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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확장
54.
“이치에 맞진 않지만, 어쩔 수 없잖아. 태어난 곳이 대한민국인데.”
“좋은 게임 만들어 놓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너무 열 받지 마. 그래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돼 300만 원 넘게 벌었잖아.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해도 200만 원 벌기 힘든데.”
“지금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나 영지가 잘 돌아가면 생각이 다를 거야. 금화를 현금으로 바꿀 때, 고 레벨 던전에서 레어 이상의 아이템을 구해서 팔 때 10%씩 떼어 가면 오빠도 욕이 저절로 나올걸.”
“그렇겠지. 그래도 어쩌겠어. 지킬 건 지켜야지. 법이 그런 걸.”
“법 없이도 살 분 여기 계셨네. 나라에서는 뭐하고 이런 분에게 표창장 안 주지. 완벽한 호구인데.”
“내가 호구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썩어 빠진 정부에 돈 다 내고 살면 그게 호구지 정상이야?”
“호구지. 그래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10% 더 벌겠다고 불안에 떨며 살고 싶진 않아. 넌 그러고 싶어?”
“아니. 나도 싫어. 하지만 국민 세금을 자기들 주머닛돈으로 생각하는 놈들 보면 짜증 나서 내기 싫어.”
“그건 나도 그래.”
하린의 말처럼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세금 10%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200억 원을 넘게 번 강만두의 경우 세금만 20억 원을 낸 것으로 버는 돈이 많아지면 세금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게임에서 통용되는 금화와 아이템을 현금화하려면 경매장을 이용해야 해 세금 10%와 수수료 0.1%는 무조건 내야 했다.
세금과 수수료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아이템이나 금화를 넘겨주고 현찰로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건 불법으로 걸리면 과징금 100배에 세무조사까지 나와 엄청나게 많은 벌금을 내야 했다.
피 같은 세금을 허투루 쓰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하루가 멀다고 하고 뉴스에 나와 세금 내는 게 아깝긴 했지만, 탈세까지 하면서 10%를 더 벌고 싶진 않았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았다. 남들이 바보라고 놀려도 낼 거 다 내고, 받을 거 못 받고 사는 게 속편했다.
그게 힘 없고, 빽 없는 행복한 호구의 삶이었다.
- 레오 영지에 대형 공동 화장실 10개가 완성됐습니다. 위생 상태가 크게 개선돼 영지발전도가 50 올랐습니다.
- 레오 영지에 방어탑 8개가 완성됐습니다. 치안 8, 상업 2, 농업 3이 올라 영지발전도가 10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 영지발전에 따른 보상으로 모모님이 업적 6,000포인트와 평판 6,000포인트를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 영지발전에 따른 보상으로 하린님이 업적 3,000포인트와 평판 3,000포인트를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영지 이름 : 레오 영지
영주 이름 : 모모 남작
인구 : 3,127명(자유민 102명, 농노 3,025명)
세율 : 80%
영지 자금 : 2,010골드(다섯 번째 혜택 2,000골드 포함)
식량 : 5개월 치 보관 중
병사 : 248명(니콜라스, 아서, 아더 포함)
스콜라 3, 프리 스콜라 1, 숙련병 30, 중급 병사 50, 하급 병사 161
치안 : 79/100
상업 : 7
농업 : 18
광업 : 15
영지발전도 : 70
공동화장실과 방어탑이 완성되자 영지발전도가 오르며 업적 포인트와 평판 포인트를 받았다.
치안을 뺀 상업, 농업, 광업, 영지발전도는 상한선이 없는 무한대로 영지발전도가 오를 때마다 업적과 평판 포인트를 획득했다.
1점당 각각 100포인트로 이것만 집중적으로 올려도 엄청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쉽게 올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올리기가 쉽지 않았고, 큰 폭으로 떨어지면 페널티도 있어 그때부터는 관리하는 게 몇 배는 더 힘들었다.
“조나단은 경비대 50명을 선발해 농노들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주변 경계 임무를 맡아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니엘 집사는 나무를 베고 운반하는 인력 충원을 맡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화장실과 방어탑 공사에 동원했던 농노들을 다시 동원하고, 소도 모두 동원해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영주님.”
“래틀은 벌목에 쓸 장비가 모자라지 않게 보살펴주고, 딜런은 필요한 목재가 있으면 알아서 가져다 써. 브랜틀은 이번에 얻은 가죽 벌목하는 농노들 작업복으로 쓸 수 있게 바느질하는 여자들에게 가져다주고.”
“예, 영주님.”
“엘리스는 농노들이 먹을 점심과 간식, 음료수를 준비해 줘. 넉넉하게.”
“예.”
“내일부터 동쪽과 남쪽 펑거스 숲의 나무를 벌목해 농지와 목장을 늘리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영지가 발전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모두가 협력해야 영지가 발전합니다. 이점 명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세요. 이상.”
“영주님께 충성을!!”
다음 날 아침 도끼와 톱, 낫, 정글도, 밧줄 등을 챙겨 든 1,000여 명의 농노와 건장한 소 30마리가 동쪽 펑거스 숲으로 몰려갔다.
먼저 조나단이 이끄는 경비대 50명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북을 쳐 몬스터를 숲 밖으로 유인했다.
토벌 전까지는 울타리 근처에서 큰 소리가 나면 늑대와 흑곰, 펑거스 등이 뛰쳐나와 숲 근처에선 최대한 조용해 일해야 했다.
그러나 5,000마리가 넘는 몬스터가 사냥당하자 몬스터 씨가 말랐는지, 30분 동안 목이 터져라 외쳐도 소리에 반응해 기어 나오는 몬스터는 50마리도 안 됐다.
어쩌나 튀어나오는 것들도 10레벨 이하 소형 몬스터로 하린이 장난치듯 화살을 날리자 경비대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하고 모두 죽었다.
농노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숲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녀 그런 것으로 더는 농노들을 위협할 몬스터가 숲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30분 넘게 더 북을 치게 해 몬스터가 근처에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본격적인 벌목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나무만 베는 벌목팀과 가지를 치는 손질팀, 나무를 옮기는 운반팀으로 그룹을 나눴다.
큰 나무는 건물 짓는데 사용하기 위해 호수로 옮기도록 했고, 작은 나무는 울타리를 만드는데 사용하면 돼 한쪽에 쌓아두도록 했다.
잡목과 잔가지도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연료로 최대한 챙겨 집집마다 나눠주도록 했다.
농노들이 벌목하는 동안 나와 하린은 100m 안쪽으로 들어가 몬스터가 있는지 살피며 약초와 독초를 채집했다.
밤새 칼을 휘두른 다음 날 수도 크라쿠푸스의 고서점에 들러 민간요법과 약초, 독초에 관한 책을 다섯 권 샀다.
The Age of Hero는 마법 문명은 고도로 발달했지만, 기계 문명은 매우 낙후된 세상으로 기계식 인쇄기가 없어 금속 활자를 일일이 손으로 짜 맞춘 다음 잉크를 발라 한 장씩 찍어내야 해 책값이 매우 비쌌다.
이 때문에 책 한 권에 우리 돈으로 100만 원, 금화 1개를 주고 책을 사야 했다. 그나마 책이 엄청나게 두껍다면 전문서적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100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을 권당 100만 원이나 주고 사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약초와 독초를 구별하는 책과 민간요법이 적힌 책 다섯 권 모두 선명한 컬러 그림과 함께 자세한 주석이 달려있어 누구나 손쉽게 약초를 찾을 수 있고, 배합과 정제를 따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지발전과 농노들을 위해 책을 사는 것이라 영지 자금을 써도 돼 내 돈 들일은 없었다.
나와 하린이 몬스터가 있는지 촉각을 세우며 약초와 독초를 찾고 있을 때 조나단은 숙련병 1명에 중급 병사 2명, 하급 병사 2명을 한 조로 묶어 10개 조를 만들었다.
이들을 몬스터가 나올만한 길목에 세워 농노들을 보호하게 하자 인명피해 없이 순조롭게 벌목작업이 진행됐다.
공동 화장실 공사를 시작으로 영지에 갖가지 공사가 시작되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영지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것처럼 활기를 띠었다.
그전에도 공사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새로운 대리 영주가 부임할 때마다 이런저런 공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대리 영주 개인을 위한 공사로 먹을 것도 주지 않고 개처럼 실컷 부려먹기만 해 농노들은 노역이란 말만 나와도 치를 떨었다.
그러나 내가 영주로 온 다음부턴 아주 훌륭한... 농노들이 생각하기에... 식사에 간식까지 챙겨주고, 가죽과 고기까지 수시로 나눠주는 등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대우해 주자 노역에 동원된 농노들의 얼굴에 웃음이 만발했다.
이런 고급스러운 노역은 아틸라 제국이 건국한 초기에도 없던 일로 신이 난 농노들은 앞다투어 노역에 나오려 아우성이었다.
“오빠, 이거 해열제로 쓰이는 약초 뿌리 맞지?”
“어, 맞아.”
“다 뽑을까?”
“얼마나 있는데?”
“이 근처는 다 이건 거 같아.”
“그러면 실험재료로 쓸 열 뿌리만 채취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둬. 그리고 약초밭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붉은 깃발로 잘 보이게 표시도 해둬.”
“알았어.”
약초와 독초가 군락으로 있는 지역은 개간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해 약초밭으로 가꿀 계획이었다.
이번에 구입한 책에는 인공재배와 관련된 내용이 없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키우지 않으면 약초를 공급받기 어려웠다.
농지를 늘리는 것도 영지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됐지만, 약초와 같은 특산품을 키우는 것이 일반 작물을 키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도움이 됐다.
그래서 대나무 숲도 자이언트 판다만 모조리 잡아 죽인 후 최대한 보존해 대나무를 영지 특산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린아, 이리 와봐.”
“왜?”
“네가 봐줘야 할 게 있어.”
“귀한 약초라도 있어?”
“약초 말고 동굴이 있어. 느낌이 던전 같아.”
“으음... 던전 맞네.”
“어떤 던전이야?”
“그거야 들어가 봐야 알지. 은신하고 들어가서 어떤 던전인지 보고 올 테니까 오빠는 여기서 기다려.”
“혼자 가면 위험해. 같이 가.”
“입구만 살짝 들어갔다가 바로 나올 거야. 그러니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들어오면 절대 안 돼. 알았지?”
“알았어.”
- 파티원 하린님이 40레벨 맨드레이크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 맨드레이크 던전을 최초로 발견한 하린님과 파티원 모모님에게 업적 5,000포인트와 평판 5,000포인트를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하린이 던전에 들어가자 최초 발견자라는 메시지와 함께 업적과 평판 포인트가 들어왔다.
이것 역시 패치와 함께 업데이트된 것으로 패치 이전까지는 던전을 발견해도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
그리고 던전 이름도 보스를 잡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던전에 입장하면 어떤 던전인지,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던전에 들어가기만 해도 어떤 던전인지 알 수 있는데, 하린이 은신으로 몸을 숨기고 들어간 건 입구에 몬스터가 떼거리로 몰려 있는 일도 있어서였다.
이러면 들어가자마자 유저를 적으로 인식한 몬스터가 개미떼처럼 달려들어 손도 못 써보고 죽을 수도 있어 몬스터가 있는지 몰래 엿보려고 혼자 은신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던전은 안과 밖이 철저히 분리된 구조로 밖에서도 안에서도 서로를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던전과 필드가 별개의 세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과 밖을 볼 수 없을 뿐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들어갈 수 있는 간단한 구조로 출입이 자유로웠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