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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거스 숲
45.
2시간 가까이 따라다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넓은 공터에 도착하자 20레벨 회색 늑대 12마리가 숲을 빠져나와 포위하듯 나와 하린을 감쌌다.
레벨이 고작 20밖에 안 됐지만, 홀리메탈 원형 방패의 위력을 보여줄 정도는 돼 하린을 잠시 뒤로 물러서게 했다.
휘리릭
가볍게 손을 떠난 원형 방패가 맹렬히 회전하며 날아가 이빨을 드러낸 채 군침을 흘리는 회색 늑대의 이마를 때렸다.
깨갱
단말마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얌체공(Bouncy Ball)처럼 튕겨 나간 방패가 핀볼(Pinbal)처럼 빠르게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며 회색 늑대를 때리고 돌아왔다.
- 파티원 모모님이 레벨20 회색 늑대 12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12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12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완전히 사기네. 방패가 부메랑도 아니고 몬스터를 공격하고 돌아온다는 게 말이 돼? 그것도 12마리를 모두 죽이고.”
“설명에 나와 있어.”
“설명에 스치면 다 죽는다고 쓰여 있으면 100레벨 보스 몬스터도 한 방에 잡겠네?”
“하하하하.”
하린이 짜증 내는 게 당연했다. 누군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활시위를 당겨 몬스터를 잡는데, 누구는 가볍게 방패를 한 번 던지는 것만으로 12마리를 사냥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나도 에픽 무기 구해줘. 기분 나빠서 사냥 못 하겠어.”
“알았어.”
“언제 구해줄 거야?”
“래틀이 특급 대장장이로 승급하면.”
“죽고 싶어?”
“흐흐흐흐.”
주먹을 불끈 쥔 하린이 당장에라도 아구창을 날릴 기세로 쏘아봤다. 특급 대장장이는 인간 NPC가 다다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오직 드워프만 가능한 일로 에픽 아이템을 얻고 싶다면 고렙 보스 몬스터를 죽도록 때려잡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린이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섭기는커녕 귀엽기만 해 입을 맞추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품에 안겨 입술을 쪽쪽 빨아댔다.
원시림을 헤치고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자 레벨25 정예 몬스터 난폭한 흑곰 3마리가 나타났다.
정예 몬스터와 처음으로 맞닥뜨리자 나도 모르게 긴장해 손에서 땀이 흥건히 배어 나왔다.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홀리메탈 원형 방패를 몸에 바짝 붙이고, 블레이드를 수평으로 쳐들어 언제든 찌를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천천히 다가갔다.
피웅 피웅 피웅
그 순간 하린이 쏜 충격 화살이 세 발이 날아가 난폭한 흑곰 3마리를 멀찍이 밀쳐내며 넘어뜨렸다.
뒤이어 날아간 소나기 화살이 공중에서 10개로 늘어나며 놈들을 덮치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 파티원 하린님이 레벨25 정예 몬스터 난폭한 흑곰 3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11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11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하린이 순식간에 난폭한 흑곰 3마리를 가볍게 잡아내자 긴장감이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긴장한 거 아니지?”
“했어.”
“크크크크.”
“새로운 정예 몬스터와 만났는데, 긴장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놀리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오빠가 착용한 장비와 스탯이면 40레벨 이하 보스 몬스터까진 문제없는데, 너무 긴장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사과를 받아도 기분이 좋아지질 않는데.”
“다시는 안 그럴게. 한 번만 봐줘.”
“한 번만 더 그러면 정말 화낸다.”
“잘못했어. 오빠 나 미워하지 마앙. 나 오빠밖에 없어엉.”
“헉!”
애교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을 것 같던 하린이 콧소리를 내며 품에 안기며 애교를 떨자 너무 놀라 헛바람이 나왔다. 그러나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나빴던 기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기분 나쁜 척했지 정말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내가 너무 소심하게 움츠러든 게 사실이라 하린을 나무랄 수 없었다.
긴장하는 버릇은 군대에서 생긴 버릇이었다. 위험한 훈련과 작전이 많아 다치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긴 버릇으로 제대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때의 기억이 사무쳤는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 일상생활은 물론 게임에서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경계부터 했고, 모르는 곳에 가면 수시로 좌우를 두리번댔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NPC을 만나면 어떤 유형인지 유심히 살폈고, 새로운 몬스터와 대적하게 되면 긴장해 손에서 땀이 났다.
그렇다고 얼어붙을 정도로 긴장하진 않았다. 경계심과 주의력, 집중력이 적당히 높아질 만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투에는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사람을 사귀는 일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됐다. 상대를 경계해 다가가지 않았고, 상대도 내가 겉도는 모습을 느껴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이런 성격으로 하린을 만난 건 기적 같은 일로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오빠는 생명력과 마나가 적어서 그렇지 그것만 늘리면 40레벨 보스 몬스터도 사냥할 수 있어.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마.”
“알았어.”
- 펑거스 숲의 보스 몬스터 웃음기 많은 버섯돌이가 출현했습니다.
유난히 버섯 모양의 몬스터가 많이 나와 왜 그런가 했더니, 이 숲의 주인이 버섯돌이 펑거스라서 그랬다.
“웃음기 많은 버섯돌이는 가까이 다가가면 웃음을 유발하는 하얀 포자를 집어 던져. 흡입하면 30분 넘게 웃음이 나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방법밖에 없어?”
“이걸 쓰면 잠깐 동안이지만, 웃음 포자가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가까이 다가가서 공격해도 돼. 하지만 1분이 넘어가면 조금씩 웃음 포자가 들어올 거야. 그 안에 끝내야 해.”
“알았어.”
하린이 건네준 건 검은색 마스크는 레오 영지의 인장과 같은 특수 아이템이었다. 특수 아이템은 공격력과 생명력, 마나, 스탯 등을 올려주진 않지만, 아주 다양한 효과가 있어 정예와 보스, 특이한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를 잡을 때 사용했다.
검은 마스크
등급 : 특수 아이템
각종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가루와 독의 흡입을 잠시 동안 막아줌. 가루와 독의 등급에 따라 막아주는 시간이 다름.
내구도 : 80/100
특수스킬 : 없음
착용제한 : 없음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빠르게 놈에게 다가가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사악
경쾌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 내며 날아든 블레이드가 사람 모습을 한 버섯돌이의 커다란 머리를 베는 순간 환영이 생겨나며 버섯돌이가 3개로 늘어났다.
서걱
버섯돌이를 베는 소리는 들렸지만, 소리만 있을 뿐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허공을 벤 느낌이었다.
환영을 벴다는 걸 깨닫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 방패로 머리와 가슴을 보고했다. 왼쪽에 있던 놈이 진짜 버섯돌이였는지 그쪽에서 날아온 주먹만 한 포자 덩어리가 방패를 때렸다.
퍽
방패와 부딪힌 포자가 터지며 하얀 가루가 눈처럼 흩날렸다. 혹시 몰라 숨을 참고 눈을 최대한 작게 뜬 채 바람 가르기를 사용해 놈에게 번개같이 달려들며 삼연격을 사용했다.
둘 다 리히테나 검술로 수련 기간이 짧아 아직 스킬을 익히지 못했지만, 자세는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었다.
“키익.”
빠른 공격에 머리와 어깨를 찔린 버섯돌이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리히테나 검술은 바람처럼 다가가 태풍처럼 거칠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 특징이었다.
뒤로 물러나는 놈을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머리와 가슴, 다리를 연속으로 찔렀다. 온몸이 칼에 찔리자 버섯돌이의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피가 얼마 안 남으면 웃음 포자를 사방에 터뜨리고 숨으려 할 거야.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그래야 웃음 포자를 터뜨리지 못해.”
하린의 말대로 연속으로 삼연격을 흉내 내 놈의 머리를 으깨진 두부가 될 때까지 찔러댔다.
- 파티원 모모님이 펑거스 숲의 보스 몬스터 레벨30 웃음기 많은 버섯돌이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15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15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업적 보너스 150포인트와 평판 보너스 15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펑거스의 웃음 포자를 획득했습니다.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 보스 쿠티티르를 잡을 때보다 웃음기 많은 버섯돌이를 잡는 게 더 힘들었다.
쿠티티르는 40레벨 보스 몬스터였고, 버섯돌이는 30레벨로 몬스터로 버섯돌이를 잡는 게 쉬워야 했다.
그런데도 쿠티티르가 쉬웠던 건 악마, 유령, 언데드 몬스터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홀리메탈 블레이드와 원형 방패 덕분이었다.
사이먼의 용기사 장비가 모두 악마와 유령,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하기 최적화된 아이템인지 알 순 없지만, 블레이드와 원형 방패는 놈들을 상대하기엔 현존하는 최고 장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말은 70레벨 네크로맨서 탈라한 던전을 사냥할 때 생각보다 쉽게 놈들을 요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빠르게 레벨을 올리려면 언데드와 악마, 유령 몬스터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면 2배 빨리 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다.
“홀리메탈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던전이 있어?‘
“수도 크라쿠푸스에서 북쪽으로 300km 떨어진 곳에 미라 던전이 하나 있고, 동쪽으로 500km 떨어진 곳에 구울 던전이 하나 있어. 레벨은 둘 다 40~50이야. 그런데 안 가는 게 좋아.”
“왜?”
“수도 근방에 있는 던전은 약탈 길드가 성화야. 들어가기가 무섭게 뒤치기가 들어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레벨은 낮아도 영지 북서쪽에 있는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에서 사냥하는 게 훨씬 이익이야. 거긴 우리밖에 없어 뒤치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
“첫날 사냥했으니까 열흘 넘었네. 다음 주에 한 번 갔다 오면 되겠다.”
“그것보다 오빠 장비부터 맞춰야겠다. 상급 대장장이를 부하로 두고 칼과 방패, 반지, 망토만 차고 다닌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얘기한다고 해놓고 바빠서 까먹었어.”
“영지와 농노 챙기는 것도 좋지만, 오빠부터 챙겨. 오빠가 있어야 영지도 있고, 농노도 있고, 나도 있는 거야. 오빠 없으면 아무것도 없어.”
“알았어. 돌아가면 바로 얘기할게.”
하린이 말이 맞았다. 내가 있어야 하린이도 있고, 영지도 있었다.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내가 사라진다고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지 못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죽음은 슬픈 것이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와 연결된 세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빠도 업적 보너스하고, 평판 보너스 받았어?”
“어.”
“보스 몬스터 잡아도 주네. 이러면 보스 몬스터 열심히 잡아야겠다.”
“보스 몬스터가 흔해?”
“이 정도 숲 크기면 적어도 4~5마리는 있을 거야.”
“한 지역에 보스가 여러 마리 있어?”
“경쟁자를 가만두지 않는 몬스터도 있고, 가족 전체가 보스 몬스터인 경우도 있어 정답은 없어. 그래도 펑거스 숲은 크기가 커서 몇 마리 있을 거야.”
영주성 영역 동쪽과 남쪽을 둘러싼 숲은 영주성 영역보다 2배 이상 컸다. 영주성 망루에서 보면 엄청나게 넓은 숲이 농지와 목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수해(樹海)에 비유되는 미지의 숲과 비교하면 영주성을 둘러싼 펑거스 숲은 공원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작았다.
아틸라 제국 중심부에 있는 미지의 숲은 좌우 길이가 1,000km가 넘었고, 강력한 몬스터까지 우글대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될 금지 죽음의 땅이었다.
이런 금지는 제국 곳곳에 있었다. 북쪽에는 미지의 숲보다 2배나 큰 얼어붙은 빙하 지대가 있었고, 북서쪽에는 와이번들의 섬 데스페라도, 남쪽에는 사시사철 불을 뿜어내는 용암의 화산지대와 자욱한 안개에 휩싸인 죽음의 정글, 바다 건너에는 인어들의 섬 머메이드 아일랜드가 있었다.
모두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땅으로 이런 곳이 제국 내에만 30곳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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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있어서 이제 들어 왔습니다.
한편 더 올리고 잡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