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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6화 (2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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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이트

26. 첫 데이트

이번에도 역시 153명 전원 차가운 호수에서 2시간을 버텼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11월 말이고, 날씨도 크게 추운 지역이 아니지만, 호수는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토리노 강은 만년설이 수원으로 수온이 낮기로 유명한 강이었다. 먼 길을 흘러와 수원이 시작되는 상류만큼 차진 않지만, 수온이 낮아 겨울에는 10분도 버티기 어려웠다. 그런 차가운 얼음물에서 153명 모두 2시간을 버티는 인내심과 오기를 보여줬다.

이름 : 말콤

나이 : 18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없음

특기 : 없음

충성심 : 7

성격 : 간사하며 의심이 많음

근력 1  순발력 2  체력 1  지력 1

10명 중 8명은 순박하고 복종적임, 과묵하고 적응력이 빠름 등 전형적인 농노의 특징을 나타냈다. 그러나 1~2명은 말콤처럼 전혀 다른 기질을 보였다.

그중에는 몹시 사악한 성격도 있었지만, 아주 뛰어난 성격도 있었다. 예를 들면 높은 통찰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 손재주가 뛰어나고 호기심이 많음 등 제대로 가르치기만 하면 크게 성공할 성격도 있었다.

이름 : 아서

나이 : 16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없음

특기 : 없음

충성심 : 55

성격 :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성격으로 높은 통찰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

근력 1  순발력 2  체력 2  지력 3

이름 : 아더

나이 : 16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없음

특기 : 없음

충성심 : 56

성격 : 손재주가 뛰어나고 명석하며, 호기심이 매우 왕성함

근력 1  순발력 2  체력 2  지력 3

153명 중 126명을 합격시키고, 27명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27명은 도저히 경비병으로 뽑을 수 없는 성격을 지닌 놈들로 앞으로 예의주시하며 문제를 일으키면 곧바로 막장에 처넣을 생각이었다.

아서와 아더는 쌍둥이 형제로 순발력과 체력, 지력이 매우 높았고, 인성도 아주 훌륭했다.

농노로 썩기엔 아까운 인재들로 경비대 병사가 아닌 특별 수련생으로 발탁해 내일부터 리히테나 검술을 훈련받게 할 생각이었다.

이런 엄청난 기회를 쌍둥이 형제에게 주는 건 호위기사로 쓰다가 나중에 세력이 커지면 큰 부대를 이끌 장군으로 쓸 생각에서였다.

영지가 발전하기 위해선 인구가 늘어나야 하고, 돈이 되는 특산품도 있어야 하고, 곡물 생산력도 높여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인재였다. 인재가 있어야 영지가 발전할 수 있었다.

나 혼자 노력해선 지금보다 두 배 살기 좋은 영지를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 뛰어난 인재들이 곁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백 배, 천 배 더 살기 좋은 영지를 건설할 수 있었다.

교육을 국가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만큼 인재육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영지 발전을 위해선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는 작업과 함께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부자가 될 수 있었고, 가장 강력한 영지를 만들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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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군인 출신 아니랄까 봐 시간 약속은 칼같이 지키네.”

“일찍 오면 준비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랬어.”

“자상도 하시지. 아침부터 기다린 것도 모르고. 그렇게 걱정되면 미리 전화라도 한 통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미안해.”

비꼬는 하린의 말에 할 말이 없어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은 1시간 전에 집 근처에 도착해 30분 전에 전화해서 나오라고 해야 할지, 10분 전에 전화할지, 5분 전에 전화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정각에 전화한 건 약속 시각보다 여자를 일찍 불러내는 건 준비할 시간을 뺏는 몰상식한 짓이라고 말한 군대 선임 얘기가 떠올라서였다.

군대 선임이 중에 자칭 카사노바라고 떠들고 다닌 선임이 한 명 있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자원입대한 1년 선임 박해문 중사로 2년 동안 100명이 넘는 여자를 작업했다며 입에 달고 다니며 매일 자랑질을 했다.

같은 학교 선후배와 동기들을 동시에 꼬신 얘기,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들과 그룹 섹스를 한 얘기, 헌팅으로 만나 여자들과 골목길에서 떡 친 얘기, 해운대에서 하루에 세 탕 뛴 얘기 등 시간만 나면 여자들과 오입질한 얘기를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재미있는 얘기도 3~4번 반복해서 들으면 웃음이 사라진다. 하물며 4년 넘게 여자랑 그 짓 한 얘기를 매일 같이 듣자 짜증을 넘어 살심이 솟구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꼬시고 자빠뜨리는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비슷해 정말 100명이 넘는 여자를 작업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언제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줘야 했다. 마음은 밤마다 박해문의 이마에 가상의 X를 긋고 야전삽으로 찍는 상상을 했지만, 군대는 계급이 깡패인 곳으로 참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나보다 계급이 높으면 듣기 싫어도 들어야 했고, 웃음이 안 나와도 살을 꼬집어서라도 웃어야 했다.

제대하면 박해문 중사의 얘기는 싹 잊겠다고 하고선 뭐가 씌웠는지 거지발싸개 같은 놈의 말이 생각나 정각 6시에 전화했고, 돌아온 건 하린의 핀잔이었다.

3시간 전에 출타 준비를 마친 하린이는 목이 빠져라 내가 오길 기다렸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거지발싸개의 말에 현혹돼 시간에 맞춰 전화하는 어처구니없는 센스를 발휘했다.

“군대가 체질에 맞았지?”

“아니.”

“융통성 없는 거 보니까 잘 맞을 것 같은데?”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답답해서 싫었어. 불합리한 일도 무조건 따라야 했거든.”

“그래도 불편하지 않으면 맞는 거 아니야?”

“그런가?”

“어휴 답답해. 제대했으면 군대 물 좀 빼.”

“알았어.”

박해문 중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여자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여자는 남자와는 신체구조가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로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남자야 머리 감고 수건으로 털어낸 후 로션 하나 바르면 끝이지만... 나는 로션도 바르지 않았다... 여자는 머리 말리고 빗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여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화장을 안 해도 예쁜 여자가 있었고,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여자도 있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여자는 남자처럼 후다닥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여성을 만나는 건 길가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았다.

TV와 영화가 아니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여자로 나 같은 가난한 남자는 더더욱 만날 수 없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인생 아무도 모른다고 여신 같은 여자, 하린이를 내가 만났다.

하린이는 립스틱도 칠하지 않은 민얼굴로 나타났지만, 선명한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 탓에 온종일 정성 들여 화장한 여자보다 백 배는 예뻤다.

옷은 7부 멜빵바지에 하얀 면티, 짧은 머리를 야구 모자로 가린 아주 평범한 차림이었지만, 보이시한 매력이 철철 흘러넘쳐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나름 첫 데이트(?)라 고민했겠지만, 아무리 길게 잡아도 1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아주 소박하게(?) 준비를 끝낸 시간이 3시간 전이라고 했다. 내 생각이지만, 어쩌면 훨씬 그 이전에 끝냈을 수도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정각에 맞춰 전화했으니... 내가 하린이었다면 핀잔이 아니라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다음에 또 이러면 죽는다.”

“알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

“분명히 약속했다.”

“어.”

다음에 또 이러면 죽는다는 말에 심장 쿵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 말은 다음에도 나를 만나겠다는 말로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닌 하린이도 내게 큰 관심...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식당이 몰려있는 학교 정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부축하는 척 손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회복력이 정말 뛰어난지 다리를 절뚝이지 않고 씩씩하게 잘 걸어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지만, 아직은 연인도 애인도 아닌 아는 사이라서 손을 잡을 수도, 바짝 붙어 걸을 수도 없어 30cm쯤 거리를 벌리고 걷자 조바심과 어색함이 밀려왔다.

5분쯤 그렇게 걷자 내 기분을 눈치챈 하린이 빙그레 웃으며 팔짱을 끼듯 손을 걸치며 팔을 기대왔다.

부드러운 손과 팔이 몸에 닿자 풋풋하면서도 향긋한 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향기에 취하자 또다시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난생처음 여자와 팔을 낀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미치도록 심장이 빠르게 뛰자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너 또 이상한 상상 했지?”

“아. 아니야.”

“얼굴이 다 말해주고 있어. 어디서 거짓말이야.”

“좋아서 그런 거지 다른 뜻은 없어.”

“이런 숙맥.”

얼굴이 빨개진 걸 확인한 하린이 숙맥이라고 놀렸다. 그러나 나만 얼굴이 빨개진 게 아니었다.

숙맥이라고 놀린 하린의 얼굴도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다. 남자처럼 스스럼없이 내 팔을 잡은 하린이도 내 탄탄한 팔의 감촉과 남자의 체취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부끄럼을 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수줍은 소년 소녀처럼 서로의 향기에 취해 얼굴이 빨개진 채 거리를 걸었다.

“너는 왜 얼굴이 빨개졌어?”

“힘들어서 그런 거야. 너처럼 음흉한 생각 해서 그런 거 아니야. 바보 멍텅구리야!”

“하하하.”

바보 멍텅구리라는 궁색한 변명에 웃음을 터뜨리자 하린이 인상을 확 쓰며 째려봤다. 눈을 반달로 만들며 환하게 미소 짓자 귀엽게 입술을 삐죽 내밀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

“뭐 사줄 거야?”

“뭐 먹고 싶은데?”

“그런 건 남자가 미리 생각하고 와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내 멋대로 정하면 네가 싫어할까 봐 정하지 않았어. 그리고 이 근처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배려심도 너무 지나치면 매력 없어. 다음부터 그러지 마. 알았어?”

“응. 그럴게.”

하린이의 말이 맞았다. 첫 데이트(?)인데 무얼 먹으면 좋을지 남자가 정하고 오는 게 맞았다.

예전과 달리 사소한 것도 남녀가 의견을 내 조율하는 시대였지만, 최소한 어떤 것을 먹을지, 어디가 좋을지 몇 군데 알아보는 것쯤은 남자가 해야 했다.

“그런데 학교 근처에서 밥 사 먹어 본 적 없었어?”

“없어.”

“한 번도?”

“어.”

“그럼 밥은 집에서 모두 해먹는 거야?”

“어.”

“네가 해먹는다고?”

“해먹는다고 말하는 것보다 대충 때운다고 해야겠네. 대부분 인스턴트식품이니까.”

“매일 라면만 끓여 먹는 거야?”

“매일은 아니야. 가끔 즉석밥도 먹어.”

즉석밥보다 라면을 많이 먹는 건 식비 차이가 엄청나서였다. 라면은 한 개만 있어도 한 끼를 때울 수 있지만, 즉석밥은 반찬이 필요했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아무리 가난해도 간장 하나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김치라도 하나 있어야 즉석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칫값이 즉석밥보다 몇 배나 비쌌다. 그리고 25살 건장한 청년이 즉석밥 하나로 한 끼를 때우는 건 형벌이나 다름없어 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라면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TV를 보면 연예인들이 성공하기 전 라면 하나로 세 끼를 해결했다는 인터뷰를 곧잘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었다. 2~3일은 그렇게 먹는 것이 가능해도 일주일이 넘어가면 영양실조로 쓰러진다.

그만큼 배고팠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었지만, 매우 지나친 허풍으로 인기를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감성팔이 하는 것밖에 안 됐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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