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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64.
「애들 농담한 걸 가지고 왜 그래. 수업 시작할 때 됐어. 그만하고 이리와.」
「오빠는 쟤네 한 말이 농담처럼 들려?」
「어.」
「이러니 그동안 연애를 못 했지. 눈치가 더럽게 없는데 어떻게 연애를 해.」
「무슨 말이야?」
「쟤들 오빠 정말 좋아서 한 말이야.」
「거짓말하지 마. 쟤네 좋아하는 멋진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 나 같은 남자를 좋아할 수가 없어.」
「여자는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그건 골빈 멍청한 애들이나 하는 짓이야.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다정다감하고, 자기 얘기 잘 들어주고, 화내지 않고, 듬직한 남자를 좋아해. 거기에 오빠처럼 키도 크고 얼굴도 곱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 몰라?. 앞으로 봐봐. 쟤네 오빠에게 점점 더 다가올 테니까.」
「난 너만 있으면 돼. 가까이 오든 말든 상관없어.」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아. 한두 번은 모른 척할 수 있지만, 계속 다가와 구애하면 넘어가는 게 사람이야. 내가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거야.」
「.......」
하린이가 이런 걱정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히어로걸스 멤버들과 친한 건 하린이었지 내가 아니었다.
나는 하루에 서너 마디 하면 많이 하는 것으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하린과 히어로걸스 멤버들이 수다 떠는 걸 듣고만 있었다.
이 때문에 히어로걸스 멤버들이 나를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어 알 수도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네 명이나 나를 좋아한다고 했고, 하린은 그 말을 진심으로 듣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나를 믿지 못한다는 뜻 같아서 기분이 많이 안 좋다.」
「오빠를 믿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듣기에는 그게 그거야.」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해.」
「그럼 다시는 그런 생각하지 마. 내가 너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겠어?」
「내 생각이 짧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
「하린아, 우리 평생 같이할 거야. 그러니 앞으로 그런 생각하지 마. 알았지?」
「응!」
알았다고 말하는 하린의 눈에는 불안감이 여전했다. 이런 불안감을 없애려면 사람들에게 우리 사이를 더욱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했다.
그러나 그건 말로 되는 게 아니었다. 내가 빨리 자리를 잡아 하린이를 데려와야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사라지고, 하린이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결국,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으로 더욱 열심히 사냥하고, 영지를 발전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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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아, 은화 40개에 올려도 팔릴까?”
“40개는 힘들 것 같은데.”
“왜?”
“지금 올라온 맨드레이크 주스가 20개 정도 되는데, 18개는 30~35개에 올렸고, 한 개는 37개, 한 개는 38개에 올렸어. 40개짜리는 하나도 없어.”
“올린 날짜가 며칠 됐어?”
“가장 오래된 게 3일이고, 가장 빠른 건 1시간도 안 됐어.”
“어제는 몇 개나 팔렸는지 알 수 있어?”
“그건 알 수 없어. 6개월 동안 가장 비싸게 팔린 것과 가장 싸게 팔린 것, 평균만 알 수 있어.”
“그거라도 말해봐.”
“가장 비싸게 팔린 게 은화 38개에 팔렸고, 가장 싼 건 27개, 평균은 30.5개야.”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야?”
“응.”
“그러면 5개 단위로 100개는 은화 35개에 올리고, 나머지는 2~3개씩 묶어 40개에 올려.”
“그렇게 올리면 팔린다고 해도 가격이 높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급한 거 없잖아.”
“알았어.”
맨드레이크 주스는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른 상황으로 손해 보고(?) 급하게 팔 이유가 없었다.
지나치게 가격을 올리는 건 서민 경제에 큰 파문을 몰고 올 수 있지만, 맨드레이크 주스는 서민용이 아니라 돈 많은 1% 이내 유저와 섹스에 목마른 부호들이 찾는 사치품이었다.
비싼 가격에 팔아도 99%의 서민 유저들에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했다.
“오빠, 특별한 맨드레이크 주스는 얼마에 올릴까?”
“올라온 거 있어?”
“아니.”
“그럼 금화 5개에 올려.”
“5개나?”
“안 팔리면 그때 내려도 되잖아.”
“알았어.”
경매장에 맨드레이크 주스를 모두 올린 다음 마법사의 탑으로 이동해 꿈틀대는 잎사귀와 맨드레이크의 황금 줄기, 황금 잎사귀를 팔아 4.7골드 470만 원을 벌었다.
맨드레이크 주스처럼 필요로 하는 유저가 있으면 경매장에 올리겠지만, 마법사의 탑밖에 사는 곳이 없어서 마탑에서 정한 가격에 파는 수밖에 없었다.
“사기당한 느낌이야.”
“그럼 팔지 말고 가지고 있으면 되잖아?”
“몇 년 묵혀야 하는데, 그때 가면 금화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어.”
“3년 내내 올랐는데, 왜 떨어져?”
“내일 일을 누가 알아. 그리고 금화는 떨어지지 않아도 재료 아이템은 왕창 풀릴 수도 있어. 아니면 3~4년 후에도 맨드레이크의 황금 줄기와 황금 잎사귀를 이용할 수 있는 유저가 없을 수도 있고. 그럴 바엔 빨리 팔고 그 돈을 필요한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게 이익이야.”
“오빠, 전에 장사했어?”
“아니.”
“그런데 왜 장사꾼의 포스가 느껴지지? 그쪽에 소질있어?”
“아끼는 건 잘하지만, 장사에는 소질 없어.”
“안 해봐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잖아?”
“소질이 있었다면 경영학과나 회계학과로 갔겠지.”
“그거야 몰라서 그런 거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맨드레이크 주스 가격 올리는 것도 그렇고, 재료 팔고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는 말도 그렇잖아.”
“그런 건 누구나 하는 말이야.”
“나는 아닌데.”
“넌 돈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나처럼 살기 팍팍한 사람은 한 푼이라도 벌 곳이 있는지 항상 기웃대서 그 정도 생각은 다 해.”
“그런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께 항상 감사해. 돈 걱정 없이 살게 해주는 거 쉬운 일 아니야.”
“항상 감사하고 있어.”
“말로만 그러지 말고 잘 해드려.”
“우씌. 나 잘하는데.”
“매일 자정에 들어가는데, 그게 잘하는 짓이야?”
“늦게 들어간다고 불효는 아니잖아?”
“불효야. 아버지, 어머니 너 들어올 때까지 잠도 못 주무셔. 걱정 끼쳐드리는데 그게 불효가 아니면 뭐가 불효라는 거야? 경찰서 가고, 신문에 나야 불효라고 생각하는 거야?”
“히잉.”
걱정하는 하린이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빨리 집에 들여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생각만 그럴 뿐 나 역시 하린과 1초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하린이 1분만을 외치며 생떼를 부릴 때마다 마지못해 승낙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나는 족쇄 화살하고 침묵 화살 이렇게 두 개만 사면 돼.”
“더 필요한 거 없어?”
“직업 스킬도 배워야 하는데, 일반 스킬 너무 많이 배우면 스킬 경험치를 쌓기 어려워.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너무 번잡한 것 같아서 싫어. 필요한 것만 익히는 게 좋아.”
“알았어.”
족쇄 화살 초급 : 원거리 공격력×1.1 데미지, 대상을 5초 동안 묶어둠
침묵 화살 초급 : 원거리 공격력×1.1 데미지, 대상을 5초 동안 침묵시킴
하린이가 고른 스킬 두 개는 모두 액티브 스킬로 화살을 맞혀 상대의 움직임을 묶는 것과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해 비명, 포효 등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스킬이었다.
중급은 마스터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킬로 상점에서 파는 주문 스킬은 최소 중급은 넘어야 쓸만했다.
“오빠는 골랐어?”
“몇 개 골랐는데 어떤 게 좋은 건지 모르겠네. 네가 한 번 봐봐.”
패시브 스킬
방패의 힘 초급 마스터 : 자신과 파티원(2명)의 방어력 10% 상승
약점 간파 초급 마스터 : 약점 간파 확률 10%, 치명타 10%
액티브 스킬
방패치기 초급 마스터 : 근거리 공격력×1.1 데미지, 스턴확률 10%(5초)
포획 초급 마스터 : 최대 10m 거리에 있는 적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김
전장의 포효 초급 마스터 : 함성을 질러 적의 공격력을 10% 낮춤
반경 30m, 최대 5명
도발 초급 마스터 : 상대의 적대치 증가, 도발에 걸린 대상 방어력 10% 하락
살기파동 초급 마스터 : 반경 20m 이내의 모든 물체에 근거리 공격력×1.1 데미지
공포확률 10%
파멸의 일격 초급 마스터 : 물리 데미지×1.2 데미지(관통 효과 10%)
마비 확률 10%
붕대 감기 초급 마스터 : 10초 동안 생명력 100 회복
“방패의 힘과 약점 간파, 붕대 감기는 무조건 배워야 하고, 방패치기와 포획, 도발, 살기파동, 파멸의 일격도 배우는 게 좋겠어. 그러나 전장의 포효는 배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상대의 공격력을 낮추는 좋은 스킬이긴 하지만, 집중 공격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레벨이 높은 몬스터는 스킬을 반사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있어. 몬스터가 대비하지 못하게 은밀하게 스킬을 써야지 포효처럼 드러내놓고 쓰는 스킬은 별로야.”
중국 무협 소설과 영화, TV 드라마에 보면 초식을 쓸 때 초식의 이름이나 무공의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들 말로는 그게 정정당당한 행동이라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목숨 걸고 싸우는데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 떠벌리고 싸우는 놈은 세상에 없었다.
소설과 영화에서 지어낸 얘기로 허풍의 극치이자 바보가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린이가 포효 스킬을 배우지 말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뜻으로 맨드레이크를 잡을 때 솜뭉치와 귀마개를 준비한 것만 봐도 소리를 질러 상대를 공격하거나 약화시키는 스킬이 생각만큼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린아, 듀얼클래스 나오면 패시브 스킬도 늘려줄까?”
“그런 소문이 있는데, 안 해줄 것 같아.”
“직업이 두 개면 배울 수 있는 패시브 스킬도 두 배로 늘어나야 하는 거 아니야?”
“환인은 패시브 스킬이 많아지면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 그랬다면 처음부터 패시브 스킬만 제한을 두진 않았을 거야.”
“그럴 수도 있겠네.”
액티브 스킬은 배우는데 제한이 없었지만, 패시브 스킬은 5개가 끝으로 더 좋은 걸 배우려면 기존에 배운 스킬 한 개를 지워야 했다.
다행히 직업 스킬은 버프 스킬과 액티브 스킬로 패시브 스킬과는 패턴이 달라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었지만, 평판 상점에서 파는 종류가 다섯 가지밖에 안 됐고,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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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