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육군대위, 귀환하다-61화 (61/128)

육군 대위 귀환하다 061화

16. 종족의 순례길(1)

[강 현, KH 헌터집단 창설. 국내 최강 헌터 라인업]

[KH 말도 안 되는 복지. 새로운 신의 직장으로 떠오르나?]

[KH 신개념 입단 테스트 화제]

[합격자들 최강급 결정체 5개씩 지급, 인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시민들 환호]

KH에 대한 소식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퍼졌다.

비밀유지서약을 썼다지만 무려 수십만 명이 지원한 테스트,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리 없었다.

각종 언론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수많은 기사들을 양산했다.

물론, KH의 심기를 건드릴 간 큰 언론사는 없었다.

비판적인 논조는 아예 없었고, 객관적인 기사를 유지하거나, 대부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시민들 역시 인류의 보호를 목적으로 만든 집단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기사 내용대로 116명의 단원들은 모두 성공적으로 각성했다.

그러나 급격한 각성으로 아직 본인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

팀을 나누기 전에 각 팀장 주도로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똑똑똑-

KH 단장실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저, 단장님.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새로 고용한 비서가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 카지노 호텔 앞에서 상대했었던 피터 잭슨이었다.

“기억하십니까, 헌터님. 저 피터 잭슨입니다.”

단단한 몸을 가진 미국 최고의 S급 헌터. 그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난 그의 인사를 받아주고 접객 테이블로 이동했다.

“KH 창설 소식을 듣고 팀원들과 함께 급히 달려왔습니다. 집단 창설 축하드립니다.”

불과 하루 전 피터 잭슨이 공문을 통해 방문 의사를 밝혔고, 그와 아무런 감정이 없던 나는 흔쾌히 승낙했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어쩐 일로 연락 주신 겁니까? 게다가 찾아오시기까지.”

고작 축하만 할 일이었으면 직접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궁금증에 쳐다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저희 팀을 KH에 받아주십시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말하는 피터 잭슨.

그의 팀이라면 본인 포함 10명의 S급 헌터들일 거다. 그들이 왜 갑자기 KH에 들어오겠다는 거지?

“갑자기요?”

“네. 이번에 새로 헌터들을 키우신다 들었습니다. 저희가 그들의 훈련을 돕고 싶습니다.”

“훈련이라…….”

“네. 아시다시피 저희 팀의 팀워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준입니다. 군단장을 상대로는 힘들겠지만, 그 아랫급 괴물들은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사냥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희가 훈련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분명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피터 잭슨의 팀과는 미국에서 상대한 적이 있었다.

꽤 괜찮은 연계 공격.

팀원들의 각성능력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던 그의 모습.

분명 팀장들이든, 단원들이든 그가 도와준다면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최강수나, 팀장들이나 다수의 S급 헌터들을 이끌고 활동한 경험은 전무했으니까.

그러나 궁금했다.

이들이 가입하겠다면 나야 고맙긴 한데, 무슨 이득이 있길래 먼저 발 벗고 나서는 걸까.

게다가 이들은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키워낸 헌터팀. 미국을 지키지 않고 한국으로 넘어와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우리야 상관없는데, 미국 측에서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내 물음에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권유한 겁니다.”

“미국이요?”

“모르셨습니까? 현재 세계 모든 국가의 관심이 KH로 쏠려 있습니다. 정확히는 헌터님께요. LA에 군단장이 출현했을 때 깨달은 거죠. 아무리 S급 헌터들을 키워봐야, 그런 놈이 또 나타난다면 기댈 사람이 헌터님 뿐이라는 걸요.”

“그래서, 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KH에 지원하신 거다?”

“솔직히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어차피 세계 평화를 위한 집단 아닙니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 지원했습니다.”

구미가 당겼다.

나나 선소연은 오버 밸런스다.

주먹 한 방으로 괴물들을 잡아낸다.

그 때문에 단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코칭을 해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다르다.

괴물에 따라 상대하는 전략이 다 다르며, 경험도 많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보수는요?”

“뭐든 상관없습니다. 미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시기만 한다면.”

어차피 군단장급 이상이 등장하면 미국이든 러시아든 내가 상대해야 한다.

“좋습니다. 계약하죠.”

***

[미국 최고의 헌터 피터 잭슨 팀. KH에 입단]

[미 대통령 피터 잭슨 찬사. KH와 연을 맺게 되어 영광이다]

[KH 헌터집단. 과연 세계 최고로 비상할 것인가?]

언론이 다시 한번 들끓었다.

피터 잭슨의 합류가 팀장들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새로 합격한 단원들 또한 건물 내부 훈련실을 다 태울 정도로 열심히 임했다.

피터 잭슨이 그들의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조금 헌터들 같군요.”

따라오던 팀장들이 흠칫 놀랐다.

그가 어눌하지만, 한국어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언어 습득 속도가 굉장했다.

“앞으로 2주 동안은 무조건 훈련입니다. 힘들겠지만 빠른 실전 투입을 위해선 어쩔 수 없습니다.”

확실히 그는 엘리트였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훈련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변했다.

그는 차트를 통해 각 단원들의 각성능력을 판단하고, 훈련을 통해 효율적인 조합을 만들어냈다.

또한 MBTI, Big-Five 등의 틀을 이용해 단원들의 성격까지 검사해 정리했다.

피터 잭슨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스포츠팀의 감독을 보는듯했다.

“저, 잭슨 씨? 팀 선정은 어찌하실 겁니까?”

뒤따라오던 구태경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팀장들 또한 힘을 떠나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고, 그의 운영방식을 존중해 줬다.

피터 잭슨이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듯 나를 보고 말했다.

“마스터.”

그는 나를 단장이 아닌 마스터라 불렀다. 그게 어감상 편한 것 같았기에 굳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네, 말씀하세요.”

“여기, 제가 생각해 둔 팀 구성입니다.”

그가 건넨 서류를 건네받았다.

“각 팀은 팀장들의 성격에 맞게 배치했습니다. 예외사항으로 마침 여성 단원이 딱 29명이라 모두 3팀으로 넣어뒀습니다.”

KH에는 1팀부터 4팀까지 있었는데, 팀장들의 나이순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1팀장 문태준(중력조절)

2팀장 구태경(식물계)

3팀장 강설아(바람)

4팀장 유현동(전기)

내가 서류를 읽고 있자 옆에 있는 유현동이 나섰다.

“형님!”

“왜.”

“전, 무조건 몸 관리 잘하는 사나이들로 넣어주세요! 3대 500도 못 치는 팀원 따위 필요 없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피터 잭슨이 날 바라봤다.

“뭐라는 겁니까?”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헛소리에요.”

“알겠습니다. 팀복은 각 팀장들 능력에 어울리게 주문했습니다.”

“호오, 팀복도요?”

서류 뒷장을 넘기자 깔끔하게 디자인된 남성, 여성 전투복이 그려져 있었다.

“네. 1팀은 퍼플, 2팀은 그린, 3팀은 블루스카이, 4팀은 화이트로 했습니다. 각 팀별로 구분을 해놓으면 서로 경쟁이 붙어 성과가 더 좋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괜찮네요.”

“팀들은 올라운드가 가능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잘했어요.”

만족스러웠다.

난 각 팀별로 전략적 특색을 갖추기보단, 군단장 이하 어떤 괴물이 나타나도 상대할 수 있는 구성을 원했다.

즉, 말 그대로 올라운드 팀.

각 팀은 함께 있을 수 없다.

세계는 넓고 균열은 많기 때문이었다.

“2주 남았습니다.”

난 걸음을 멈추고 피터 잭슨과 각 팀장들을 응시했다.

“2주요?”

“네. 그 안에 훈련을 마치고 1팀, 2팀, 3팀은 해외로 나갈 준비 해주세요.”

세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문태준이 물었다.

“파견인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결정체 선점 목적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가 헌터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서두를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문태준의 응답을 필두로 구태경과 강설아도 당차게 수긍했다. 그러자 유현동이 서운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형님, 저는 왜 빼놓습니까?”

“한 개 팀은 국내를 전담할 거야. 물론, 한 달 주기로 로테이션 돌아가면서 바꿀 거고.”

“아…… 그렇군요. 전 또…….”

모든 팀이 해외에서만 지낼 수는 없었다. 3달 주기로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해줄 예정이다.

“파견팀 운용은 각 팀장들에게 전권 위임합니다. 결정체는 무조건 반납이 원칙이며, 2%의 수수료를 팀에게 제공할 겁니다.”

2%만 해도 엄청나다.

최상급 결정체의 가격이 요즘 많이 떨어졌다 해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결정체는 새로운 팀원 모집이나, 연구용, 집단 유지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그럼 훈련들 마저 하세요.”

“네!”

난 팀장들을 돌려보내고 집으로 향했다.

***

건물 옆 펜트하우스.

선소연이 편한 복장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물론 기다리고 있으라고 미리 언급해놨다.

오늘은 테스트가 끝난 지 딱 일주일이 되는 날. 다시 크라켄을 활용할 때가 왔다. 다들 열심히 훈련하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까.

“벌써 퇴근하신 거예요?”

“퇴근은 아니지. 할 일이 있으니.”

“그건 그렇네요.”

내가 재킷을 벗자 선소연이 총총 다가와 넥타이를 풀어줬다. 분 냄새 없이 그녀 고유의 체향만 느껴지는 게, 씻은 지 한참 지났나 보다.

아니, 아예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이제 그녀가 집단 내에서 할 일은 없었다. 그저 나와 함께 불의 종족을 상대할 준비만 하면 된다.

물론, 나도 조만간 모든 행정처리는 주유라에게 맞기고 훈련에만 돌입할 예정이다.

“목걸이는?”

“챙겨뒀어요. 바로 시작할까요?”

“그러자.”

난 셔츠만 걸친 상태로 탁자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가 침실에 서랍에 모셔놨던 금강석 목걸이를 들고 왔다.

“제가 부를게요?”

“응.”

테스트 기간 동안 온종일 사용해서인지, 그녀가 능숙하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등장하는 귀여운 모습의 문어…… 아니, 크라켄의 패밀리어.

[정말 악착같이도 불러내는구나. 이번엔 또 뭔가.]

크라켄이 피곤한 듯 으름장을 놓았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이제 진짜 수련할 때가 된 것 같다. 공간을 만들어 줘.”

[만들어달라…… 뭔가 오해하고 있군, 수련은 균열을 통해 이동하는 게 아니다.]

“그럼?”

“그럼요?”

뭔가 다른 방식이라도 있는 건가 싶을 찰나, 크라켄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기 전에 경고부터 하겠다. 이 수련은 엄청난 정신력이 소모되는 과정. 버티다가 힘들면 무조건 포기해야 한다. 또 제한시간은 하루 12시간, 그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막아놨다. 미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의하는가?]

어떤 수련 과정이길래 저렇게 겁을 주는 걸까.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며, 도중에 원하면 나올 수도 있다 했으니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선소연도 나와 같은 생각인듯했다.

“동의한다.”

“동의할게요.”

[현 시간부, 물의 종족의 인도 하 ‘종족의 순례길’의 시련을 허가하겠다. 둘이 함께할 텐가?]

당연하다.

적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는데, 하나라도 전력을 더 키워놔야 한다.

나와 선소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크라켄이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둘 중 한 명이 목걸이를 낀 후 서로 손을 잡아라.]

“손을 잡으라고?”

균열을 통해 들어가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어쨌든 해보면 알 일. 난 선소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고 깍지를 꼈다.

[그럼 후에 다시 만나지…….]

크라켄의 읊조림과 함께 목걸이가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빛이 점점 커지며 방을 한가득 비출 때-

팟!

시야가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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