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51화 (51/320)

0051 / 0310 ----------------------------------------------

줘도 못 먹는 바보!

51. 줘도 못 먹는 바보!

“오늘은 그만 로그아웃하자.”

“왜?”

“저녁 10시야. 집에 가야지.”

“12시까지만 가면 돼. 그리고 2시간이면 게임 시간으로 8시간이야. 오빠랑 8시간이나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왜 보내려고 그래? 내가 싫어?”

“나야 좋지. 하지만 아침 일찍 나왔잖아. 12시에 들어가면 혼날 수도 있잖아.”

“20살이면 자기 일은 자기가 결정할 나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다른 남자는 여자 집에 안 보내려 기를 쓴다는데, 오빠는 왜 보내지 못해 안달이야?”

“사랑하니까.”

“사랑하면 더 오래 같이 있으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러나 그러면 안 되니까. 사랑할수록 더 지켜줘야 하니까. 그래야 진짜 남자니까.”

“조선 시대 남자들도 오빠 같지는 않았을 거야. 정신 차려.”

“.......”

하린이 말이 맞았다. 조선 시대 남자도 품에 안긴 여자를 억지로 집에 보내진 않았다.

조선 시대가 아니라 인류가 생겨난 이후 품에 안긴 여자를 집에 보낸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미친 짓이자 종족 번식의 원칙에 어긋나는 범죄행위였다. 그 어려운 걸 내가 하고 있었다.

“망루에 올라가 볼래?”

“또 검술 연습하려고?”

“아니. 누워서 밤하늘 보려고.”

“빨리 가자. 나도 별 보는 거 좋아해.”

옥상으로 올라가 삐죽 속은 망루로 올라갔다. 천장이 없는 망루는 3~4명은 누울 수 있는 넓이로 바닥에 침실에서 가져온 양탄자를 깔고 눕자 밤하늘의 별이 한눈에 가득 들어왔다.

“별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네. 어쨌든 좋다. 오빠 팔도 베고. 헤헷. 오빠도 좋아?”

“좋아.”

“왜?”

“너랑 누워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선전 문구처럼 하린과 나란히 누워 밤하늘에 뜬 아름다운 별을 보자 더 바랄 게 없었다.

“뽀뽀해줘.”

“쪽.”

“그렇게 말고 아주 찐하게 해줘. 몸이 으스러지도록.”

하린이가 원하는 대로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혀를 밀어 넣자 달콤한 타액이 넘어왔다.

달콤한 타액을 삼키며 혀를 더욱 깊이 밀어 넣자 부드러운 혀와 딱딱한 이빨 그리고 하린의 들뜬 욕망이 느껴졌다.

욕망의 분출구를 향해 빠르게 혀를 놀리자 욕망을 부채질하는 비음이 귀를 간지럽혔다.

“흐응 흐응 흐응.”

하린의 욕망이 귀를 간질이자 가슴에서 뜨거운 화염이 솟구쳐 올라 눈을 멀게 하고, 이성을 불태웠다.

욕망이란 이름의 화염에 휩싸인 손이 옷을 파고들어 가 부드러운 살을 어루만졌다. 하린이의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자 손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손을 잡고, 얼굴을 만지고, 입술을 훔칠 때 피부가 곱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숨겨진 속살은 더욱 부드러워 손끝에 전기가 이는 것 같았다.

이성을 상실한 손이 등과 허리를 거칠게 쓰다듬다가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엉덩이로 내려갔다.

등과 허리보다 더욱 탄력 넘치는 엉덩이에 손이 닿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치며 마지막 남은 한 가닥 이성의 끈이 끊어지려 했다.

볼록 솟은 엉덩이 사이로 파고든 손이 은밀한 속살로 파고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번쩍 눈이 떠지며 품에 안겨 내 입술을 빨고 있는 하린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멋진 곳에서 기억에 남는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을 때까지, 그때까지만 참자. 하린이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조금만 더 참자. 제발!!!’

“바보. 엉덩이까지 만져놓고 그냥 집에 바래다주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오빠는 바보, 멍청이, 쪼다, 말미잘이야.”

“게임에서 너랑 첫날밤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그럼 나와서 하면 되잖아.”

“누울 곳도 없는 집에서 어떻게 해?”

“오빠 캡슐 넓잖아. 둘이 들어가도 충분해.”

“하린아. 우리 조금만 참자. 근사한 곳에서, 평생 기억 남는 곳에서 멋진 첫날밤을 보낼 때까지만.”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어. 멋진 침대, 멋진 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오빠만 있으면 되는데. 오빠는 안 그래?”

“나도 너만 있으면 돼.”

“그러면 그냥 하면 되잖아.”

“평생 멋진 기억으로 남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초라한 내 방에서 첫날밤을 보낸 기억으로 남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 냄새도 안 난다고. 난 괜찮다고.”

“그래도 안 돼.”

“그냥 해. 난 이미 준비됐어.”

“그렇게는 못해.”

“사람 미치게 만들어 놓고 정말 이럴 거야.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어서 이리와.”

야수처럼 변한 하린이 달려들자 재빨리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로그아웃하고 캡슐을 빠져나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하린이 캡슐 뚜껑을 거칠게 열고 튀어나오자 포박하듯 끌어안고 억지로 옷을 입혀 하린이네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내내 화가 가시지 않는 하린은 바보, 멍청이, 쪼다 등 할 줄 아는 욕은 모두 쏟아냈다. 욕먹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인처럼 묵묵히 걷기만 했다.

사실 안고 뒹굴고 싶은 마음은 하린이보다 내가 열 배는 더 컸다. 그런데도 궤변을 늘어놓으며 참는 건 하린이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랑 중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함께 가야 할 사랑이기에 죽을힘을 다해 욕망을 참아내는 것이다.

“그게 대체 언제냐고? 설마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은 아니겠지?”

“으음... 좋은 집으로 이사할 때까지만 기다려줘.”

“너무 추상적이잖아. 확실한 날짜를 말해. 안 그러면 나 다시 오빠네 집으로 갈 거야.”

“영지가 잘 돌아가면 2~3년 내로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거야.”

“2~3년? 미쳤어? 안 돼! 그렇게는 못 기다려. 6개월! 그 이상은 안 돼.”

“6개월? 그건 너무 빨라.”

“6개월이면 게임 시간으로 2년이야. 2년이면 지금보다 영지를 열 배 이상으로 잘살게 할 수 있어. 그리고 오빠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이야. 어떤 집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작은 아파트도 살 수 있어.”

“6개월 만에 그럴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아니! 꼭 그렇게 만들 거야.”

“1년으로 하면 안 돼?”

“안 돼!! 6개월 이상은 절대 못 참아. 싫으면 말해. 지금 당장 덮쳐줄 테니까.”

“아.알았어.”

덮치는 걸 꼭 남자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그러나 여자가 덮치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이었지 현실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린의 예쁜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자극적인 얘기가 나오자 머릿속에 하린이 나신으로 내 몸 위에 올라타 움직이는 장면이 떠오르며 딱딱하게 발기한 고추가 더욱 딱딱해져 부러질 것 같았다.

‘아오! 죽겠네.“

“오빠, 하나 물어보자. 영화에서 보면 새 여자 친구를 사귄 남자는 매일 그게 하고 싶어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사람만 없으면 덮치려 드는데, 오빠는 왜 안 그래?”

“참는 거야.”

“성욕은 인간의 3대 욕망이야. 그게 참아줘?”

“초인적인 인내심만 있으면 못 참을 게 없어.”

“그러다 병나.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하자. 내가 좋다는데 왜 힘들게 참아.”

“안 돼.”

“오빠, 혼전 순결 서약이라도 했어?”

“아니.”

“그런데 왜 안 된다는 거야?”

“널 사랑하니까.”

“사랑 두 번만 하다가 성불구자 되겠다. 줘도 못 먹는 바보, 멍청이, 쪼다, 말미잘, 해삼, 멍텅구리!”

남자는 안 된다고 하고, 여자는 하자고 하는 이런 싸움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남자가 달라고 하고, 여자는 싫다고 하는 게 정상으로 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바뀐 것처럼 아웅다웅 싸웠다.

“하하하하.”

“왜 웃어? 뭐가 재미있다고 웃어?”

“이 상황이 웃겨서.”

“웃긴 줄은 알아?”

“응.”

“그럼 웃기지 않게 하면 되잖아.”

“하린아! 나 어디 안 가. 평생 네 옆에 있을 거야.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부끄럽지 않게, 네가 평생 행복한 날로 기억할 수 있게 조금만 기다려줘.”

”하아. 알았어. 대신 6개월 이상은 안 돼. 그리고 내일이라도 마음 바뀌면 언제든 말해. 난 오빠에게 모든 걸 줄 준비가 되어있어.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말해. 알았지?“

“알았어.”

자신이 가진 걸 모두 내게 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하린의 말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나도 하린에게 모든 걸 줄 수 있었다. 아니 줄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게 없었다. 고아나 다름없는 결손 가정에 성치 않는 몸 밖에 없었다.

기댈 수 있는 건 영지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지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내 작은 영지는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난 아무것도 줄 게 없는데 하린은 몸도 마음도 모두 주려했다.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미어질 만큼 미안했다.

“오빠, 자고 있어. 내가 아침에 가서 깨워줄게.”

“온종일 게임하느라 많이 피곤할 텐데, 푹자고 점심때 와. 게임 하루 쉰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나 하루에 3~4시간만 자면 쌩쌩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다 쓰러진다. 푹 자고 와.”

“싫다고 했잖아. 나 아침 일찍 갈 거야.”

“알았어. 알았어. 소리 지르지 마. 어른들 깨겠다.”

“그러니까 나 자극하지 마. 많이 화났으니까.”

“알았어. 흥분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서 자.”

“우씌.”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하린이을 억지로 들여보내려 하자 아침 일찍 오겠다며 강짜를 부렸다.

The Age of Hero의 가장 큰 장점이 현실보다 4배나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시간에 맞추다 보면 잠잘 시간이 없었다.

현실 시간 6시간이 게임 시간 하루로 6시간을 자면 하루가 지나갔다. 그렇다고 NPC들이 자는 시간에 맞춰 자면 길어도 2시간밖에 잘 수 없어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2시간씩 4번 자면 8시간이라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잠은 길게 푹 자야지 쪼개서 자면 잔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캡슐에서 자면 밖에서 자는 것보다 숙면을 취할 수 있어 피로가 덜 했다. 하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아 많은 유저가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하린을 들여보내고 집에 돌아와 얼음처럼 차가운 냉수로 몸을 씻었다. 하린이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지만, 집에 바래다주는 내내 발기한 고추를 숨기느라 죽을 맛이었다.

더군다나 오랜 시간 고추가 발기하자 배가 끊어질 듯 아파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문제는 차가운 냉수로 목욕하고도 발기한 고추가 사그라질 기미가 없었다.

“하고 싶어 미치겠네. 그냥 줄 때 받을 걸. 병신!”

옳은 결정이라도 후회는 남았다. 오늘 내린 결정이 그랬다. 밤새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만큼 후회스러운 결정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