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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121화 (121/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21화

31. 4군단장(5)

“몸통은 묶여 있다! 모두 꼬리 방향을 예측해!”

“다들 흩어져! 뭉쳐 있으면 표적이 된다!”

각 팀장들의 명령에 맞추어 단원들이 신속하게 퍼졌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곧바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놈에게 한 방은 먹이고 죽어야 덜 억울하지 않겠는가.

“3팀도 뒤로 후퇴해!”

순식간에 팀원을 잃은 강설아도 다시금 정신을 차린 채 고래고래 외치며 지시를 내렸다.

그녀도 알았기 때문이었다.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은 사치라는걸.

일단 넋이 나가 있는 단원들을 다그쳐야만 했다.

쒸이잉-

곧이어 창공을 찢어발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번 놈이 꼬리를 움직이는 것이다.

구태경은 즉시 뒤로 빠지며 시야를 확장했다. 아무리 빠르다지만 덩치가 크다 보니, 놈의 꽁무니만 잘 주시하면 궤적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번엔 오른쪽이다!”

그리고 그의 외침과 함께-

번쩍!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땅이 흔들리고,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충격파가 느껴졌다. 놈의 꼬리가 섬광과 같은 속도로 대지에 틀어박힌 것이다.

“쿨럭, 쿨럭!”

“다들 괜찮나!”

“시야가 제한됩니다!”

“설아야! 먼지 좀!”

갈라진 대지 사이에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구태경이 다급하게 외쳤다.

시야에 제한을 느낀 강설아가 신속히 바람 능력을 사용해 먼지를 하늘로 올려보냈다.

그리고 곧이어 드러나는 참혹한 광경.

땅은 지진이라도 난 듯이 깊게 갈라져 있었고, 주변 숲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놈의 크레이터와 함께 초토화되어 있었다.

단 두 번의 후려치기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팀장님! 다행히 사상자는 없습니다!”

“공격 궤도 예측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단원들의 보고에 구태경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단 놈의 공격을 볼 수 있다니, 마음속 희망의 불씨가 다시 피어올랐다.

“좋았어! 놈의 움직임은 내가 봐줄 테니 다들 공격 준비해!”

[이 날파리 같은 놈들…….]

두 번째 공격이 먹히지 않자, 티라노 킹이 화난 눈길로 아래를 내려다 말했다.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이윽고 다리 한쪽과 몸통을 옭아매고 있는 나무가 성가신 듯 발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다 밟아 죽여주마!]

쿠그그그-

쩌저적-

4군단장이 힘을 집중하자 세계수의 뿌리가 점차 흔들렸고, 옭아매고 있는 나무기둥에 천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뭣.’

구태경은 속으로 기함했다.

「세계수 위그드라실」은 그가 소환할 수 있는 최고의 각성 능력이다.

실험결과, KH의 모든 단원들이 함께 뚫으려 해도 뚫을 수 없었던 그만의 최종 오의.

무려 재사용 기간이 1달이나 걸리며 사용 시 그동안 식물계 능력 사용이 제한되는, 뒤가 없는 기술.

그 기술을 놈은 고작 육체의 힘만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말…… 도 안 돼.”

“팀장님. 놈이 벗어나려 합니다!”

단원들도 놀랐는지 다급하게 외쳤다.

“다들 공격해!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결국, 구태경이 공격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S급 헌터 수백 명이 본인의 각성능력을 미친 듯이 퍼부어 댔다.

모두 본능적으로 본인이 낼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사용했다.

콰아아앙!

퍼어어엉!

먼저 원거리계 단원들이 각기 각색의 능력들을 펼쳤고, 한차례 폭발이 지나간 뒤-

“죽어라!”

“달려들어!”

근거리계 단원들이 달려들었다.

퍼퍼펑!

팅!팅!

그 후, 수차례 박히는 단원들의 무차별 공격!

그러나 곧이어 들려오는 담담한 음성에 그들 전부 온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이게 끝인가?]

뿌연 먼지 속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4군단장의 모습이 생채기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구태경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렸다.

인류 최강 병기라 자부하는 그들이 함께 모든 것을 쏟아낸 연합공격이 상대에게 털끝 하나 먹히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놈은 피하거나 막으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맞아줬을 뿐.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 능력이었다.

티라노 킹은 망연자실 서 있는 단원들을 바라보며 히죽였다.

[실망이구나. 저번에도 분명 배웠을 텐데 나아지는 게 없다니.]

놈의 조롱에 구태경이 주먹을 꽉-쥐었다. 분명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다가온 현실은 역시 쓰라렸다.

‘……방법이 없어.’

비참하고도 답답했다.

저 「단단한 피부」를 뚫지 못하는 이상 4군단장은 무적이나 다름없기에.

‘종말의 날’ 이후, 최초로 놈을 봤을 때도 이랬었다. 선소연의 공격마저 통하지 않던 육체.

오로지 봉인 밖에 답이 없는 말 그대로 무식하게 단단한 놈이었다.

[인제 그만 발악들 하고…….]

절망에 빠진 단원들을 바라보며 4군단장이 혀를 찼다.

군단장 네 명과 총사령관을 봉인시켰던 인간.

세이렌의 기운을 가졌던 그녀에 비해 지금 달려드는 인간들은 너무도 볼품없었기 때문이다.

[목숨들을 내놓거라.]

곧이어 티라노 킹이 날카로운 이빨로 다리를 묶고 있는 커다란 세계수 뿌리를 꽉 물은 후, 힘차게 머리를 젖혀 찢어발겼다.

쩌저저적-

섬뜩한 소리와 함께 볼품없이 찢겨나가는 세계수.

“커허헉.”

그와 동시에 구태경이 피를 토했다. 갑작스러운 소환 해제로 인해 내부 기운의 흐름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절망했다.

묶여 있었음에도 상대가 안 됐는데, 다리까지 풀려버렸다.

겨우 피어올랐던 희망의 불씨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역시나 별거 아니군.]

그 후, 무릎을 꿇고 쓰러져 있는 구태경을 그대로 짓밟아 죽이겠다는 것처럼 왼쪽 발을 크게 들어 올렸을 때였다.

[……음?]

휘청-, 4군단장의 몸뚱어리가 중심을 잃은 채 기우뚱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그의 좌우 벨런스를 멋대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사람은 KH에 단 한 사람뿐이다.

1팀장 문태준.

중앙지역에 잠깐 다녀온다던 그가 마침내 복귀한 것이다. 그는 각성 능력 「중력 조절」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놈의 무게 중심을 뒤흔들었다.

[……그래. 맞아. 귀찮은 놈이 하나 있었었지.]

티라노 킹이 모종의 힘을 걷어내려고 노력하며 탄성을 질렀다.

“전부 일단 후퇴해!”

문태준이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쳤다.

본래 본인이 사용하던 중력 능력은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거다.

그러나 그게 4군단장에 먹힐 종류는 아닐 터, 그저 조금 응용해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1 팀장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형님!”

다가오는 단원들과 유현동.

그들을 바라보며 문태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질문은 나중에 받는다. 우선, 구태경을 데리고 이 자리를 벗어나!”

“그럼 형님은……!”

“벗어나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내가 시간을 끄는 동안 너희는 플랜 FF를 실시한다.”

“프, 플랜 FF 말입니까? 그건 안됩니다. 절대 그럴 순 없습니다!”

“……이건 단장님의 명령이다. 명령을 어길 셈이냐?”

플랜 FF.

철벽 지역, 즉 선소연의 수호를 포기하는 KH 최후의 작전이다. 말이 작전이지 그냥 강원도 지역을 버리고 집단을 해산하라는 말이다.

회의 때 선소연이 발안하고, 최강수가 결의했던 플랜인데,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답이 있어도 희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라 판단 될 때 팀장 권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물론,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각 팀장들끼리 F를 무려 두 개나 붙였다.

“플랜 FF를 하느니 차라리 저놈이랑 싸우다 뒈질 겁니다.”

“일단, 3팀장을 복귀시켜! 빨리! 시간이 없다!”

“형님!”

“빌어먹을. 나도 네 말에 동의하니까 일단 후퇴하란 말이다! 여기서 다 죽을 셈이냐?”

“아, 알겠습니다.”

문태준의 외침에 유현동이 빠르게 달려와 쓰러져 있는 구태경을 부축했다. 그리고 전방을 향해 필사적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모두 후퇴하라!”

“후퇴하라!”

복명복창 후, 재빠르게 벗어나려는 단원들.

그러나,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놀고 자빠졌구나.]

크아아앙-

4군단장의 의념과 함께 뻗어 나오는 강력한 포효.

온몸을 뚫고 지나가는 충격파에 모든 이들의 몸이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육체가 저릿해지는 느낌과 함께 감각기관이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번개처럼 몸을 돌리며 90도로 휘두르는 티라노 킹의 꼬리에 퍼퍼퍽! 피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단원들이 솟구쳐올랐다.

놈의 후면에 있던 약 30명의 단원이었다.

“안 된다!”

문태준이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날아가는 그들의 중력을 낮췄다.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저들이 어찌 될지는 뻔할 뻔 자였다.

“제기랄.”

“이젠 틀렸어.”

곳곳에서 들려오는 무의미한 욕지거리들, 그리고 흐느낌 소리들.

‘제발……. 하늘이시여.’

문태준이 하늘을 쳐다보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너무도 허무했다.

놈에게 이렇게 쉽게 박살 나기 위해 그간 잠을 참아가며 수련해온 게 아니었는데…….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오직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방어, 훈련, 쪽잠을 번갈아 가며 노력했다. 이런 식으로,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죽기엔 억울했다.

[그래. 너희는 그런 모습이 어울린다. 괜히 운명을 거스르려 하지 마라.]

4군단장이 그 모습을 보고 이죽거렸다.

그는 절대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총사령관이 항상 변수에 대해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장을 거의 제압한 것과 진배없는 상황임에도 다시 재빠르게 꼬리를 올렸다. 주변에 있는 작은 날파리들을 하나하나 짓이기기 위해서.

‘이젠 다 끝났구나.’

문태준도, 유현동도, 강설아도, 1기 단원들도, 모두 저항을 포기했다.

아직 마비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놈의 공격을 받아낼 수도 없을뿐더러, 아까 총공격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또, 육체도 그렇지만 사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압도적인 힘.

통하지 않는 공격.

4군단장의 모습은 인간들에게 있어 감히 상대할 수 없는 파괴의 신(神)과 다름없었으니까.

‘그래도 우린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다가올 죽음을 기다렸다. 그래도 그동안 애썼다고 위로하면서…….

그때였다.

“가기 전에, 이놈을 먼저 잡아달라고?”

그들 가까이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어본 적 있지만, 앞으로 절대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목소리가.

“지, 지, 진짜 가능하시겠어…… 요?”

“믿으니까 가자고 했던 거 아니었나?”

“그…… 그건 맞는데.”

웬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잠깐, 일단 급한 사람들 좀 해결하고.”

“급한 사람들이요?”

“응, 물의 치유.”

「물의치유」

등급 : Lv. 5 (MAX)

유형 : 액티브 (영혼 각인)

기간 : 하루에 세 번.

설명 : 시전자 주위 반경 500m 내 모든 ’인간’의 치유 속도를 20배 증폭한다. 체내의 수분을 공급하여 갈증을 없앤다.

순간, 그의 주변에서 물의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뻗어 나간 물방울들이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이곳저곳 찾아가 스며들어 가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을 물론 피해갔지만,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는 자들은 얼굴에 점점 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현장.

“이, 이건 또 뭐에요?!”

“그냥 급한 불만 꺼 논거다. 아마 따로 응급치료가 필요할 거야.”

“아니, 이건 또 어떻게 사용한 거냐고요!”

“……대답은 당신도 알잖아.”

“네, 네……. 또 모르시겠죠.”

두 남녀는 그 흉포한 4군단장 앞에서도 자유롭게 대화했다.

그래도 여자의 목소리는 떨림이라도 있었지, 사내의 목소리는 여유마저 느껴질 정도로 편안해 보였다.

확실히 비현실적인 상황.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

문태준도, 유현동도, 강설아도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간절히 바라왔던 사내를 입 밖으로 꺼냈다.

“단장님?”

“혀, 형님?”

“……오빠?”

그러나 그들이 쳐다보는 방향엔, 웬 가면을 쓴 사내가 서 있었다.

“으잉?”

당황하는 신예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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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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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4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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