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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116화 (116/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16화

30. 신입단원(4)

“날들이 아주 바짝 섰구나.”

유성휘가 5열 종대로 정렬해 있는 50명의 예비단원을 보고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같이 마치 신병훈련소에 처음 입소한 훈련병들처럼 군기 잡힌 모습이었다.

하기야, 다들 헬기 타고 오며 봤을 거다.

KH가 지금껏 인류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또 전투 방식이 얼마나 체계적인지 말이다.

당연히 주눅 듦과 동시에 긴장할 수밖에 없으리라.

“각, 안내직원 혹은 홍보팀 직원들에게 들었겠지만, 너희는 앞으로 KH의 6기 단원이 될 인재들이다.”

그가 중앙에서 좌우로 슬렁슬렁 걸어 다니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인즉슨…….”

이윽고, 제자리에 멈춘 그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씩 웃는다.

“아직까진, 우리의 단원이 아니란 말이지.”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일까, 비교적 젊어 보이는 그가 50명의 사람을 앞에 두고 자연스레 하대한다.

그 말의 의미는 분명했다.

철저한 기수제도.

상명하복의 집단임을 어필하는 것이다. 만약, 불만이 있다면 지금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동의하는 꼴이 되어버릴 테니.

“……좋아.”

묵묵부답.

다들 유성휘의 분위기에 압도되었을까, 공터는 조용했다.

“너희는 일주일간의 교육을 받을 거다. 하지만, 말이 교육이지 시험과 동일하다. 철저하게 통제에 따를 수 있는 자, 전략 전술을 익히는데 막힘이 없고 전투에 있어 감각적인 자만이, 6기가 될 자격을 가질 것이다. 오직 합격자만이 이곳에 쌓여 있는 최상급 결정체들의 주인이 되는 거다.”

그의 발언에 몇몇 인원들이 움찔했다.

사전에 듣지 못한 정보였던 것이다. 공고에는 분명 지원만 하면 입단이고, 그 즉시 결정체를 내준다고 했었으니까.

“궁금할 것이다. 이 시국에 목숨까지 걸어가며 지원 와준 어찌 보면 고마운 자들에게 왜 이런 식으로 대우하는지.”

몇몇 인원들이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예지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사실 그녀에게 숭고한 안보의식 따위는 없었다. 그냥 본인과 지인들의 목숨만 건재하면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오직 사내 때문이었다.

약속했으니까.

그리고 본능적으로 도와주고 싶었으니까.

그녀는 옆에 서 있는 사내를 힐끔 바라봤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그럼 그렇지.

신예지가 사내의 허벅지를 손등으로 툭-건드렸다.

정신 차리라는 의미였다.

괜히 이곳에서 찍혀 밉보일 필요는 없으니까. 다행히도 유성휘는 사내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간단하다. 향후 너희들의 행동에 우리 단원들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여태껏 사상자가 없는지 아는가? 왜 세계 최강의 집단이라 불리는지 아는가?”

그가 갑작스럽게 질문했다.

하지만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지금껏 철저한 검증을 통해 단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끊임없는 훈련, 주기적인 상황별 락드릴(ROC drill) 지휘, 각성능력 연계 훈련, 불의 종족 도감 교육 등등! 우리는 놈들을 죽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발해왔다. 하지만, 너희는 아니지.”

적막에 둘러싸인 공간.

예비단원들의 침 넘기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너희는 상부에서 지시한 특채란 이유로 그리고 상황이 급박하단 이유로, 철저한 KH 전통의 시험을 무시하고 입단했다.”

유성휘의 음성은 낮지만 웅혼한 힘이 있었다. 언뜻 들으면 화난 목소리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너희가 밖에서 뭘 하다 왔는지, 귀관은 전혀 궁금치 않다. 다만, 이곳에 들어와 한 식구가 되려면 너희가 직접 증명해 보여라. 내가 자격이 있는 자라는 걸, 인류를 위해 이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었다는 걸 말이다! 각오가 서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도 좋다. 헬기와 안전요원들은 지원해 주지. 우리 KH는 지금 전력으로도 여태껏 충분히 놈들을 상대해왔고, 앞으로도 상대할 수 있다. 그냥 어중이떠중이를 받을 바에야, 아예 안 받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게…….”

잠깐의 침묵 후, 유성휘가 숨결을 내뱉으며 말했다.

“내 생각이다.”

***

“화아- 숨 막혀 뒈지는 줄 알았네.”

“무슨 군대 다시 끌려온 줄 알았어요.”

“근데, 뭐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유성휘의 연설이 끝난 후, 식당으로 이동한 예비단원들이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듯 웅성댔다.

결과적으로 돌아간 자들은 없었다.

그들도 S급 헌터의 기회를 잡고 싶어 자의로 지원한 자들. 사회생활을 안 해본 자들도 아니고 전부 이해한 것이다.

신예지도 사내를 데리고 식탁에 앉았다. 하얀 접시에 뷔페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각종 고기를 한가득 담아서.

썩어나는 게 돈인 집단이라 그런지, 아니면 문어의 존재 때문이지 식당은 나름 세련되고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흠, 고기가 특이하게 생겼네요?”

그녀가 포크로 강정하나를 찍어 먹었다.

짭조름한 양념이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분명 이곳은 불의 종족들에게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상태. 어떻게 뷔페식 고기들을 수급하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많은 양을 말이다.

순간, 그녀의 뒤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저기 밖에 널려 있는 괴물들로 만든 거래요.”

“네, 네? 으엑-.”

반사적으로 씹던 걸 뱉어버린 신예지.

“너무 거부감 느끼실 필요 없어요. 맛도 나름 괜찮고 그냥 공룡고기라 생각하면 편하니까.”

“……더 불편해지는데요?”

남자는 자연스레 그녀 옆에 있는 의자를 빼 나란히 앉았다.

20대 중반. 그녀와 또래처럼 보이는 남성이었다.

“……근데 누구?”

“아, BJ 신예지 씨 맞으시죠? 전 E급 헌터 전민혁이라고 합니다. 원래부터 팬이었는데 아까 보고 나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아세요? 세상에 화면으로만 보던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니……. 아, 저분이 가면남 맞죠? 이번에 방송 봤는데 딱, 체형 보니 알겠네요. 와-근데 실물도 실력처럼 엄청나시네요? 엘리트가 외모로도 발리겠구나.”

그녀의 시청자 중 하나가 공고를 보고 온 모양이었다. 그의 수다에도 사내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접시에 담긴 고기를 씹었다.

신예지는 그 모습을 대단하다는 듯 쳐다봤다. 공룡고기란 말을 듣고도 저렇게 맛있게 먹다니.

사실 예전부터 느꼈지만, 그의 식성은 정말 대단했다. 대충 남들이 먹는 양의 10배는 먹는 것 같았다.

“예지 씨. 고기 껄끄러우시면 그때 방송에서 보여줬던 가방 속에서 음식 꺼내먹으면 되잖아요. 저분이 메고 있는 거 그때 그 가방 아니에요? 엄청 신기하던데.”

“아, 아니에요. 적응해야죠.”

신예지가 다시 고기를 포크로 찍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입안으로 넣었다.

앞으로 이곳에 지내려면 이곳의 음식에도 입에 맞춰둬야 한다. 세상이 멸망할지 모르는 곳에서 밥투정할 생각 따위도 없었고.

“허허, 잘 드시네요?”

“음…… 아, 저기. 민혁 씨.”

오물거리던 것을 마저 삼킨 신예지가 그를 불렀다.

“네?”

“죄송한데, 이곳에서 가면남 얘기는 좀 삼가주세요. 가방 얘기라던가 실력 얘기라던가……. 괜히 눈에 띄고 싶진 않아서요……. 그래야 할 사정도 있고.”

“그,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어쨌든, 잘 해봐요. 우리. 같은 6기 끼리.”

***

같은 시각-

사방으로 둘러진 철벽 그 가운데.

선소연은 막대한 에너지를 견디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쓴 웃음이 걸렸다.

‘크라켄’이 직접 「창조」한 봉인 마법.

그 마법의 주재료인 핵에너지를 옮기는 통로 역할을 자처한 지 어언 6개월째. 점점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아 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괜찮나. 선소연.]

“후우, 괜찮아 보이시나요? 그냥 견디는 거죠.”

이미 신체의 내부는 넝마처럼 찢겨 있었고, 심장에 자리 잡은 물의 능력은 통제를 잃은 지 오래다.

이 상태로 봉인을 해제하고 군단장들과 만난다면, 싸우기도 전에 죽을 게 분명했다.

[봉인이 약해지겠지만, 에너지를 좀 더 줄여야겠다. 이제 더는 못 견뎌.]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크라켄.”

[고집부리지 마라.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견한 상황이다.]

“아뇨. 놈들의 저항이 많이 거셉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힘이 떨어지면 틈이 벌어질 거예요. 그리고, 아시잖아요.”

[무얼…… 말이냐.]

문어가 안타깝다는 어조로 답했다.

패밀리어에 잡힌 주름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전 「아베르노」에 갈 거예요. 거기서 오빠를 찾을 겁니다. 어차피 오빠가 없으면 인류에게 희망은 없어요.”

선소연은 확실히 무리하고 있었다.

6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그래도 집단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 있기에 봉인에 응한 것이지, 그게 없었다면 당장 「아베르노」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 결과가 혹여 비참한 죽음일지라도.

[아니, 그곳은 미지의 세계다. 죽어서 그곳에 간단 보장이 없어.]

“하지만 전 분명 봤었어요…….”

[총사령관의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 불의 종족 측에 붙어서라도 가야죠.”

크라켄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그녀의 진심을 느낀 탓이다.

사실, 같은 공간에 있다지만 둘의 목적은 애초에 서로 달랐다.

크라켄은 왕으로부터 지구의 핵에너지를 지키란 명령을 받은 상태.

즉, 인류의 생존보단 핵에너지가 우선이다.

문어의 처지에선 「테르미노」가 시간이 흘러 봉인에서 풀릴 때까지 어떻게든 지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에 비교해 선소연은 일단 인류의 생존이 목표다.

하지만, 그녀는 「아베르노」의 존재를 통해 인류가 다른 공간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크라켄은 아닐 거라 하지만 그녀는 믿었다.

그 당시 그곳이 실존하는 공간이란 것을 확실히 느꼈었으니까.

그리고 혹여 아니더라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인류에게 희망 따윈 아예 없는 거니까.

어쨌든, 그녀는 이곳에서의 봉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거다.

비록 예전 지구만큼 좋은 곳은 아니지만, 지금의 지구보단 훨씬 나은 「아베르노」가 있으니까.

놈들에게 죽어 없어진다 해도 인류는 새 세상에서 다시 살아갈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멸망이지 뭐.

결국, 크라켄은 결단을 내렸다.

그녀가 무리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미안하다. 선소연. 핵에너지를 조금 줄이겠다.]

“……크라켄. 당신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일단. 살아봐라. 최대한 오래. 그가 약속하지 않았나. 분명 돌아오겠다고.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

잠시 후, 그녀가 담아내는 에너지가 조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르르르!

곧이어, 강원도 멀지 않은 장소에 위치한 봉인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감싼 새하얀 빛.

그 사이로 터져 나오는 미세한 붉은빛들.

6개월 동안 튼튼했던 봉인이 점차 흔들리고 있었다.

***

신예지, 전민혁, 그리고 사내는 각각 방 하나씩 배정받았다.

방은 임시로 지어진 원룸이었음에도,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되게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방을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한 채 훈련 공터로 다시 나와야 했다.

훈련 교관 유성휘가 교육 집합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빨리 나와라!”

예비단원들의 집합속도는 제법 빨랐고, 곧이어 그의 강의가 시작됐다.

기존에 한 달 동안 배웠던 내용을 일주일로 축약해야 하니, 한시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다.

“첫 수업은, 팀 전술이다.”

팀 전술 훈련.

다양한 괴물 형상의 목각인형을 두고 팀원끼리 교본에 나온 연계 공격을 익히는 방법이다.

각 괴물마다 효율적인 연계 방식은 다 달랐고, 이들은 오늘 하루 만에 그것을 다 외워야 한다.

이미 다들 F급 헌터 이상이었기 때문에 자신만의 각성 능력이 있는 상태니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했다.

유성휘는 집합해 있는 그들에게 교본을 펼쳐 내밀었다.

“각자 지급한 교본에는 이렇듯 각 능력에 맞는 다양한 배치가 있다. 너희들은 이걸 참고하고, 서로 논의해서 자신의 능력과 어울리는 최선의 팀을 결성해야 한다. 시간은 30분 주겠다.”

유성휘는 절대 친절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을 제시하고, 그들이 모여 그것을 해결하게 했다.

이것은 인바스켓 훈련(In-basket training)의 일종이다.

상황을 주고, 바구니 안에 집어넣듯이 몰아넣은 후 해결하게 하는 기법.

전투에 나서면 돌발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게 마련이고, 그런 상황에선 지휘자의 명령을 기다리는 게 아닌, 본인의 재치로 대응해야 한다.

그 대처능력을 본질적으로 키워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유성휘의 명령에 예비단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자들과 다급하게 대화도 했고, 미친 듯이 교본을 넘기며 본인의 능력을 찾는 자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신예지의 능력은 「은신」이다.

다행히 교본 D-12쪽에 그녀의 능력과 어울리는 팀원들이 다섯 명이나 있었다.

전민혁의 능력은 「바위 생성」.

교본에 찾아보니 괴물의 진행 경로를 방해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른 능력들과 함께 B-2쪽에 존재했다.

피터 잭슨 교본의 위대함이었다.

꼭, 같은 각성능력이 아닐지라도 대체할 수 있는 능력까지 적어놓음으로써 어떤 조합이든 만들어낼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사내였다.

자신의 능력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 사내.

교관의 명령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바위 하나에 주저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교본은 펼쳐보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의지도 없어 보였다.

유성휘는 그 모습을 유심히 보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깡으로 저러는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봐.”

유성휘가 부르자 다른 곳을 둘러보던 사내의 시선이 그에게 향한다.

“자네 뭐 하는 건가. 이곳에 쉬러 왔나?”

“……나 말인가?”

그리고, 흘러나온 사내의 당돌한 반말. 순간, 과제를 하느라 시끄러웠던 주변이 정적에 휩싸였다.

“……뭐라?”

뒤늦게 조용해진 분위기를 파악한 신예지는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내를 찾았다.

과제에 집중하느라 사내를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바위에 앉아 교관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제기랄.’

그녀는 두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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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6-7 minutes

31. 4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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