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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126화 (126/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26화

32. 재회(4)

“정말 이걸 제가 써도 될까요?”

사내가 가져온 것은 4군단장의 심장.

핵을 부수는 순간, 그 속에 있는 에너지를 흡수해 강제 탈피를 이뤄낼 수 있다.

그녀는 그 커다란 결정체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 지금까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저거 하나면 이 끔찍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감(減)할 수 있다니 끌리지 않을 리 없었다.

“왜, 필요한 거 아니었나?”

“물론, 저야 좋긴 한데, 이게 사실 이 세상에 4개밖에 남지 않은 귀한 거거든요.”

선소연은 입맛을 다시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을 종용했다.

사실 본인이 가져봐야, 인류에게 하등 도움 될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고통만 줄어들 뿐이지 시간을 번다거나, 봉인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차라리, 적합한 사람을 찾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후의 전쟁에서 조금이나마 승산을 높이는 방안일지도 몰라요.”

“난 뭐든 상관없다. 애초에 이런 돌덩이에 관심 없기도 하고……. 사용법도 몰라. 그냥 그쪽이 필요해 보이길래 꺼냈을 뿐.”

사내의 대답에 크라켄도 동의했다.

[그의 말이 맞다. 혹여 그대의 말대로 다른 이를 찾아 키운다 해도 소용없어. 그 결정체 하나로 이뤄낸 1차 탈피로는 군단장의 발끝에도 못 미칠 거니까. 그냥 그대가 섭취하고 강 현의 5차 탈피를 도와라. 어차피 그가 기억을 찾는 것 외엔 승산이 없다.]

그런 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소연이 군말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켄의 말도 딱히 틀린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고마워요.”

우물거리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졌다.

보고 싶었던 그를 다시 볼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육체적인 회복이 기대돼서일까, 선웃음이 아닌 진정으로 행복해서 짓는 웃음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선소연은 귀신같이 기력을 회복했다. 크라켄의 도움. 그리고 4군단장의 핵으로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한 꺼풀 더 벗겨낸 것이다.

“아, 정말 오랜만이에요. 이 감각. 이 느낌…….”

중앙 지역, 기괴하게 생긴 마법 진에서 걸어 나온 선소연이 감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실로 반년 만에 느껴보는 근육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체상태가 정상적인 인간 수준보다 훨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으읏…….”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종아리를 보며 그녀가 몹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은가?”

“아, 네.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걸 어쩌지?”

“……내가 가지.”

결국, 사내가 그녀가 있는 곳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맞은편에 마주 앉았다.

“…….”

서로의 시선이 마주했고, 묘한 침묵이 흘렀다.

대답 없는 사내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사내는 곧이어 헛기침을 했다.

그녀가 얼굴을 뚫어버릴 기세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큼, 그래서. 내 기억을 어떻게 찾게 도와주겠단 거지?”

“아.”

순간, 정신 차린 선소연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오늘부터 반나절 간은 저랑 대화만 하실 거예요. 그다음 날이질 때까지 크라켄이 잡다한 명상술을 가르칠 거구요.”

“명상술?”

“네. 그쪽이 자기 자신을 찾는데 꽤 도움이 될 거라네요? 문어가 최대한 노력해 본댔으니 분명 어느 정도 성과는 있을 거예요.”

“음, 그런데…….”

사내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대와 대화하는 것도 내 기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인가?”

“그럼요. 물론이죠.”

“……?”

“이래 봬도 저 오빠랑 엄청 가까웠던 사이였거든요? 혹시 모르잖아요. 저랑 얘기 하다 보면 잠겼던 기억이 갑자기 수면 위로 팍- 하고 떠오를지.”

“음…… 그런가?”

물론, 대화도 명상도 다 핑계였다.

‘크라켄’은 분명 5차 탈피의 속도나 과정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했었다.

즉, 종족의 왕이라는 ‘세이렌’이든, 나름 종말의 신이라는 「테르미노」 든, 그 어떤 존재든 간에 강 현의 탈피가 언제 이루어질지 맞힐 수 없다는 말이다.

그녀는 그저, 죽기 전 본인의 욕심을 채우고 싶었고, 크라켄이 동조해줬을 뿐이었다.

“뭐. 사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에요.”

“……뭐?”

“오빠랑 같이 있고 싶은 내 마음 반. 그리고 혹여나 진짜 기억을 찾게 될지 모르는 기대 반. 이렇게 반반이라는 거예요. 겸사겸사죠 뭐. 혹시 속았다고 생각하신다면 미안해요.”

그녀의 털털한 답에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기도 했고, 무엇보다 눈빛에 가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하나도 미안해할 거 없다. 보아하니 꽤 고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린 나이에 목숨까지 바쳐가며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었다.

티라노 킹의 결정체를 보고도, 본인의 안위보단 인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있을 리 없을뿐더러, 사내 역시 그녀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본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리움과 함께 애틋한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프흣.”

문득, 선소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뽀얀 치아와 함께 드러나는 그녀의 환한 미소는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래서 사내는 저도 모르게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웃지?”

“그냥…… 좋아서요.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밥은 먹고 오셨어요?”

“밥?”

“네. 아침밥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많이 배고프네요.”

아침밥을 먹을 시간은 이미 한참 흘렀지만, 그녀는 굳이 물었다.

어차피 해가 질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 할 사내.

어떻게 끼니는 해결해야 할 텐데, 음식을 구할 방도가 없다.

또한, 그녀는 처지가 처지다 보니 약 반년 동안 무언가 먹어 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향긋한 미각을 느껴보고 싶었다. 주린 배를 채우고 싶기도 했고.

“옛날 생각나네요. 대청역에서 먹었던 삼겹살이나, 균열 안에서 먹었던 노가리랑 멧돼지도 정~말 맛있었는데.”

선소연이 턱을 제쳐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가 봐도 같이 식사나 하자는 제스쳐다.

사내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다. 인간의 삼대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포기하면서까지 희생을 강요받고 있는 그녀가…….

“……음,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나?”

“왜요. 가져다주시게요?”

그녀가 은근히 기대한다는 목소리로 물었고,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침 가방 안에 먹거리를 싸 왔거든.”

그러고는 씨익- 웃었다.

***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 벌써 계절이 한번 바뀌었다.

사내는 매일 해가 뜨면 중앙지역으로 향했고, 해가 다 지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복귀했다.

선소연은 그의 기억이 살아날 수 있도록, 균열에 떨어졌을 때부터의 그의 일대기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균열 내에서 목숨을 걸었던 생존, 라스베이거스의 추억, 미국에서 5군단장을 상대했던 일, 크라켄과의 첫 만남, KH 집단 창설, 신입 단원 모집, 그리고 악덕 집단 ‘황혼’의 해체, 그리고 그녀가 봤었던 「아베르노」 내부의 모습까지…….

그녀는 추억에 잠겨 설명했고, 사내는 집중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임에도 사내도 그녀도 도통 질려 하지 않았다.

동일한 내용에도 사내가 꼬리를 물고 물어 매번 다른 질문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베르노」……. 죽어야만 갈 수 있는 장소라……. 근데, 왜 그대와 나의 정신감응이 독 안개 지역을 기점으로 끊긴 거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빠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게 아니어서 오류가 났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기점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게 돼서 그런 거일 수도 있겠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파고들기도 했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내가 그대한테 수천 명 앞에서 고백했다고? 확실한가?”

“무, 물론이죠. 오빠가 절 얼마나 좋아했었는데요.”

“……내 성격이 많이 외향적이었나 보군.”

“하하…….”

가벼운 일상에 관해 묻기도 했다.

물론, 그 외에도 함께 밥을 먹거나 낮잠을 자는 등 해가 떠 있는 시간을 오로지 그녀를 위해 할애했다.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뚫린 듯 소나기가 내릴 때도, 태풍이 강원도 일대를 휩쓸고 지나갈 때도, 하루도 빠지는 일이 없었다.

어느 순간, 크라켄의 명상 시간이 사라질 정도로 두 남녀는 서로에게 집중했다.

그동안, KH도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

우선, 세계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4군단장의 명령으로 불의 종족들이 더 이상 인간을 해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숨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지상을 뺏겼던 인류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안전 구역을 확장해 나갔다.

S급 헌터의 인기도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치열한 싸움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KH에서 4군단장을 잡아냈다는 소식에 다시 희망을 찾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에 KH가 ‘최후의 전쟁’을 발표했다지?”

“저번엔 ‘종말의 날’ 이더니, 이번엔 또 ’최후의 전쟁’이야?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먼.”

“아서라. 이번엔 모든 국가가 참여한단다. 무려 참여율이 100%래.”

“그러겠지. 저번에 ‘종말의 날’ 무시했다가 된통 당한 국가들이 한 둘이야?”

‘최후의 전쟁.’

KH가 발표한 마지막 범세계적 프로젝트다. 강원도에 봉인되어 있는 강력한 네 존재를 겨냥해 온 인류가 힘을 합치자는 거다.

최강수는 저번에 WHO(세계 헌터 기구)와 체결한 「헌터 증진 협정」을 온 세계에 공표했다.

-S급 헌터의 뜻이 있는 모든 영웅은 강원도의 땅을 밟아라. 그대들이 ‘최후의 전쟁’에 참여한다는 약조만 해준다면, 죽을 때까지 써도 마르지 않을 부(결정체로 지급)와 S급 헌터 각성용 최상급 결정체들을 무상으로 내어주겠다. ‘최후의 전쟁’은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강원도가 무너질 경우 곧 지구가 종말한다는 의미.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울 용기 있는 자, 모두 KH로 오라.

“와, 조건 말이 되냐? 얘넨 땅 파면 돈이 나오나 봐.”

“맞는 말이지. 이번에 강원도에서 벌어들인 결정체가 전 세계 있는 결정체 합친 것보다 많다는데?”

“미쳤네, 정말.”

“넌 가려고?”

“일단, 가봐야지. 어차피 강원도가 뚫리면 여기서 숨어 있는다 해도 죽는 건 매한가지잖아. 차라리 같이 싸우고, 이겨서 보상을 맛보는 게 낫지.”

“그래도 난, 안 갈래. 그냥 뒤지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는 게 나아.”

반응 역시 뜨거웠다.

오지 않는 자 역시 많았지만, 그래도 과거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KH는 그런 식으로 단원들을 물에 불리듯 늘려갔다.

WHO의 버나드 스미스 역시 각 국가가 보유한 최상급 헌터들을 전부 강원도로 파견 보낼 것을 요구했고, 모든 국가는 그 요구에 승낙한다. 이는 전 세계가 KH를 믿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충분했다.

군단장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집단에 인류는 모든 것을 걸었다.

그렇게 철벽 쪽에 모인 헌터들만 수만 명.

피터 잭슨은 그런 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철저하게 훈련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오빠.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몸에 힘이 없어요.”

“벌써 말인가?”

“네. 음…… 적어도 일주일, 운 나쁘면 당장 내일이라도 봉인이 벌어질 수도 있겠네요.”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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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5-7 minutes

33. 최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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