한다고. 그래야 정신을 차려. 내가 조질 테니까 너는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두 분 다 정말 예의가 없군요.”

“이 새끼가 계속 헛소리하네. 아가리를 확 찢어줄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선배라도 말을 막 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장유유서의 나라로 사회 선배라도 나이 차이가 있으면 최소한의 예의를 차렸다.

김연우는 올해 21살로 나보다 4살이나 어렸고, 같이 온 6명도 21~22살로 3살 차이는 났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아랫사람 대하듯 막대해선 안 됐다. 반 존대를 하거나 말투를 최대한 부드럽게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놈들은 처음부터 나를 몰아붙일 생각으로 찾아왔고,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손볼 생각도 하고 와 예의 따위는 머릿속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단합대회 건으로 이야기하러 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폭력을 사용하러 오신 거였군요. 그러니 제가 어떤 말을 해도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겠지요. 아닙니까?”

“닥쳐 이 새끼야. 너 같은 새끼는 맞아야 정신을 차려. 그래야 뭘 잘못했는지 깨달아.”

“혹시 그게 잘못한 게 없어도 무조건 용서를 빌지 않은 게 잘못이란 걸 깨닫게 되는 겁니까?”

“이 새끼가 어디서 혓바닥을 놀려. 오늘 이 새끼 내가 죽인다.”

“야! 여기선 곤란해. 죽여도 학교 밖으로 끌고 가서 죽여야 해.”

돼지 같은 놈이 죽인다고 길길 날뛰자 김연우가 팔을 들어 제지했다. 현실이라면 7명이 전부 덤벼도 1분도 안 돼 싸움을 끝낼 수 있지만, 이곳은 The Age of Hero였다.

놈들은 모두 마림 길드 소속이자 이은택의 심복으로 상위 1% 안에 드는 강자였다. 게임 안에선 1명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히 학교 안에서 싸우는 건 교칙 위반으로 싸운 양쪽 모두 중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상대 아이템을 뺏기 위해 싸움을 걸었다는 게 밝혀지면 이유를 불문하고 바로 퇴학당해 학교 안에선 좀처럼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놈들 뒤에는 이은택이 있었다. 이은택의 말 한마디면 상황은 언제든지 변했다.

“길마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이틀 전에도 크게 사고 친 거 기억 않나? 오늘 또 치면 길마도 곤란해 모른척 할 수도 있어.”

“그렇다고 선배를 몰라보고 헛소리나 하고 다니는 놈을 그냥 내버려 두자고?”

“목소리 좀 낮춰. 그래야 밖으로 끌고 가 조용히 처리하지. 너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오면 그럴 수도 없어.”

“거지 같은 학교 안 다니면 그만이지 목소리까지 낮춰가며 도둑고양이처럼 이런 개새끼를 죽여야 하는 거야?”

“잘리면 네 부모님이 참 좋아하시겠다.”

“네가 뭔데 우리 부모님을 들먹여?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너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 잘릴 수도 있어. 제발 그만 좀 해.”

“씨발!”

김연우가 돼지처럼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학생을 제지하며 누가 오는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김연우를 따라간 곳은 강의실이 있는 영웅관 옆 건물 뒤편으로 아주 으슥해 평소에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이곳으로 따라오라고 할 때부터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꽁지를 빼면 비겁자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이템을 만약을 위해 모두 인벤토리에 넣고 와 죽어도 사이먼의 용기사 아이템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생명력과 마나, 스탯을 10% 영구히 잃어버리고 현실 시간으로 24시간 동안 능력치 50% 하락 페널티까지 받게 돼 피해가 엄청났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저 후배 김성우입니다. 마림 길드 길드원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강의실에서 들었는데, 형필이 형은 그런 얘기한 적 없어요. 형이 얘기한 건 모두 하린이가 한 거고, 형은 그날 집안 일이 있어서 MT 빠진다는 얘기밖에 하지 않았어요.”

“이 새끼 여자 친구가 하린이 아니야?”

“네, 맞아요.”

“그러면 사전에 둘이서 얘기했겠네. 그러니까 그런 얘기가 나왔겠지. 안 그래?”

“형필이 형 남 애기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리고 하린이가 한 말도 없는 말 지어낸 거 아니고요. 선배님들도 아시잖아요.”

“알긴 뭘 알아? 그리고 네가 이 새끼 대변인이야? 가족이야? 네가 뭔데 끼어들어?”

“선배님, 이슬이 아시죠?”

“그런데?”

“이슬이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하린이에요. 둘이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집안끼리도 아주 친해요. 선배님, 이슬이 봐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말이 통하지 않자 성우가 정이슬을 팔았다. 정이슬은 마림 길들의 꽃이자 2학년 선배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학생이었다.

정이슬을 팔면 김연우와 패거리가 더는 나를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성우가 하린과 이슬이의 관계를 떠들어댔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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