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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78화 (7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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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이 묘인족 소녀 아라치

78.

“영지로 돌아가려면 시내에 있는 공간이동 마법진까지 가야 하는 건가?”

“아닙니다. 건물 뒤편에 공간이동 마법진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해 영지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지금 돌아갈 테니 내가 산 농노들을 그곳으로 데리고 오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묘인족 노예는 복종 의식을 마치고 가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어려 큰 힘은 없지만, 묘인족은 매우 뛰어난 전투종족입니다.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하겠네.”

“원하시면 호위병을 붙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복종의 개목걸이는 정신을 제압하는 마법 아이템으로 힘과 마나는 제어하지 못해 복종 의식을 끝내지 않으면 채워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점원 NPC가 복종 의식을 하고 데리고 가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묘인족 소녀를 산 이유는 노예로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픔을 딛고 일어나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거금 8골드를 내고 산 것이었다.

복종의 개목걸이를 풀면 효과가 사라져 의식을 치른 후 안전한 영지에 가서 풀어줘도 됐지만, 기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자신을 노예로 복종시켰던 사람을 믿을 바보는 세상에 없었다.

마법 족쇄가 풀리자 묘인족 소녀가 온전한 힘을 찾았다. 그러나 정신이 나갔는지 반항하지도 않고 내가 끄는 대로 따라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매달린다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내 손에 몸을 의지한 채 흐느적거리며 간신히 발을 움직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지.”

“묘인족 소녀가 오빠 마음을 이해하고 따라올까?”

“이해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잖아. 샀으면 책임을 져야지.”

“책임질 거야.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어.”

“그렇긴 하지.”

묘인족 소녀가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지는 전적으로 소녀에게 달렸다. 소녀가 살고자 한다면 사는 것이었고, 죽고자 한다면 죽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소녀의 의지에 달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소녀가 살고자 한다면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게 전부였다.

공간이동 마법진을 타고 영지로 돌아와 농노들은 다니엘에게 모두 넘겨주고, 묘인족 소녀는 하린이와 레이첼에게 맡겨 깨끗이 씻긴 후 밥을 먹이고 재우게 했다.

한 달간 철창에 갇혀 있던 묘인족 소녀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아 뼈만 앙상한 상태였다.

그래도 비싼 값에 팔 생각으로 상처를 치료해줘 잘린 부위가 썩진 않았고, 다른 곳도 말끔했다.

노예 사냥꾼들은 유사인간이 살고 있는 마을을 찾아내면 완벽히 포위한 후 수면 마법이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약을 사용해 최대한 생포했다.

그러나 유사인간은 독과 상태 이상 공격에 저항력이 매우 높아 실패하는 일이 잦아 잡는 과정에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묘인족 소녀의 가족은 모두 죽었고, 소녀도 반항하다 왼팔이 잘린 채 잡히는 아픔을 겪었다.

가족의 죽음과 불구라는 엄청난 일을 겪은 17살 소녀가 지금껏 살아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로 그날의 상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채 소녀를 괴롭힐 것이다.

“16세 이상 20세 미만 여성 농노 중 경비병에 지원한 농노는 총 236명으로 이 중 달리기, 인내심 테스트에 합격한 인원은 155명입니다.”

“연병장에 모두 집합시켜.”

“알겠습니다.”

하린이에게 묘인족 소녀를 돌보게 하고 집무실에 들어가자 경비대장 조나단이 쪼르륵 달려와 어제 있었던 여성 농노 병사 선발 결과를 보고했다.

조나단을 따라 연병장으로 내려가자 초췌한 모습의 여자 농노 155명이 부동자세로 집합해 있었다.

영지 인물 간파로 성향과 능력을 쭉 둘러봤다. 아더와 아서처럼 특출한 인재는 없었지만, 155명 모두 기회를 잡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또한, 성향도 나쁘지 않아 꼬투리를 잡아 돌려보낼 만한 농노도 없었다. 필요한 인원은 100명으로 55명을 초과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늘 여성과 아이 53명을 사들였고, 한 달 단위로 50~60명을 계속 사들여 최대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 몇십 명 초과해도 인력이 부족하진 않았다.

“병사가 되고 싶은가?”

“예, 영주님.”

“내게 목숨을 바칠 수 있나?”

“예, 영주님.”

“너희가 내게 진심으로 충성한다면 나는 너희를 농노가 아닌 사람으로 대할 것이다. 내게 진심으로 충성할 텐가?”

“예, 영주님.”

“좋다. 155명 전원 병사로 임명하겠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충성을 맹세하라.”

조나단 대장이 혹독하게 교육시켰는지 여자 농노들도 남자 병사들 못지않게 간결하고 힘 있게 대답했다.

“영주님께 충성을!”

“이름.”

“소피아입니다.”

“영지와 가족을 위해 내게 목숨을 바쳐라. 그러면 너를 농노가 아닌 인간으로 대우하겠다.”

“환인님의 이름을 걸고 목숨을 다해 영주님께 충성하겠습니다.”

- 농노 소피아에게 따뜻한 손길 초급을 사용했습니다. 소피아가 생명력 50을 회복했습니다.

농노들이 내 손을 잡고 충성 맹세를 할 때마다 따뜻한 손길을 사용해 생명력을 회복해주자 155명 전원 존경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충성심이 올랐다.

- 레오 영지의 농노 병사 115명이 모모님의 믿음과 사랑에 깊이 감명받아 충성심이 30씩 올랐습니다. 모모님은 115명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 모모님이 위대한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34,500점과 평판 34,500점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영지 이름 : 레오 영지

영주 이름 : 모모 남작

인구 : 3,178명(자유민 102명, 농노 3,076명)

세율 : 80%

영지 자금 : 1,859골드

식량 : 4개월 치 보관 중

병사 : 403명(니콜라스, 아서, 아더 포함) 스콜라 3, 프리 스콜라 1, 숙련병 30, 중급 병사 50, 하급 병사 316

치안 : 71

상업 : 5

농업 : 15

광업 : 15

영지발전도 : 70

“삼 일 후 3개월간 병사가 되기 위한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명령 불이행자와 게으름을 피우는 병사는 전원 집으로 돌려보내고, 죽을 때까지 낙오자라는 오명을 안은 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살게 할 것이다.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죽을힘을 다해 훈련을 이겨내라. 그러면 너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구도 너희를 여자라고, 농노라고 깔보지 않는 세상, 그것이 앞으로 너희가 살아갈 삶이다. 알겠나?”

“예, 영주님.”

“이상!”

“영주님께 충성을!”

지옥훈련은 특전사 훈련 중 체력 단련과 제식 등을 영지에 사정에 맞게 개조한 것으로 밤에는 글자 교육과 정신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었다.

글자 교육은 간단한 문서를 읽는 수준이었고, 정신 교육은 책임감과 용맹을 키우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내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병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현대는 국가가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군대가 되어야 했지만, 이곳은 중세 시대로 병사는 자신이 모시는 상관, 영주에게 목숨 바쳐 충성해야 했다.

그것에 맞게 정신 교육은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한 병사를 만들어내는 교육이 될 예정이었다.

“호숫가 근처에 천막을 치고 그곳을 숙영지로 삼아 훈련할 테니 준비하도록. 훈련 방법은 점심 식사 후 알려줄 테니 훈련 조교 20명을 뽑아 연병장으로 집결시키도록.”

“알겠습니다.”

“조나단 대장.”

“예, 영주님.”

“그런 일이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미리 얘기하는데, 훈련과 얼차려를 핑계로 이상한 짓을 하다가 걸리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지를 자른 후 몬스터의 밥으로 던져줄 거야. 내가 말한 내용을 남자 병사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도록.”

“그런 놈이 있으면 영주님이 벌하기 전에 제 손으로 먼저 처단하겠습니다.”

“좋아.”

가장 현대화됐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군대도 성폭력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여군에 대한 성폭행 사건은 기본이었고, 동성 간의 성폭행 사건도 자주 발생해 물의를 일으켰다.

심지어 이를 계도하고 단속해야 할 부대에서도 책임자가 부하 여군을 희롱하는 일이 일어날 만큼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군대도 이러한데 남녀불평등이 아주 심한 아틸라 제국에서 남성 병사에게 여성 병사를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통째로 물려주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사지를 잘라 몬스터 먹이로 던져주겠다는 살벌한 얘기를 조나단 대장에게 한 것이었다.

성폭행을 근절하겠다는 내 의지를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영지에게 내 말은 법과 같아 이를 어기는 건 죽여 달라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나는 입 밖에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성격으로 조나단도 내가 농담으로 한 얘기가 아니란 걸 알았다.

또한,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자기 손으로 처단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막 잠들었어.”

“밥은?”

“안 먹었어.”

“한 숟가락도?”

“응.”

“어디에 눕혔어?”

“내 방에.”

“가자.”

복도 끝에 있는 하린이의 방은 첫날 방을 정리한 후 한 번도 쓰지 않아 현재 방치된 상태였다.

이름 : ?

나이 : 17살

종족 : 묘인족

계급 : 노예

직책 : 없음

특기 : 어두운 곳에서 공격력 30% 상승, 시야 100% 상승

기척 없이 상대에게 다가설 수 있음

허상을 가려내고, 은신을 찾아낼 수 있음.

후각이 매우 예민해 멀리 있는 냄새도 맡을 수 있음

충성심 : 0

성격 : 쾌활하고 장난기가 많음. 그러나 깊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

생명력 : 150/1,250

마나 : 17/550

근력2  순발력6  체력1  지력3

묘인족 소녀의 능력치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아 묘인족 전사의 능력치보다 훨씬 낮았다.

그리고 왼팔을 잃고, 음식물도 거의 섭취하지 않아 생명력과 마나도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을 회복하면 능력치도 빠르고 오르고, 생명력과 마나도 정상을 회복할 수 있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발톱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묘인족의 특성상 왼팔이 없는 게 큰 약점이었지만, 의수를 사용하면 돼 그 역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살 의지가 없다면 어느 것 하나 정상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모든 건 소녀의 마음에 달려있었다.

- 묘인족 노예 ???에게 따뜻한 손길을 연속으로 20번 사용했습니다. ???이 생명력 1,000을 회복했습니다.

따뜻한 손길로 생명력을 회복해주자 처음으로 인상이 펴지며 입가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몸 상태가 좋아지면 마음도 덩달아 편해졌고, 마음이 편해지면 아픈 상처도 조금은 나았다.

따뜻한 손길을 받고 조금 나아진 것 같은 소녀의 모습을 보자 우울했던 마음이 살짝 풀리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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