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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냐?
65.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냐?
“모두 얼마인가?”
“족쇄 화살과 침묵 화살, 방패치기, 포획, 붕대 감기는 각각 금화 2개씩입니다. 방패의 힘과 도발, 살기파동, 파멸의 일격은 금화 3개씩입니다. 마지막으로 약점 간파는 금화 30개입니다.”
“금화 30개?”
“네.”
“엄청나게 비싸군.”
“이번에 새로 나온 스킬로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남작님.”
“알겠네. 모두 주게.”
“네. 모두 52골드입니다. 그러나 남작님은 아틸라 제국의 위대한 귀족이시라 20% 할인된 41.6골드만 내시면 됩니다.”
황제가 운영하는 공공기관과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비용을 낼 때 기사는 5%, 준 남작은 10%, 남작은 20%, 자작은 25%, 백작은 30%, 후작은 35%, 공작은 40%까지 할인해줬다.
덕분에 10.4골드나 할인받아 현금 1,040만 원이나 할인된 가격에 스킬 9개를 살 수 있었다.
“이슬이가 오늘 가족들과 저녁 먹는지 오빠나 언니에게 물어볼 수도 있어. 알리바이를 만들려면 확실하게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아 가족들과 저녁 먹기로 했어.”
“잘했어. 맛있게 먹고 와.”
“가족 모임 5시에 시작하니까 늦어도 7시까진 올 수 있을 거야. 오빠, 올 때 치킨 사 올 테니까 저녁 먹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응.”
정이슬의 만행을 모르는 하린이네 가족과 정이슬네 가족은 여전히 이웃사촌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 성우에게 한 말을 정이슬이 하린이 오빠나 언니, 동생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다.
그러면 더욱 의심을 받을 수도 있어 하린이가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께 한턱낸다고 저녁 약속을 잡았다.
나는 어디 사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하린이처럼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됐다. 학적부에 쓴 주소는 예전 살던 아파트 주소로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은 하린이 빼고는 아무도 몰랐다.
하린이를 바래다주고 집에 돌아와 우리에 관한 얘기가 아직도 베스트에 있는지 확인했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50만 명이 넘었네. 흐음...”
베스트 글 중에서도 맨 위에 올라가 있어 내려오려면 현실 시간으로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았다.
이럴 땐 사람들의 기억 속에 글이 사라질 때까지 죽은 듯이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이었다.
어설프게 댓글을 달거나 아닌 척 행동한다고 학교에서 튀는 짓을 한다면 그땐 빼도 박도 못했다.
“몇 개나 팔렸는지 볼까?”
경매장에 아이템을 올리고 회수할 땐 게임에 접속해야 했지만, 물건이 팔렸는지 확인하는 건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인터넷만 접속되면 PC든 휴대폰으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었다.
“은화 35개에 올린 거 다 팔렸네.”
5개씩 묶어 개당 은화 35개에 올린 맨드레이크 주스 100개가 모두 팔렸다. 게임 시간으로 올린 지 2시간도 안 돼 모두 팔린 것으로 팔린 간격이 10~20초 사이로 연속으로 팔린 것으로 보아 한 명이 다 산 것 같았다.
“맨드레이크 주스 100개면 현금으로 3,500만 원인데, 그걸 한 방에 사다니, 돈이 썩어나나 보네. 게임에 이렇게 돈을 많이 쓸 정도면 재산이 얼마나 되는 걸까? 상상이 안 되네.”
백화점도 VVIP 몇 명이 수만 명의 일반 고객보다 돈을 더 많이 쓰듯이 The Age of Hero도 전체의 1%가 나머지 99%보다 몇 배는 많은 돈을 썼다.
그중에는 개인도 있지만, 기업도 많은 돈을 썼다. 수도와 10대 도시에 있는 건물은 모두 황제에게 빌린 땅에 지은 것으로 매달 토지 사용료를 내야 했고, 이외에도 인건비와 광고비 등으로 많은 돈을 지출했다.
이 때문에 기업과 관공서가 사들이는 금화가 전체의 30%가 넘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오빠 현금으로 바꿀까? 아니야. 당분간 모아뒀다가 팔자. 그래야 10원이라도 더 받지.”
경매장에서 물건을 팔 때 현금으로 팔 수도 있고, 금화나 은화로 팔 수도 있었다.
현금으로 판매하면 세금을 떼고 바로 통장으로 입금됐고, 금화나 은화로 팔면 유저 금고로 입금됐다.
현금이 아닌 게임머니로 판 건 금화 시세가 꾸준히 올라 최대한 늦게 파는 게 이익이었다.
그리고 스킬을 사며 하린에게 돈을 빌려 갚아야 했고, 필요한 물건도 있어 금화로 가지고 있어야 했다.
경매장을 이용할 땐 실명을 사용해야 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름은 알아볼 수 없게 가명으로 처리됐다.
그리고 정부와 은행 등 관공서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환인이 이에 응하지 않아 누가 어떤 물건을 팔았는지, 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세금은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파는 순간 자동으로 납부해 누가 얼마나 벌었는지, 얼마나 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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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지?”
“TV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다. 대나무 숲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나도 대나무 숲에 들어 온 건 오늘이 처음이야.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지네.”
“공기도 더 깨끗하고 상쾌한 것 같아. 여기에 별장 짓고 살면 끝내주겠다.”
“그럴까?”
“어.”
“알았어.”
영주성 망루에 올라 매일 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에 들어오자 살아 숨 쉬는 녹색의 향연과 싱그러운 향기가 폐부를 깨끗이 씻어내 마음마저 차분하게 했다.
이런 느낌은 밖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것으로 편안한 기분마저 선사해 마음이 한없이 차분해졌다
우리는 산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보며 멋진 경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있는 세밀한 아름다움은 보지 못했다.
진짜 아름다움을 보려면 밖이 아닌 안에서 봐야 했다. 그래야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이언트 판다를 모두 잡고 대나무를 영지 특산품으로 활용해야 하니까 최대한 다치지 않게 처리해야 해.”
“대나무 숲 아래가 버그베어 서식지고, 그 밑이 황색 오크 서식지라고 했지?”
“어.”
“대나무 숲을 이용하려면 버그 베어가 넘어오지 못하게 아래쪽을 불태우고 방책을 높이 세워야 할 거야. 더 좋은 방법은 버그베어까지 몽땅 잡고 놈들의 서식지를 없애버리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황색 오크가 대나무 숲까지 올라올 거야.”
“대나무 숲을 지금과 같이 보존하려면 황색 오크 서식지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네?”
“그렇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밑에 있는 영지에서 다른 몬스터가 또 올라올 거야. 그에 대해 방비를 하지 않으면 끝없이 대나무 숲이 위협받게 될 거야.”
“쉬운 일이 아니야.”
“쉽지 않지. 하지만 하지 않으면 끝없이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거야.”
하린의 말은 기존에 있던 몬스터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다른 몬스터가 차지한다는 말이었다.
확실하게 대나무 숲을 차지하려면 주변 몬스터까지 모두 박멸하거나, 숲을 태워 먹잇감을 없애야 했다.
그러나 태워도 3~4년이면 나무와 풀이 다시 자라 펑거스 숲처럼 농지로 개간하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그리고 차지하는 것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이언트 펜더와 버그 베어가 차지한 땅은 영주성 영역만큼 넓었고, 황색 오크 서식지도 비슷한 크기였다.
토벌은 할 수 있지만, 그곳을 지키려면 병사의 수가 지금보다 최소 2배는 많아야 했다.
영지의 가장 큰 노동력은 젊은 남자 농노들이었다. 이들을 모두 병사로 활용하면 노동력이 크게 떨어져 곡물 생산량 줄어든다.
그리고 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훈련시키고, 무기를 손에 쥐여주고, 갑옷을 입히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었다.
우리처럼 작은 영지가 병사를 100명 이내로 운용하는 건 농노가 부족한 것도 이유였지만, 이들을 건사할 능력이 없어서였다.
“병사를 더 늘릴 순 없어.”
“노동력 때문에?”
“응.”
“그럼 젊은 여성 농노를 병사로 활용하는 건 어때?”
“여자 농노를?”
“그래.”
“힘이 없어서 안 돼.”
“누가 힘쓰는 일 시키래. 힘이 약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
“궁수로 활용하라는 얘기야?”
“그렇지.”
황제 직속부대 중에 여자들로만 구성된 특수 부대가 있었고, 일부 영지에서 여자를 궁수로 활용하고 있어 우리 영지라고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여자보다 남자가 6:4 정도로 많은 상황에서 젊은 여성을 병사로 활용하면 인구를 늘리는데 문제가 생겼다.
여자를 애 낳는 돼지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영지가 발전하기 위해선 반드시 인구가 늘어나야 해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많이 뽑자는 게 아니야. 50명 정도만 뽑아서 궁수로 활용하고, 남자는 방패와 창병으로 쓰면 훨씬 효율적이잖아.”
“으음...”
“별로야?”
“아니. 좋은 생각이야. 출산율 때문에 고민돼서 그렇지.”
“그럼 좀 더 숫자를 늘리면 되지.”
“50명도 고민되는데 숫자를 늘리라고?”
“100명 뽑아서 50명 활용하면 되잖아. 절반은 아기 낳고, 절반은 영주성 지키고. 그렇게 돌아가면서 활용하면 40대 중반까지는 일선에서 근무하고, 그 이후에는 후배 양성하는 교관으로 활용하면 돼.”
하린이의 생각은 예비군과 상비군을 합쳐놓은 발상으로 운용만 잘하면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궁수는 활과 화살만 있으면 되는 병과로 운용비용이 매우 적게 들어 100명을 뽑아도 영지 살림이 어려워지진 않았다.
그러나 제 몫을 하는 궁수를 키우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창은 손에 쥐여주면 잘 쓰든 못 쓰든 누구나 상대를 죽일 수 있지만, 활은 오랜 시간 연습하지 않으면 물체를 맞추는 건 고사하고 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활을 제대로 쏘려면 최소 3년은 연습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활은 오랜 훈련이 필요한 고급 무기였다.
“깊이 생각 좀 하자.”
“그래. 아직 시간 있으니까 생각 좀 해봐.”
“알았어.”
“그런데 아래 영지는 누구 거야?”
“칼 구스타프 남작의 영지야.”
“만나봤어?”
“아니.”
황색 오크 서식지 아래는 칼 구스타프 남작의 영지로 몬스터를 잡겠다고 넘어가면 무단침범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봉건사회에서 영주가 차지한 영지는 각각의 나라라고 봐야 해, 동의나 허락 없이 들어가면 영토침범에 해당하는 큰 사건이었다.
일의 경중과 의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악에는 영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어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그렇다고 몬스터가 넘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친한 사이라면 모를까 얼굴조차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시비를 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칼 구스타프 남작의 영지에서만 몬스터가 넘어오는 건 아니었다. 서쪽 토리노 강 건너에서도 몬스터가 넘어와 남쪽만 막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토리노 강은 강폭이 넓어 몬스터가 쉽게 넘어오지 못해 초소 몇 개만 세워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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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