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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2화 (2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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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테나 검술

22. 리히테나 검술

“쉽지 않은 문제네.”

“아! 죄송해요. 영주님. 제가 그만 깜빡 잠들었나 봐요. 용서해주세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너만 잠든 거 아니야. 나도 잠들었어. 그러니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제가 영주님을 잘 모셨어야 하는데, 잠든 바람에 그러지 못했어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괜찮아. 날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어.”

“영주님의 외로운 밤을 달래드리지 못했는데 화나지 않으세요?”

“화낼 일이 아니잖아. 잔 것뿐인데.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집사가 물어보면 내가 아주 만족했다고 말해. 나도 그렇게 말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한 가지 더. 당분간 잠은 너 하고만 잘 거야. 그러니 다른 시녀 침실에 들이지 마.”

“정말요?”

“난 레이첼 네가 시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그러니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밤 시중은 네가 들어. 다른 시녀 들여보내면 화낸다. 알았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영주님! 죽을 때까지 영주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녀 레이첼이 모모님의 진실한 마음에 크게 감명받아 충성심이 최대치인 100에 도달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름 : 레이첼

나이 : 20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시녀장

특기 : 시중 및 청소

충성심 : 100

성격 : 순종적이며 쾌활함

근력 1  순발력 1  체력 2  지력 2

시녀를 계속 바꾸면 관계를 맺지 않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레이첼 한 명만 데리고 잘 생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 것인데...

슈퍼에고 컴퓨터 환인도 인간의 마음을 읽지는 못하는지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들여 레이첼의 충성심을 단번에 100까지 올려놨다.

‘거짓말로 충성심을 올릴 수 있네. 그러면 다른 농노들도... 아서라. 내가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그런 짓으로 충성심을 올리고 싶진 않다. 그리고 양치기 소년이 어떻게 됐는지 잘 알잖아. 한두 번은 속일 수 있어도 여러 번 속이면 결국 들통 나게 돼 있어. 그러면 사람 꼴만 우스워지는 거야. 뭐든지 정공법으로 가야해. 그래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

“5시에 니콜라스 경 만나기로 해서 씻고 나가봐야 해. 4시 20분이니까 너는 좀 더 자다가 나와.”

“아니에요. 저도 5시면 일 시작해야 해요. 영주님 씻는 거 도와드리고 일하러 갈게요.”

“그러면 30분 더 누워 있어. 씻는 건 나 혼자 해도 돼.”

“아니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따뜻한 물 준비할게요.”

“찬물로 씻어도 돼.”

“안 돼요. 겨울이라 물이 너무 차가워요.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물 데우려면 오래 걸리잖아?”

“아니에요. 주방에서 아침 준비하려고 물을 끓이고 있어요. 그거 펌프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돼요. 금방 해요.”

“기계식 펌프도 있어?”

“아니요. 수동 펌프에요.”

수동 펌프는 예전 시골에서 쓰던 손잡이 하나 달린 작두펌프를 연상하면 된다. 대신 영지에서 쓰는 수동 펌프는 대형으로 손잡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 건장한 남자들이 마주 보며 힘차게 눌러야 했다.

아이린과 아만다가 씻겨 준 후 바로 로그아웃해서 씻을 것도 없었다. 그러나 레이첼은 밤새 같이 잔 거로 알고 있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뒀다.

3분쯤 기다리자 욕조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방에 내려간 레이첼이 남자 일꾼들을 불러 3층 욕실로 물을 올려보내게 한 것이다.

황궁을 비롯한 대도시의 부호와 상급 귀족의 저택에는 마법을 이용한 물품이 많았다.

The Age of Hero는 마법 문명이 발달한 곳으로 기계 대신 마법을 이용해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펌프는 기본이었고, 냉장고, 에어컨, 마법 전구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마법이 사용됐다.

그러나 마법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선 마나석이 있어야 했다. 투명한 유리 막대처럼 길쭉하게 생긴 마나석은 현대의 석유, 석탄처럼 마나를 품고 있는 에너지원으로 각종 마법 도구와 마법진을 가동하는데 사용됐다.

공간이동 마법진인 포털 역시 마나석을 이용해 사람과 물건을 먼 곳까지 이동시키는 장치로 포털과 같은 대형 장치는 마나석과 함께 대기에서 마나를 모으는 마나 집적진을 같이 사용됐다.

하지만 내 영지처럼 가난한 시골영지는 풍력을 이용한 풍차방앗간과 물을 이용한 수력방앗간이 전부였다.

마나석 광산은 철광석, 석탄 광산보다 더욱 희귀해 러시아보다 2배나 넓은 아틸라 제국에서도 5개밖에 없었고, 다섯 곳 모두 황제가 직접 관리할 만큼 중요한 전략 자원이었다.

다이아몬드, 루비, 철광석 광산에서 가끔 발견되기도 했지만, 양이 매우 적어 대부분 황제 직영 마나석 광산에서 충당했다.

“영주님, 이리 오세요.”

“어.”

레이첼의 손에 끌려 욕실에 들어가자 어젯밤 시녀들이 했던 것처럼 가운을 벗기고 따뜻한 물을 끼얹은 다음 비누 거품을 낸 후 온몸을 문질렀다.

레이첼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부끄러웠지만, 하룻밤 같이 잤다고 머뭇거림도 없이 발기한 고추를 양손으로 비벼댔다.

“윽.”

“영주님, 하고 싶으시면 지금 하셔도 돼요.”

“바.밤에 하자. 지.지금은 시간이 없어.”

“네.”

도발적인 레이첼의 말에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안 그래도 어젯밤 거사(?)를 미루며 욕망이 목구멍까지 차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가슴과 음부만 살짝 가리고 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라고 말하는 레이첼의 모습은 도발을 넘어 나를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레이첼의 마수에서 빠져나오자 시녀 아이린과 아만다가 가슴이 반쯤 드러난 야한 메이드복을 입은 채 따뜻한 우유 꿀차를 들고 서 있었다.

아이린과 아만다까지 보자 어젯밤 일이 다시 생각나 고추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짐승이 될 것 같아 우유 꿀차를 코로 마셨는지 입으로 마셨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급하게 들이키고 도망치듯 침실을 빠져나와 연무장으로 향했다.

”정말 이러다 죽겠네. 하아.“

이름 : 아이린

나이 : 20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시녀

특기 : 수발 및 청소

충성심 : 35

성격 : 끈기와 인내심이 강하며 감성이 풍부함

근력 1  순발력 1  체력 2  지력 1

이름 : 아만다

나이 : 20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시녀

특기 : 수발 및 청소

충성심 : 36

성격 : 매사에 적극적이며 참을성이 강함

근력 1  순발력 1  체력 2  지력 1

아이린과 아만다는 레이첼과는 단짝 친구로 시녀장이 된 레이첼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검은색 긴 생머리의 아이린은 웃으면 반달 눈이 되는 귀여운 시녀로 레이첼만큼 글래머였고, 은청색 긴 생머리의 아만다는 쌍꺼풀이 짙고 코가 아주 오뚝한 전형적인 서구 미녀로 몸매는 레이첼과 아이린보다 조금 빈약했지만, 한국 여성과 비교하면 우월 그 이상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일찍 나온 것이지 영주님이 늦은 게 아닙니다.”

연무장에 도착하자 니콜라스가 미리 나와 있었다. 나온 지 1시간은 됐는지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이 빳빳하게 얼어있었다.

아틸라 제국 동쪽 끝에 있는 내 영지는 남쪽에 치우쳐 있어 겨울에도 크게 춥진 않았다.

그러나 북부에 비해 춥지 않다는 뜻이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어 밤에는 아주 쌀쌀했다.

그리고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는 허리까지 오는 폭설이 자주 내려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제가 영주님께 알려드릴 검술은 리히테나 검술입니다. 아틸라 제국 10대 검술에는 들지 못해도 쾌검술 중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검술입니다. 그리고 검술의 후반부를 찾을 수만 있다면 10대 검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최고의 검술입니다.”

“후반부요?”

“리히테나 검술은 1,300년 전 마스터 오브 마스터, 하이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라 불리던 희대의 검객 로만 리히테나가 창안한 검술입니다. 1,000년 전 아틸라 제국을 건국한 아틸라 황제와 제국을 돕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6명의 용기사, 지금은 사라진 바텔 왕국의 전설적 창기사 지그문트 파엘, 300백 년 파르톤 제국에서 배출한 쌍검술의 대가 한스 마이어와 함께 전설처럼 회자되는 10대 고수입니다. 그러나 후반부 검술이 사라지며 반쪽짜리 검술로 전락해 지금은 아틸라 제국 10대 검술에도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틸라 : 골드 와이번 아비타시온의 주인, 건국 황제, 대검의 대가

사이먼 :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주인, 한손검과 화염 마법의 대가

시드 : 블루 와이번 위스타리아의 주인, 전격 마법의 대가

파브리스 : 그린 와이번 에스페란사의 주인, 독 마법의 대가

몬테 : 실버 와이번 아루카데아의 주인, 암살의 대가

베르니 : 블랙 와이번 파스토랄의 주인, 암흑 마법의 대가

안젤로 : 화이트 와이번 프란돌의 주인, 궁술의 대가

한스 마이어 : 300백 년 파르톤 제국에서 배출한 쌍검술의 대가

지그문트 파엘 : 바텔 왕국의 전설적 창기사

로만 리히테나 : 1,000년 전 하이 마스터, 검술의 대가

이상 열 명이 니콜라스가 말한 10명의 전설적인 고수로 이중 와이번의 주인 7명은 다음 주 월요일 패치 되는 일곱 용기사였다.

재미있는 건 일곱 명 모두 귀족이 아닌 평민과 농노 출신으로 동시대에 태어나 활약했고, 아틸라를 도와 제국을 건설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또한, 제국이 세워진 후 아틸라를 뺀 6명은 홀연히 사라져 이제껏 소식이 없었다는 것도 같았다.

‘사이먼이 일곱 용기사 중 한 명이 맞았네. 그런데 마검사였어?’

마검사는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직업으로 각종 마법 주문을 상점에서 사서 배울 수 있는 유저에게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NPC 사이에선 매우 드문 일로 마법과 검 둘 다 대성한 NPC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리히테나 검술 전반부는 세 번 빠르게 찌르는 삼연격과 상대에게 빠르게 다가가 찌르는 바람 가르기, 화염 검기를 날려 상대를 공격하는 불새, 그리고 이동속도와 공격 속도를 동시에 올려주는 리히테나 검술 마스터 이렇게 네 가지 스킬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상대의 무기와 마법을 효과적으로 막고 공격하는 방법들로 스킬은 아니지만, 꾸준히 수련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손발을 이용하는 격술은 없습니까?”

“죄송하지만, 정통으로 배운 격술은 없습니다. 그러나 실전에선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걸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기 없이 손발을 이용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유저와 NPC를 The Age of Hero에선 무투가라고 불렀다.

우리말로 바꾸면 격투기로 칼이나 활을 쓰면 손발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싸우다 보면 발을 써야 할 때도 있고, 칼을 놓칠 때도 있어 손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워둬야 했다.

군대 있을 때 특공무술을 배웠지만, 사람을 기준으로 만든 무술이라 고레벨 몬스터를 상대할만한 수준은 아니라서 보다 체계적이고 위력적인 격술이 필요했다.

니콜라스가 알려준 유연성을 기르는 체조로 30분간 몸을 풀고, 가장 기본이 되는 찌르기와 베기를 30분간 연습했다.

군대에서 총검술과 특공무술, 단검술 등을 배웠지만, 정식 검술을 배운 적은 없어 자세 잡는 게 쉽지 않았다.

The Age of Hero는 몸이 아닌 머리로 하는 게임으로 생각만으로 어떤 자세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난도의 자세는 흉내 내는 것도 힘들어 비틀거리기 일쑤였고, 같은 자세를 계속 반복하자 허벅지와 팔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쉽지 않군요.”

“처음치고 아주 잘하시는 겁니다. 제가 처음 리히테나 검술을 배울 땐 몇 달간 흉내도 내지 못하고 넘어지기만 했습니다.”

“너무 띄워주지 마십시오. 못하는 건 못한다고 혼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영주님은 소질을 타고나셨습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소질이라면 니콜라스의 말이 맞았다. 그러나 소질보다는 5년간 군대에서 구른 효과였다.

군대에서 칼날 길이만 70cm 되는 장검을 휘두르진 않았지만, 체력훈련과 다양한 자세 훈련을 쉬지 않고 해 얼추 모습을 흉내 낼 수 있었다.

리히테나 검술 전반부는 치는(베는) 격법(擊法)이 7가지, 찌르는 자법(刺法)이 18가지로 베는 것보다 찌르기 위주의 검술이었다.

또한, 공격이 시작되면 아주 빠르게 상대에게 다가가 찌르고 베며 결정타를 먹여야 해 걸음걸이인 보법(步法)에도 공을 들여야 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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