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기의 신-110화 (110/178)

< 리액팅 (reacting; 반응연기) (4) > 끝< 리액팅 (reacting; 반응연기) (5) >

이도원은 머리가 아파졌다.

저쪽에선 ‘백 프로덕션 인수 건’을 쉽게 진행하지 못했다. 백 프로덕션의 내부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도원의 어머니인 ‘김희주’란 변수를 두고 인수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이도원은 어머니에게 요청했다.

“<키스톤 월드>측 사람을 만나주세요. 지분이 보장되는 상태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아직 결정 못했다고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대신 구두로만 전하시고 저들이 양도나 위임장을 통해 힘을 실어달라고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거절하시면 돼요.”

결국 한시가 급한 <키스톤 월드> 차기열 회장측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인수 건을 진행했다. 마침내 백 프로덕션 인수 건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총회 날짜는 해외출장을 나갔던 차기열 회장이 돌아오는 5월 25일로 정해졌다.

*

2022년 3월 1일 예술의 전당.

배우들은 그동안 지츠프로베(Sizteprobe; 연습막바지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이 음악을 맞춰보는 리허설)와 편한 복장으로 배우들의 동선을 맞추어보는 테크니컬 리허설, 실제 공연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해 중간에 끊지 않고 진행되는 드레스리허설을 모두 마쳤다.

공연 당일 예술의 전당 분장실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여섯 명의 스태프가 삼십 명 배우들의 분장을 하는 일명 분장 콜타임. 나이가 어린 배우 순에서 나이가 많은 배우 순으로 분장을 하는데 굉장히 지루한 시간이 계속된다.

이도원은 바로 분장실로 가지 않고 배우들 이름이 붙여진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긴 시간 동안 분장을 마친 배우들이나 대기하는 배우들이 풀 메이크업을 한 채 평상복을 입고 식사 중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남몰래 웃은 이도원이 단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나이가 가장 어린 차지은은 제일 먼저 분장을 끝낸 상태였다.

그녀를 본 이도원이 얼굴을 찡그리며 장난을 쳤다.

“몰라보겠다야. 분장인지, 변장인지…….”

1000석이 넘는 대극장 공연이었기에 배우들의 이목구비가 보이려면 변장에 가까운 분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심하게 두꺼운 분장이 필요한 것이다.

차지은은 떡볶이를 입에 한가득 물고 이도원을 노려봤다. 이내 오물거리며 입안을 깨끗이 청소한 그녀가 말했다.

“오빠도 이리 와서 좀 드세요.”

“난 괜찮아.”

이도원이 말했다. 첫 공연이라 그런지 속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상태를 단번에 알아본 노련한 배우 정태화는 음식이 펼쳐진 곳을 향해 이도원의 등을 툭 밀며 말했다.

“먹어둬. 공연하다 힘 빠지면 끝이다.”

“네.”

이도원은 고분고분하게 누가 쓰던 이쑤시개를 집었다.

차지은이 눈가를 좁히며 새 이쑤시개를 건넸다.

“새 걸로 드세요, 오빠. 내가 좀 드시라고 할 땐 안 먹더니…….”

이도원은 피식 웃었다.

한쪽 귀에는 여전히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옆모습을 보다가 발견한 차지은이 물었다.

“오빠, 뭐 들어요?”

“영어.”

이도원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차지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예? 무슨 영어? 오빠 요즘 영어공부 해요?”

“할리우드 가야지.”

이도원의 대답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남들이 모두 장난인 줄 알 정도로 높은 산이라면 넘어볼 가치가 있다. 잠깐 생각한 이도원은 맞장구를 치며 함께 웃고 말았다.

‘그나저나 태화 선배님은 오늘 왜 오셨지?’

더블캐스팅이었기 때문에 이도원과 정태화는 격일로 공연을 했다. 궁금증이 든 이도원이 차지은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날이야? 태화 선배님이 직접 다 오시고.”

“아, 태화 오빠가 오빠 첫공은 무조건 봐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담되네.”

짧게 대답한 이도원이 시익 웃었다.

‘기대도 되고.’

뒷말을 삼킨 이도원은 떡볶이를 다 먹고 목을 풀었다.

<투사> 무대인사로 조금 늦게 도착한 바람에 분장 대기 순위가 뒤로 밀린 것이다.

이도원은 한 시간 쯤 지나서 분장실로 갔다.

분장을 하고, 마이크를 달았다. 마이크는 허리벨트에 부착하는 송신기와 이어져있었다.

마지막으로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 군복을 입는 도중, 차지은이 문을 왈칵 열었다.

“야!”

이도원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이미 의상을 입은 차지은은 훤히 드러난 탄탄한 상체를 빤히 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익 웃었다.

“속옷은 좀 입죠, 오빠? 빨리 나와요. 파이팅 콜하게.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파이팅 콜.

공연 시작 삼십 분 전 쯤, 무대 감독이나 연출의 특별한 당부가 있거나 배우들끼리 단합하며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이었다.

이도원은 서둘러 옷을 입고 나갔다.

그가 속옷을 벗고 입는 이유는 타임 슬립 전 공연 당시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무대에 서면 덥고 땀이 흐르는데다, 대학 때부터 맨몸에 착 붙게 의상을 입으면 공연 성적이 잘 나왔기에 생긴 습관이었다.

복도에는 배우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이 잠시 기다리자, 신용운이 등장했다.

“구호는 정했나?”

이도원은 연습을 많이 빠졌던 터라 구호를 알지 못했다. 그는 멀뚱하게 차지은을 바라봤다.

차지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한독립을 위하여! 에요.”

이도원은 순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차지은의 귀에 대고 물었다.

“너무 일차원적인 구호 아니야? 네가 정했지?”

차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어때서요?”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은 신용운이 말했다.

“자, 자. 특별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저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그동안 연습한 모든 것을 잊고 본능에 맡기세요. 우리의 연습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저절로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호랑이 같던 신용운은 무대를 앞두고 천사 같이 돌변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럼 파이팅 콜 외치겠습니다. 도원이?”

이도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무대에 오른 듯 근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대한독립을 위하여!”

차지은에게 장난을 치던 것과 달리 진지한 태도였다.

그에 배우들이 복도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대한독립을 위하여!”

*

‘무대.’

이도원은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서서히 박동했다.

‘모두들 왔겠지?’

배우들 개인당 다섯 장의 초대권이 나왔고 이도원은 어머니와 누나를 비롯해 이상백 대표, 오준식, 유성연을 초대했다. 가까운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더욱 긴장감이 솟았다.

이도원은 고개를 털고 눈을 스르륵 감았다.

“스으으으-.”

이도원은 허파에 바람을 뺐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눈을 뜨자, 곁에 서있는 차지은의 굳은 얼굴이 보였다.

‘센 척 했었네. 애도 처음이야.’

이도원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차지은이 깜짝 놀라자, 이도원이 귓가에 대고 말했다.

“본능에 맡기세요. 본능에.”

신용운이 했던 말을 따라한 이도원이 씩 웃었다.

차지은은 헛웃음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말 잘 듣는 여동생 같았다.

이도원은 조금 특이한 묘사를 떠올렸다.

‘길 잘 든 애완 토끼 같군.’

그때 불현듯 객석이 어두워지더니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려오고,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이내 이도원과 독립군 역할의 배우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안개 낀 자작나무 숲으로 모여들었다.

이도원은 천천히 걸어 나가며 입을 열었다.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몸부림을 뚝 그쳤다.

이도원은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굵직한 호흡이 담긴 대사가 미동 없이 흘러나왔다.

“내 조국의 하늘 아래서 살아갈 그 날을 위해 수많은 동지들이 타국의 태양 아래서 싸우다, 자작나무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애절한 눈빛과 목소리.

이도원은 천천히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들의 간절했던 염원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이 뜨거운 조국애와 간절함을 담아 저, 안중근… 이 한 손가락 조국에 바치겠습니다.”

이내 뮤지컬 <영웅>의 ‘단지동맹’이라는 열두 명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도원이 가장 먼저 시작을 알렸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

망국의 땅-.”

열두 명이 함께 합창했다.

“우리는 모였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뜨거운 심장으로-.”

이도원은 그 노래를 받아 불렀다.

“나 이 순간 맹세 하나니

비록 조그마한 일이나

이것은 결의의 시작이니

뜨거운 피로써 싸우리라-.”

음에 따라 이도원의 손도 올라갔다.

코러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도원이 먼저 돌아앉으며 손가락을 끊었다.

“윽.”

그가 태극기를 꺼내 보여주자, 다른 배우들이 한걸음 씩 모여들어 등을 돌려 앉으며 손가락을 끊었다.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태극기를 들고 천천히 일어난 그들은 돌아서며 넓게 퍼져서 합창했다.

“아- 나 오늘 이 순간 맹세 하나니- 내 조국 위하는- 우리의 열정.

우리 여기 모여

함께 나눈 순간

결코 져버리지 않으리-.”

이도원을 중심으로 비장한 표정으로 배우들이 모여들어 피분장이 된 천으로 두른 손을 내보이며 노래를 이어갔다.

“우리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리-

잊지- 말자- 오-늘-.”

객석을 가르는 힘찬 목소리!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극이 시작됐다.

이도원은 무대 뒤편으로 나와서 교대한 배우들의 연기를 귀로 들었다. 이마에는 벌써부터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인터미션(intermission; 공연 중간의 휴식시간)을 포함하면 백육십 분, 제외하면 두 시간짜리 공연이었기 때문에 체력조절도 상당히 중요했다.

이도원과 독립군이 나오는 파트 다음 장면에선 ‘이토 히로부미’와 가상인물이자 명성황후 살해 당시 도망친 마지막 궁녀 ‘설희’가 등장했다. 나이대가 있는 노련한 배우들답게 놀라운 연기력과 노래실력을 보여주었다. ‘설희’가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명성황후의 복수를 꿈꾸는 장면이 묘사되었다.

다음 이도원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가 설희와 만나는 장면이었다.

“김 내관님!”

‘김 내관’은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 초대 황제 고종이 설립한 직속 비밀정보기관) 요인들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이도원의 부름에 김 내관이 반갑게 화답했다.

“어서 오게! 안중근.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그때 이도원이 고개를 돌려 설희를 의식했다.

그 표정을 발견한 김 내관이 소개했다.

“아, 인사들 나누게. 여기는 명성황후마마의 마지막 궁녀인 설희네.”

이도원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입니다.”

목소리는 근엄하고 행동은 절제돼 있었다.

완벽히 ‘안중근’의 모습을 몸에 입힌 이도원을 보며 김내관 역의 배우는 아주 잠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몰입하기 편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설희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으로 건너가서 우리들에게 귀한 정보를 보내줄 것이네.”

설희를 바라보는 이도원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정교한 표정연기와 함께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그 험한 일들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이도원의 섬세한 연기는 관객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표정을 볼 수 있는 관객은 기껏해야 맨 앞 줄, 시력이 좋다면 두 번째 줄 정도다. 따라서 이도원의 디테일한 연기는 바로 상대 배우를 위한 배려였다.

그걸 고스란히 체감하며, 설희 역할의 여배우가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남자든 여자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때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필요한 정보들을 보내겠습니다. 부디 큰 뜻 이루십시오.”

단단한 심지가 느껴졌다.

김 내관이 이도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친구를 한 번 믿어보게.”

이도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설희를 보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모든 동작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크고 정확했다. 또한 대사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발성을 토대로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특히 대극장일수록, 연기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들은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었다.

다음으로 일본군과 독립군이 쫓고 쫓기는 장면이 나왔다. 추격 장면은 도시 배경을 3D 영상으로 처리하고 무대와 영상, 배우들이 모두 움직이며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도시 전체를 뛰어다니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24인조 오케스트라가 실연하여 추격전의 팽팽한 긴장감을 살려주고, 독립군들은 아크로바틱에 파쿠르 동작을 접목한 안무로 역동적인 추격전을 구현했다.

다음으로 ‘링링’ 역할의 차지은과 배우들과도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었다. 극중 ‘링링’은 ‘안중근’을 짝사랑하는 가상의 인물인데, 차지은은 연습 때보다 훨씬 좋은 기량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늘었어. 연기가 자연스럽다.’

그건 연기를 하고 있는 차지은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도원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해석했다.

‘휴… 아무래도 내가 정말 호감이 생긴 것 같네.’

연습 때마다 연기에 몰입하면서 점차 생긴 감정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도원에게 마음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호흡을 맞추던 이도원이 급하게 사라지고, 무대에 홀로 남아 수줍은 제비꽃 화분을 든 차지은은 그 감정을 고스란히 살려 제비꽃에게 중얼거렸다.

“이게 내 운명일까? 아니… 우리 운명일까?”

확실한 것은 지금 당장 연기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노래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필이면 제목도 <이것이 첫사랑일까>.

차지은의 잇새로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운명은 이렇게 다가와

심장도 이렇게 뛰어와

열여섯 소녀의 두근거림

그래 너는 내 맘 알거야-.”

관객에게 설레는 감정을 전하려면 진한 분장에 어울리는 큰 표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차지은은 훌륭히 소화해냈다.

“설레는 이 느낌 무얼까

떨리는 이 마음 아실까

붉어진 내 얼굴, 떨리는 내 입술.

그래 너는 내 맘 알거야-.”

차지은은 자연스럽게 음을 올리며 설레는 소녀의 감정을 달음박질로 표현했다. 무대를 뛰는데도 음정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서- 크게 눈 떠보니-.”

팔을 크게 벌리고 크게 눈을 뜬다.

동작과 표정, 가사가 어우러졌다.

“어느새 내 맘에 봄이

숨을 크게 쉬고- 주윌 둘러보니- 어느새 내게도 사랑이-.“

차지은은 제비꽃을 품에 안으며 노래를 마무리지었다.

“미풍에 실려 온 제비꽃 이 향기

그의 마음도 내게 왔네

마음에 아련히 스며드는 느낌

이것이 첫사랑일까-.“

실제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노래에 몰입해서 그런가?’

두꺼운 분장 속 얼굴이 달아오른 느낌이었다.

불현듯 이도원의 훤칠한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한편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주인공인 이도원은 무대 뒤에서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너무나 편하게 부르는데도 자유자재로 올라가는군. 음정을 갖고 놀다니… 반칙이야.’

남녀를 비교할 수 없지만 이도원은 오직 노래로 전달할 수 있는 감정만큼은 자신이 차지은을 추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타고난 목소리와 음역대, 음감과 재능부터가 남달랐다.

‘연기는 그저 그런데.’

정작 본인은 노래보다 연기를 더 좋아한다니, 참으로 얄궂은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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