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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103화 (103/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103화

27. 헌터의 생존방송(2)

‘종말의 날’

KH와 세계헌터기구가 세상에 선포한 외계종족 침공의 날이다.

물론, 처음엔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이 제공한 객관적인 증거가 너무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KH와 WHO였다.

지금껏 꾸준한 신뢰를 보여왔던 기관들. 그들이 보증했으니 뭔가 있겠다고 생각한 국가들은 만약을 위해 대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은행에 쌓아둔 국고금을 모두 털었다.

모든 정책을 ‘종말의 날’에 집중했다. 지하철역마다 대형 벙커를 구축했고, 태양열 발전기와 식량 자가재배가 가능한 인공 밭을 설치했다.

몇몇 사람들이 뜬구름 잡는 소리에 피 같은 국세를 낭비한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기세는 곧 사그라들었다.

‘종말의 날’은 진짜였으니까.

전 세계에 나타난 무수하게 많은 균열들이 하늘과 대지를 꽉꽉 채웠다. 그리고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괴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장르가 ‘아포칼립스’ 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온 세상이 뒤흔들렸다.

헌터들이 막으려 노력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이 넓은 지구 전체를 수호하기엔 그들의 수가 너무 적었다.

결국, 불과 이틀 만에 인류는 괴물들에게 지상 공간을 내줘야 했다.

놈들의 위력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군단장이라 불리는 커다란 놈들, 그리고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괴물의 힘은 대단했다.

SS급 헌터인 선소연이 아니었으면 그들과 대치상황까지 가지도 못한 채 인류는 멸망했을 것이다.

대치는 강원도 북부에서 이뤄졌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그쪽에 있었던 건 아니다. 중국 지역에서 나타난 그들은 재빠르게 한국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면서 인간을 죽이거나 건물을 부수지도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한사람이었던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자.

선소연.

KH는 신비한 힘으로 놈들이 다가오는 방향에 커다란 벽을 세우고 대비했다.

전국 매체가 그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세계 곳곳에 배치된 KH 단원들은 급하게 한국으로 복귀했고. 방어진을 구축했다.

그리고 엄청난 싸움이 시작됐다.

세계는 고개를 흔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평가받던 한국이 제일 먼저 멸망하게 생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끈질겼다.

선소연의 방어능력을 기점으로 끝없이 버티고 버텼다.

그렇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KH 전 인원이 강원도 북부에 묶이자, 세계가 순식간에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

신예지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오늘도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때. 그녀의 눈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좋아. 가는 거야.”

참았던 숨을 내뱉으면서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는다.

“안녕, 오빠 언니들. 본격 대리만족 방송을 추구하는 F급 헌터 BJ 신예지. 머리 박고 인사 올릴게.”

그녀는 BJ였다.

그것도 ‘종말의 날’ 이전부터 말이다.

그녀는 예쁘장한 얼굴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아먹으며 살았었다.

비록 잘나가진 않았지만, 고정 팬층을 확보했기에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됐었다.

-신예지 하이~

-오늘 콘텐츠는 뭐임?

-컨텐츠 가져와라!

다양한 인사들과 함께 급속도로 시청자 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많은 숫자였다.

사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따로 있었다.

“히잉, 컨텐츠는 어제도 했잖아. 오늘은 그냥 토크만 하면 안 될…… 까?”

그녀의 말에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다.

-??

-ㄴㄴㄴ 노잼.

-폭동이다. 다들 화력을 집중하라!

-?

-우리가 니 얼굴 보려고 방송 보는 줄 아냐!

-오늘은 ‘성수동’ 쪽에 한 번만 가주세요. 우리 집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요.

-안 돼. 오늘은 붉은 박쥐 잡아보자. 헌터가 사냥하는 거 실제로 보고 싶어.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었다.

‘종말의 날’ 이후 모든 사람들은 본인이 구축했던 대피소나, 정부가 제공하는 지하 벙커로 피신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지상에 괴물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이었다.

정부에서도 외출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오직 헌터만이 외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당연히 지하에 틀어박힌 사람들은 할 게 없어졌다.

밤낮으로 뉴스를 틀어놓고 불안해하는 것밖에 없었다.

국가 차원에서 철저하게 대비하는 바람에 인터넷이나 뉴스 방송 등에는 지장이 없었으니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으면 단체로 미쳐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아, 오빠들 나도 이거 목숨 걸고 하는 건데…….”

그녀는 그들에게 바깥 환경의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가감 없이 100% 리얼 버라이어티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도 약한 F급 헌터가 목숨 걸고 하는 방송이라 자극적이고 긴장감도 넘치는 재미를 선사했다.

[‘헌터조아’님이 ‘10,000원’ 후원!]

[‘예지돌이’님이 ‘50,000원’ 후원!]

[‘하핳호’님이 ‘20,000원’ 후원!]

-우리 예지 돈이 필요하구나?

-오빠가 더 줄게. 잠깐 충전 좀 하고.

-가자! 가자! 밖으로 가자!

사실,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종말의 날’ 다급하게 대피하면서 운 좋게 떨어진 F급 결정체를 주운 것이다.

그 당시엔 난리도 아니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괴물들과 서울에 상주하고 있던 헌터들의 대결.

그들에게는 잡은 결정체를 수거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아마, 그녀처럼 운 좋게 결정체를 주워 먹은 사람들도 꽤 많을 거다.

“하-오빠 언니들, 이거 아니야. 그만해. 넣어둬. 이제 돈 벌 일도 없는데 이런 데다 막 쓰면 어떻게!”

신기하게도 세계에 종말이 왔는데 경제체제가 무너지지 않았다. 즉, 화폐의 가치가 유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게 정부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지하들과 각자 소유한 벙커들을 모두 터널로 연결시켜 놓은 것.

그것 때문에 거래가 이토록 활발할 수 있었다. KH에 속해 있는 신비한 능력자가 도와줬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그래도 대단했다.

또한, KH가 놈들과 잘 싸워주는 것도 한몫했다.

만약, 놈들을 잡아낼 수 있다면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한화의 가치가 수십 배 뛸 거라 예측하는 자들도 있었으니까.

후원은 끝없이 계속됐다.

그녀는 이럴 때마다 항상 생각한다. 세상에 돈 썩어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어쩔 수 없네. 원래 다음 주에 하려 했던 건데. 오늘 해줄게. 대신 다음은 없어. 나도 사람이야. 휴식도 좀 하고 해야 한다구.”

사실 헌터라도 다 같은 헌터가 아니다.

현 시국에서 C급 이하 헌터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 병풍이자 총알받이 수준도 안 된다.

그렇기에 그녀도 소집되지 않은 채 방송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ㅇㅈ.

-다음엔 진짜 커버쳐줄게.

-건강 챙기면서 하세요.

-우리만 믿어.

신예지는 3년 차 BJ답게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해나갔다. 사실, 이미 외출준비를 다 마친 상태.

이렇게 애를 태워줘야 시간도 끌고, 시청자가 모여들 시간도 만드는 것이다.

***

그녀는 스마트폰 거치대에 방송용 캠을 끼우고 바깥으로 나갔다. 오늘의 컨텐츠는 ‘숨어서 불의 종족 생김새 촬영하기.’.

그녀의 각성 능력이 「은신」이기에 가능했다.

물론, 급수가 높은 괴물에게 걸리면 위험하다.

따라서 집 근처만 살짝 기웃거리며 박쥐나, 개미 괴물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것만 해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할게.”

신예지는 마음속으로 기합을 잔뜩 넣었다.

그녀는 프로방송인이다. 분명 과정은 힘들겠지만, 가끔 터지는 레전드 장면들의 과실은 달콤하다.

따로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면 수익이 배로 뛰기 때문이다.

-드디어 나간다.

-ㄱㄴㅇ?

-두근두근.

그녀가 계획한 곳은 ‘건대 입구’역 바깥 한강공원이다. 웬만한 놈들은 물을 기피한다는 사실을 듣고 결정한 장소다.

혹여나 감당할 수 없는 놈을 만나게 되면, 몸을 피신하기에는 한강이 제격이니까.

이렇든 그녀는 항상 뒤가 있는 방송을 했다.

그녀는 「은신」 스킬을 걸고 역 밖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아마, 남들이 보기엔 카메라만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와, 저게 건대 입구라고? 휑하네…….

-처음 오셨음? 맨날 보는 장면이잖음.

-ㅇㅇ 사람 한 명 없는 건대 모습은 나름 충격이네.

-님들. 이거 허가받고 하는 방송인가요?

-윗놈 강퇴시켜라. 넌씨눈 (*넌 씨x 눈치도 없냐의 줄임말)이냐?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한 동네. 참혹한 건대 입구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녀는 이동하면서도 시청자들이 보기 편하도록 카메라를 부드럽게 돌렸다.

“좀만 기다려봐. 멋진 걸 보여줄 테니까.”

신예지는 이미 사전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괴물들이 없는 지름길과 F등급 괴물이 있는 장소를 머릿속에 완벽하게 저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확신했다.

1시간 안에 카메라에 모든 걸 담아내고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음을.

그러나 약 3분 정도 이동했을까,

계획에 없던 인기척이 들렸다.

“헉, 잠깐만.”

신예지는 재빨리 근처 벽 뒤로 이동했다.

아무리 「은신」 중이라지만, 괴물이 있으면 조심스레 이동해야 한다.

B급 괴물 이상이면 인간의 냄새만으로 그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야. 뭐야? 방금 소리 들었지?

-와- 긴장감 보소.

-이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방송은 방송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BJ분께서 미리 사전조사까지 다 하시고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겁니다.

-뭔데. 빨리 보여줘!

역시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예지는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어 인기척이 들린 방향을 향해 비췄다.

그리고 어떤 놈인지 확인했다.

곧이어, 화면을 쳐다본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사람이잖아?”

인기척은 괴물이 아니었다. 웬 사내였다.

거지처럼 누렇게 뜬 옷.

다듬어지지 않는 장발의 머리.

삐쭉삐쭉 난 수염.

충혈된 눈.

‘종말의 날’ 이전에 봤다면 눈도 마주치지 않았을 거지의 모습이었다.

그는 쓰레기통 주변에 기대앉아 그저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

-뭐지? 밖에 왜 사람이 있어? 헌턴가?

-딱 봐도 헌터는 아닌데? 복장 봐. 거지나 부랑자 아냐?

-생긴 거 살벌한 거 보소. 탈옥한 범죄자 일수도…….

-근데 쟤는 위험하게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댓글 창이 궁금증으로 도배됐다.

신예지는 골머리가 아파져 왔다. 계획대로 되어야 하는데 나타난 돌발상황이다. 그냥 무시하고 가기엔 문제 될 게 많아진다.

그가 일반인이라면 헌터로서의 도의를 지키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고, 범죄자나 악의를 품은 헌터라면 그녀의 안전이 위험해진다.

‘제기랄. 하필.’

사내는 붕 떠 있는 카메라가 신기한 건지 사내는 어느새 시선을 그녀에게 보내고 있었다.

“하아, 시청자분들. 나 진심으로 묻는 거야. 이거 어떡해야 해?”

-ㄷㄷ 돌발상황 발생.

-ㅋㅋ 주작.

-주작이네.

-당연히 도와야지. 저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어. 역으로 데려다주자.

“이거 진짜 주작 아니야. 내 방송 인생 걸고.”

그녀가 시청자와 대화하며 「은신」을 풀지 말지 고민할 때였다.

끼르륵…….

소름 끼치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익숙한 소리였다. 그녀가 오늘 관찰하려고 했던 F급 괴물 붉은 박쥐였다.

‘허얼, 저게 갑자기 왜 여기 나타나는 거야?’

큰일이었다.

저 사내가 만약 일반인이라면 끔찍한 살해 장면이 방송으로 송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다. 당장 이슈화되어 온 사회가 들썩이겠지.

쑤우웅-

박쥐가 힘차게 날갯짓했다.

그녀는 이제 선택해야 했다.

이대로 방송을 끄고 도주할지, 아니면 사내를 도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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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웹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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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헌터의 생존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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