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육군대위, 귀환하다-110화 (110/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10화

29. BJ 엘리트(2)

‘감히 F급인 주제에 날 무시해?’

울며 겨자 먹기로 신예지의 허락을 구해낸 비제이 엘리트가 분통을 터뜨렸다.

‘불러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절해도 모자랄 판에.’

사실, 요즘 합방할 사람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가 부르면 그 즉시 달려올 어여쁜 여 비제이들만 수십 명이 넘는다.

그는 방송에서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에게 여성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방송인이었으니까.

누구든 그의 방송에 한 번 출연했다 하면, 시청자 수, 팬층, 그리고 후원 수입이 배로 뛰게 된다.

그 말인즉슨, 보다 더 유명해진다는 것이다.

확실한 홍보 효과.

했다 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콘텐츠.

당연히 인기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한낱 신예지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고도 분명했다.

한눈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플랫폼 시상식.

동료 BJ들끼리 모여 조촐하게 벌이는 행사에서 처음 신예지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의 실물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뚝한 코.

도도해 보이는 화장.

살짝 째졌지만, 매력적인 무쌍의 눈.

딱 그의 스타일이었다.

살짝 세 보이면서도 발랄함이 묻어 있어, 보면 볼수록 귀여운 여자.

수없이 만나봤던 여성들에 비교해 객관적으로 뛰어난 미모는 아니었으나, 그냥 그의 이상형이 그랬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작업을 걸었다.

매너 있게 인사하고 정중하게 번호를 얻어냈다. 어디 가서 재수 없단 소리는 들어봤어도 못생겼단 소리는 들어본 적 없었고, 금전적으로도 여유로웠기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좋은 선후배 관계로 지내자며 차후 합방 약속까지 받아냈다. 그녀는 그 당시 분명 화사하게 웃으면서 알겠다 대답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잘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죄송해요. 그땐 자리가 자리여서. 제가 사실 합방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자리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그녀에게 연락하자마자 곧바로 거절당했다.

충격적이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오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서 못 오는 자리다. 나름 BJ면 욕심도 있고 할 텐데 그걸 거절하다니?

[음……. 그럼, 개인적으로 일 얘기나 하면서 술 한잔 어떠세요?]

[아, 죄송해요. 제가 알쓰(알코올 쓰레기)라…….]

[그, 그럼 밥이라도?]

[제가 사실 다이어트 중이라…….]

[차는 어떠십니까?]

[평소에 커피나 차를 즐겨 마시지 않아서요. 요즘 바쁘기도 하구요.]

그 외에도 여러 번 대화를 시도해봤는데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녀와 뭔가 일적으로, 아니면 사적으로라도 얽혀야 더 친해지고 관계가 발전이 될 텐데 초반부터 철벽을 치는 것이다.

결국, 상한 자존심은 집착으로 이어졌다.

부계정으로 그녀의 방송을 알림 해둔 후, 몰래 시청하기도 했고.

본 계정으로 여러 번 찾아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귀신같이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도방(몰래 방송을 도청하는 것.)을 하고 있던 찰나, 심장이 철렁거렸다.

그녀가 웬 놈의 게스트를 데려온 것이다.

평소 합방을 지양하고 솔로 방송만 해오던 그녀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간단다.

그것도 남녀 단둘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못 가게 방해하거나, 적어도 저 자리에 있을 남자는 그여야 했다.

그래서 바로 방송을 켠 후 시청자들의 도움을 받아 그녀를 꾀어냈던 것이다.

‘하-그렇게 거절할 땐 언제고, 다른 남자랑 합방한다고?’

뭐, 상관없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그곳에 본인도 끼게 됐으니까. 그것도 일주일 동안의 장기 여행 방송이다. 매력을 어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자신 있었다.

***

“자, 예지 씨. 출발하시죠. 목적지가 인천이랬죠?”

어느새 ‘건대입구역’에 도착한 엘리트가 카메라를 넘겨받고 진행했다.

그가 이곳까지 오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필 그도 이 근처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그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문자로 많은 것을 조율했다.

1. 상호 스킨십은 절대 엄금한다.

2. 방송은 격일로 번갈아 가며 킨다.

3. 후원 수익은 정확히 50% 분배한다.

4. 취침시간에도 방송은 켜고 있어야 한다.

엘리트는 1번과 4번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별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

그녀가 저 조건이 아니면 차라리 방송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었다.

“네. 시청자분들께 참혹한 지상 광경을 천천히 보여드리면서 이동할 생각이에요.”

방송은 엘리트와 신예지가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진행했다. 물론 그 과정엔 시청자들도 참여했다.

-좋지. 좋지.

-이번 콘텐츠 너무 기대되네요. 제 고향이 인천이거든요.

-둘이 잘 어울린다. 보기 좋네.

-ㄹㅇ 선남선녀인 듯. 이대로 우결?

그들의 진행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짓궂은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에 BJ 엘리트는 능수능란하게 맞받아쳤다.

“무슨 선남선녀는 개뿔. 제가 더 아깝죠. 예지 씨도 인정하시죠?”

“네에? 참나,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시는 거예요?”

“헐, 어떻게 그걸 모르세요. 제 얼굴 보세요.”

그도 그녀도 진담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카메라가 켜져 있기에 떠오르는 데로 내뱉는 거다.

“아니, 솔직히 저보다 잘생긴 사람 본 적 있어요?”

엘리트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당돌한 말에 신예지는 잠깐 가면을 쓰고 뒤따라오는 사내를 힐끗 쳐다봤다.

그녀 기준에서 엘리트보다 저 노숙자였던 사내가 수백 배는 더 잘생겼다.

“그럼요. 최근에도 봤는걸요?”

“큭큭, 자존심 부리긴요. 자, 어쨌든 여러분! 일단 우리가 여유롭게 가기 위해서는 정찰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디부터 가야 할까요? 네. 맞아요. 높은 곳으로 가야죠. 그래서 저희는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동태를 파악할 겁니다. B급 이상 괴물이 발견되면 그 즉시 숨어서 놈들이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

그는 미리 짜놓은 대로 시청자들에게 교육을 시작했다. 다음 장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에 그런 식으로 오디오를 채우는 것이다.

신예지는 그 틈을 이용했다.

재빨리 화면 사각지대로 몸을 숨긴 후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죄송해요. 말도 없이 일행을 늘려서.”

“난 상관없다.”

“……그래도.”

“그 인천이라는 곳에 예정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만 해준다면 뭐든 도와주지.”

“그건, 걱정 마세요. 혹시 방송 못 하더라도 무조건 기억 찾는 건 도와드릴 테니까. 약속할게요.”

“그러든지.”

***

“그래서 우리가 먼저 갈 곳은 X산 빌딩이에요.”

BJ 엘리트는 장황한 설명을 마친 후, 시청자들에게 최초 목적지를 밝혔다.

-와, 그거 오랜만에 들어보네.

-옛날 무슨 헌터집단이 세웠던 빌딩 아님? 이름도 기억 안 나네.

-그거 아직도 안 무너짐? ㄷㄷ

X산 빌딩.

무려 25층짜리 고층빌딩인 그곳은 이 동네에서 아직까지 무너져내리지 않고 남아 있는 건물 중 하나였다.

지금은 해체된 어떤 헌터집단에서 거금을 들여 만든 빌딩이라 그런지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X산 빌딩이요? 굳이 거기까지 가려고요?”

물론, 그것 말고도 올라갈 만한 빌딩은 무수히 많았다. 그럼에도 엘리트가 하필 그 빌딩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인천까지 가는 길이에요. 최대한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정찰해 놓을 필요가 있지요.”

“……거긴 가본 적 없는데.”

“걱정 마세요. 이 동네 제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거 아시잖아요.”

엘리트는 대충 얼버무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 건물은 3층부터 20층까지 골조만 남겨두고 내부가 텅 비어 있다. A급 괴물 ’불토룡’이 출현해 시멘트를 싹 다 갉아먹어 버린 탓이다.

그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골조와 골조 사이를 밟아 뛰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바로 낙사다.

따라서 그곳은 일반인들이나 저급 헌터들이 절대 올라가지 못한다.

‘공중부양’ 능력을 갖추고 있는 최강수처럼, 특수한 헌터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의 속내는 이러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붙여 천천히 그곳을 오르고, 공포에 질린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거다.

안전을 핑계로 손을 잡아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신예지의 각성 능력은 「은신」

절대 그의 도움 없이는 그곳을 오를 수 없다.

게다가 따라오는 가면 쓴 사내에게 망신을 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놈의 능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투 관련 능력일 거다.

게다가 아무리 많이 쳐 줘봐야 D급이나 C급 정도겠지.

그것보다 높은 급의 헌터들이 이런 곳에서, 그것도 한낱 BJ의 의뢰나 수행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면 당연히 저 건물을 오르지 못한다.

신예지 일행은 걸음을 지속했고, 10분쯤 흘렀을까, 마침내 ‘X산 빌딩’에 도착했다.

엘리트는 밝은 모습으로 그 건물의 모습을 화면에 비추었다.

“여러분 이곳입니다. 웅장하죠?”

-대박. 저게 아직도 살아 있다니.

-근데 좀 이상한데?

-그러게. 무슨 벌레 먹은 사과처럼 중앙이 파여 있다냐.

-저길 오른다고?;;

“하하, 여러분들, 이래 봬도 우리 헌터입니다. 저 정도도 못 오르면 초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의 능청스러운 말에 신예지가 황급히 다가가 속삭였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저보고 저길 어떻게…….”

하지만 엘리트는 그런 그녀와 살짝 떨어진 후, 큰 소리로 말했다.

방송 화면에 잡혀 있을 때 귓속말은 금기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니까.

“어, 예지 씨. 할 말 있으신가요? 설마, 겁나시는 거예요?”

“아, 아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 방법이 있거든요. 제가 노하우를 차근차근 알려줄 테니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신예지가 한숨을 쉬자, 엘리트가 빙긋 웃으며 이번엔 시선을 가면 쓴 사내에게 향했다.

“그쪽도 오를 수 있으시죠? 나름 무시무시한 실력의 헌터라면서요.”

-오, 자존심 싸움 또 시작.

-2차전 발발.

-엘리트야 찌질하다. 그만해라.

-? 님이 뭔데 엘리트 욕함? 쳐내라.

-왜 재밌기만 하고만.

나름의 도발이었다.

어차피 안다.

본인처럼 신체강화계 능력이 아닌 이상 절대 저곳을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저기 맨 꼭대기를 말하는 건가?”

가면남이 옥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초면에 반말하는 그에게 살짝 빈정이 상했지만 참았다. 화면 앞이니까.

“네. 맞아요. 뭐, 제가 도와드릴 필요까진 없으시겠죠? 알아서 잘하실 테니까?”

엘리트가 씨익 웃었다.

아마 저 사내의 속은 썩어 문드러져 갈 것이다. 사냥 의뢰받고 왔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을 해야 하니 답답하겠지.

그러나 사내의 대답은 그가 원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저길 못 올라가는 사람도 있나?”

-ㄷㄷ 충격 발언.

-와우. 가면남. 안 진다는 마인드네;

-ㅋㅋ 누가 빨리 올라가나 대결하는 건가?

사내의 대답에 시청자들은 재밌어 죽겠다는 반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엘리트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흥, 허세는. 곧 있으면 골조 위에서 덜덜 떨고 있을 녀석이.’

가면남은 고개를 한번 기웃하더니 안색이 좋지 않은 신예지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저기 위에 올라가야 하는 건가?”

“아…… 네. 그게, 일단 정찰을 해야 해서.”

“넌 올라가기 힘든 건가? 분위기를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아, 그…… 그게. 네…….”

“데려다주지.”

그러고는 단숨에 그녀를 앞으로 껴안아 들었다. 그 모습에 그녀도 엘리트도 눈을 번쩍 떴다.

특히 엘리트는 순간 이성을 잃을 뻔했다.

감히 누구 몸에다 손을 대는 거야? 나도 아직 만져본 적 없는 신체인데.

그리고 더 기분 나쁜 건 신예지의 반응이었다. 분명 사전에 스킨십은 절대 안 된다 못 박아 놓고서는, 그가 껴안으니 싸늘한 반응은커녕 오히려 얼굴을 붉히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엘리트는 참았던 화가 다시 뻗쳐오는 걸 느꼈다.

-우와, 가면남 박력 대박.

-쟤 ㅈㄴ 시크하지 않냐? 반말하는데 뭔가 예의 없어 보이기보단 멋있는데?

-222. 뭔가 있어 보이긴 함.

-ㄴㄴ 난 엘예지 응원. 가면남 무례하다!

시청자들도 드라마 보듯 상황을 관전했다. 엘리트는 정신 차리고 신예지를 안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먼저 가 있을 테니 따라 올라오도록. 뭐, 내가 도와줄 건 없겠지? 알아서 잘할 테니까.”

“……뭐?”

사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냥 올라가도 힘든 곳을 저렇게 안고 올라가겠다고? 그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며, 실력이 아닌 오만이다. 게다가 그녀의 목숨도 걸려 있는 일이지 않은가.

“참, 웃기는……?”

하지만 엘리트는 말을 다 잊지 못했다.

정말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

-가면남 어디 감?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졌는데?

-뛴 거 아님?

-인간 점프력이 저렇다고?

-쟨 인간 아니잖아. 헌터지.

-CG 아님?

시청자들도 당황했다.

분명 건물 3층까지 보이는 화면 시야에서 사내가 하늘로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겐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엘리트는 그게 아니었다.

분명 봤다.

25층의 높이를 한 번에 뛰어 올라가는 사내의 모습을. 심지어 중간에 있는 골조도 밟지 않았다.

사실, 뛰어올랐다는 말보다는 날아올랐다는 말이 더 어울릴 지경이었다.

‘저, 저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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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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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BJ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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