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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성자
73.
민간요법과 약초에 관한 책을 토대로 매일 밤 약을 만들었다. 제조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 그대로 따라만 해도 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론과 실습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커 책에 있는 대로 만들기도 쉽지 않아 많은 약초를 못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 제조 공정은 핵심 제조 과정이 빠져 있어 만드는 족족 이상한 약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The Age of Hero가 게임이라 상태창을 확인하면 쓸 수 있는 약인지 없는 약인지 바로 알 수 있어 마루타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됐다.
- 농노 야투아가 생명력 50을 회복했습니다.
“염증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상처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어낸 후 이 약을 아침·점심·저녁 하루에 세 번씩 바르고, 이건 한 알씩 먹도록 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감사는 됐고, 내일 밤에 또 나와. 한 번 치료해서 나을 상처가 아니니까.”
“예.”
- 농노 콘츠에아가 생명력 50을 회복했습니다.
“자기 전에 이 약을 한 알 먹고, 자다가 다시 열이 나면 한 알 더 먹어. 그리고 내일은 집에서 푹 쉬고 모레부터 일 나와.”
“아.아닙니다. 내일도 일할 수 있습니다.”
“내일 쉬어야 모레부터 열심히 일할 수 있어. 말 들어.”
“알겠습니다.”
“농노들 치료하는 거 9시면 끝나지?”
“그 정도면 끝날 거야.”
“그럼 로그아웃하고 2시간만 붙어있자.”
“그.그래.”
“나랑 붙어 있는 게 싫어?”
“아니. 좋아.”
“오늘 또 거부하면 죽는다.”
“아.알았어.”
대나무 숲에서 사건이 있은 다음부터 하린이는 집요하게 내 몸을 더듬었고, 안간힘을 써 간신히 고추는 방어했지만, 나머지 몸은 하린이의 손에 점령당하지 오래였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길을 트면 쉽다는 말처럼 손이 한 번 닿자 쉬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옷 속으로 들어와 가슴과 배를 만지고, 엉덩이도 톡톡 두드리는 등 근처에 NPC만 없으면 사람을 못살게 굴었다.
현실에서도 다를 게 없어 밥 먹다가 말고 가슴을 더듬고, 허벅지를 만지고, 등을 쓰다듬는 등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이러자 나도 오기가 생겨 어제 저녁 밥을 먹다 말고 하린의 민소매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
부드럽고도 말랑말랑한 가슴이 손에 들어오자 백만 볼트 전기가 몸을 관통하는 것처럼 온몸이 짜릿했다.
하린이도 많이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지며 손에 느껴질 만큼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언제든 만져도 된다고, 덤벼도 된다고 말했지만, 남자의 손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순결한 몸에 손이 닿자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품에 매달려 입술을 빨아대며 내가 흥분을 참지 못하게 유도하는 영악함을 보였다.
유도에 걸려든 나는 뽀얀 가슴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양손으로 마구 주무르며 분홍색 유두를 잘근잘근 빨았다.
흥분이 극에 이르자 곧게 뻗은 하린의 다리 사이에 손이 들어가 축축이 젖은 음부에 손을 댔다.
결심이 무너지려는 순간 초라한 싱크대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초라해도 너무 초라한 그 모습을 보자 흥분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한숨을 쉬며 바지에 들어갔던 손을 슬그머니 빼내고 일어나 목까지 올라간 브래지어와 민소매를 내려주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겼지만, 잔소리를 1시간 넘게 들어야 했다. 그리고 화가 나 고추를 만지겠다고 덤비는 하린이를 손을 막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배우 X태현과 손X진이 나온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도 아니고 주겠다는 여자를, 그것도 어느 한군데 빠지지 않는 완벽한 미인을 밀어내는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X태현처럼 사법고시에 붙을 때까지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어이없는 맹세를 했다면 나는 이미 혀 깨물고 죽었을 것이다. 6개월도 참기 힘들어 죽겠는데, 사법고시 합격이라니... 미치지 않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
치료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단순히 치유 스킬만 한 번 사용하는 것으로 치료가 끝나는 게 아니었다.
가벼운 찰과상이면 그럴 수 있지만, 치료받기 위해 몰려온 농노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병을 키워 초급 치유 스킬 따뜻한 손길 한 번으론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상처가 심한 농노는 따뜻한 손길을 연거푸 다섯 번이나 사용하는 등 예상보다 치료시간이 길어지고, 마나 소모량도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내가 가짜 의사지만, 환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는 걸 TV에서 많이 봐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 지껄이느라 시간이 더 많이 지체됐다.
또한, 플라세보효과(Placebo Effect)를 보겠다고 밀가루와 녹말 등을 섞어 만든 가짜 약을 나눠주는 등 진짜 의사처럼 행동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내일 또 나오라고 한 환자는 한 명도 빠짐없이 나오고, 가족과 이웃, 친구 중에 다친 사람 있으면 모두 데리고 나와. 한 번에 다 봐줄 순 없지만, 최대한 봐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영주님! 감사합니다. 영주님!”
- 레오 영지의 농노 113명이 모모님의 헌신적인 치료에 깊이 감명받아 충성심이 30씩 올랐습니다. 모모님은 아픈 NPC를 치료하고 마음마저 어루만지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 모모님이 위대한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33,900점과 평판 33,900점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농노들을 치료하자 업적과 평판 점수가 들어왔다. 치료와 함께 고달픈 마음을 달래주자 충성심이 크게 오르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업적과 평판 포인트를 얻었다.
그러나 하린이는 포인트를 받지 못했다. 옆에서 약을 나눠주는 건 직접적인 도움이 아닌지 1점도 얻지 못했다.
“내일부터는 직접 약 발라주고, 붕대도 감아줘. 그래야 포인트를 얻을 수 있지.”
“너무 속 보이는 짓 아니야?”
“나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 하면서 포인트 좀 얻겠다는데 뭐가 속 보이는 짓이야?”
“그렇긴 하지만 양심에 좀 찔려.”
“그 양심 내게 맡기고 붕대로 쓸 천이나 준비해.”
“알았어.”
환인이 만든 게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포인트를 얻는 건 죄가 아니었다. 유저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 집으로 돌아간 농노들이 모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한마음으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아틸라 제국에서 모모님처럼 성심을 다해 농노를 치료해준 유저는 없었습니다. 모모님은 The Age of Hero 최초로 성심을 다해 농노를 치료하고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 유저입니다.
- 모모님의 위대한 업적에 보답하기 위해 칭호 ‘가짜 성자’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 칭호 가짜 성자의 영향으로 근력, 순발력, 체력, 지력 스탯이 각각 1씩 올랐습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1,000씩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 가짜 성자는 하루에 한 번 본인 또는 타인의 생명력과 마나 전체를 완전히 회복시킵니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가?”
“뭔데 그래?”
“농노들 치료해줬다고 칭호 받았어.”
“어떤 칭호?”
“가짜 성자.”
“킥킥킥킥...”
“웃지 마. 재미없어.”
“태어나 그렇게 웃긴 이름은 처음 본다. 큭큭큭큭.”
가짜 성자라는 칭호를 받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칭호에 따른 효과는 엄청나게 좋아 웃음이 절로 났지만, 이름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조금 전에 오빠가 내게 뭐라고 했더라? 양심에 찔려도 나쁜 짓만 아니면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그런데 왜 얼굴이 빨개졌어? 창피해?”
“좋아서 그런 거야.”
“웃기고 있네. 크크크크.”
“.......”
이름 : 모모
종족 : 인간
직업 : 군주(히든클래스)
칭호 : 아틸라 제국 남작(스탯+4), 가짜 성자(스탯+1, 생명력과 마나+1,000)
평판 포인트 : 413,275
일반 포인트 : 355
스태미나 : 100/191
생명력 : 5,434/5,431
마나 : 139/5,473
근거리 공격력 : 481(화염 데미지 50 포함)
원거리 공격력 : 446(화염 데미지 50 포함)
마 법 공격력 : 413(화염 데미지 50 포함)
방어력 : 203
화염 저항력 : 100
근력6.3(+6) 순발력6(+3) 체력6.1(+3) 지력6
장비 아이템 효과
용기사 사이먼의 붉은 심장 반지(에픽) : 화염 데미지 50 추가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에픽) : 공격속도 20% 상승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원형 방패(에픽) : 방패 막기 확률 20% 상승
자이언트 판다 콜비얀의 빛나는 자수정 목걸이(레어) : 관통효과 10% 추가
큰 주먹 자이언트 판다의 대나무 반지(고급) : 효과 없음
듀라한 쿠티티르의 망토(고급) : 효과 없음
사이먼의 용기사 아이템 세트 효과
2세트 : 이동속도 10% 상승
3세트 : 생명력 500 상승
아이템 특수 옵션
화염 저항력 100 증가
언데드와 악마형 몬스터 공격력 50% 증가
언데드와 악마형 몬스터 공격 50% 흡수
칭호 스킬
가짜 성자(초급 0/200) : 하루에 한 번 생명력과 마나 완전 회복
패시브 스킬
무기 마스터(중급 109/500) : 공격력 10% 증가
방패 마스터(중급 111/500) : 막기 확률 10% 증가
강인한 의지(중급 98/500) : 생명력 10%
방패의 힘(초급 113/200) : 자신과 파티원(2명)의 방어력 1% 상승
약점 간파(초급 155/200) : 약점 간파확률 1%, 치명타 확률 1% 상승
정신을 집중하면 30초마다 자동으로 발동
액티브 스킬
포획(초급 95/200) : 최대 10m 거리에 있는 적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김
방패치기(초급 123/200) : 근거리 공격력×1.0, 스턴확률 1%(5초)
도발(초급 105/200) : 적대치 증가, 도발에 걸린 대상 방어력 1% 하락
살기파동(초급 99/200) : 20m 이내 모든 적 근거리 공격력×1.1 데미지
공포확률 1%
파멸의 일격 (초급 106/200) : 물리 데미지×1.01 데미지(관통 1% 추가)
마비 확률 1%
붕대 감기(초급 19/200) : 10초 동안 생명력 10 회복
따뜻한 손길(초급 36/200) : 생명력 50 회복, 쿨타임 60초, 마나 50 소모
특수스킬
영지 관리 : 영지에 관한 일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변경할 수 있음.
레오 영지 인물 간파 : 레오 영지에 속한 사람의 기본적인 능력, 충성심, 특기 파악
게임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이룬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발전을 했다.
생명력과 마나, 공격력은 1년 동안 죽도록 고생한 유저도 올릴 수 없는 높은 수치였고,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스킬 경험치도 영주라는 직위와 영지라는 안전한 땅이 있어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올랐다.
그리고 운도 따라줘 가짜 성자라는... 창피한 이름이지만... 칭호도 얻었고, 레어 목걸이에 맨드레이크 던전까지 얻는 등 복이 넝쿨째로 연달아 들어왔다.
“이 상태로 쭉 가면 6개월 안에 오빠가 강만두와 10대 길드 길마들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겠다.”
“호사다마라고 했어. 좋은 일만 계속 생긴다는 보장은 없어.”
“나쁜 일도 대비하면 되지.”
“그게 말처럼 쉬워?”
“그래서 유비무환이란 말이 있는 거야. 미리미리 준비하면 걱정할 일 없어.”
“그게 말처럼 되면 얼마나 좋겠냐. 세상일이 뜻한 대로만 되는 게 아니란다.”
나는 긍정적인 생각보단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다. 살아온 인생이 하도 굴곡이 심해 그렇게 된 것으로 잘될 거라는 기대보단 안 됐을 때를 대비했다.
그렇다고 비관론자는 아니었다. 지나친 낙관을 피하고 잘못됐을 때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미리 고민하는 것이었지 뭘 해도 안 된다고 실의에 빠져 사는 패배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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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