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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7. 사냥
“셋 다 마음에 드는데 걱정되는 게 있어.”
“뭔데요?”
“충성심. 그게 없으면 불안해서 옆에 둘 수가 없잖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죽으라고 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충성스러운 부하들이에요. 어떤 일이 있어도 모모님을 배신하는 일은 없어요.”
“진짜?”
“그럼요. 이곳은 The Age of Hero잖아요.”
“하하하하. 아주 마음에 들어. 좋아.”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배신하지 않는 부하는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로 인간은 작은 유혹에도 쉽게 흔들려 배신을 밥 먹듯이 했다.
그러나 The Age of Hero는 슈퍼에고 컴퓨터 환인이 만든 세상으로 환인의 뜻에 따라 절대 배신하지 않는 NPC도 만들 수 있었다.
일곱 가지 혜택 역시 환인이 결정한 것으로 절대 배신하지 않는 부하도 환인의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
“아란이라면 누굴 고르겠어?”
“그건 제 권한 밖의 일이라 도와드릴 수 없어요. 모모님이 혼자 결정하셔야 해요. 죄송해요.”
“아니야. 괜한 걸 물어본 내 잘못이야. 미안해.”
“또 그러신다. 미안하다는 말 안 하기로 해놓고.”
“이런...”
숙련된 병사 100명이면 영지의 치안과 방비를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고, 몬스터의 침입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숙련된 병사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 육군 병장을 생각한다. 그러나 육군 병장은 숙련된 병사가 아니라 단기 의무병에 지나지 않았다.
The Age of Hero에서 말하는 숙련된 병사는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도 살아남은 고급 병력을 뜻했다.
이들은 검, 메이스, 창, 석궁 등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다재다능한 병사로 용병으로 따지면 특급 용병에 해당했다.
프리 스콜라는 기사 계급에 속하는 고급 인력으로 숫자가 다섯 명밖에 안 됐지만, 정통 검술을 익힌 고급 무관이었다.
혼자서 황색 오크 10마리는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전투력을 보유한 인재로 지휘관으로서의 역량도 매우 뛰어나 여건만 따라주면 단숨에 큰 부대를 만들고 지휘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였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세 번째 은퇴한 노기사였다. 프로보스트 최상급은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실력자로 일인 군단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팔이 하나 없고 나이도 많아 실제 전투에선 프리 스콜라 다섯 명보다 못할 수도 있었다. 한 마디로 상징성은 대단했지만, 영지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아란의 말처럼 검술 선생으로 쓴다면 내 모자란 검술 실력을 완벽히 채워줄 수 있었다.
1공수 특전여단에서 5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며 각종 살인기술을 배웠고, 격투술과 단검술에선 여단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로 몬스터를 상대로 꿀릴 게 없었다.
그러나 살인기술은 정통 검술과는 거리가 먼 변칙 기술로 무술, 무도와는 차원이 다른 하급 기술이었다.
일반 몬스터를 상대하면 살인기술만으로도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지만, 정예 몬스터부터는 전투력이 확연하게 달라져 제대로 배운 정통 검술이 아니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면 숙련병 100명 또는 프리 스콜라 5명을 고르는 게 맞았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당장 이익은 없어도 노기사를 택해 내 모자란 검술과 경험을 전수받는 게 맞았다.
“은퇴한 노기사를 선택할게.”
“아주 현명한 선택이세요.”
“고마워.”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던 아란이 현명한 선택이라며 칭찬했다. 그 말은 눈앞에 있는 실익보다 미래를 선택한 내 결정이 맞는다는 뜻으로 앞으로 노기사가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곱 가지 혜택을 모두 드렸으니 이제 저와 함께 영지로 가세요.”
“Part 2 패치는 다음 주 월요일 아니었어?”
“공개는 월요일 아침 10시지만, Part 2 시나리오는 The Age of Hero가 서비스되기 이전부터 이미 준비되어 있던 거라 지금 바로 이동해 영지를 다스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급한 거 아니면 사냥 좀 하고 가도 될까? 캐릭터 만들고 사냥을 한 번도 안 해봐서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어. 그리고 아이템도 얻었으니 위력도 확인해보고 싶어.”
“그러세요.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요.”
“그러면 잠시 밖으로 내보내줘. 성 밖에 나가 몬스터 좀 잡아볼게.”
“이곳보다는 모모님 영지 외곽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어요. 성 밖 초보존에서 홀리메탈 무기를 휘두르면 사람들이 경악할 거예요.”
“알았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와 모모님을 인도하라. 텔레포트!”
아란이 주문을 외우자 내가 서 있던 바닥에 원형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마법진이 생겨났다.
마법진이 완성되자 아란이 큰 목소리로 텔레포트라고 외쳤다. 그러자 마법진이 밝게 빛나며 나와 아란을 마법진 속으로 빨아 당겼다.
“우욱.”
“많이 어지러우세요?”
“어. 머리가 빙빙 돌아 속이 매스꺼워 죽겠어. 영지에 있는 공간이동 마법진도 텔레포트 마법처럼 많이 어지러워?”
”원리가 같으니 다를 게 없죠.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이라 그런 거지 여러 번 사용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텔레포트 마법진과 공간이동 마법진은 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졌지만, 이동하는 동안 아주 빠르게 빙글빙글 돌아 심한 멀미를 느꼈다.
헬기를 타고 빠르게 기동할 때도 멀쩡했는데, 텔레포트는 헬기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으로 속이 니글거려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군대에서 극악한 놀이기구(?)는 많이 타봐 1분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자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던 구역질을 멈췄다.
“스탯부터 확인하세요.”
“어떻게 하는데?”
“상태창 오픈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 돼요.”
‘상태창 오픈.’
이름 : 모모
종족 : 인간
직업 : 전사(영주)
칭호 : 아틸라 제국 남작
포인트 : 0
스태미나 : 175/180
생명력 : 1,200/1,200
마나 : 400/400
근거리 공격력 : 280(+50)
원거리 공격력 : 80(+50)
마 법 공격력 : 50(+50)
방어력 : 180
근력5(+3) 순발력5(+3) 체력5(+3) 지력5
사이먼의 용기사 아이템 세트 효과
2세트 : 이동속도 10% 상승
3세트 : 생명력 500 상승
장비 아이템 효과
용기사 사이먼의 붉은 심장 반지(에픽) : 화염 데미지 50 추가
모모 남작의 홀리메탈 블레이드(에픽) : 공격속도 20% 상승
모모 남작의 홀리메탈 원형방패(에픽) : 방패 막기 확률 20% 향상
아이템 특수 옵션
화염 저항력 100 증가
언데드와 악마형 몬스터 공격력 50% 증가
언데드와 악마형 몬스터 공격 50% 흡수
패시브 스킬
무기 마스터(초급 0/200) : 무기 숙련도를 높여 공격력을 향상시킴
초급 마스터 달성 - 공격력 10% 증가
방패 마스터(초급 0/200) : 방패 숙련도를 높여 막기 확률을 향상시킴
초급 마스터 달성 - 막기 확률 10% 증가
강인한 의지(초급 0/200) : 강인한 의지의 숙련도를 높여 생명력 향상시킴
초급 마스터 달성 - 생명력 10%
지나가는 사람을 모두 붙잡고 밤새도록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과 상태창, 누구도 갖지 못한 영지가 생기자 8년 넘게 축 처진 어깨가 단숨에 쭉 펴졌다.
가진 게 없다는 것은 어깨를 축 처지게 하는 일로 술값 때문에 눈치 보는 샐러리맨처럼 8년을 기죽어 살았다.
그러나 이제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윈 보지 않아도 된다. 누구도 갖지 못한 영지와 누구도 갖지 못한 성장형 에픽 아이템을 가졌다. 이것만 있으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어떻게 하면 영지를 발전시켜 아틸라 제국 최고의 영지로 키울 것인가, 어떻게 The Age of Hero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를 이용해 나를 아프게 한 사람들을 혼내주는 것, 그것이 내가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 일이었다.
“이곳은 모모님의 영지 서북쪽에 있는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이라는 작은 던전이에요. 출몰하는 몬스터는 일반적인 스켈레톤보다 강한 저주받은 스켈레톤 전사와 기사, 마법사, 듀라한으로 레벨은 30레벨 초반부터 후반까지 있어요.”
“30레벨이면 사냥이 처음인데 너무 강한 거 아니야?”
“근력과 순발력, 체력 스탯이 8이에요. 아이템도 반지와 검, 방패 세 개밖에 없지만, 스탯이 3씩 붙은 에픽이고, 공격력과 방어력도 최대인 100씩 붙었어요. 거기다 검과 방패는 언데드 몬스터와 상극인 홀리메탈로 저주받은 스켈레톤을 잡는 건 절대 어렵지 않아요.”
벽사파마(辟邪破魔)의 힘이 깃든 홀리메탈은 우주에서 떨어진 별똥별 운철(隕鐵)로 특이하게 악마, 유령, 언데드 등 사악한 몬스터에겐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했다.
또한, 강도(剛度)와 탄성(彈性), 절삭력(切削力) 등도 매우 우수해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악마와 언데드 몬스터에 비슷한 성질을 나타내는 미스릴은 강철보다 훨씬 가벼워 활동성이 좋았지만, 홀리메탈은 강철보다 3배나 무거워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문에 방어구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무기에만 사용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운철에서만 구할 수 있어 가격이 너무 비싸 무기와 방패 전체를 홀리메탈로 만든 아이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알았어.”
아란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 듯 알았다고 말했지만, 입이 바짝 마르고 손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군대에서 5년 동안 사람 죽이는 훈련을 수없이 했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짜 살인이 아닌 게임 속 몬스터 사냥이었지만, The Age of Hero에서 뛰어다니는 모든 것은 현실 속 생명체와 다를 것이 없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호흡으로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허리를 굽혀 붉은 흙을 한 움큼 쥐여 손에 대고 비볐다.
흙을 비비는 건 손에 고인 땀을 제거해 무기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도 있지만,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것으로 군대에서 생긴 버릇이었다.
손에 흙을 묻히자 긴장됐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마음이 안정되자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원형 방패를 꺼내 왼팔에 껴 가슴을 보호하고,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꺼내 수평으로 들어 올려 언제든 상대를 찌를 자세를 잡고 천천히 돌계단을 내려갔다.
방패 중앙에 와이번 카르파고스가 새겨진 홀리메탈 원형 방패는 길이가 60cm로 팔에 끼고 무기를 막는 형태로 배불뚝이처럼 가운데가 비스듬히 튀어나와 있었다.
날카롭게 날이 선 홀리메탈 블레이드는 손잡이를 뺀 칼날 길이가 70cm로 칼 표면에 살짝 홈이 패여 칼끝까지 이어진 형태로 칼끝으로 갈수록 비스듬히 좁혀져 베기와 찌르기 둘 다 가능했다.
서양에서 가장 널리 쓰인 아밍 소드(Arming Sword), 기사검(Knightly Sword)과 같은 형태의 한손검으로 원형 방패와 마찬가지로 손잡이와 검갑에 와이번 카르파고스가 새겨져 있었고, 검신은 파랗게 빛나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은 황량한 계곡에 자리한 허름한 사원 지하에 있는 던전으로 무너져가는 건물 지하를 내려가자 어두침침한 석실이 나왔다.
The Age of Hero는 필드와 던전을 보여주는 지도가 없어 처음 가본 길이나 던전은 길을 찾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상점에서 지도를 작성하는 맵 스킬을 팔아 이를 이용해 지도를 만들면 됐지만, 가장 싼 스킬도 금화 1개로 가난한 사람은 기본적인 스킬조차 익힐 수 없었다.
석실을 나서 기다란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뼈만 앙상한 스켈레톤 전사 3마리가 녹슨 방패와 칼을 들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스탯이 향상한 덕분인지 어두침침한 지하 석실에서도 물체가 또렷이 보였다. 스탯은 상태창에 나온 것 이외에도 공격속도, 이동속도, 명중률, 회피율, 치명타 확률, 시력, 소지무게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런 수치는 슈퍼에고 컴퓨터 환인이 공개하지 않아 유저들이 직접 스탯 수치에 따른 각종 확률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내용을 게시판과 게임 채널에 소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유저의 전투 감각에 따른 차이가 심해 100% 신뢰할 수 없었고, 참고 사항 정도로 보면 적당했다.
============================ 작품 후기 ============================
글을 읽어보신 후 작품서평란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난번 작품과는 어떻게 다른지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