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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대위, 귀환하다-85화 (85/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085화

22. VIP 상점(3)

3영혼석 하나면,

1영혼석 1,000개와 같다.

하루에 일익마를 두 마리씩 잡는 사람이라 치면, 거의 2년이 넘어야 모을 수 있는 수익이기도 하다. 생활비와 쉘터 회비도 고려해야 하니까.

그런 수준의 영혼석을 그녀들은 단 하루 만에 벌었다. 그것도 고작 팁으로 말이다.

“내가 술값이 아닌 자기계발에 영혼석을 쓰는 날이 올 줄이야. 꿈만 같아.”

안이슬이 들뜬 목소리를 했다.

“헐- 그럼 50년 동안 한 번도 안 올렸다는 거예요?”

옆에서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손나연이 경악했다. 나름 성실하게 살아온 그녀로서는 말도 안 되는 게으름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처음엔 열심히 올렸지.”

“그런데요?”

“너도 오래 있어 봐. 하루하루 목숨 걸고 놈들 잡으면서 술 없이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나. 여기 있는 사람 대다수가 그래. 1영혼석 2개로 식비 충당하랴 술값 쓰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체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지.”

“그것참, 그럴듯한 변명이네요. 50년이나 있어 놓고 이익마 한 마리를 못 잡는 게 말이나 돼요?”

“흥- 남자 잘 만나서 편하게 버스 타는 애한테 그런 소리 듣긴 싫네.”

“와,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우셨대요?”

입으로 투덕거리면서도 눈은 고양이 상점 목록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들이었다.

‘거 참 대단한 멀티태스킹이네.’

난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차례를 기다렸다. 왜인진 모르지만, 상점의 수용인원이 두 명밖에 안 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두 여자는 알뜰살뜰 본인들의 영혼석을 모두 사용했다.

어차피 수익은 계속될 것이고, 괜히 아끼고 있다 죽으면 손해라 판단한 것이다.

안이슬은 모든 영혼석을 신체 강화에 때려 박았다.

왜 스킬은 구하지 않았냐 묻자, 하루 사용량 제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일단, 신체 능력으로 이익마를 혼자 처리할 수 있을 때쯤 익힐 생각이라나.

그에 비교해 손나연은 거의 발전이 없었다.

3영혼석 1개로 샤워장을 지었고, 2영혼석 1개로 천막을 지었다. 나머지는 가방과 식량에 전부 투자했다.

그래도 본인의 첫 사냥이 만족스러운지 뿌듯한 표정이었다.

난 그녀들을 뒤로하고 남은 영혼석의 수를 확인했다.

[3영혼석 18개, 2영혼석 48개, 1영혼석 240개]

일단 딱히 구매할 거라곤 저번에 봐뒀던 「물의 치유」와 「의사 소통」밖에 없다.

2영혼석 5개와 1영혼석 5개만 지불하면 되니 부담도 없긴 한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VIP 상점을 지금 봐야 할까, 나중에 봐야 할까. 적어도 어떤 스킬, 아이템을 파는지는 알아두고 싶은데…….

내 낌새를 눈치챘는지 안이슬이 다가왔다.

“VIP 보려고?”

“아직, 고민 중이야.”

“그거 진짜 별거 없어. 기록사 보면 다 나와 있는 건데. 시간제한도 한 달인가? 그럴걸? 가격도 더럽게 비싸고. 지금 보는 건 손해야.”

“글쎄. 입장권이 3영혼석 다섯 개였나? 그 정도면 별 손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구해올 수 있는 정도의 수량이다. 역시 봐야겠어.

“안 돼! 아까워! 차라리 그럴 거면 날 줘.”

그녀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네가 알려줄 수 있나?”

“그…… 그건 기억이. 그냥 무진장 비쌌던 거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3영혼석으로 구할 수 있는 물품은 없을걸? 최소가 4영혼석일 거야.”

“모른다는 말을 왜 이리 길게 하냐.”

난 거침없이 다가가 고양이 상점 앞에서 ‘구매’를 외쳤다.

“으악, 아까운데…….”

본인 것도 아니면서 아까워하는 그녀를 무시하자 곧 눈앞에 텍스트가 보였다.

[상점에 온걸 환영한다. 뭐가 필요하냐. 인간.]

항상 똑같은 멘트.

순례길 인도자도 저런 식이었지.

지금은 어떻게 됐으려나…….

“일단 스킬 「물의 치유」, 「의사 소통」, 그리고 「VIP 상점 입장권」을 구매하겠다.”

[확인했다. 잠깐 기다려라.]

알맞은 영혼석을 던져주고 조금 기다리자 내 신체 주변으로 황홀한 빛이 터져 나왔다.

마치 게임에서 레벨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으씨, 결국은……!”

안이슬의 외침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각종 지식들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스킬 사용법부터, 의사소통에 관련된 지식까지. 그런데도 고통 하나 없이 깔끔했다.

“신기하네.”

“처음이지? 누가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참 대단해. 노력 없이 모든 걸 익힐 수 있잖아.”

그녀의 말대로였다.

「물의 치유」 ↔ 2영혼석 5개.

→ 대상의 치유 속도를 20배 증폭한다. 체내에 수분을 공급하여 갈증을 없앤다. [하루 사용량 제한 : 3]

분명 사용해본 적 없음에도, 지금 당장에라도 손을 뻗으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저절로’ 알게 된 느낌이었다.

[완료되었다. 다음은 VIP 상점을 열어주겠다. 각 품목엔 재고가 있으며, 리필 주기는 100년이니 참고해라. 인간.]

고양이의 텍스트와 함께 새로운 화면으로 전환됐다.

***

〈VIP 상점 품목 : 15년 후 보충됩니다.〉

「불의 가호」 ↔ 4영혼석 10개.

→ 불에 대한 저항력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려 준다. [재고 : 2/2]

「물의 가호」 ↔ 4영혼석 10개.

→ 물에 대한 저항력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려 준다. [재고 : 2/2]

「소환수의 구슬」 ↔ 4영혼석 10개.

→ 제압한 악마를 길들일 수 있는 구슬. [재고 : 0/10]

「세계수의 씨앗」 ↔ 4영혼석 10개.

→ 본인의 쉘터를 수호하는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재고 : 0/10]

「랜덤 스킬 상자」 ↔ 4영혼석 10개.

→ 일반 상점에 나오지 않는 스킬을 무작위로 익힐 수 있음. [재고 : 3/10]

「특급 마법 가방」 ↔ 4영혼석 30개.

→ 무제한 크기의 아공간을 제공. [재고 : 2/10]

「신체능력 향상 반지」 ↔ 4영혼석 30개.

→ 본인의 신체능력을 150%까지 끌어올려 준다. [재고 : 10/10]

「기억의 목걸이」 ↔ 4영혼석 30개.

→ 환생 후 기억을 잃을까 두려운 그대를 위한 기억저장장치. [재고 : 3/10]

「군단장의 심장」 ↔ 5영혼석 1개.

→ 사용처 : 불의 종족 군단장의 힘이 응축된 심장 [재고 : 1/1]

「아베르노 초대권」 ↔ 5영혼석 1개.

→ 환생을 거부한 그대에게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재고 : ∞]

***

나열된 목록을 쭈욱 둘러봤다.

비록 열 개밖에 없었지만, 누구의 말과는 달리 꽤 괜찮아 보이는데…….

일단 제일 비싼 것부터 살펴봤다.

「아베르노 초대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군단장의 심장」은 조금 놀랐다.

설명은 심장이라 쓰여 있었지만 저건 결정체가 틀림없었다. 골렘도, 5군단장도 전부 심장을 파괴했을 때 탈피가 이루어졌으니까.

내 각성 진행 상황은 물의 종족 말을 빌리자면, 아직 3차 탈피까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순례길도 없는 상태에서, 드디어 4차 탈피의 기회가 온 것이다.

“저건 무조건 사야지.”

그다음 품목들을 확인했다.

「소환수의 구슬」과 「세계수의 씨앗」은 이곳에서 쭉 살기로 작정한 사람이 전부 구매했는지 재고가 없었고, 나머지는 「불의 가호」를 제외하곤 그냥저냥 쓸만해 보인다.

특히, 「특급 마법 가방」은 지구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있는 것을 모두 구매하기 위한 결정체의 수는 [5영혼석 2개, 4영혼석 120개]다.

그냥 마음 편하게 5영혼석 3개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구역당 오익마는 한 마리라 했으니, 아마 타 구역까지 이동해야 원하는 것을 전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봤을 때보다 재고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응. 이익마만 꾸준히 잡아도 저축만 잘하면 살 수 있는 것들이잖아. 아마 쉘터 단위로 구매했을 거야. 지금도 누군가 구매하기 위해 벼르고 있을 수도 있겠지.”

안이슬의 말이 맞다.

사익마 영혼석이라 해봐야 이익마 100마리만 잡으면 교환할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조금 더 서둘러야겠어.”

일단, 남아 있는 건 전부 다 사볼 생각이었다.

***

손나연이 지은 주거지는 조잡했다.

샤워장만 따로 추가했을 뿐, 2인용 A 텐트와 다름없는 공간. 하늘만 막혀 있을 뿐, 바닥은 자갈까지 보이는 맨땅이었다.

다행히 바닥에 깔 매트는 있었지만…….

이걸 보니 쉘터 ‘고려’가 그 건물 두 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혼석을 투자했을지 짐작이 갔다.

“이거 두 명밖에 못 쓸 것 같은데?”

안이슬이 천막을 대충 둘러보며 말했다.

어느새 씻고 왔는지 머리카락이 축축하다. 옆을 보니 손나연 역시 다 씻은 후 옷까지 갈아입은 상태였다.

남은 영혼석으로 생필품도 몇 개 구매한 모양이었다.

“그럼 저랑 단장님이 쓰면 되겠네요. 그쪽은 영혼석도 안 냈잖아요.”

“뭬야? 그런 게 어딨어! 나도 일행이라고!”

“그건, 그쪽 사정이구요.”

“안 돼! 캄캄해서 무섭단 말야! 그런 식으로 하면 나도 너한텐 정보제공 안 해.”

“맘대로 하세요.”

도대체 지겹지도 않은 건가, 또 별 시답잖은 거로 싸운다. 으르렁거리며 노려보는 둘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둘이 써라. 난 밖이 편하고 익숙해.”

어차피 누군가는 불침번도 봐야 했다.

그래도 반년 동안 노숙한 경험이 있다고, 저런 천막보다는 밖이 훨씬 정감 간다. 쉘터 지역이라 그런지 땅도 고르고.

“뭐예요. 그쪽 때문에 단장님이 희생하잖아요.”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네가 억지 부리는 거지!”

“억지는 무슨……! 좋아요. 가위바위보 해요. 어차피 불침번도 서야 하는데 진 사람이 밤새 불침번까지 서기!”

“좋아. 해보자고!”

내가 괜찮다는데 왜들 저러는 걸까.

아무래도 제대로 불붙은 것 같다.

“잠깐만!”

“왜요. 쫄리세요?”

“가위바위보는 재미없어. 다른 거로 해.”

“뭐요.”

“음……. 저기 천막 안에 있는 자갈 수 맞추기! 어때?”

“……심심하세요?”

손나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나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른얼른. 가장 틀리게 맞춘 사람이 불침번 서는 거야. 공평하게 현 씨도 같이해.”

“후우- 좋아요. 뭐, 그거나 그거나니까.”

손나연이 참여했다.

그래. 어차피 할 것도 없는 야심한 밤. 나도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전 30개 할게요.”

손나연이 먼저 말했다.

“좋아 넌 30개. 이제 현 씨는 뭐 할래?”

“대충 35개로 하지.”

당연히 자갈 수가 몇 개인지 세어보진 않았다. 그저, 손나연과 가깝게 성의 없이 말한 것뿐이었다.

“오, 그럼 난 25개로 하면 되겠다. 딱 5개 차이 나게. 이제 세어보고 가장 먼 사람이 벌칙 받는 거다?”

“좋아요!”

손나연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러고는 마치 멍청한 생물을 바라보는 것 마냥 안이슬을 쳐다봤다.

“뭐야. 왜 그렇게 봐. 기분 나쁘게.”

“아, 아니에요. 빨리 세러 가요.”

둘은 씩씩하게 천막 쪽으로 이동했다.

난 그런 안이슬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뭐, 바보도 아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이슬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자갈 수가 많았나 보네.

“36개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됐죠? 이제 단장님이랑 전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 열심히 수고해 주세요.”

“크윽- 제기랄.”

난 추적추적 일어나 절망하고 있는 안이슬에게 다가갔다.

“야, 너 바보냐?”

“뭐!”

“내가 35개고 네가 25개면 자갈 수가 몇 개든, 손나연은 무조건 천막 안에서 자는 거잖아.”

“…….”

그녀는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눈이 동그래졌다.

마치 본인이 실제로 멍청하단 걸 깨달아 버린 충격받은 표정.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천막으로 들어가자 곧이어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건 무효야! 다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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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독 안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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