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육군대위, 귀환하다-42화 (42/128)

군단의 침공. (4)

전 세계에 출현한 괴물들의 침공은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S급 헌터 보유국인 10개의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가 처참하게 무너져가고 있었다. 기존 A급 헌터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두 마리의 괴물 때문이었다.

커다란 붉은 익룡을 '레드 프테라노돈'

줄여서 '레프'

커다란 붉은 공룡을 '레드 다이너소어'

줄여서 '레다'

세계 헌터 기구(WHO)는 공식적으로 괴물의 이름을 정한 후 구조 계획을 세웠다.

[ S급 헌터 보유국만 괴물 침공에 우산 씌워, 나머지 비보유국 결국 멸망하나? ]

[ 아직 레프, 레다 백 마리 이상 남아있어 ]

[ WHO, 각국 S급 헌터 지원 요청, 대한민국 두 명 차출 ]

외계 침공 관련 뉴스가 전 세계 미디어를 강타했다. 한국은 최강수의 판단하에 S급 헌터가 아님에도 유현동과 문태준을 파견시켰다.

전 세계인이 활동을 멈췄다.

위험한 국가에 있는 국민들은 문을 틀어잠그고 숨죽이며 구조를 기다렸다. 안전이 확보된 국가의 국민들은 방이나, 야외 상가에서 멍하니 TV 중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구가 멸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5군단장의 침공.

압도적인 크기의 괴물.

모든 사람의 관심이 미국 LA 지역 방송에 쏠려있었다.

미국 방송국도 대단했다.

셀 수 없이 터져나가는 캠에도 끊임없이 핼리 캠을 보내며 상황을 생중계로 송출했다.

[ 네, 미국에서 보내주는 LA의 참혹한 현장입니다. 무려 사망자만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외계 종족의 침공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헌터관리국장 최강수 씨를 모셔봤습니다. ]

[ 아... 정말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아직 절망에 빠지기는 이릅니다. ]

한국에서도 앵커가 침울한 목소리로 중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시청률이 95%에 달하는 기적적인 상황임에도 관계자들은 아무도 기뻐할 수 없었다. 애초에 광고 송출 조차 없었으니까.

방송국은 헌터에 대해 잘 모르는 앵커를 도와줄 최강수를 급히 모셨다. 최강수도 국내 상황을 정리했고, 파견까지 완료한 바 흔쾌히 응했다.

순간, 화면에서 5군단장의 꼬리에 튕겨져 나가는 한 명의 젊은 헌터가 비쳐졌다. 엄청난 스피드로 건물에 틀어박히는 모습에 전 국민이 눈을 질끈 감았다.

[ 아으윽, 어떡합니까.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무슨 방안이라도 있는 겁니까? ]

[ 사실 아직 국민들께서는 모르겠지만 최초의 SS급 헌터 둘이 미국에 있습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겁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미국에서 핵 사용을 추진하려 했으나, 그들을 믿고 보류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

핵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심각한 2차 피해 우려가 있으며, 아직 주민들이 대피를 다 하지도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괴물이 핵에 통하는지 아직 실험을 못해봤다는 게 큰 문제였다.

[ SS급 헌터라니요? 처음 들어보는군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국인입니까? ]

[ 아닙니다. 사실 어제 새벽에 결정된 사안이라 차후 말씀드리려 했었는데... 한국인입니다. ]

[ 네?! 한... 국인이라면...? ]

[ 네. 맞습니다. 강 현, 그리고 선소연. 최초의 S급 헌터였던 그 둘입니다. 사실 둘은 약 3주 전 금지의 땅을 처리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중 쿠바 지역을 둘이서 완벽히 청소해냈고, WHO에서는 이를 기려 등급을 하나 추가했죠. ]

[ 뭐라구요?! 금지의 땅이라면... 제가 아는 그곳이 맞습니까? ]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인터넷 포탈 실시간 댓글 창도 터져 오르기 시작했다.

ㄴ Bluemoon-99 : 저도 헌터인데, 금지의 땅 '쿠바' 지역에 있는 괴물의 수만 5,000마리 이상입니다. 저길 둘이서 처리했다니. 그건 아무리 S급 헌터라 해도 말이 안 됩니다. 제가 아는 헌터분들 전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동의 했구요.

ㄴ Moonster : 그게 사실이면, 저 괴물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거 아냐?

ㄴ AlbertA : 가능하겠냐. 저걸 인간이 어떻게 잡아. 우린 다 죽었다고!

ㄴ 환웅대제  : 제발 누가 됐던 저 미친 괴물 좀 없애줘. 불안해 죽겠어.

ㄴ cielosky : 그래도 대단하네. 항상 한국이 최초 타이틀 다 가져가고.

ㄴ Akie : 그래서 그 헌터들 어딨는데 제발 빨리...

ㄴ 쉰다리 : 숨은 거 아냐?

ㄴ 光徽 : 여러분들 종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회개하십시오!

연신내 강설아의 부모님 집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김시연 여사가 설아에게 되물었다.

"설... 설아야 도대체 저게 무슨 소리니?"

"나도 몰라... 그냥 관리국 일로 바쁜 줄만 알았지..."

강설아는 알고 있었으나 부모님이 걱정할 수도 있다는 오빠의 말에 '금지의 땅' 원정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었다. 물론 미국에 갔다는 사실은 그녀도 처음 들었다.

"그럼 니 오빠가 지금 저기 있다는 거니?"

"...그러지 않을까?"

"아... 아이고 머리야..."

김시연이 머리를 부여잡을 때였다.

화면에는 5군단장이 피터 잭슨 무리들에게 브레스를 뿜는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 저... 저런 지금까지 그래도 잘 버티고 있던 헌터들이 위기에 닥쳤습니다! 제발 피했기를 기도합니다. 불이 너무 거세요! ]

[ 잠시만요! 드디어 온 것 같군요! 놈이 브레스를 뿜기 전에 두 명이 끼어드는 걸 분명 확인했습니다! 현이랑 소연이에요! ]

[ 그... 그게 정말입니까! ]

ㄴ kwho147200 : 뭘 봤다는 거야... ㄷㄷ. 괜히 헌터가 헌터가 아닌가? 저 양반도 엄청나다 들었는데...

ㄴ 고르르 : 저도 헌턴데 못 봤음.

ㄴ 무라한 : 뭐가 됐든... 제발, 잘 막아줬으면 좋겠다.

5군단장의 불 쇼가 끝난 후,

선소연의 푸른 방어막이 서서히 드러났다.

[ 세상에! 브레스를 막았습니다! 헌터들이 푸른 막에 둘러져 생존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항상 피해 다녔던 헌터들이 처음으로 괴물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

[ 저게 선소연 양의 능력입니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보장합니다. 저 둘을 이길 존재는 지구상에 없다고 보시면 돼요! ]

[ 그... 정도입니까? ]

[ 보시면 압니다. ]

ㄴ 무명산인 : 와, 씨... 막았다.

ㄴ 쿵푸팬더V : 우리 이제 산 거임? 저 아재 말 들으니까 진짜 산 것 같자너.

ㄴ sjfdnjsgo00 : 갓 현, 갓소연 파이팅!

ㄴ happyhia : 윗댓, 성차별함? 왜 선소연 여잔데 갓이라 부르냐.

최강수의 확신의 찬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시작했고, 댓글창에는 긴장이 조금씩 풀렸는지 농담 섞인 글들도 보였다. 처음으로 5군단장에게 공격을 시도했을 때는 전 국민이 환호했다.

그러나 그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먹히지 않는 공격.

얻어맞기만 하는 강 현.

그리고 또 한 번의 브레스의 조짐.

열리는 괴물의 아가리.

날숨과 함께 빨려 들어가는 한 사내.

꿀꺽-

환호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강수도 손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벌떡 일어섰다.

[ 저... 저게 무슨. 안된다! 현아! ]

[ 잡... 잡아먹힌 겁니까? ]

"......"

세상이 금세 적막에 빠졌다.

당장 건물 밖에서 환호를 내지르던 사람들의 소리도 스피커를 꺼버린 듯 조용해졌다. 최강수가 내려친 책상은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고, 댓글창조차 올라오질 않았다. 믿었던 희망이 완전하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앵커도 넋 빠진 얼굴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SS급 헌터 강...현 씨가... 이제는 어떡해야만 하는 걸까요. ]

"안돼 오빠!"

"아이고 현아! 어억!"

"여... 여보!"

현이 먹히는 장면을 본 김시연 여사는 뒤로 넘어갔고, 강설아와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급히 부축했다.

화면 속의 5군단장은 강 현을 꿀꺽 삼킨 후 주변의 있는 건물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선소연은 본래 있었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눈을 감고 손만 펼치고 있었다.

ㄴ blooom25 : 저거 봐... 다 끝났어. 진짜 우리 이제 어떡하냐...

ㄴ 쿵푸팬더V : 저 아재 자신감 넘치더니, 조금이나마 믿었던 내가 ㅄ이다.

ㄴ estortiyi01: 윗분 저기서 싸우는 분도 아닌데 좀 닥치시죠. 그리고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요. 선소연이 남아있잖아요.

ㄴ LOMBARD : 윗분 장난함? 둘이서도 안됐는데 선소연 혼자 어떻게 상대함? 어, 근데 이상한데...? 저 괴물 왜 저럼? 왜 가만히 있는 여자는 냅두고 다른 거 부수는 거임?

선소연은 아직도 미동인 채 서있었다.

5군단장은 그녀를 건들 생각조차 없는 듯, 땅을 밟고 포효하며 발광하고 있을 뿐이었다. 브레스조차 뿜지 않았다.

[ 어... 어? 최강수 헌터님. 지금 상황이... 좀 이상하죠? 군단장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

[ 확실히 그렇습니다. 보이시죠. 가만히 서있는 소연이가 아마 입속으로 들어간 현에게 보호막을 걸어주고 있는 걸 겁니다. 금지의 땅 원정전에 같이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 즉, 먹힌 게 아니라 전략적인 방법이었던 겁니다! ]

[ 아아... 그럼 일부러 먹혔다는 겁니까? 헉! 저... 저길 보십시오! 아... 아앗!]

발광하던 괴물이 잠깐 멈칫할 때였다.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현이 놈의 등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되어 소멸하는 5군단장. 그 모습은 마치 균열에서 돌 부스러기로 변했던 골렘의 최후와 비슷했다.

전 세계인이 입을 떡 벌렸다.

산 보다 거대한 괴물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모습이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앗!'을 외치고 아무 말 없던 앵커가 사운드가 빈 것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외쳤다.

[ 해... 해냈습니다! 그들이 해냈다구요! 믿을 수 없이 강했던 외계 괴물의 침공을 단 둘이서 막아냈습니다! 아아, 인류의 영웅이 나타났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

[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보셨습니까? 홀 몸으로 놈을 박살내는 현이의 힘을. 마치 개미가 호랑이를 잡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만한 장면이에요! ]

최강수도 흥분해서 마이크를 잡았다. 잠깐이라도 그 둘을 의심했던 자신을 야단치면서.

"꺄아아앗!"

"우와아아! 살았다!"

"강 현 만세! 선소연 만세!"

그 모습이 화면에 송출되는 순간 적막했던 각국 도시에 우렁찬 함성소리가 퍼져울렸다.

전 세계인이 함께 소리치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지구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부둥켜안고 우는 자들.

기쁨에 겨워 미친 듯이 소리치는 자들.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자들.

흥분해서 고래고래 외치던 최강수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목소리가 떨렸다.

[ 아아, 국민 여러분들 오늘은 기뻐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당부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침공이 끝이 아니란 것을요. 놈들은 아직 전부 온 것이 아닐 겁니다. 준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함께 싸웁시다. 놈들에게 함부로 지구를 넘기지 맙시다. 차후, 강 현 그리고 선소연이 복귀하면 국내에서 대대적인 헌터 모집을 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것은 관리국 홈페이지에 남길 테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 음... 네, 물론 기쁩니다. 그러나 이 기쁨 속에는 많은 희생이 따랐음을 기억하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마음도 꼭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직까지 공포에 떨고 있는 나라들을 빨리... ]

앵커와 최강수는 서로 주고받으며 뉴스를 계속 진행했다. 큰일은 해결했으나, 아직 중계할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 지구는 군단의 침공을 견뎠다.

그러나 기뻐만 하기는 일렀다.

핵폭발 후의 낙진 부스러기처럼, 침공 후의 후유증을 맞이할 시간이 다가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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