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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120화 (120/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20화

31. 4군단장(4)

문태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팀장들 중 그나마 제일 연장자인 구태경이 상황을 주도했다.

“일단 티라노 킹은 1기 전 멤버와 우리가 같이 전담 마크한다. 나머지 2기 이하의 단원들은 밑에 잡놈들을 상대하라 해. 항상 하던 대로. 태준 형님이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오실 동안 최대한 버티는 거야.”

“……언니도 지원 와줄까요?”

“아니, 봉인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군단장들의 무서움은 ‘종말의 날’ 확실히 겪었다.

무시무시한 고유능력들과 거대한 크기, 통하지 않는 공격. 놈들은 마치 벌레 터뜨리듯이 인간들을 학살했었다.

-5군단장? 그놈은 아기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 끔찍한 존재가 다섯이나 모였으니, 선소연과 크라켄이 없었다면 진즉에 인류는 망했을 거다.

과거 미국에서 군단장을 상대해 봤던 피터 잭슨이 한 말이다.

“…….”

어느새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선소연이 오지 못할 거라는 구태경의 단언에 강설아도 유현동도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없는 전쟁터.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상상해 봐도 도저히 희망이란 게 보이지 않았다.

짝짝-

“다들 정신 차려. 우리가 정신을 놓으면 안 돼.”

결국, 구태경이 박수를 치며 독려했다.

그도 힘들었지만, 여기서 더 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곳에 있는 이들은 많은 단원들을 이끄는 팀장의 위치니까.

“후우- 맞는 말입니다. 형님. 적어도 우리는 ‘종말의 날’보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까? 그때는 다섯 마리였잖아요.”

“그렇지. 오히려 잘된 거라고 좋게좋게 생각하자. 답이 없던 놈들을 각개격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그래요. 가봅시다. 한번 싸워 보자구요!”

유현동이 파이팅하자 강설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후, 좋아요. 갑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오빠에 대한 복수는 하고 죽어야겠어요.”

“그래. 좋은 자세다. 자,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들 각자 위치로 가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대기해. 아마 곧 피터 잭슨의 지시가 떨어질 거야.”

위급 시 행동지침에 의거, 갑작스러운 전투 발생 시 모든 팀의 명령통제권은 일차적으로 피터 잭슨이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비상벨이 울리자마자 통제실로 올라갔고, 이곳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그곳에서 적들의 상황을 지켜보며 작전을 짜고 있을 것이다.

***

가벼운 회의가 끝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 이동하던 불의 종족들이 어느새 성벽 포위를 완료했다.

그러자 서쪽으로 이동해 태세를 정비하던 구태경에게 무전이 내려왔다.

-2팀장, 2팀장, 여기는 통제실. 이상.

피터 잭슨이 위치한 통제실에서 온 연락이었다. 그래서, 즉각 답변했다.

-통제실 여기는 2팀장. 이상.

-1팀장 측 위치에 「티라노 킹」 위치. 일단 귀소 측 주요 멤버 전부 1팀장 측으로 합류 바람. 이상.

통제실에는 총 6명의 인원이 위치해 있다.

피터 잭슨, 1기 단원이자 이제는 그의 부관인 한동엽, 그리고 각 팀과 무전 연결을 돕는 4명의 홍보팀 직원들이다.

홍보팀 직원들은 위급 상황 시 보조 역할로 전환되어 각종 상황을 돕게 된다.

그리고 「옵저버」 한동엽.

홍이나와 함께 합격했던 초기 멤버로서, 정보 능력을 다룬다.

과거 악덕 집단 「황혼」을 처리할 때, 유현동 팀장을 도와 강현에게 상황을 전달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는 현재 반경 3㎞를 관측하는 소형 옵저버를 동서남북에 각각 하나씩 설치한 후, 「영상송출능력」을 통해 피터 잭슨에게 상황 공유하고 있었다.

-1기 전 인원 팀장과 함께 이동하겠다. 이상.

-확인. 「티라노 킹」이 없는 구역은 2기 이하로도 충분하다. 이상.

-수신 완료.

통제실 측에선 각 팀장에게 전부 무전을 돌렸다.

그리고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동쪽에 KH 초기 주요 멤버들이 전부 모였다.

그 긴 거리를 고작 1분 만에 이동하다니, 괜히 세계 최정상의 S급 헌터들이 아니다.

《다들 슬슬 준비하라!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피터 잭슨의 방송음이 증폭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다들, 준비해!”

“모두 전투 준비!”

팀장들과 1기 단원들은 노련하게 병장기를 들어 올렸고 나머지 역시 놈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피터 잭슨이 정확하게 본 것일까, 멀리 있는 「티라노 킹」이 발을 한 번 굴렸다.

쿵-

그 신호에 맞춰, 사방을 포위한 놈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크르르륵.”

“캬르르륵.”

기괴한 짐승 소리를 내며 공격해오는 불의 종족들. 평소와 달리 체계적인 공격이라 그런지 마치 외계 군세와 마주한 느낌이었다.

《원거리 단원! 사격 준비!》

“준비이이!”

“으아아아!”

들려오는 그의 명령에 맞춰, 원거리 능력인 단원들은 사격을 준비했고 근거리 능력인 단원들은 성벽 앞에서 방어를 준비했다.

놈들은 정말 빠르게 가까워졌다. 500m 거리가 순식간에 300m가 되고, 300m가 100m가 되어갈 때쯤-

《발사!》

드디어,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죽어라!”

“이 개새끼들아!”

“뒈져!”

푸슈슝-

피슝-

콰아아앙-

힘찬 함성과 함께 각종 능력들이 발현하기 시작했다.

돌덩이, 얼음 창, 벼락, 저격 등등 살벌한 기술들이 놈들의 전열에 날아가 부딪쳤다.

“크아아악!”

“크르르륵!”

지속적인 공격에 전열이 무너져 갔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쓰러진 놈들은 금세 뒷놈들로 다시 채워졌고, 놈들은 목숨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듯 계속 앞으로 몸을 던졌다.

실로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근접 단원들은 모두 격돌에 대비하라!》

무차별 포격에도 놈들의 웨이브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원거리 공격만으로는 턱도 없을 만큼 많은 수량이었다.

“……온다.”

“X벌.”

“가자아아아!”

콰아아앙-

결국, 거센 쓰나미와 같은 놈들의 군세와 KH의 철벽이 충돌했고, 두 집단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그 격전 속에서 피터 잭슨은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훑었다.

다행히 서쪽, 남쪽, 북쪽은 생각대로 잘 버텨주고 있었다. 아무리 팀장급이 없다지만, 평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한껏 여유로워 보였다.

사실 6개월 동안 해오던 일이었다.

KH 단원들에게 있어, 두려운 존재는 오로지 군단장뿐이었다.

문제는 동쪽 지역이었다.

[크흐흐, 벌레들이 발악을 하는구나.]

악의가 가득 담긴 음성이 공간 전체를 찢어발길 듯 떨어 울렸다. 몇몇 낮은 등급의 불의 종족들은 그 음성만으로 피를 뿜어내며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

쿵-

놈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유라도 부리고 싶은 것일까, 그의 걸음은 느릿하면서도 무거웠다.

“자! 4팀들아! 가자!”

“갑시다! 저 망할 괴물한테 조금이나마 고통을 줘봅시다!”

유현동이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성벽 밖으로 튀어나갔다. 4군단장이 성벽 쪽에 도달하면 2기 이하 인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

선두에 서서 길을 뚫을 테니 밖에 나가서 싸우자는 거다.

“저, 저것이! 모두 4팀을 따라가!”

“알겠습니다!”

나머지 1기 단원들과 팀장들도 4팀의 뒤를 따라 뛰어나갔다.

그러면서 느꼈다.

확실히 4팀은 야만적이면서도 통쾌한 스타일이란 걸. 특히, 그 팀장인 유현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 죽어라아아아아!”

미친 듯이 돌진하며 휘두르는 팔에서 시퍼런 전류가 분사됐다.

이내 풍차와 같이 휘도는 전기폭풍이 적의 전열 앞으로 터져나가며 그 많은 불의 종족들이 시원하게 터져나간다.

콰아아앙!

파즈즈즈즉!

그 에너지의 파동에 땅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팔에서 다시 한번 빛이 뿜어져 나오자 자연스럽게 남은 팀원들이 내달리는 걸 멈췄다.

팀장이 저 기술을 연계할 때는 가까이 붙지 않는 게 좋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유현동은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치달리기 시작했다.

“자! 간다아! 백만 볼트으으으!”

파지지직!

푸즈즈즉!

그의 중심으로 퍼런 청룡(靑龍)들이 꿈틀꿈틀 춤을 추며 뻗어 나갔다.

동시에 반경 100m에 존재하는 모든 괴물들이 시커먼 재로 변해 흩날렸다.

실로 엄청난 고열의 전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설아 마저 깜짝 놀랄 정도였다.

“현동이 뭐야? 대단하잖아!”

그 이후에도 그가 주먹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두세 마리의 괴물들이 감전되고 있었다.

그 짐승 같은 기세에 좀비같이 달려들던 불의 종족마저 허우적거리며 뒤로 피하고 있었다.

“설아야. 우리도 가자!”

“이건 질 수 없지.”

유현동의 선전에 구태경과 강설아도 탄력을 받은 듯 동시에 뛰쳐나갔다.

바람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진 강설아 역시 온몸에 있는 능력을 천천히 개방하기 시작했다. 마치, 본 싸움을 시작하기 전 예열하는 느낌으로.

슈우우웅-

그녀가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우아하게 움직일 때마다 놈들의 사지가 절단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각성 능력 「칼날 바람」이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깔끔하게 동강 난 괴물들만 남아 있었다. 팔을 휘두르거나 발을 차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저 놈들의 공격을 살랑살랑 피하며 앞으로 내달릴 뿐이었다.

“잘하고 있다! 모두 신속히 이동해!”

유현동과 강설아의 학살 덕분에 티라노 킹과의 거리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와도 같은 기세였다.

‘좋았어. 이 정도 힘이라면!’

같은 팀장의 전투를 감상하며 저도 모르게 희망이 생겨버린 구태경이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돌연히 온몸을 짜릿하게 울리는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아아! 벌레들이 알량한 재주를 믿고 날뛰는구나!]

결국, 4군단장이 포효했다.

그 엄청난 울림에 한계까지 도달한 신체임에도 고막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력한 기운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티라노의 뒷발 하나가 올라갔다.

저 커다란 둔기가 제대로 내려 찍히면 아마 산이 뒤집히고 몇 명은 그 에너지만으로 터져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들 지나가! 놈의 발은 2팀이 커버한다!”

구태경이 성대가 찢어지도록 외쳤다.

그리고 한계까지 끌어올린 기운을 땅속으로 흘려보냈다.

「세계수 위그드라실」

이윽고, 떨어지는 뒷발과 함께 지하에서 거대한 나무가 소환됐다.

콰아아앙!

자라고 있는 세계수가 4군단장의 뒷발과 부딪쳤고, 곧이어 그 발을 타고 묶으며 끝없이 자라 오르기 시작했다.

산과 같은 크기.

강철보다 질긴 껍질.

지구 맨틀에서부터 자라는 뿌리.

식물을 다루는 구태경 최고의 봉인 기술이었다.

[감히 어디 잔재주들을 부리느냐!]

결국, 앞발과 몸통이 묶인 티라노 킹의 꼬리가 별안간 벼락처럼 움직였다.

휘이이잉!

콰아아앙!

“꺄악! 안 돼!”

꼬리가 닿은 곳은 강설아와 3팀이 지나갔던 좌측 방향이었다.

순식간에 5명의 단원이 피를 흘린 채 하늘로 솟구쳤고, 3명의 단원이 땅에 그대로 박혀 신체가 뭉개진 채로 즉사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으아아아!”

죽어버린 8명의 여성 단원을 본 강설아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공격치고는 확실히 결과가 처참했다. 4군단장의 첫 공격에 무려 8명이 즉사한 것이다.

‘제…… 기랄. 어떻게.’

구태경은 깊이 절망했다.

그와 마주하고 나서 아직 채 1분이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전투 동안 과연 얼만큼의 희생을 치르게 될까? 아니 모든 이들이 목숨을 바친다 해도 놈을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생각을 깊게 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4군단장의 꼬리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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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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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4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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