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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125화 (125/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25화

32. 재회(3)

“갑자기 시험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불과 방금 전까지 같이 아무것도 몰랐었잖아요.”

선소연이 짧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크라켄은 분명 무언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빠의 기억을 원상태로 돌릴 방도가 있다는 걸까? 걱정스러우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이…… 목걸이.]

“……?”

[이 목걸이에 물의 종족만이 알아볼 수 있는 왕의 각인이 담겨 있다. 아아, 세이렌께서 「아베르노」에 살아계셨다니…….]

문어가 감격한 듯 말을 이었다.

[이자는 절대 아픈 게 아니다. 왕께서 그저 마지막 시련을 부여한 것일 뿐. 기억하는가? 영혼의 순례길에서 했었던 수련의 단계를?]

“기, 기억하죠. 2단계에서 함정에 빠졌었으니까. 그럼 설마?”

[맞다. 이자는 5단계 수련을 하고 있는 거다.]

“5단계…….”

[우리 종족은 마지막 탈피에 앞서 본인의 존재를 강제로 지워버린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본인의 힘을 완전히 다스릴 수 있다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라켄이 돌연 복잡한 감정을 내비쳤다.

순간, 선소연의 가슴이 철렁인다.

“그런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

[음, 그게……. 안타깝게도 이자가 무의식 속에서 자신을 찾아내는 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평생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 그게 무슨…….”

[실제로, 과거 동족 중 ‘다곤’이란 자는 5차 탈피를 위해 약 2,200만 년이란 시간을 소모했다. ‘레비아탄’ 역시 제법 빨랐다지만 거의 300년을 소모했지…….]

각자마다 조건도, 방식도 전부 달랐다.

누구는 끝없는 명상을 통해 극복했다면, 누구는 본인을 끝없이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탈피하기도 했으니까.

“……오빠가 선택한 길인가요?”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음……. 아마, 그건 아닐 거다.]

크라켄은 목걸이의 각인을 통해, 그 당시 ‘세이렌’의 감정을 읽어냈다.

왕이 「테르미노」를 설득해 그를 지구로 내보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크라켄의 죽음을 통한 「아베르노」 소환.

종족 시너지 효과로 불의 종족에게 응징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하나, 만일 강 현이 마지막 시련을 거절한다면 변수가 생긴다.

인간의 입장에서, 총사령관을 물리칠 때까지 ‘크라켄’을 지구에 묶어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문어가 아무리 힘을 잃었다지만 물의 종족, 「창조」의 권능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왕, 그리고 레비아탄은 그를 믿지 않았다.]

어차피 현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가망이 없다. 적어도 5년 이내 핵에너지를 뺏긴 상태로 「테르미노」는 불의 종족에 의해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

호리병의 성좌가 틀어막히게 되면, 갈 곳 없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우주 곳곳을 떠돌게 될 거고, 새로운 생명 역시 태어나지 않게 되겠지.

그리고 그 안에 ‘크라켄’이 오지 못한다면?

「아베르노」 내부 역시 불의 종족에게 점령당할 것이다. 물의 종족이 비교적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힘의 격차가 상당했으니까. 그렇기에 굳이 말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세이렌은 최악의 수를 방지하는 선택을 한 거다.

강 현이 탈피하게 되면 지구도 지키고, 「아베르노」도 지킬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여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영혼의 종착지인 「아베르노」 내부라도 지켜내 보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각인 속에는 확인하는 즉시 목숨을 끊고, 「아베르노」로 건너오라는 왕의 명령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세이렌이 간과한 게 있었다.

‘크라켄’이 짧은 시간 이들과 많은 감정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 그리고 진심으로 이들과 함께 지구를 지켜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설명을 들은 선소연은 분노했다.

그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류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불의 종족과 싸워왔던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진즉에 포기할 수 있었던 일을 그는 목숨까지 걸어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이런 대책 없고 위험한 시련을 부여했다고? 그것도 아무런 동의 없이?

[왕께서도 어쩔 수 없었을 거다. 핵에너지 없이 현 총사령관을 상대하기 위해선 무조건 5차 탈피를 이뤄내야 하니까. 그렇다고 처음 보는 인간을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

어찌 보면 이들의 처지에서 ‘세이렌’의 행동이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결국은 강 현의 목숨과 기억을 걸고 도박을 한 거니까…….

[하나, 나는 너희와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선 그의 탈피를 최대한 돕는 것으로 용서를 구하도록 하지.]

***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다.

최강수와 각 팀장들은 야간까지 추모식에 참여했으며, 강 현과 신예지는 각자 숙소에서 안락한 휴식을 취했다.

강 현의 복귀는 우선 비밀로 하기로 했다.

기억이 돌아온 것도 아니었고, 아직 완전한 탈피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중들에게 괜한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 강 현이 본인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도 했고…….

그는 매시간 중앙지역에 가서 문어, 그리고 선소연과 함께 수련에 임하기로 했다.

놈들의 봉인이 풀릴 때까지 최대한 뭐라도 해보겠다는 심정이었다.

주유라는 이번 전쟁에서 얻은 결정체들을 전부 수거했다.

6개월 동안의 전쟁으로 인해 미처 수거하지 못했던 결정체까지 전부 긁어모으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수량이 쌓였다.

아마 이곳에 쌓인 결정체가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모든 결정체의 수량보다 배는 더 많을 것이다.

“엄청나네요.”

이른 아침.

강 현의 방 안 난간에는 휴식하던 신예지가 심심하다며 놀러 와 있었다.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KH 입장에서, 은인인 그녀를 6기에 넣기도 모호했고 그렇다고 딱히 뭘 시킬 수도 없기에 시간이 붕 떠버린 것이다.

“저거 한 움큼만 쥐어가도 진짜 떼돈 버는 건데…….”

그녀는 음료 하나를 든 채 바깥 정경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바깥엔 어마어마한 결정체의 산이 쌓여 있었고, 각종 장비를 동원해 창고로 옮기고 있었다.

어제부터 옮겼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지막지한 수량이었다.

“그런데, 좀 비효율적이긴 하네요.”

“……무슨 뜻이지?”

“아니, 그렇잖아요.”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렸다.

“저렇게 쌓아두면 나쁜 마음 먹은 사람이 몇 개 몰래 빼돌릴 수도 있는 거고, 일반 장비들까지 동원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거고. 게다가 저게 다 들어갈 창고가 있을까요?”

“……그렇긴 하지.”

“우리가 도와줄까요?”

신예지가 입을 잘근거렸다.

그녀가 듣기로 KH는 100% 강 현의 지분이란다. 그 말인즉슨, 저 결정체의 산도 따지고 보면 전부 다 그의 소유라는 것.

최강수도, 주유라도, 팀장들도 강 현이 복귀한 이상 절대 그의 결재 없이 저 결정체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어떻게?”

사내도 궁금했는지 몸을 바짝 기울이며 물었다.

“그 신기한 가방이 있잖아요. 그 안에 다 넣어 놓으면 안전하기도 하고 관리도 편하죠.”

“가방을 기부하라는 소린가?”

“엥? 기부라뇨! 저것도, 가방도 엄연히 다 그쪽 건데.”

“저 돌덩이엔 별 관심 없다.”

그의 대답에 신예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결정체를 다 가져가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집단에 작은 도움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싶은 거였다.

인류의 일부분으로서 KH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네~ 네~. 그럼 기부라도 하시든지요.”

그래서 비뚜름해진 입으로 심드렁히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기부라고 하니까 곧바로 수긍하시네요?”

“그나저나 넌.”

사내가 문득 답했다.

“네? 저요?”

“그래. 넌 이제 앞으로 뭘 할 생각인가. 건대입구로 복귀할 건가? 아니면 계속 그 방송이란 걸 할 건가?”

“음…….”

신예지가 눈을 살짝 감았다.

사실 고민이었다. 책임감 때문에 따라오긴 했는데, 이제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KH 멤버들이 사내를 보살펴준다.

즉, 이제 본인이 딱히 필요가 없다는 말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살짝 허전해진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가…….”

순간, 사내가 슬쩍 일어났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움직여 신비한 가방을 꺼냈다.

“엥? 왜요? 갑자기 어디 가시려구요?”

“자.”

그리고 그 가방을 내밀며 슬며시 웃는다.

“가서 네가 도와줘 봐라. 한 번. 보수는 원하는 만큼 지급하지.”

“……네? 그게 무슨…….”

신예지가 고개를 기웃했다.

“도와달라는 말이다.”

“아.”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제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 건 맞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또 뭘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그거뿐이다.”

“……심각한 상황이긴 하죠. 선소연이 버티는 데도 분명 한계가 있을 테고.”

“그래서 도와주고 싶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그러라 시키더군.”

“그래서 저도 같이 도우라구요?”

“네가 원한다면 말이다. 사실 어제 팀장들이 나에게 너에 대해 말하더군.”

“뭐, 뭐라구요?”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살며시 미소 짓는다.

“네가 과거 내가 마음에 쏙 들어 했을 만한 인재라던데……?”

***

신예지가 방을 떠난 후, 강 현은 즉시 산 중앙으로 향했다. 그녀가 가져가지 않았기에, 습관적으로 등에 가방을 멘 채로 이동했다.

거의 다 도착해갈 즈음, 크라켄과 선소연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 분위기가 꽤 심각해 보였기에 속도를 줄이고 조용히 들었다.

“크라켄. 여기서 봉인의 힘을 더 낮추는 건 안 될까요?”

[……여기서 더 말인가?]

대답하는 선소연의 목소리가 약간 초조해 보인다.

“네. 어차피 오빠가 돌아왔잖아요. 틈이 좀 더 벌어지게 되면 오히려 각개격파할 수도 있고 좋은 거 아니에요?”

[음…… 아니, 총사령관은 애초에 겁이 많은 자. 애초에 너희가 두려워 전 군단장을 이끌고 총공격에 나선 작자다. 그걸로 부족해 그를 함정에 빠트리기까지 했지. 아마, 4군단장까지가 그녀의 마지노선일 거야. 그녀는 기회가 생겨도 절대 나오지 않을 거다.]

“…….”

대답 없는 선소연을 바라보던 문어가 문득 말을 뱉는다.

[갑자기, 더 오래 살고 싶어졌나?]

“……으음.”

[안타깝지만 이미 늦었다. 인간의 영혼으로 소량이지만 핵에너지를 그대로 받아들였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알아요. 그래도, 인제야 오빠를 찾았는데…….”

선소연은 시한부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많아 봐야 6개월. 봉인이 해제되는 그 날, 그녀는 그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한 대가로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물론, 그녀의 선택이기에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이제 그를 볼 수 있는 날이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아베르노」에 갈 이유가 사라졌다는 게.

“그럼 힘을 줄여 틈을 만들어 놓으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총사령관이 안 나올 거란 가정이면…….”

[안 된다. 여기서 더 틈을 늘리는 순간, 그 즉시 봉인이 깨질 거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빨리 목숨을 잃게 되겠지.]

“후우……. 그렇겠네요.”

[하지만, 고통을 줄일 방법은 있다. 비록 이곳 정상은 못 벗어나겠지만, 그래도 반경 5m 내외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는 방법이…….]

크라켄은 그녀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았다.

바로 강 현과의 만남.

그렇기에 마지막 탈피를 핑계로 강 현을 굳이 정상까지 불러들인 것이다.

하지만, 만남만 있으면 뭐하랴.

봉인된 불의 종족 간부들처럼 에너지에 꽁꽁 묶여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인데.

그래서 알려줬다.

[티라노 킹의 결정체를 흡수해라. 네가 3차 탈피를 이뤄낸다면 그나마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저, 정말요?”

[그래.]

“하지만…… 그 결정체는.”

그때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사내가 움직여 마침내 정상에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본 크라켄과 선소연이 깜짝 놀랐다.

[허, 언제? 기척도 없었는데…… 대단하군.]

“오, 오셨어요?”

당황하는 그들을 무시한 그는 메고 있는 가방을 내린 후 손을 넣어 휘저었다.

“보아하니, 이걸 찾는 것 같더군.”

“……?”

그리고 무언가 큰 돌덩이를 잡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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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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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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