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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32화 (3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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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지켜라!

32.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원형 방패를 던졌다. 원반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원형 방패가 늙은 여자 농노를 먹어치우던 커다란 흑곰 세 마리의 머리를 연속으로 때리고 돌아왔다.

케엑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의 영향으로 데미지가 1.5배 들어갔습니다.

- 25레벨 흑곰을 사냥했습니다.

- 2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2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2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원형 방패를 던져 흑곰 세 마리를 한 번에 잡아내자 루니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경비대장 조나단의 제자 중 스콜라에 가장 접근한 루니는 혼자서 황색 오크 4~5마리는 잡을 수 있는 실력자였다.

이름 : 루니

나이 : 36살

종족 : NPC

계급 : 평민

직책 : 레오 영주성 경비대 조장

특기 : 피오레 열두 가지 검식

충성심 : 75

성격 : 침작하지만 매우 용맹함

근력 3  순발력 4  체력 5  지력 2

레벨 25짜리 흑곰 세 마리쯤은 루니 혼자서도 1~2분이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 루니가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본 것은 칼이 아닌 방패로, 그것도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던져 한 번에 잡아서였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았다는 사실도 중요했지만, 어떻게 잡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아주 어렵게 잡았다면 그건 잡은 게 아니었다. 다음번에 만나면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내가 흑곰 세 마리를 가볍게 처리한 것처럼 아무런 피해 없이 잡아야만 레벨 25 몬스터를 사냥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루니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내 눈에는 존경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니가 보이지 않았다.

목이 부러지고 배가 열린 채 내장이 파 먹히고 비참하게 죽은 늙은 여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비대 병사 중 흑곰을 처리할 수 있는 병사가 몇 명이나 되나?”

“중급 병사까진 가능하니까... 84명입니다.”

“중급 병사는 혼자서 흑곰을 몇 마리까지 처리할 수 있지?”

“중급 병사는 레벨 30짜리 황색 오크 전사까지 잡을 수 있는 병사를 말합니다. 그러나 개인 실력 차이가 워낙 크고 장비가 열악해 흑곰 1마리 이상은 어렵습니다. 숙련병이 나서야 흑곰 3마리 이상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영지 관리.’

영지 이름 : 레오 영지

영주 이름 : 모모 남작

인구 : 3,126명(자유민 102명, 농노 3,024명)

세율 : 80%

영지 자금 : 2,119골드(다섯 번째 혜택 2,000골드 포함)

식량 : 5개월 치 보관 중

병사 : 248명(니콜라스, 아서, 아더 포함)

스콜라 3, 프리 스콜라 1, 숙련병 30, 중급 병사 50, 하급 병사 161

치안 : 71

상업 : 5

농업 : 15

광업 : 15

영지발전도 : 10

마음속으로 영지 관리라고 외치자 영지 상태창이 눈앞에 떴다. 처음 영지에 왔을 때보다 치안과 광업이 살짝 올랐고, 영지발전도도 1 상승했다. 그러나 농노 한 명이 죽고, 인구도 3,126명으로 줄어들었다.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도로를 닦고 농지를 넓히고 각종 농기구를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사용할 주민이 없으면 알맹이는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과 다를 것이 없었다. 농노가 늘어나도 시원치 않을 판에 몬스터에게 농노가 죽자 참담한 기분이었다.

“돌아가는 즉시 다니엘과 조나단을 집무실로 부르도록.”

“알겠습니다.”

절을 하며 다가오는 농노들에게 시신을 수습하게 하고, 뒤늦게 달려온 병사들에겐 흑곰을 무두장이 브랜틀에게 가져다주도록 했다.

사람을 잡아먹은 놈들이라 고기를 먹을 순 없지만... 이것도 현대인의 기준이라 농노들에게 주면 잘 먹을 것이 분명했다... 가죽과 손발톱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버릴 것이 없었다.

무두장이는 모피의 털과 기름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목공, 대장장이와 함께 영지의 3대 장인(匠人)이었다.

그러나 무두장이 브랜틀과 목공 딜런은 둘 다 중급 장인으로 상급 대장장이인 래틀과 비교하면 실력이 한참 아래였다.

중급 장인은 고급 아이템까지밖에 만들 수 없는 장인을 말하는 것으로 영지마다 한두 명씩은 있었다.

“다니엘 집사.”

“네 영주님.”

“죽은 농노 가족에게 밀 한 포대와 양 한 마리를 내주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지에 있는 모든 것은 영주님의 것입니다.”

“모두 내 것이라는 거 잘 압니다. 그럼 그걸 지키는 것도 내 소관이 아니겠습니까?”

“그.그렇긴 하지만...”

“내가 지켜주지 못해 죽었습니다. 그러니 그녀의 가족에게라도 미안함을 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을 부리는 주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알겠습니다.”

가축보다 못한 농노의 죽음에 밀과 양을 내려주라고 하자 다니엘에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다니엘 집사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The Age of Hero는 힘없는 사람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한 시대였고, 내가 사는 현대는 사람의 목숨이 가장 귀한 시대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의 목숨, 인격, 사랑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농지와 목장에 방어탑을 만들겠습니다. 방어탑의 목적은 몬스터가 울타리를 넘어오는 것을 조기에 발견해 퇴치, 사살하는 것입니다. 총 8곳으로 이곳과 이곳, 이곳에 방어탑을 만듭니다. 높이는 3층으로 단단한 암석으로 하단을 둘러싸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탑을 보호합니다. 이렇게 상단에 화살과 쇠뇌, 소형 발리스타를 설치해 몬스터를 공격합니다.”

“저희 영지에는 발리스타를 만들 기술이 없습니다.”

“그건 내가 설계도를 그려 래틀에게 주겠습니다. 방어탑 설계도도 내일 아침에 줄 테니 화장실 공사 인력 절반을 빼내 내일 바로 공사를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농노 10명당 화장실 1개를 목표로 공동 화장실 10개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열흘간 공사로 땅파기 작업이 얼추 끝나 오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게 벽돌을 쌓고 그 위에 건물만 지으면 완공이었다.

가장 힘든 땅파기 공사가 끝나 절반을 빼내 방어탑 공사에 동원해도 열흘이면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

“조나단 대장.”

“예 영주님.”

“방어탑 하나에 3명씩 2교대로 근무하고, 5일 근무 후 5일 휴식하게 조를 짜세요. 그리고 3명 중 2명이 망을 보는 사이 한 명씩 돌아가며 쉬어야 합니다. 3명 모두 12시간 망을 보면 피곤해서 제대로 망볼 수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영주님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언제 투입하실 계획이십니까?”

“방어탑 공사가 시작되는 내일부터입니다.”

“그럼 내일 아침까지 준비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발리스타는 목재로 만든 거대한 쇠뇌로 돌, 나무탄알, 화살, 창 등을 날리는 공성 병기였다.

그러나 시위를 거는데 큰 힘이 필요해 몬스터를 막을 소형 방어탑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발리스타는 중세 동로마 제국까지 쓰였던 연발 발리스타 폴리볼로스(Polybolos)로 발사와 장전이 자동으로 반복되는 무기로 대형 발리스타처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구조가 복잡해 고장이 잦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연발 석궁 기술을 차용하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다.

1공수 특전여단에 있을 때 석궁도 자주 사용했다. 석궁은 소리 없이 적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로 구조와 원리는 물론 나무로 직접 만든 적도 있어 설계도를 그려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일부터 수도 크라쿠푸스에 자주 다녀올 겁니다. 앞으로 보고할 게 있으면 아침·저녁 식사 시간을 이용하세요.

“알겠습니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잡음이 없도록 다니엘 집사와 조나단 대장이 잘해주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목숨을 바쳐 영지를 지키겠습니다. 영주님.”

다니엘과 조나단이 나가자 레이첼을 불렀다. 둘을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충성심 100인 레이첼을 더 신뢰할 수 있어 매우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레이첼 지금부터 하는 얘기 잘 들어.”

“네 영주님.”

“영지에 심각한 일이 일어나면 여기 있는 비상벨을 눌러. 그러면 바로 달려올 거야. 너 말고는 해줄 사람이 없어 시킨 거니까 절대 잊어버리면 안 돼. 알았지?”

“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킬게요.”

“그래. 너만 믿을게.”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주님!”

집무실 책상 위에 달린 비상벨을 누르면 레오 영지의 영주를 나타내는 영주의 인장, 반지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그러면 재빨리 귀환 마법을 사용해 영지로 돌아와 문제를 해결하면 됐다.

그러나 레이첼에게 심각하게 말한 것처럼 큰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0.0001% 이하였다.

누군가 반란을 일으켜도 동조할 사람이 없었고, 성공한다고 해도 길어야 2~3일이면 진압됐다.

이유는 농노 또는 평민의 반란을 좌시하지 않는 아틸라 제국의 강력한 법과 내 영지와 붙어 있는 국경수비대 때문이었다.

반란이 일어나 영주성을 점령하면 곧바로 국경수비대가 출동해 반란자를 한 명도 남김없이 도륙한다는 걸 알고 있어 누구도 반란을 꿈꾸지 않았다.

레이첼이 집무실을 나가자 게임을 빠져나와 인터넷에서 연발 발리스타 폴리볼로스와 개틀링 기관포에 관한 자료를 찾았다.

연발 석궁이 아닌 개틀링 기관포 자료를 찾은 건 래틀이 상급 대장장이라도 자동 송탄 장치를 만드는 건 어렵기 때문이었다.

정밀 부품을 망치로 때려서 만드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로 한두 개는 어찌어찌 만들어도 수십 개를 만들면 불량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불량 무기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성능이 떨어져도 최대한 불량을 줄일 수 있는 단순한 무기를 만드는 게 나았다.

그리고 자동 석궁은 앞으로 내 영지를 방어할 핵심이 되는 무기로 대량 생산이 용이한 무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수동으로 손잡이를 돌려 총알을 발사하는 개틀링 기관포를 생각하게 됐다.

개틀링 기관포는 미국 남북전쟁 때 리처드 J. 개틀링이 발명한 무기로 10개의 총신을 한 다발로 묶어 한발씩 돌아가며 장전하고 발사되게 한 기관총이었다.

무연화약의 발명과 가스로 작용하는 총이 발달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많은 무기에 작동원리가 그대로 적용된 역사적인 명품 무기였다.

두 가지 자료를 검토해 어떤 식으로 결합시킬지 종이에 여러 번 그려 머릿속에 입력한 한 후 게임에 접속했다.

“레이첼, 래틀을 불러와.”

“네 영주님.”

레이첼이 래틀을 불러오는 동안 자동 석궁 개틀링 석궁의 설계도를 완성했다. The Age of Hero는 화약 무기가 없어 개틀링 기관포처럼 석궁용 화살을 쏠 수 없었다.

그래서 석궁 좌우에 도르래를 달아 핸들 형태의 손잡이를 돌리면 시위가 자동으로 걸리게 했다.

개틀링 기관포에서 차용한 기술은 총알을 공급하는 탄띠로 석궁용 화살을 기관총 탄띠처럼 만들어 쏠 수 있게 했다.

“어때? 만들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

“언제까지 만들 수 있어?”

“일주일 내로 시제품을 만들겠습니다.”

“알았네.”

“영주님. 외람되지만,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뭔데?”

“어디서 이런 신기한 설계도를 입수하셨습니까? 42년 동안 살면서 이런 엄청난 무기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고안한 거야.”

“정말 대단하십니다. 영주님은 위대한 발명가십니다. 아틸라 제국 역사상 영주님 만큼 뛰어난 발명가는 없을 겁니다.”

“별거 아니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별거 아니라니요? 이런 혁신적인 무기는 아란테스 대륙이 생긴 이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영주님은 아란테스 대륙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신 겁니다.”

개틀링 석궁 설계도를 받아든 래틀이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칭송했다.

The Age of Hero에선 없는 기술이지만, 현실에선 수십 년 전에 개발된 기술로 다른 사람이 개발한 기술을 몰래 슬쩍한 것이었다.

래틀이 그런 사실을 알고 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양심에 찔려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거짓말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아오 쪽팔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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