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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46화 (4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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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Monarch)

46. 군주(Monarch)

오전에 사냥한 몬스터를 조나단에게 넘기고 호숫가에 앉아 레이첼이 가져온 빵과 양고기 스튜로 점심을 해결하고 해가 질 때까지 숲에서 몬스터를 사냥했다.

펑거스 숲의 몬스터는 최고 레벨이 30으로 높지 않아 빠르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었다.

100kg짜리 마법 가방 10개에 몬스터가 가득 차면 숲을 빠져나와 경비대장 조나단에게 넘겨주는 일을 반복하며 8시간 정도 사냥하자 500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사냥했다.

덕분에 포인트를 5,000 넘게 얻었고, 보스 몬스터도 3마리나 잡아 평판 점수도 450점을 획득했다.

그러나 아이템은 하급 장비인 녹슨 칼 한 자루와 구멍 난 신발 한 켤레, 웃음 포자 1개, 날카로운 흑곰 발톱 3개, 단단한 회색 늑대 이빨 5개가 전부였다.

하린에게 이렇게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냐고 물어보자 자신은 한 달 넘게 장비 아이템을 구경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첫날 듀라한 쿠티티르의 고급 망토를 구한 것이 엄청난 행운이란 걸 알게 됐다.

“숲은 언제부터 개간할 거야?”

“몬스터를 최대한 줄이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벌목부터 하면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잖아.”

“인명 피해를 줄이려면 그렇게 하는 게 낫겠지. 그렇다고 시간을 오래 끄는 것도 좋지 않아. 펑거스 숲에 힘의 공백이 생기면 주변 몬스터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어. 열흘 정도 사냥하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알았어. 다니엘과 조나단에게 준비하라고 할게.”

저녁 식사가 끝나자 내가 입을 방어구를 만들기 위해 대장장이 래틀을 집무실로 불렀다.

“래틀, 필요한 게 있어서 불렀어.”

“말씀만 하십시오. 무엇이든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내가 입을 흉갑과 장갑, 부츠, 투구가 필요해.”

“원하시는 모양이 있으십니까?”

“색깔은 검은색에 화려하지 않은 단순한 형태면 돼. 한 가지 더 첨부하면 활동성이 좋게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문의 문장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으음... 이걸로 해줘.”

“헉!”

아틸라 제국의 귀족 가문은 모두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Coat of Arms)를 갖고 있었다.

전쟁에서 신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문장은 차츰 가문을 나타내는 표시로 사용됐고, 아직도 유럽의 유수한 가문들이 문장을 사용했다.

래틀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사이먼의 홀리메탈 원형 방패에 새겨진 와이번 카르파고스를 문장으로 삼기로 하고 방패를 보여줬다.

래틀은 농노 출신에 생산직 종사자로 방패에 새겨진 와이번이 1,000년 전 최강의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라는 건 몰랐다.

그러나 방패 재질이 무엇인지는 단번에 알아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영주님. 방패의 재질이 무엇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100% 홀리메탈이야.”

“설마 했는데, 제 생각이 맞았군요. 정말 멋진 방패를 갖고 계십니다. 모양과 무게, 색깔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습니다. 이런 멋진 방패를 갖고 계시는데, 제 보잘 것없는 솜씨로 만족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래틀이 만들어 준거면 구멍 난 신발이라도 자랑하며 신고 다닐 테니 걱정하지 말고 만들어.”

“감사합니다. 영주님. 제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 부끄럽지 않은 아이템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고맙다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영주님이 제게 베풀어준 은혜는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갚을 수 없습니다.”

래틀은 가족과 제자들까지 농노에서 해방해주자 정말로 고마워했다. 충성도가 이미 100이라 올라갈 게 없었지만, 천형과 같은 농노에서 벗어나게 해주자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열과 성의를 다해 일했다.

“그런데 영주님이 원하시는 조건을 맞추려면 한 가지 재료가 필요합니다.”

“뭔데?”

“미스릴이 있어야 합니다.”

가벼우면서도 방어력이 충분한 흉갑과 장갑, 부츠, 투구를 만들려면 미스릴이 필요했다.

강철로 만들어도 되지만 그러면 무게가 많이 나가 내가 원하는 빠른 스피드를 내기 어려웠다.

“얼마나 있으면 돼요?”

“3kg이면 됩니다.”

“3kg으로 4가지 방어구를 다 만들 수 있어요?”

“전체를 미스릴로 만들면 더 좋겠지만, 그러려면 20kg도 부족합니다. 최대한 적게 쓰면서 효과를 증대할 방법이 있습니다.”

튼튼한 가죽에 얇은 철편으로 만든 미스릴을 촘촘하게 이어 붙이려는 것으로 이러면 미스릴 본연의 능력을 뽑아내며, 충격도 줄일 수 있었다.

“여기 있어요.”

“영주님께 최고로 좋은 방어구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마님.”

“래틀만 믿을게요.”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래틀이 미스릴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무거워도 괜찮으니 강철로 만들어 달라고 말하려 했다.

미스릴 1kg의 가격은 1억 원으로 홀리메탈의 10분의 1밖에 안 됐지만, 금 1kg 가격이 5,000만 원이란 걸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었다.

홀리메탈과 미스릴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금보다 비싼 물질은 지구에서도 수십 가지가 넘었다.

백금(Platinum)만 해도 1g에 48달러나 나갔고, 플루토늄(Plutonium)은 4,000달러, 다이아몬드는 6만5,000달러(무색, 1캐럿 기준), 반물질(Antimatter)은 무려 100조 달러나 했다.

The Age of Hero에선 이런 물질이 없는 대신 미스릴, 마나석, 홀리메탈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해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됐다.

「하린아, 그러지 않아도 돼. 래틀이 만들어 준 장비는 사이먼의 용기사 세트 맞출 때까지만 쓸 거야. 그러니 돈 쓸 필요 없어.」

「사이먼의 용기사 세트를 어디서 구할 건데? 3년 동안 The Age of Hero를 했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야.」

「도우미 아란이가 때가 되면 세트 아이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어.」

「그때라는 게 언제인데?」

「기다리다 보면 오겠지.」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거야?」

「내일이 될 수도 있잖아.」

「영원히 안 올 수도 있고. 그렇지?」

「........」

하린이의 말처럼 되진 않겠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짐작하기엔 갖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를 레전드로 승급시키면 퀘스트나 단서가 나타날 것 같았다.

그러나 평판 포인트 1,000만을 어느 세월에 모아 레전드 아이템으로 승급시킨단 말인가.

승급에 필요한 재료 아이템을 구하면 된다지만,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도 몰라 시작도 못 하고 있었다.

「래틀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고 했어. 그 말은 레어 아이템을 만들겠다는 뜻이야. 그러면 최소 1억 이상 받을 수 있어. 미스릴이 들어갔으니 더 받을 수도 있겠네. 사이먼의 용기사 아이템 구하면 그때 팔면 돼. 그럼 손해날 일도 없고, 레어 아이템 가격까지 덤으로 챙기니 이익이 두 배야.」

「그때까지 아이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미스릴은 절대 안 떨어져. 그리고 떨어져도 그걸로 그 이상 벌면 되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하지만...」

「남자 배포가 그렇게 작아서 큰일 할 수 있겠어? 마음을 크게 먹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이야.」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미안해서 그런 거 알아. 그러지 마. 우리 이제 남 아니잖아.」

「알았어.」

「아! 그리고 알아둬야 할 게 있어. 이거 내 시집 밑천이었어. 그러니 오빠 절대 나 못 버려. 내가 족쇄 채운 거야. 헤헤헤헤.」

하린이 채우는 족쇄라면 100개, 1,000개도 찰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 친구 돈을 쓰는 건 정말 못할 짓이었다.

차후에 팔아 다시 돌려주면 됐지만, 미스릴 3kg이면 현시세로 3억 원이었다. 그런 큰돈을 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기엔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만들어줄 수 있어요?”

“한 달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두 달, 석 달도 기다릴 수 있어요. 오빠를 위해 최고로 멋진 아이템을 만들어주세요.”

“마님을 위해, 영주님을 위해 죽을힘을 다하겠습니다.”

래틀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까 봐 귓속말로 대화를 나눴다. 래틀이 내게 종속된 NPC라고 해도 당분간만 쓴다는 말을 들어서 좋을 게 없었다.

“수도에 다녀오자.”

“수도는 왜?”

“직업 정하고 와야지.”

“내일 아침에 학교 가면서 가도 되잖아.”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어. 저녁 먹고 갔다 오자.”

“알았어.”

하린이 직업 훈련소에 다녀오자며 수도에 가자고 했다. 래틀이 나간 후에도 내가 계속 미안해 눈을 마주치지 못하자 기분을 달래주려 그런 것이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더는 반대하지 않고, 저녁 먹고 수도 크라쿠푸스로 날아갔다. 비싼 멀미약을 먹고 공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하자 1분도 지나지 않아 멀미가 사라졌다.

직업 훈련소는 포털이 있는 광장 좌측 평판 관리소 바로 옆에 있었다. 패치한 지 현실 시간으로 6시간(게임시간 36시간)이 지나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처럼 느긋한 사람이 많은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미스릴은 어디서 구한 거야?」

「미믹 잡고 얻었어.」

「미믹이 뭐야?」

「보석상자 모양을 한 몬스터야. 잡으면 아주 좋은 아이템과 미스릴 같은 희귀한 금속을 줘. 금화도 주고.」

미믹(MIMIC)은 보석상자 모습을 한 몬스터로 멀리서 보면 멀쩡한 상자지만, 가까이 가면 상자가 열리며 날카로운 이빨이 튀어나와 물어뜯었다.

빛을 싫어해 지상에선 절대 만날 수 없는 몬스터로 어두운 던전에서 아주 희박하게 출현해 놈을 만난 유저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뭐가 나왔는데?」

「미스릴 3kg과 지금 쓰고 있는 검은 켄타우로스 족장 히커리언의 흑각궁, 해적 카리얀의 은빛 서클릿 그리고 금화 100개, 루비 1개, 다이아몬드 1개, 사파이어 1개 이렇게 얻었어.」

「오우 엄청나게 많네.」

「미믹 덕분에 이렇게 키울 수 있었어. 아니었으면 한참 아래였을 거야.」

「언제 만났는데?」

「오빠와 하연이랑 떨어져 사냥할 때니까 1년 조금 안 됐네. 악몽의 악어 전사 던전 3층에서 길 잃고 헤매다가 함정을 건드려 이상한 곳에 떨어졌는데, 그곳에서 미믹을 만났어. 보물 상자인 줄 알고 다가갔다고 물려서 죽을 뻔했어.」

「어쨌든 운 좋네.」

「남작에 영지까지 받은 오빠만 하겠어.」

「그런가?」

「당연하지.」

미믹만 해도 유저들이 꼭 만나고 싶은 몬스터였다. 그러나 만난 유저가 수십 명밖에 안 돼 던전의 로또로 불렸다. 그러나 던전의 로또도 영지와 비교하면 태양 앞에 반딧불이었다.

귓속말로 수다를 떨며 1시간쯤 기다리자 직업 훈련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안내 NPC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방에 들어가 동그란 구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구슬이 말을 걸어왔다.

“모모 레오 남작님, 직업 훈련소 방문을 환영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직업 중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 주십시오.”

구슬의 말에 기사, 전사, 궁수, 도적, 마법사, 조련사, 마검사, 대장장이, 무두장이, 목공, 연금술사, 요리사, 세공사를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생겨났다.

각각의 직업 버튼에 손을 올려놓자 직업 스탯과 스탯에 따른 효과가 상세하게 설명됐다.

기사 버튼을 누르려다 이게 전부인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직업이 없다고 해도 화면에 보이는 직업이 전부라고 하기엔 종류가 너무 적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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