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135화 (135/137)

< 샤베즈 레빈에 떠오른 별 (6) >

135. 샤베즈 레빈에 떠오른 별 (6)

2027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 4강전.

그 1차 매치를 뒤흔들었던 해준의 경이적 퍼포먼스.

2차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여겨졌던 데블린 스티븐스가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몇몇 기자들은 확신했다.

"오늘 주인공은 강이야. 이건 확정된 사실이지."

"누가 저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뛰어넘는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겠어?"

"만약 스티븐스가 우승한다 치자고. 그렇다면 트로피는 스티븐스가 가져가고, 스포트라이트는 강이 가져가는 그림인데.. 나름 무승부인가?"

오늘, 이곳 샤베즈 레빈의 주인공은 이미 확정됐다는 것을.

하지만, 다저 스타디움의 하늘을 수놓은 곡선이 하나둘씩 그 숫자를 늘리기 시작하며 이들의 확신은 곧바로 흔들렸다.

"..어, 잠깐?"

"맙소사, 로니 그린이 그 데블린 스티븐스를 상대로 스윙 오프를 3차까지 끌고 간다고?"

뉴욕 메츠의 로니 그린.

우승 후보로는 거론도 되지 않던 그가 데블린과의 2차 매치를 연장을 넘어 3차 스윙 오프까지 끌고 가버린 것.

그 덕에 그들의 눈앞에서는 조금 전의 임팩트에 비견될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로니 그린! 2년 연속 데블린에 밀려 홈런 더비 준우승에 머물렀던 그가 오늘만큼은 독기를 품고 달려듭니다-! 1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 1차 연장! 총 40개의 홈런을 쳐내며 동률을 이룬 로니 그린, 그리고 데블린 스티븐스--!]

[비록 연장까지 이어지긴 했지만 두 선수 모두 강의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강이 보여주었던 역대급 퍼포먼스가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던 것일까요?]

1차 연장까지 40개.

1분 동안 3번의 스윙 기회가 주어지는 1, 2차 스윙 오프마저 모두 홈런으로 장식한 로니 그린과 데블린 스티븐스.

하지만, 이번 홈런 더비 최대의 이변이 이루어지기에는 로니 그린의 체력과 힘이 데블린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쏠린 3차 스윙 오프.

따아아아악-!

터어어어어어엉-!

따악-!

[디트로이트 괴물 데블린이 이곳 LA를 뒤흔듭니다! 49개! 무려 49개입니다! 3차 스윙 오프마저 3번의 스윙을 모두 홈런으로 연결 시키는 몬스터 데블린 스티븐스!]

데블린 스티븐스는 여전히 압도적인 괴력을 발휘하는데 반해,로니 그린은 3차 스윙 오프에서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며 결국 결승전 티켓을 내주고야 만다.

"역대급 접전이었어! 49개라니, 역시 스티븐스인가?"

"그린은 어떻고? 비록 떨어지긴 했어도 46개나 쳐버리다니!"

"이걸로 역대 단일 라운드 홈런 1, 2위의 자리는 확정됐군. 이 명경기가 4강전에서 나온 게 아쉬울 지경이야."

1차 매치에서 해준이 보여준 미친 퍼포먼스.

그리고 이어진 2차 매치에서의 치열한 접전.

다저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 시각 MBW 스포츠국.

[19.92%▲]

[20.41%▲]

[20.95%▲]

[21.....]

조용수 PD는 자신도 모르게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환호성을 억누르며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맙소사. 대박. 그것도 초대박이다!'

평일 오전 방송 시간대.

심지어 스트리밍 중계로 시청자들이 빠져나가는 현실에서, TV 시청률 집계만으로 20%를 넘긴다?

이건 올림픽 경기가 아니고서야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수치였다.

그것을 오로지 이벤트성 홈런 더비 하나로 넘겼다는 것은 해준이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이 얼마나 거대해지고 있는가를 나타내고 있었다.

'국민 타자? 아니, 이건 그 이상이야. 강해준의 영향력은 이미 월드 클래스 수준이야.'

곧 시작될 홈런 더비 파이널 라운드.

[23.9%▲]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시청률 수치가 다시 한번 급격하게 치솟을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

[2027 Major League Tournament]

-Semi Finals Winner-

강해준 31개

데블린 스티븐스 49개

웅성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전광판에는 홈런 더비 결승 진출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드디어 대망의 2027, 메이저리그의 홈런왕을 가리는 결승전입니다!]

[허, 이거 살다 보니 별일을 다보네요. KBO출신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왕 자리를 두고 다투다니요.]

[엄밀히 말해서는 그 홈런왕이 아닙니다만..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순위 1, 2위에 랭크 돼 있는 선수들의 경쟁이니 또 틀린 말은 아니군요.]

MBW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김동주 해설위원.

그의 말을 시작으로 해준의 차례가 오기 전까지 만담을 나누던 KBO 200승 투수 출신 서재진 해설위원과 전직 메이저리거 이도헌 해설위원이 곧바로 멘트를 이어갔다.

'현장의 뜨거워진 분위기가 여기까지 전해질 정도야.'

이어폰을 타고 전해져오는 현장 오디오를 가득메우는 환호성 소리. 이도준 해설위원은 조용수 PD의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보며 분명 시청률이 심상치 않은 수치를 찍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드디어 타석에 들어서는 강해준 선수!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KBO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그것도 홈런 더비의 결승전이라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이에요!]

한껏 상기된 얼굴로 평소와는 다른 높은 텐션을 이어가는 서재진 해설위원.

화면 속의 해준은 숨을 고르며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괴력의 데블린 스티븐스, 그 아성에 도전하며 홈런 더비 결승전에 임하는 해준.

조용수 PD가 주먹을 쥐고 방방 흔드는 것을 봐서는 시청률이 정점을 찍은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잠시만요, 지금 뭐 하는 거죠? 강해준 선수의 요청으로 마운드 앞에 세워져 있던 그물망을 치우는 스태프들!]

이미 떠들썩하던 다저 스타디움의 분위기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준, 아무리 생각해도 넌 미친놈이야.'

마운드에 자리를 잡은 마르쿠스 영은 그로서는 흔치 않은 표현을 택하면서까지 해준을 평가했다.

'전력투구를 해달라고?'

처음에는 그저 구속을 높여달라는 요구에서, 데블린의 신기록이 이어지는 것을 본 해준은 아예 전력투구를 요청해왔다.

마르쿠스 영에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기 준비 루틴에는 투구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그는 공을 던진다는 행위 자체에 푹 빠진 남자였으니까.

시즌 말미 팬서비스로 마운드에 오르는 그를 보는 것은 다저스 팬들에게 있어서 매년 있었던 이벤트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전력투구를 하면 투구 시간이 길어질 텐데?"

"투구도 흔들릴 거야."

"왜 스스로 디스어드밴티지를 짊어지고 하려는 거지?"

관중들 또한 이 광경에 대해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득이라곤 하나 없는 선택.

하지만 해준의 생각은 달랐다.

'제구가 흔들려도 상관없어. 투구 시간? 별로 다르지 않을 거야.'

홈런 더비에서는 타자가 공을 타격하는 순간, 투수가 곧바로 다음 투구 동작에 들어간다. 그 과정이 대략 5초에서 6초.

전력투구라고 해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법은 없었다.

'게다가 말이 전력투구지. 마르쿠스쯤 되면 스스로 힘이 조절되는 범위에서 던질 테니 체력 걱정도 없고.'

그리고 이런 선택지를 취한 이유는 간단했다.

'난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별로 없으니까.'

아웃라이어 '더 히팅 프릭' 보로디미르.

그 감각을 이어받고 있는 해준에게 있어서 배팅볼 투수의 제구력은 별다른 영향을 주기 힘들었다.

'게다가 실전에서는 지금처럼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던져주지도 않을테고. 이 감각을 실전과 비슷한 환경에서 적용해볼 기회다.'

오히려 투구 속도 덕에 타구에 가속력이 붙어 홈런을 때려내기엔 유리할지도 모른다.

해준은 한 차례 숨을 내쉰 뒤 자세를 잡았다.

시선을 마주친 마르쿠스 영.

'나도 모르겠다. 분명 네가 부탁한 거야 준!'

그가 마운드를 박찼다.

본래부터 강견 포수로 이름났던 마르쿠스 영.

그의 손에서 전력을 다한 공이 떠나고, 그 공이 바닥에 박힐 듯 날아가자 현지 해설진들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제구가 좋질 않아.'

'강이 스스로 게임을 포기한 건가?'

강견 포수의 강속구, 그것도 코스마저 흔들린다?

베이브 루스가 살아 돌아와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기는 힘들다. 누가 보아도 이번 홈런 더비는 그 막을 내린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따아아아아악-!

그 공을 골프 스윙으로 걷어내며 당겨버린 해준의 몸이 극단적으로 휙- 돌아가고.

터어어어어어어엉-!

곧, 다시 익숙한 충돌음이 울려 퍼지자.

"...what?"

"저걸 걷어올렸..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버렸어?"

현지 해설진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터어어어엉-!

따아아악---!

타아아아아아앙-!

경악, 놀라움, 불신, 경의.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지만, 그 누구도 그 감정을 천천히 돌아볼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으며 4강 전보다 더더욱 기세를 몰아붙이고 있는 해준.

그 광경에 56,000명의 관중들이 역으로 압도되고 있었다.

[95마일-! 마르쿠스 영의 투구가 95마일을 기록합니다- 메이저리그 홈런 더비 역사상 가장 빠른 투구가 될 예정이군요! 그리고...]

터어어어엉-!

[끊임없이 폴대를 때려내는 강의 타구! 지금의 그는 전설적인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같습니다! 어떠한 표적도 놓치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타구를 보내버리는 괴물-! 다저 스타디움이 말 그대로 선수 한 명에게 압도되는 광경을 보고 계십니다!]

타이밍에 맞춰 들리는 왼쪽 다리, 팽팽하게 당겨지는 대퇴부와 체간. 그리고, 폭발할 듯 돌아가며 완성되는 스윙 궤적.

[Home Run!]

[특수모듈 - '스택형 타구 속도'가 발동합니다!]

[다음 타석의 최대 타구 속도가 4% 증가...]

[도박성 모듈 - '전력분석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구종 – 포심 패스트볼에 대한 타율이 급격히..]

[...]

[.....]

[현재 스택이 최고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타구 속도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그와 함께 해준의 귓가로 무수한 알람 소리가 메아리치며 최고조에 도달한 감각을 증명하고 있었다.

"흐읍-!"

어느 코스로 오든, 어떠한 속도로 오든.

터어어어어어어엉-!

완벽하게 완성된 감각 아래서 통제되는 스윙 궤적은 타구를 오로지 한 방향을 향해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4분, 비거리로 인한 추가 30초까지 마친 해준의 기록은.

[It's over forty-! 41개의 홈런을 기록한 강! Holy shit! 그 누가 그랬죠? 강이 홈런 더비를 포기했다고요? 그 반대입니다! 이번 타석에서 그의 스윙은 단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고, 범타조차 만들어내지 않았어요! NO doubt about him! 강이 다시 한번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다저 스타디움의 의심을 모조리 씻어내 버립니다--!]

41개.

공을 던져준 마르쿠스 영조차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블린 스티븐스와 로니 그린이 4분 30초간 4강전에서 쳐낸 40개의 홈런을 넘어서는 기록.

"...후웁, 후욱."

타석에서 벗어난 해준 또한 거칠게 올라오는 숨을 몰아쉬며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연장을 제외한다면 메이저리그 홈런 더비 역사상 단일 라운드 최다 홈런.

하지만 그보다 더 짜릿한 것은, 이미지로만 그려지던 이상적인 스윙이 4분간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이 감각을 실전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확신한다.

자신은 언젠가 그 수준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당장 다음 경기라고 생각하기엔 힘들었다.

상대가 연속해서 패스트볼만 던져줄리는 없으니까.

코스를 조절하고, 타이밍을 흐트러트리고, 투구 템포를 질질 끌며 어떻게든 자신의 배트를 피하려 드는 투수들.

그들을 상대로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발전할 필요가 있었다.

"Good job kid. 참 오랜만이야, 누군가의 타격을 보고 이렇게 뜨거워지는건 말이야."

그때 굵고 울림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해준 앞에 선 데블린 스티븐스.

"...후욱. 연장에서 뵙죠."

숨을 고른 뒤 이어진 해준의 말에 데블린은 씨익- 웃으며 타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럴 생각이야."

그렇게 잠시 뒤.

-----터엉-!

정적 속에서 전광판을 때리는 데블린 스티븐스의 타구.

-펑-!

그 타구가 한 관중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멍한 표정을 짓는 관중.

그 장면이 모두의 시선에 들어가고, 다저 스타디움이 지진이라도 온 듯 뒤흔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휘이익-!

미쳤어! 오늘 경기를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고!

또라이 자식들! 저 자식들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홈런을 모두 독점할 생각이야!

전광판에 기록된 데블린 스티븐스의 홈런 갯수는 41.

해설자들은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샤우팅에 가까운 멘트를 내질렀다.

[언어어어버리버블! It's fucking crazy! 잠깐만요, 제가 욕을 했다고요? 제기랄, 지금 이 광경을 봤다면 미합중국 대통령이 왔다고 해도 욕을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을 겁니다-! 41! 41개의 홈런을 때려낸 데블린 스티븐스-!]

이제는 다소 지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는 데블린 스티븐스.

"후웁.. 후우. ..지치게 만드는군. 이런 느낌은 이스마엘과 붙었을 때 이후로 처음인가?"

그가 보란 듯이 해준을 향해 방망이를 천천히 들어 보였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데블린 스티븐스. 그냥 물러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해준이 데블린 스티븐스의 도발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아웃라이어들의 대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1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1차 연장.

터어어어어어엉-!

[이제는 외야의 모든 볼보이들이 좌측 폴대 아래에 모여있습니다! 그곳을 향해 크루즈 미사일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타구를 보내버리는 KANG!]

해준이 9개의 홈런을 추가하자.

따아아아아악-!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궤적-! 데블린 스티븐스의 타구가 샤베즈 레빈의 하늘을 갈라놓습니다!]

데블린은 그 9개를 따라붙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 1차 스윙 오프.

퍼어어엉-!

[타구가 관중의 글러브 속으로! 폴대는 빗나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홈런을 때려내는 데는 문제가 없는 강!]

해준은 3번의 스윙을 모두 홈런으로 연결시키고.

[데블린 스티븐스! 그의 괴력은 꺼질지 모르는 올림픽의 성화봉입니다!]

데블린은 다시 3개의 홈런을 추가한다.

꿀꺽-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기자들이 모이는 프레스 박스.

그 압도적인 광경에 이곳은 작은 침 삼키는 소리마저 천둥 처럼 울리는 것만 같았다.

"...지금 우리가 무슨 장면을 보고 있는 거지?"

"무슨 장면이기는... 당연히.."

그리고, 동료 기자의 질문에 대답해주려던 스포츠 스트레이트의 존 브레너는 말을 끝맺음하지 못했다.

전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루키는 그 자체로 화하려는 듯, 스스로를 불태우며 끝도 없는 한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내일 모든 일간지의 1면은 이미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군."

그리고, 프레스 박스 안에 있던 모든 기자들은 누군가 중얼거린 그 말에 동의했다.

유례가 없는 것을 넘어, 후에도 이루어지기 불가능할 전무후무한 홈런 더비.

그 연장전은 다저 스타디움의 상승 기류를 끌어올리며 모두를 빨아들여 버리는 토네이도 그 자체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Third swing off-!]

[Fourth Swing off-!]

[Fifth....]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장내 캐스터의 연장 안내 소리.

그 목소리의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 무렵.

"하악---! 하악! 하악!"

타석에서 벗어난 해준은 그 자리에 덜렁 누워버렸다.

완벽하게 소진된 체력.

더 이상은 배트를 휘두를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적은 처음인가? 정신력, 체력. 모두 쏟아부었어.'

들썩이는 가슴이 도저히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손아귀에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아. 이제 한계야.'

다음 타석에서마저 데블린이 따라잡는다면, 이번 결승전의 우승은 자신의 손에서 멀어지게 되는 상황.

하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예상외의 고요함에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워 숨을 몰아쉬던 해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

한눈에 들어오는 푸른 빛으로 은은하게 물든 다저 스타디움, 리고 샤베즈 레빈의 하늘.

그 순간.

[Lady and gentle man--! We finally have 2027 major league home run derby's winner! He's is....]

장내 캐스터의 목소리가 울리며.

[Hae-Jun Kang from Los Angeles Dod......!]

다저 스타디움이 터져나갈 듯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그 목소리를 삽시간에 덮어버렸다.

"축하한다, 키드!"

"미친 루키 자식, 숨 졸이면서 지켜봤잖아!"

"그 데블린을 눌러버릴 줄이야!"

주변에서 몰려든 다른 올스타 선수들.

해준은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길고 길었던 해준과 데블린 스티븐스의 사투가 역사처럼 조용히 기록되어있었다.

[2027 Major League Tournament]

-FINAL-

Hae-Jun Kang 41

Devlin Stevens 41

Hae-Jun Kang 50

Devli........

.....

.........

Devlin Stevens 67

<2027 Major League Home run derby's Winner>

Hae-Jun Kang 68 *Major League New Record

< 샤베즈 레빈에 떠오른 별 (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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