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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레이크(Mandrake)
59.
“윽.”
- 50레벨 정예 몬스터 날랜 잎사귀 맨드레이크의 잎사귀 공격에 생명력 350을 잃었습니다. 출혈로 인해 1분 동안 3초에 생명력 5를 잃습니다.
「다쳤어?」
「심한 거 아니야. 괜찮아.」
「어디 다쳤는데?」
「괜찮다니까.」
「어디 다쳤는지 빨리 말해!」
「허벅지에 잎사귀 한 개 박혔어.」
「조심하라니까.」
「미안해.」
「뒤로 빠져. 내가 맡을 게.」
「아니야. 잡을 수 있어.」
「말 정말 안 듣네. 빠지라면 빨리 빠져.」
「이놈들만 잡고 빠질게.」
「이씌.」
한 마리씩 상대하다 4마리가 한꺼번에 나오자 손발이 어지러워져 허벅지에 잎사귀를 맞았다.
정면에서 50레벨 딱딱한 잎사귀 맨드레이크 3마리가 줄기 10여 개를 채찍처럼 휘둘러대자 방패로 막으며 블레이드로 줄기를 하나씩 잘라내며 접근했다.
그때 왼쪽에서 불쑥 튀어나온 50레벨 정예 몬스터 날카로운 잎사귀 맨드레이크가 폭우가 쏟아지는 것처럼 잎사귀를 날려대 블레이드를 풍차처럼 돌려 쳐냈지만, 숫자가 많아 모두 쳐내지 못하고 허벅지를 한 방 허용하고 말았다.
손바닥만 한 잎사귀가 3분의 1이나 파고들자 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극심한 고통과 함께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응급차를 불러야 할 중상이었지만, 목숨 걸고 싸우는 중에 조금 아프다고 몬스터에게 등을 보일 순 없었다.
그건 죽여 달라고 목을 내미는 것과 같은 짓으로 아파도 참고 칼을 휘둘러야 했다. 그래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현실이 아닌 게임 속이었다. 고통은 그대로 느껴도 다리가 못 쓰게 되는 일은 없었다.
핑핑핑
하린이 연달아 쏜 충격 화살이 딱딱한 잎사귀 맨드레이크 3마리를 멀찍이 밀쳐내 넘어뜨리자 정예 몬스터에게 바짝 다가가 머리를 향해 빠르게 블레이드를 세 번 찔렀다.
50레벨 정예 몬스터는 일반 맨드레이크와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뒤로 빠르게 물러서며 회심의 삼연격을 피했다.
당황하지 않고 방패를 바짝 붙여 몸을 가리고 더욱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바짝 붙어 공격하자 놈이 거리를 벌리려 연신 뒤로 물러났다. 맨드레이크는 머리 위에 난 줄기를 채찍처럼 휘둘러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특징으로 공격할 거리를 주지 않자 허둥지둥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 파티원 하린님이 50레벨 딱딱한 잎사귀 맨드레이크 3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7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7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물약 아이템 맨드레이크의 주스를 1개 획득했습니다.
정예 몬스터를 몰아붙이는 사이 하린이 충격 화살에 쓰러진 딱딱한 잎사귀 맨드레이크 3마리를 처리하고 정예 몬스터를 향해 독화살과 충격 화살, 치명 화살을 쏘아댔다.
피웅 피웅 피웅
측면에서 날아든 화살이 블레이드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나던 놈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카악!”
정예 맨드레이크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쓰러지자 재빨리 다가가 있는 힘껏 블레이드를 휘둘러 머리를 잘라냈다.
서걱
- 파티원 모모님이 50레벨 정예 몬스터 날카로운 잎사귀 맨드레이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7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7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물약 아이템 맨드레이크의 주스를 획득했습니다.
“윽!”
“피가 철철 흐르는데 괜찮아? 미친 거 아니야?”
“이 정도로 죽지 않아.”
“죽는지 안 죽는지 내기할래?”
“잘못했어.”
하린이 철판처럼 딱딱한 잎사귀를 뽑아내고 인벤토리에서 꺼낸 하얀 붕대를 허벅지에 칭칭 감았다.
현실이라면 상처를 소독하고 꿰맨 다음 붕대를 감아도 최소 한두 달은 지나야 상처가 낫겠지만, 게임이라 그런 사전 조치 없이 바로 붕대를 감아도 덧나지 않고 깨끗이 아물었다.
그래도 깊게 베이거나 살이 뜯어진 상처는 일반 상처보다 아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반나절은 움직일 때마다 쓰라린 통증이 뒤따랐다.
「살살해.」
「뛰어다닐 땐 멀쩡하다가 치료해주니까 아파?」
「아.아니.」
「분명 아프지 않다고 했다. 더 세게 감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아파. 살살해줘.」
「상처를 입었으면 뒤로 물러나야지 왜 고집을 부려? 그러다 더 심하게 다치면 어쩌려고.」
「뒤로 물러나면 더 다칠 수도 있었어. 그래서 그런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내가 뒤에 있는데 왜 다쳐? 내가 허수아비야? 내가 오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왜 못 물러선다는 거야?」
「물러서면 몬스터의 공격이 더욱 거세져 다칠 확률이 높아지고, 그걸 본 네가 흥분해 달려들다가 다칠 수도 있어서 그랬어.」
「나 The Age of Hero 3년 넘게 했어. 그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지 않아.」
「알았어.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한 번만 더 고집부리면 그때는 상처를 확 벌려서 두 배로 찢은 다음에 치료해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진짜 한 번만 더 이러면 죽는다. 알았어?」
「넵!」
다음에도 싸우다 다치면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치명상을 입어 칼과 방패를 들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다.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몬스터의 공격을 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탱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등을 보여선 안 됐다.
탱커가 달아나면 뒤에 있는 딜러와 힐러가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 파티가 전멸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탱커는 죽어도 몬스터를 막다가 죽어야 했다. 탱커는 희생이 필요한 캐릭터로 자신을 희생해 파티를 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내가 탱커는 아니었지만, 방패와 칼을 들고 하린 앞에 선 이상 몬스터를 막아줘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임무에 맡게 싸워야 한다. 그게 책임감이었다. 그러나 잔뜩 화가 난 하린에게 싫다고 말하면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했다. 멍청하게 쏟아지는 폭우를 몸으로 이겨내려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소나기는 더욱 맹렬하게 퍼부어 종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왔다.
「움직일 수 있겠어?」
「어. 괜찮아.」
「오빠는 어떻게 매사에 괜찮다는 말밖에 몰라? 싫다는 말해본 적 없어? 아니면 할 줄 몰라?」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한 거야. 움직이지 못할 정도 됐으면 말했어.」
「오빠가 말했잖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고. 그래야 남들이 알아준다고. 그래놓고 오빠는 왜 안 그래?」
「내가 못 했으니까, 너는 그러지 말라고 말한 거야.」
「말도 안 되는 궤변 늘어놓지 말고 앉아서 쉬어. 4층은 나 혼자 정리할 테니까.」
「살살 움직이면 괜찮아.」
「똑같은 말 두 번 반복하는 거 가장 싫어하거든. 조용히 입 다물고 앉아 있을래? 아니면 먼지 나게 맞고 누워 있을래?」
「조용히 앉아 있을게.」
초강력 레이저가 튀어나올 것 같은 하린의 벌게진 눈을 보자 두 손 두 발 다 들고 조용히 찌그러졌다.
하린이 혼자서 사냥할 수 없다면 화를 내도 같이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것이다.
그러나 맨드레이크는 전투력이 매우 낮은 몬스터로 50레벨 정예 몬스터의 전투력이 40레벨 황색 오크 정예보다 못해 하린 혼자서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찌그러졌다.
내가 없자 하린은 1층에서 잡던 방식대로 화살비로 맨드레이크를 불러낸 다음 충격 화살과 치명 화살로 사냥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소나기 화살을 사용한 후 바로 조용한 발걸음으로 몸을 숨긴 후 정예부터 처리한 다음 일반 세 마리를 잡았다.
1년 가까이 혼자 사냥하며 몬스터 여러 마리를 상대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체득한 하린은 물 흐르듯이 빠르고 간결하게 4마리를 순식간에 잡아냈다. 그러나 1, 2, 3층보다 두 배나 넓어 혼자 잡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헉헉헉.”
「쉬었다가 해. 무리할 필요 없잖아.」
「안 돼. 강의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빨리 잡아야 해.」
「그럼 강의 갔다 와서 잡자.」
「하던 일은 끝내야 마음이 편해. 중간에 관두면 계속 신경 쓰여서 아무 일도 못 해.」
「그러면 조금만 쉬었다가 해. 20~30분 쉬는 건 괜찮잖아?」
「일은 할 때 해야 하는 거야. 조금 하다가 쉬고 조금 하다가 쉬면 어느 세월에 끝내겠어. 한 번에 쭉 해야 빨리 끝나지.」
「너도 고집이 장난 아니야.」
「다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누구만 하겠어?」
「.......」
하린은 기어코 4층을 모두 정리한 후 쓰러지듯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였다. 추진력이 좋은 건 마음에 들지만, 고집이 너무 센 건 살짝 걱정이었다.
권위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 사사건건 의견충돌이 일어난다.
이러면 둘 중의 한 명은 져 줘야 같이 살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내가 될 공산이 99.999%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사랑하는데. 그리고 그 얼굴에 그 몸매면 고집 센 건 흠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 죽을 지경인데, 결혼에 애까지 낳아주고 평생 밥과 빨래까지 해준다는데, 겨우 고집 센 걸 문제 삼는다면 나는 인간도 아니었다.
4층은 몬스터도 두 배나 많고, 레벨도 50에 정예 몬스터까지 나오자 드롭율도 왕창 뛰어 4층에서만 일반 맨드레이크 주스 54병과 꿈틀대는 잎사귀 10개를 획득했다.
1층부터 4층까지 총 맨드레이크 주스 98병과 꿈틀대는 잎사귀 16개를 획득해 애초 계획했던 100병을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였다.
「5층부터는 내가 앞장설게.」
「다리 욱신거리지 않아?」
「그렇긴 한데, 움직임을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야.」
「알았어. 대신 무리하면 안 돼.」
「응.」
「붕대 새로 갈아줄게. 이리 앉아.」
옆에 앉자 귀엽게 입을 쭉 내밀어 내 입술에 입을 맞춘 후 지저분해진 붕대를 풀고 정성스럽게 새 붕대를 감아줬다.
하린은 고집은 셌지만, 배려심도 깊고, 생각도 깊고, 하는 행동도 너무너무 예뻐 사랑하고 싶지 않아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였다.
거기에 애교까지 있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싫어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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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만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