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17화 (1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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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발전시키라!

17.

“인원을 30명까지 늘려주면 한 달에 몇 개나 만들 수 있지?”

“인원이 늘면 한 달에 10세트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만, 기술이 없는 초보자들이라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생산량이 늘어날 겁니다.”

“다니엘 집사, 내일 중으로 일꾼 30명을 대장간에 지원하세요. 그리고 시설도 최고로 맞춰주고, 크기도 최대한 넓히세요.”

“알겠습니다.”

“래틀, 일꾼들이 적응 할 때까진 한 달에 강철 장검과 스쿠툼 5세트를 만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창과 철제 농기구를 만들면 되네.”

“알겠습니다.”

철제 농기구를 만들라고 한 건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였다. 중세시대에는 튼튼한 철제 농기구가 흔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건 TV와 영화가 만든 허상이었다.

끊임없는 전쟁과 수탈로 억압받는 농민들은 철제 농기구를 가진 농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궁핍했다.

농노가 생긴 것도 이런 영향 때문으로 가난한 농민은 농사를 짓기 위해 영주의 농기구를 빌려 쓸 수밖에 없었다.

시대적 배경에 충실한 The Age of Hero에선 대다수 농민과 농노가 부서질 것 같은 낡은 철제 농기구나 나무로 만든 농기구를 사용했다.

황제 직영지였던 이곳 역시 상황이 같아 철제 농기구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무기보다 철제 농기구 보급이 더욱 시급했다. 그러나 수비병이 가진 무기도 농노들의 농기구와 별반 다르지 않아 검은 오크가 늘어나기 전에 처리하려면 무기 보급부터 해야 했다.

“당분간 농한기라 일손이 남을 것 같은데, 목장 때문에 일손 빼기가 어려운가?”

“가축은 여자들이 돌봐도 충분합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도로포장과 화장실 설치 공사를 시작할 테니 남자 농노들을 영주성 앞으로 집결시키도록 하세요.”

“농지를 늘리는 게 아니라 화장실을 설치하고 도로를 포장한단 말입니까?”

“길가에 버리는 오물만 없어져도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진창만 해결해도 오가는 길이 열 배는 빨라질 겁니다. 그리고 오물을 강과 호수에 버리면 식수가 오염돼 식중독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것들을 선결하지 않고는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 영지도 발전할 수 없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공사를 시작할 테니 저녁 먹기 전까지 계획을 짜서 가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일감을 하나씩 쥐여준 후 집무실로 올라와 게임을 종료했다. 캡슐을 빠져나오지도 않고 재래식 화장실을 만드는 방법과 자잘한 돌을 이용해 도로를 까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군대에서 공사라면 지겹도록 해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아도 화장실을 만드는 것과 간단한 도로를 까는 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왕이면 손이 덜 가는 방법으로 찾는 게 농노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라 1시간 넘게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The Age of Hero는 가볍게 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 하늘에서 건물이 뚝 떨어지듯 생기고, 땅에서 솟아나듯 멋진 도로가 만들어지는 일이 없었다.

나무를 베고 옮기고 다듬고, 땅을 파고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얻는 등 집 짓고 도로를 내는 등 힘쓰는 일은 모두 사람과 가축의 힘을 빌려야 했다.

땅을 파고 나무를 자르는 일은 마법으로 일부 도울 수 있지만, 마법사는 기사만큼 귀한 존재로 힘 있는 귀족이 아니면 공사에 동원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리고 The Age of Hero는 중세 시대라 중장비도 없어 작은 길 하나를 뚫는데도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했고, 물건을 나를 때도 가축과 마차를 이용해야 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저와 NPC 모두 상점에서 스킬북을 구입해 각종 마법과 스킬을 익힐 수 있어 누구나 기사와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질을 통해 금화를 구할 수 있는 유저와 달리 NPC는 귀족이나 상인이 아니면 금화를 구경도 할 수 없어 상점에서 스킬북을 사는 건 꿈같은 소리였다.

정예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면 스킬북을 구할 수 있지만, 나올 확률이 장비 아이템보다 더욱 낮아 상점에서 사는 게 빨랐다.

또한, 스승에게 스킬을 전수받는 방법도 있지만, 평민은 스승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웠고, 천운으로 스승을 구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질이 뒷받침 돼야 스킬을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스킬을 구한다고 바로 마법사와 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스킬에는 경험치가 있었다.

무기 마스터(초급 0/200)

초급 스킬만 해도 경험치가 무려 200으로 이를 모두 채워야 견습 마법사와 견습 기사(스콜라)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마법사와 기사는 중급 스킬을 마스터한 정식 마법사와 정식 기사(프리 스콜라)부터로 이들부터 귀족 작위인 기사가 주어졌다.

상급 스킬을 마스터하면 마도사와 프로보스트라 불리며 준 남작 또는 남작에 봉해졌고, 특급 스킬을 마스터하면 아크 메이지와 소드 마스터로 불리며 만인의 존경과 함께 백작 작위를 받았다.

그러나 중급 스킬은 500, 상급은 1,000, 특급은 3,000이나 숙련 경험치가 필요했고, 최소 다섯 가지 스킬은 마스터해야 전투에서 확실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뛰어난 실력자가 되는 것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보다 더 험난했다.

“디그(Dig) 마법만 있어도 공사 기간을 확 줄일 수 있을 텐데.”

디그 마법은 땅을 파는 마법으로 집을 짓거나 길을 낼 때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지만, 몬스터 사냥에는 크게 도움이 안 돼 배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진창을 그대로 두고 돌을 깔면 지반침하가 심해 몇 달 후에는 울퉁불퉁해서 마차가 다닐 수 없게 될 거야. 오래도록 도로를 유지하려면 진창을 모두 걷어내고 땅을 깊이 판 다음 부서진 돌을 채워 두껍게 지반을 다져야 하는데, 사람 손으로 걷어내려면 너무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화장실 만드는 것도 그렇고.”

“디그 마법을 말한 게 그 때문이에요?”

“어.”

“안타깝지만, 현재 모모님이 쓰실 수 있는 자금은 없어요.”

“알고 있어.”

2,000골드는 영지 발전을 위해 준 일곱 가지 혜택 중 하나로 개인적인 일에 사용할 수 없었다.

철광석 광산과 솜씨 좋은 대장장이들도 내가 영주로 부임하며 생긴 것으로 지금은 철괴가 없어 무기와 농기구도 만들 수 없었다.

어제부터 철광석을 캐고 있지만, 철광석을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제련한 다음 무기와 농기구를 만들려면 빨라도 일주일은 걸렸다.

그리고 병사들과 농노들이 쓸 무기와 농기구부터 갖춰줘야 해 올해 안에 팔 무기와 농기구는 없었다.

“주변에 사냥할 만한 곳은 없어?”

“영주성 영역 너머에 펑거스와 늑대, 흑곰 등이 나오는 숲이 동쪽과 남쪽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어요. 가장 강한 몬스터도 레벨이 20밖에 안 돼 많이 약하지만, 숫자가 많고 빠르게 사냥할 수 있어 저주받은 스켈레톤이 나오는 던전보다 돈벌이는 더 좋아요.”

“레벨이 좀 더 높은 몬스터는 없어?”

“서쪽 토리노 강 남쪽에 버그베어 서식지가 있어요. 레벨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고요. 그리고 동쪽 농지 너머에 레벨 40대의 자이언트 판다도 있어요.”

현재 돈 벌 방법은 사냥밖에 없었다. 영지의 주요 작물은 밀과 콩, 보리, 감자, 양털, 양고기 등으로 황제 직영지로 있을 때는 국경 수비대에 보내고 남는 것은 수도로 올려보냈다.

이제는 모두 내 것으로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근처 영지에 팔거나 1년에 3~4차례 영지를 방문하는 상단에 넘기면 됐다.

그러나 당장은 팔 게 없었다. 영지관리 상태창에 나온 5개월 치 식량은 다음 추수까지 먹을 식량이지만, 말이 좋아 5개월 치였지 현대인이 먹는 양으로 따지면 2개월 치도 안 됐다.

중세 시대는 하루 두 끼만 먹어도 괜찮게 사는 집으로 조르주 준 남작은 영지에서 일하는 관리와 수비병, 일꾼들의 식량을 최소한으로 계산하고 남은 것은 모두 국경 경비대에 넘기고 수도로 줄행랑을 쳤다.

영지관리 상태창에 나온 식량을 빼고 농노들이 갖고 있는 식량도 있었다. 그러나 농노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 하루 한 끼 먹기도 모자라 배고픔을 견디기도 어려웠다.

조르주 준 남작이 하던 대로 영지를 운영한다면 겨울작물을 수확할 때까지 별 탈 없이 영지가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최소 수십 명이 기아로 죽고, 질병으로 그보다 많은 수가 죽을 것이다. 농노에겐 인권이 없어 죽어도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이들은 이제 내 재산이자 미래였다.

한 명이 아쉬운 판에 죽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동물을 사냥해 최대한 식량을 충당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식량을 사들여 농노들이 죽는 걸 막아야 했다.

“병사들과 함께 사냥하면 포인트도 얻을 수 있고, 사냥한 아이템도 모두 모모님 거잖아요. 내일 오후부터 훈련을 겸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어떠세요?”

“포인트를 얻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지휘관은 부하들이 사냥한 포인트의 일정 부분을 받게 설정되어 있어요. 농노는 모모님의 재산이자 부하로 몬스터를 사냥하면 얻게 되는 포인트의 20%를 모모님이 받게 돼요.”

“삥 뜯는 거네?”

“전쟁에서 직접 총 들고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지휘관은 없어요.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예요. 작전을 짜고 효율적으로 병사를 운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지휘관의 몫이에요. 그렇게 승리를 이끈 지휘관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국가로부터 받죠. The Age of Hero에선 보상을 포인트로 지급하는 거고요.”

아란의 말이 맞았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휘관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게 맞았다.

그러나 나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휘관이 아닌 영주라는 신분을 이용해 힘없는 농노들의 포인트를 빼앗는 것이었다.

하지만 The Age of Hero의 시스템이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한 처사였다.

불합리하다고 투덜댈 게 아니라 병사들을 강하게 조련해 그들도 살고 나도 이익을 챙길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게 지휘관이 해야 할 일이었다.

똑똑똑

“영주님, 다니엘입니다. 낮에 말씀하신 계획안을 가져왔습니다.”

다니엘 집사가 만들어온 도로포장과 화장실 설치 공사 계획안은 예상했던 대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다니엘은 10년간 집사 업무를 훌륭히 수행했지만, 행정 아카데미를 나온 전문가가 아니었다.

다니엘의 아버지 루이스가 영주성 집사로 20년간 근무해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보고 배워 집사 업무를 잘한 것뿐이었다.

교육을 통해 집사가 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훈육과 집사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집사가 된 것으로 배움의 깊이가 얕아 기본적인 업무 이상을 요구하면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나 역시 전투 요원이었지 공사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니엘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군대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쌓은 경험과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가 있어 다니엘이 만든 설계도보다는 훨씬 나은 설계도를 갖고 있었다.

“구덩이를 깊이 파고 벽돌로 바닥과 벽을 촘촘하게 막은 다음 진흙으로 틈새를 완벽하게 막도록 하세요. 그리고 한 번 더 벽돌과 진흙으로 막아 오물이 새지 않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항아리나 플라스틱 통을 땅에 묻고 그 안에 오물을 담는 게 토양 오염을 예방하는 방법이었지만, 내 영지는 너무 낙후돼 옹기조차 구울 수 없어 벽돌과 진흙을 이중으로 쌓아 오물 누수를 최대한 막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옹기(甕器)는 선사시대부터 만들어져 쌀, 술, 기름, 간장, 젓갈 등 음식물을 저장하거나 시신을 넣는 관으로 사용된 아주 오래된 생활용품이었다.

그러나 The Age of Hero는 서양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해 옹기 굽는 기술이 없었고, 내가 물려받은 황제 직영지는 밀과 콩 재배를 위주로 해 도자기 굽는 가마도 없었다.

이 시대는 도자기는 매우 비싼 사치품으로 농노와 평민들은 나무 접시를 사용했고, 귀족들만이 도자기와 은으로 된 식기를 사용했다.

“바닥 공사가 끝나면 이렇게 직사각형 구멍을 만들고 구멍마다 사람이 한 명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나무 벽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지붕과 문도 설치해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게 하면 됩니다.”

“벽과 문도 있어야 합니까?”

“엉덩이 보여주며 볼일 보고 싶습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농노들에게 그렇게까지 잘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화장실을 만들어 준 것만 해도 영주님을 평생 칭송할 겁니다.”

“농노도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입니다. 최소한의 배려는 해주는 게 주인 된 도리입니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화장실은 여럿이 같이 사용하는 공동화장실로 구덩이를 여러 개 파기 힘들어 한 개씩 크게 파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칸마다 항아리를 가져다 놓고 그 안에 물을 채워놓으세요.”

“물은 왜 준비해야 합니까?”

“볼일을 봤으면 손과 엉덩이를 씻어야 할 거 아닙니까.”

“풀로 닦으면 됩니다.”

“그러면 오물이 손과 엉덩이에 남아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집니다.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온종일 찝찝한 상태로 돌아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순번을 정해 물을 떠다 놓게 하고,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씩 깨끗하게 청소하게 하세요. 그래야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 작품 후기 ============================

글을 읽어보신 후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난번 작품과는 어떻게 다른지 작품서평란에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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