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8화 (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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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8.

애들 싸움이든 어른 싸움이든 싸움은 선빵만 한 게 없었다. 상대의 급소를 정확히 때릴 수만 있다면 한 방으로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선빵필승의 원칙에 따라 오른쪽에 있는 스켈레톤 전사에게 재빨리 다가가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서걱

- 홀리메탈의 영향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블레이드로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의 머리를 내려치자 두부를 자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칼이 들어가며 단번에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두 동강이 났다.

- 30레벨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를 사냥했습니다.

- 3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열 배는 더 날카로운 블레이드의 위력에 죽은 스켈레톤보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단단한 뼈를 자르는 느낌도 없이 잘랐고, 잘린 단면도 절단기로 자른 것처럼 매끈했다.

성장형 에픽 아이템이란 문구에서 뛰어날 거란 건 짐작했지만, 이 정도로 위력적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강력한 무기를 얻었다는 마음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동료의 죽음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스켈레톤 전사의 허리를 수평으로 베었다.

으아아악

서걱

- 홀리메탈의 영향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똑같은 문구의 메시지가 귀에 들렸다. 그러나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스켈레톤은 이미 죽은 언데드 몬스터로 머리를 부숴야 완벽히 제압할 수 있어 허리를 베면 몸만 분리될 뿐 죽지 않았다.

사냥했다는 메시지를 뜨지 않은 것은 이 때문으로 허리가 끊긴 스켈레톤이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와 녹슨 칼로 다리를 찌르려 했다.

- 30레벨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를 사냥했습니다.

- 3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다리를 살짝 구부리며 원형 방패로 머리를 내려치자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 순간 남은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녹슨 칼을 휘둘러 내 머리를 베어왔다.

방패로 칼을 막으며 밀쳐내자 가슴을 얻어맞은 놈이 비칠비칠 뒤로 밀려났다. 중심을 잃고 기우뚱대는 놈의 머리를 블레이드로 가볍게 자르자 아까와 같은 메시지가 들렸다.

- 홀리메탈의 영향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30레벨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를 사냥했습니다.

- 3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어. 아주 쉬워.”

“제가 쉬울 거라고 했잖아요.”

“미안해. 믿지 못해서.”

“처음이라 긴장돼서 그런 거 알아요. 마음 쓰지 마세요.”

“고마워.”

아란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지만, 첫 사냥이라 많이 긴장돼 아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레벨 30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약해 빠져 한칼에 한 마리씩 반듯하게 잘려나갔다.

이건 반항할 수 없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연습하는 것처럼 너무 쉬워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칭호와 에픽 아이템, 홀리메탈이 없었다면 어림없는 소리로 특전사 출신이라도 달랑 녹슨 단검 한 자루였다면 한 마리 잡는 것도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은 3층까지밖에 없는 작은 던전으로 지금 속도면 2시간 안에 던전을 클리어하실 수 있을 거예요. 힘내세요.”

“알았어.”

아란의 응원을 받으며 길게 뻗은 통로를 따라가며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를 처리했다.

3마리씩 몰려다니는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는 공격 패턴이 일정하고 움직임도 빠르지 않아 사냥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500m쯤 전진하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자 지하 1층과 같은 구조의 석실과 통로가 나왔다.

지하 2층은 지하 1층보다 2배 넓은 형태로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와 기사가 함께 나왔다.

스켈레톤 기사는 녹슬었지만, 형태가 잘 잡힌 카이트 실드와 칼, 가슴보호대, 투구 등을 차려입었고, 움직임도 전사보다 2배가량 빨랐다.

그러나 전사가 워낙 느려 기사도 빠른 움직임은 아니었고, 방어구 역시 홀리메탈 블레이드가 스치기만 해도 과자처럼 부서져 2층을 돌파하는 것도 1층만큼 쉬웠다.

“장비 아이템이 이렇게 잘 나오지 않는 게 맞는 거야?”

“가장 낮은 등급인 하급 아이템을 얻을 확률도 1% 이하예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래도 너무했다. 200마리 넘게 잡았는데 하급 아이템 하나도 안 나오는 건.”

“희소성이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요?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잖아요.”

“그 말이 맞네.”

지하 1층과 2층을 합쳐 200마리가 넘는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와 기사를 잡았지만, 얻은 건 뼈다귀 7개가 전부였다.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의 뼈다귀 5개

저주받은 스켈레톤 기사의 뼈다귀 2개

스켈레톤의 뼈다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템으로 얻는 족족 상점에 팔아야 했다.

그러나 가격이 개당 동화 1개로 7개면 700원밖에 안 돼 인벤토리 자리만 차지해 버리는 유저도 있었다.

1시간 동안 700원을 벌자 앵벌이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겠다는 부푼 꿈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러나 아란의 말을 듣자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The Age of Hero에서 아이템 가격이 비싼 이유는 완제 아이템 드롭율이 매우 낮아서였다.

대다수 MMORPG는 하급, 일반, 고급 등 낮은 등급의 아이템은 몬스터 3~4마리만 잡아도 2~3개는 기본으로 떨어졌다.

덕분에 누구나 기본적인 아이템을 쉽게 갖출 수 있어 초반 게임 진행이 아주 유리했다.

하지만 쉬운 만큼 희소성이 없어 아이템과 게임머니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The Age of Hero는 옵션이 전혀 없는 하급 아이템조차 구경하기가 쉽지 않아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그러나 구하기 어려운 만큼 그만한 값어치를 했고, 가격도 꾸준히 올라 원성보다는 찬성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없는 레어 아이템을 착용한 유저들은 남들과 차원이 다른 아이템을 가졌다는 자부심과 우월감으로 The Age of Hero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다.

그리고 이들을 동경하며 자신도 그와 같은 아이템을 손에 넣고 싶은 유저들은 온종일 게임에 매달리며 The Age of Hero를 세계 최고의 게임으로 이끄는데 한몫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이템 드롭율이 낮아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손에 넣기 힘든 만큼 괜찮은 아이템 한 개만 얻어도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 있어 획득 확률이 낮다고 실망할 이유가 없었다.

3층으로 내려가자 저주받은 스켈레톤 마법사와 기사가 함께 나왔다. 기사 두 마리가 빠르게 다가와 칼을 휘두르자 다 떨어진 누더기 망토를 걸친 마법사가 기다란 지팡이를 휘둘러 조그마한 냉기 덩어리 콜드 빔(Cold Beam)을 쏘아댔다.

펑펑펑

홀리메탈 원형 방패로 날아드는 콜드 빔을 막으며 블레이드로 기사의 녹슨 방패와 머리를 통째로 자르고 마법사에게 달려갔다.

냉기 마법 콜드 빔은 1서클 마법에 불과하지만, 맞은 부위가 얼어붙어 움직임에 지장을 줘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그러나 마법 효과가 미치는 범위가 넓지 않아 방패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고, 홀리메탈의 효과로 언데드 몬스터가 사용한 공격은 데미지가 50% 감소해 충격도 테니스공이 날아와 부딪치는 정도에 불과해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1서클 마법도 빠르게 발사하지 못하는 꼴통 마법사라 손쉽게 처리하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빠르게 전진했다.

달려드는 스켈레톤 기사와 마법사를 처리하며 30분쯤 전진하자 커다란 원형의 석실이 나왔다.

석실에는 스켈레톤 기사 10마리와 마법사 3마리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왼손으로 받쳐 든 말 탄 기사 듀라한이 있었다.

검은 갑옷에 검은 망토를 두른 채 검은 말을 탄 듀라한 쿠티티르는 이름이 금색 글씨로 반짝반짝 빛났다.

보스 몬스터는 듀라한 쿠티티르처럼 몬스터 명과 함께 고유한 이름이 금색으로 빛났고, 정예 몬스터는 붉은색 글자로, 일반 몬스터는 검은색 글자로 쓰여 있었다.

-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 보스 듀라한 쿠티티르가 나타났습니다.

“감히 내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마. 놈을 죽여라!”

“네!!”

듀라한 쿠티티르가 나를 죽이라고 명령하자 군례를 취한 기사들이 녹슨 칼을 치켜들고 뛰어왔다.

기사들이 달려들자 내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콜드 빔을 쏘아댔다.

쿠티티르가 움직이기 전에 졸개들부터 없애고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뒤로 한 발짝 크게 물러서며 홀리메탈 원형 방패를 원반처럼 던졌다.

휘이잉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원형 방패가 마법사 3마리의 머리를 스리쿠션으로 부수고 돌아왔다.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원형 방패는 설명에 나온 대로 부메랑처럼 던져 적을 공격할 수 있고, 상대를 공격한 후 내게 다시 돌아와 공격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 홀리메탈의 영향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35레벨 저주받은 스켈레톤 마법사를 처리했습니다.

- 3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3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3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나이스.”

스켈레톤 마법사 3마리를 단숨에 잡아내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2층에서 스켈레톤 기사를 방패로 몇 번 잡아봐 마법사를 잡는 일은 놀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한 번에 3마리를 잡아낼 줄을 생각도 못 했다. 이렇게 던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던진 것인데 생각한 것처럼 날아가 정확히 마법사 3마리의 머리를 부수고 돌아왔다.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잡을 무기가 생겼다는 기쁨을 애써 누르며 달려드는 기사들을 빠르게 제압했다.

1분도 안 돼 부하 13마리가 모두 죽자 쿠티티르가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얼이 빠진 틈을 노려 재빨리 방패를 던지자 놀란 쿠티티르가 칼을 휘둘러 방패를 쳐내려 했다.

묵직한 원형 방패가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 쿠티티르가 휘두른 대검과 부딪치자 대검이 얇은 음료수 알루미늄 캔처럼 구겨졌다.

아그작

자신 있게 휘두른 대검이 힘없이 꺾이자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방패가 검은 흉갑을 때렸다.

“크으악.”

방패가 흉갑을 때리자 단단한 흉갑이 과자처럼 부서지며 쿠티티르의 몸까지 힘껏 밀쳐냈다. 3m나 붕 날아오른 쿠티티르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떨어졌다.

- 홀리메탈의 영향으로 데미지가 1.5배 들어갔습니다.

잰걸음으로 빠르게 다가가 바닥을 구르는 쿠티티르의 머리를 칼로 내려쳤다. 그래도 보스라고 한 방에 죽을 순 없었는지 머리가 둥실 떠올라 칼을 피했다.

그사이 몸을 일으킨 듀라한이 등에 메고 있던 양날 도끼를 꺼내 들고 빠르게 휘두르며 다가왔다.

팅팅팅

방패로 도끼를 막으며 몸을 최대한 낮춰 무릎을 베었다. 검은색 다리 보호대가 종잇장처럼 찢기며 오른쪽 다리가 무릎 아래로 떨어져 나갔다.

“크악.”

비명을 지른 쿠티티르가 하나 남은 왼쪽 다리로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나며 양날 도끼를 던졌다.

머리를 숙여 도끼를 피하고 방패를 던졌다.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방패가 복부를 파고들자 쿠티티르의 육중한 몸이 또다시 붕 떠올랐다.

홀리메탈 원형 방패를 던져 몸을 공격한 후 허공에 뜬 쿠티티르의 머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다가가 블레이드로 내려쳤다.

서걱

“크악!”

단단한 머리가 정확히 반으로 잘리자 처절한 비명과 함께 목 없는 듀라한 쿠티티르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 옆으로 쓰러졌다.

털썩

- 홀리메탈의 영향으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 보스 듀라한 쿠티티르를 사냥했습니다.

- 고급 아이템 듀라한 쿠티티르의 망토를 획득했습니다.

- 4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작품 후기 ============================

글을 읽어보신 후 작품서평란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난번 작품과는 어떻게 다른지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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