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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124화 (124/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24화

32. 재회(2)

“잘하셨어요. 정말이지 이건 뭐랄까……. 전설로 치부될 만한 업적이에요. 진짜 애쓰셨어요.”

“겨우 그 정도로…… 과찬이다.”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 말한 거예요. 그쪽이 아니면 이 세상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전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마치 나를 잘 안다는 듯이 말하는군.”

“물론이죠!”

사내와 함께 산 정상으로 오르던 신예지가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균열이란 게 생긴 이래로 군단장이란 존재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여태 단 한 명밖에 없었거든요.”

“그게 누군데.”

“강 현이요.”

“강 현?”

“네, 그게 아마 당신의 이름일 거예요.”

그녀는 확신했다.

이 세상에 강 현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불의 능력을 다루면서 주먹을 사용하는 헌터. 최초의 SS급 헌터이자, 5군단장을 맨손으로 격파했던 사나이.

티라노 킹을 잡는 사내의 모습을 보고 아마 대다수가 강 현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거다. 거기에 팀장들의 그 묘한 반응들은 그녀에게 확신을 더해 주기에 충분했다.

“강 현이라…….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자고 한 거지?”

“히히, 다 이유가 있죠. 아마 기억 찾으시면 저한테 엄청 고마워할걸요?”

“……?”

“생각해 봐요. 무려 군단장을 때려잡았어요. 안 그래도 기억상실로 힘들어하는 당신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질문하고, 확인하고 하면 얼마나 피곤했겠어요. 그냥 빨리 기억을 찾으러 가는 게 낫죠.”

강 현이 ‘크라켄’을 만나 기억을 찾는다면 모든 게 해결될 일. 괜히 그곳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기억이라…….”

사내가 조용히 대답했다.

신예지는 그 안쓰럽고 힘들어 보였던 사내가 드디어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절로 들떴다.

사실 본인과는 크게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간 정이라도 들었을까, 빨리 그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랐다.

“아마, 그쪽이 말하는 문어가 ‘크라켄’일 거예요. 당신이 강 현이라면 더 확실해요.”

“……그런가?”

“네.”

“음……. 그런데 문어를 찾는다 해서 기억을 찾을 거란 보장은 없다. 그저 내 무의식 속에 자꾸 떠오르는 단어일 뿐이니…….”

“그래도 분명 실마리는 있을 거예요. 자, 어서 가요! 가서 부딪쳐 보자구요.”

***

최강수 무리는 회의실에서 벗어나 서둘러 중앙지역으로 이동했다.

마음이 급한 최강수는 본인의 능력인 「공중부양」까지 사용했고, 시종일관 담담했던 문태준 역시 빠르게 달렸다.

최강수는 추측했다.

그들은 굳이 강원도 철벽까지 찾아와서, 팀장들이 눈앞에 있는데도 다른 곳으로 피했다.

그런 강자가 이곳 철벽 내부에 볼일이 있었다면 분명 팀장급을 찾으러 다녔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팀장급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 즉, 현 단장인 선소연을 만나러 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 그게 아니라 해도 중앙으로 가긴 가야 했다. 선소연에게 전달해야 할 사항이기도 했으니까…….

“후우- 거의 다 도착했군.”

산 중앙까지 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동하는 멤버가 전부 최상위급 S급 헌터였기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오셨나요?”

“……소연아, 괜찮으냐.”

산 고지.

기괴하게 생긴 진에 묶여 있던 선소연이 인기척을 느끼고 지그시 눈을 떴다.

상의 이곳저곳에 묻어 있는 붉은색 핏자국들은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놈들을 봉인하고 있는지 알려줬다.

[4군단장을 처리했더군. 직접 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기운이 사라졌어.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그녀 옆에 작은 문어 한 마리도 흐물거리며 그들을 반겼다. ‘크라켄’의 패밀리어였다.

“후우- 지금 그 문제 때문에 온 거요.”

최강수의 답변에 선소연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처럼 한 명씩 온 게 아니었다.

구태경을 제외한 팀장들 모두와 최강수, 그리고 주유라까지 우르르 몰려왔다.

무언가 사건이 발생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전에 궁금한 것이 있었다.

티라노 킹이 소멸되었다는 사실은 크라켄을 통해 들었다.

하지만 티라노 킹을 소멸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단원들의 희생이 있었는지, 또 철벽 내부 피해가 얼마나 큰지…… 그걸 알지 못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

“아저씨. 죄송하지만 그전에, 사상자나 피해부터 알려주실 수 있나요? 걱정돼서요.”

“아…….”

선소연의 물음에 최강수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후우-”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14명이 죽었다. 다행히 그 외 피해는 전무해.”

무덤덤하게 말했다.

‘역시.’

짐작하던 것보다는 나았으나, 그래도 마음이 아픈 건 별수 없었기에, 그녀의 입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렇군요.”

“너무 슬퍼 말아라. 전부 다 각오했던 일이지 않느냐.”

“……저 때문이에요. 제가 약해지는 바람에 봉인이…….”

최강수가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네?”

그녀의 반문에 최강수가 짧은 침묵 후, 말을 이었다.

“그들은 절대 후회하지 않았을 거다. 네가 지금 온몸을 바쳐 희생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그러니, 소연아. 너는 우선 네 걱정만 해라…….”

선소연은 그 말을 듣더니 대답하지 않고 슬프게 웃었다.

최강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다. 강 현을 잃고 난 후부터, 그녀는 예전의 밝았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으니까.

그냥 말 그대로 죽지 못해서 사는 거였다. 인류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그와 함께 만든 KH라는 집단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래서 고민했다.

100%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그녀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게 맞을까?

강 현일지도 모르는 사내가 나타났다며 희망을 줬는데, 알고 보니 그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잠깐의 미소 후, 그녀가 다시 물었다.

“음, 그게……. 참.”

최강수가 난처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주변을 돌아다보니 다른 팀장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남녀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먼저 이곳에 도착해 있을 줄 알았건만, 아직 오지 않은 건가? 아니면, 추측이 틀렸나? 애초에 목적지가 이곳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전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저…… 응?”

“……?”

선소연이 부드럽게 말하고 있을 찰나, 뒤에서 부스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남녀의 목소리.

“여긴가 봐요. 어라? 사람들 목소리도 들리는데요?”

“아까부터 여섯 명 정도 있더군.”

“역시……. 아마 KH 사람들일 거예요. 그분들한테 문어가 어디 있는지 물어볼까요?”

수풀을 헤집고 나오는 사내와 신예지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선소연의 낯이 멍해졌다. 그리고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오빠?”

***

찌릿-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뇌리가 울렸다.

‘뭐지? 이 사람도 날 아는 사람인가?’

눈을 뜨니 아까 봤던 세 명의 팀장이라는 사람들과 한 명의 중년, 그리고 아파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신기한 건 어색하면서도 무척 친근한 기분이 든다는 거다.

“……이, 이게 무슨.”

이상한 진에 묶여 있는 여자가 당황한 어조로 말한다.

“음……?”

“……오빠 맞아? 오빠 맞죠? 그렇죠?”

그러더니 곧이어 눈물을 또르르 흘린다.

그녀의 목소리에 머리가 띵-하니 아파져 온다. 무언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데 잡히지가 않는다.

“맞아요. 역시 형님이었어요! 가면 벗으니까 확실히 알겠네.”

“……현아.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오빠 나 몰라? 설아잖아.”

“…….”

그들 역시 나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신예지의 말대로 나는 이곳 사람들과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이름이 정말로 ‘강 현’이었나보다.

“잠깐만요! 여러분 진정하세요.”

내가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대답이 없자 옆에 있던 신예지가 나선다.

매정하게 굴었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나를 도와주고 있는 고마운 친구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녀가 하는 말은 전부 들어주고 있다. 나중에 정말 기억을 되찾게 된다면 할 수 있는 대로 보상도 할 생각이다.

“……그쪽은 누구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그들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공격적인 질문이 그녀에게 옮겨갔다. 그러자 신예지가 헛기침을 한번 한 후에, 천천히 설명했다.

“여러분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분은 모종의 사고를 당하셔서 기억을 잃은 상태에요.”

“……사고요?”

“네,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가 발견했을 당시에 본인이 누군지, 무엇 때문에 기억을 잃은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셨어요.”

그녀의 설명에 분위기가 확 뒤집혔다.

콕콕 박히던 따가운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다행히도 신예지를 고마운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곳엔 어떻게 찾아오신 거죠?”

예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 여자가 물었다. 아직도 목소리가 떨려오는 게 나와 긴밀한 관계가 있었던 건가? 역시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동안 문어를 찾아다녔었어요.”

“문어요?”

“네. 제 생각엔 그게 ‘크라켄’인 것 같아요. 저기 있는 저거 맞죠?”

신예지가 여자 옆에 있는 괴상하게 생긴 작은 문어를 가리켰다. 그 순간, 문어의 이마에 주름이 가득 잡혔다.

[난, 문어가 아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의념.

“꺄악! 깜짝이야.”

말하는 문어에 놀란 신예지가 내 등 뒤로 급히 숨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쁜 여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그 ‘크라켄’이라는 존재를 빤히 쳐다봤다. 저게 내가 그동안 그렇게 찾아다녔던 ‘문어’라고? 확실히 다른 존재들과는 달랐다.

꽤나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아까 잡았던 티라노 킹처럼 말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으니까. 그 존재 역시 날 알아보는 듯했다.

[역시 그대였군. 그래. 그대밖에 없었어. 군단장을 잡을 수 있는 인간이 그대 말고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음……. 그대도 날 아는가?”

[물론이지. 왕의 힘을 가진 자여.]

크라켄의 대답에 예쁜 여자가 곧바로 반응한다.

“크라켄, 저분 오빠 맞죠? 하지만 어떻게……. 분명 오빠는 「아베르노」에 있었잖아요.”

[나도 그게 신기하다. 이 세상에 그곳에서 복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니……. 역시 기다리길 잘한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을 잃으신 것 같은데…….”

[아니. 그게 아니다.]

문어가 그녀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그리고 한껏 발을 끄물거리기 시작했다.

짧은 침묵 후-

크라켄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네? 그게 무슨…….”

[저자는 기억을 잃은 게 아니야.]

크라켄의 발언에 신예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고 있는데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장난이란 말인가.

나 역시 의문이 가득한 기색으로 문어를 쳐다봤다.

그러자, 크라켄이 발을 한번 떨쳐 물방울을 생성했다.

그 물방울들은 천천히 움직여 내 목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한 목적지는 내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였다.

정신을 차릴 때부터 가방과 함께 가지고 있었던 액세서리. 여기에 무언가 힌트가 있단 말인가?

툭-

[……이자는.]

크라켄이 목걸이를 풀어냈다.

그 후, 본인에게 옮기면서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그저 시험을 치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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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6-7 minutes

32.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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