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134화 (134/137)

< 샤베즈 레빈에 떠오른 별 (5) >

134. 샤베즈 레빈에 떠오른 별 (5)

해준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막을 내린 홈런 더비 8강전 3번째 매치.

오늘도 상사 눈치를 보며 문자 중계로 결과를 확인하던 야구팬들은 커진 눈으로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 32개요?

-뭐야, 이거 알바가 잘못 기록한 거 아니야?

-ㄴㄴ 영상 중계 봤는데 레알 침. 걍 휘두를 때마다 넘겨버리던데 ㅋㅋㅋㅋㅋ

-마르쿠스 마지막 배팅볼 땅에 박혔는데 그거 걷어서 넘겼음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으, 주모! 오늘도 샷타 내려!

-뭐야, 데블린보다 많이 침? 이게 말이 되나?

-안될 건 또 뭐야. 메이저리그 홈런 1위가 갓해준인거 잊음?

-누가 움짤 좀요.. 우리 회사는 인터넷 동영상 다 막혀있음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라에서만 32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 단일 라운드 기록이 40개인거 생각하면 얼마 못 친 거 아님?

-ㄴㄴ 걔들은 3차 연장까지 가서 그렇게 나온 거야;; 갓해준은 연장 1도 없이 32개임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애초에 기준이 역대 기록이냐? 이제는 그냥 그게 당연하네.

-다들 평범한 거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네 ㅋㅋㅋㅋ

문자 중계 창을 도배해버린 해준의 홈런 알림들.

심지어 140미터 이상의 홈런이 10개를 넘겼다.

평소 정확한 컨택으로 공의 중심을 타격해 홈런을 만들어낸다는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 내버린 현장.

"강, 최고였어-!"

"이런 게 바로 홈런 더비지! 당신은 메이저리그에 가장 어울리는 타자야!"

"다른 자식들은 다 필요 없어! 이건 끝난 게임이잖아? 당장 우승 트로피를 강에게 안겨주라고!"

덕분에 자그마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관중석 여기저기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해준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도,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마르쿠스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준. 32개나 치다니. 벌써 내 기록을 넘어섰는걸?"

해준은 그 말에 마르쿠스를 바라보았다.

"마르쿠스 당신이 보기엔 어땠어요? 힘을 너무 많이 쓴 것처럼 보이나요?"

기꺼이 배팅볼 투수로 나서 해준과 호흡을 맞췄던 마르쿠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미구엘과는 4개 차이잖아? 거기서 힘을 아끼려 했다면 오히려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도 있었겠지. 연장에 갔다면 오히려 힘을 더 쓰는 격이 될 테고 말이야. 때론 감각에 몸을 맡기는 편이 나을 때도 있어."

몇 년간 홈런 더비에 참가하지 않은 마르쿠스 영이지만, 루키 시절에는 이스마엘 콥과 홈런 더비에서 우승을 다투곤 하던 타자였다.

'실제로 2번 우승했던가?'

홈런 더비에서의 페이스 조절에 그만큼 밝은 타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소리다.

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쿠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매일 같이 달라지는 기술의 미세함, 감각의 수준, 몸의 상태.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영역에 머물도록 하는 것.

그렇기에 보통 타자들은 홈런 더비의 참가를 꺼리기 마련이다.

혹여라도 스윙 밸런스가 흐트러진다면, 그것을 되찾는 동안 후반기가 모두 흘러가 버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해준은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이번 홈런 더비에 참가했다.

'내 스윙을 한계까지 시험해볼 이런 기회는 흔치 않지.'

자신의 급격한 발전은 분명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변화구에 대한 대응 감각, 이전보다 정확하고 파워풀한 스윙, 그에 따른 성적까지.

하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올라간 한계치 덕에, 오히려 자신의 한계가 어딘지 단 한 번도 알아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스윙 퀄리티가 어디까지 유지되나 확인해봐야 해.'

연습으로 휘두르는 스윙과는 다르다.

6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운집해있는 필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자들, 500만 달러라는 우승에 대한 동기까지.

이런 공기 속에서 휘두르는 스윙은 연습에서 나오는 스윙의 몇 배나 되는 심력과 체력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때 그 느낌. 한 번 시험해봐야겠어.'

무언가를 노리는 해준의 눈동자 위로 심상치 않은 빛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해준의 홈런 퍼레이드가 이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터엉-!

"Yes! Did you guys see that? 내가 바로 그 토르바손이야!"

마지막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2루수 콜튼 토르바손.

그가 가슴을 두드리며 카메라를 가리켰다.

[See— ya! Fourth Match is over! 콜로라도 로키스, 바이킹의 후손 콜튼 토르바손이 라이언 더거를 누르고 4강전에 진출합니다!]

콜튼 토르바손이 강력한 경쟁자였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언 더거를 3개 차이로 누르자, 전광판에 떠올라있던 8강 전에서 승리한 타자들의 이름 리스트가 마침내 완성됐다.

[2027 Major League tournament]

-Quarter Finals Winners-

데블린 스티븐스 31개

로니 그린 18개

강해준 32개

콜튼 토르바손 21개

올스타전의 분위기를 글로 담는 데 여념 없던 한 기자는 그 전광판을 한 차례 바라본 뒤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역시 4강전까지는 예상대로야."

"미구엘 디아즈가 갑자기 미쳐버려서 위험할까 했지만, 역시 강이로군. 스윙 오프 타임도 없이 32개나 쳐낼 줄 몰랐어."

"결승전 진출자는 누가 될까?"

"글쎄, 1차전의 결과대로만 보자면 강과 데블린이 가장 유력 후보겠지. 하지만.."

기자는 고개를 한 차례 저었다.

사실 홈런 더비만큼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데블린 스티븐스야 상식을 뛰어넘는 괴력으로 매번 우승자가 되었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이야기가 매우 달랐다.

그렇기에 기자들은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토르바손의 페이스가 유독 좋아 보이지 않아? 툭 건드렸는데도 넘어간 타구가 5개나 돼."

"로니 그린은 어떻고. 1차전에서 힘을 아낀 게 보일 정도던데."

"강은 1차전에서 너무 달린 만큼 힘들지도 모르겠어. 1라운드부터 32개라니, 이미 힘이 빠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강은 전반기에만 홈런을 40개 쳐낸 괴물이라고. 너무 부정적인 예측 아니야?"

"그 40개가 문제지. 강은 메이저리그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그 괴물 같은 수비 커버 범위 덕에 남들의 몇 배에 달하는 체력을 소모했어. 더군다나 1차에서 32개라니? 힘이 안 빠져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말이 안 된다고."

그리고 그러한 추측은 해준의 다음 상대인 콜튼 토르바손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저 괴물 자식. 이제는 좀 힘이 빠져있겠지. 오늘만큼은 네 뜻대로 안 될 거다.'

까득-

노르만족의 피를 이은 남자답게 굵은 외모와 거대한 덩치, 그에 어울리는 수염을 가진 콜튼 토르바손.

그가 해준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한때 다저스의 중견수였던 로드리게스와의 마찰로 LA다저스와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

그 감정은 벤치클리어링이라는 수단을 통해 빈번히 나타나곤 했는데, 해준이 LA다저스에 합류한 뒤로 콜로라도 로키스 선수들은 몸을 사리기 바쁘다는 사실은 그의 심기는 매우 크게 자극하곤 했다.

'무슨 약을 처먹었는지는 몰라도 몸이 돌덩어리 같은 자식이야. 하지만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보내는 만큼 체력까지 그럴 수는 없겠지.'

반면 자신은 5년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온 베테랑.

심지어 체력적 부담 또한 느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타격 기술 자체는 밀릴지 몰라도, 지금이라면 난생 처음으로 해준을 눌러버릴 가능성이 매우 컸다.

[모두의 몸이 달아오른 만큼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겠죠? 곧바로 세미 파이널에 돌입합니다! 1차전 매치는 LA다저스의 해준 강, 그리고 콜로라도 로키스의 콜튼 토르바손! 먼저 강의 타석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흥, 시작하는군."

콜튼 토르바손은 콧방귀과 함께 팔짱을 끼고는 타석에 들어서는 해준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는 홈런 더비 2번째 타석.

전 타석에서 40번에 가까운 풀스윙을 연속적으로 휘둘렀던 해준이다.

이번 타석에서는 10개까지라면 몰라도, 그 뒤로는 제 뜻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고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며 타구 비거리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루키란 놈들은 보통 홈런 더비에 처음 참가하면 첫 타석에 모든 걸 쏟아내기 마련이거든.'

그때 해준이 만들어낸 첫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따아아아악-!

[첫 타구가 좌측으로 높이 떠오릅니다! 볼보이들이 고개를 치켜드는군요. 그리고 이 타구는.... 넘어갔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기는 강의 타구!]

넘어가긴 했지만 아슬아슬했던 타구.

초반부터 폭발적인 비거리를 선보이던 이전 타석과는 달랐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타구.

---터엉-!

[아쉽습니다! 좌측 담장 끄트머리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군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 스윙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까요?]

'그러면 그렇지.'

그 타구를 보며 콜튼 토르바손은 직감했다.

벌써 체력이 떨어졌다고.

스윙은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이전 타석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타구가 벌써 2번이나 나왔다.

'이거, 내가 짓밟아줄 수 있겠어.'

팔뚝에서 꿈틀거리는 힘에 콜튼 토르바손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 컨디션이라면 20개는 물론이고 30개도 노려볼 수 있다.

반면, 그의 생각대로라면 힘이 빠진 해준은 20개도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때부터였다.

따아아아아아아악-!

[라인드라이브! 이번에는 제대로 갔습니다-! 폴대를 박살 내버릴 듯한 기세로 공을 날려 보낸 강!]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어마어마한 파열음.

"...응?"

콜튼 토르바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였지?'

너무 순간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보질 못했다.

콜튼 토르바손은 눈썹을 찡그리며 시야를 집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기지 않은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흐읍-!"

터어어어어어엉-!

[2연속 강타-! 이번에도 좌측 폴대를 때리는 강의 타구! 이거 속도가 어마어마하군요! 하하, 이거 그라운드로 도로 튕겨 나온 공을 잡기 위한 볼보이들의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당겨치기?'

본래 스프레이형에 가까운 타구 형성 능력을 보유했던 해준.

그가 이제는 티가 날 정도로 극단적인 당겨치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체력이 달려서 그런 거겠지?'

타구 속도가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그것도 곧 꺼질 촛불이다.

콜튼 토르바손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해준의 기세는 오히려 람보르기니가 풀엑셀을 밟은 것 마냥, 오히려 더더욱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퍼어어엉-!

[이번엔 폴대 바로 옆 관중석! 글러브로 공을 받아낸 관중이 일어나 환호성을 지릅니다!]

타아아아아앙-!

[이번에도 폴대! 4번 연속, 폴대 주위를 공략하고 있는 강입니다! 놀랍군요, 당겨치기 수준이 다른 타자들과는 비교를 불허합니다!]

-----터엉-!

[...What? 잠시만요, 이번에도 폴..]

터어어어어엉-!

[6연속 라인드라이브! 설마 이거 의도하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꺼지기는 커녕, 오히려 계속해서 넘어가는 타구.

하지만, 넘어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What the fuc..."

토르바손의 입이 떡-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계속해서 노란색 철기둥을 때려내는 해준의 타구.

처음에는 신이나 소리를 지르던 관중들이 목소리가 그에 반비례해 줄어들고 있었다.

터어어어엉-!

그리고, 그 타구의 갯수가 20개가 넘어갔을 때.

다저 스타디움의 누군가가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 외에는, 오로지 폴대를 때려내는 타구음만이 울려퍼졌다.

[It's over twenty! 강이 21개째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침묵과 경악 속에 빠져드는 이곳 다저 스타디움! Holy shit,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그렇게 해준이 21개의 홈런을 모두 폴대를 향해 보내버리자, 콜튼 토르바손의 표정이 무너져내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환호성과 탄식을 넘어,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적 짓눌러버리는 경이적 퍼포먼스.

그렇게 잠시 뒤.

[31! 31개입니다! 이번에도 3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하며 타석에서 물러나는 강! 그는 몬스터에요--! 이건 정말이지...!]

해준이 다시 한번 3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했을 때.

"Fucking monster.."

콜튼 토르바손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

"Oh, god.. 지금 내가 키보드로 치고 있는 내용이 정말 사실이겠지?"

"미친. 31개 전부를 좌측으로 넘겨버렸어."

"그중 폴대를 맞춘 게 27개지. 저게 같은 인간이라고?"

"이번 홈런 더비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졌어. 데블린이 결승에서 50개의 홈런을 치더라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강에게 돌아가겠지."

웅성거림이 멎지 않는 다저 스타디움.

프레스 박스에서 이 상황을 전해야 하는 기자들은 한결같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해준의 타구가 3번까지 폴대를 강타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4번, 5번, 6번.. 두 자릿수를 넘겨 20개를 넘겼을 때 이곳 다저 스타디움은 말 그대로 경악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곳으로 홈런을, 그것도 폴대를 때려버릴 정도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타자.

그 정확성은 이미 타 메이저리거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준, 나는 보통 이런 단어 선택을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군. 이건 미쳤어. 도대체 타석에서 뭔 짓을 한 거야?"

그리고 그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함께 만들어낸 마르쿠스 영은 자신이 그 광경을 코앞에서 목격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같은 타자로서 더더욱 그랬다.

"스윙이 나오는 각도, 힘을 가하는 임팩트 지점, 정밀한 방향성을 만들어내는 컨트롤...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해준은 그런 감탄사에 고개를 저었다.

"저도 해보고 알았어요. 하지만.. 실전에서는 못 써먹겠네요."

처음 이 생각을 떠올린 것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 31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달려있던 9회 초 타석이었다.

자신을 보러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이스마엘 콥.

그를 의식하며 휘둘렀던 스윙이 정말로 그쪽을 향하는 타구를 만들어버리자 스스로조차 혹시나 했던 것.

단순한 우연을 가능성으로 생각했을 만큼, 당시의 손끝에 남았던 묘한 감각은 강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그때가 유독 이상했던 거야. 변화구가 하나만 섞여 들어와도 이건 바로 헛스윙이다.'

오히려 공을 강하게 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방향성마저 의식하니 밸런스가 흐트러져버릴 정도.

이번 타석에서 초반 힘이 없던 타구는 그때를 떠올리며 스윙을 한 덕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쳐낸 공들은 120km/h에 가까운, 사실상 치라고 던져는 공들.

실전에서 공이 날아오는 궤적과 속도를 생각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시도였다.

'하지만 덕분에 생각도 못 했던 실마리를 얻었어.'

해준의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

120km/h 부근의 공이라도, 구종과 코스를 알고, 그 구종에 대해 완성된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여력이 남아있다.'

120km/h 아닌, 그 이상의 공이 오더라도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마르쿠스, 결승에서는 속도 좀 높여서 던져줄 수 있어요?"

"응? 가능은 하지만.. 제구가 흔들릴 텐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오히려 흔들려도 되니까 최대한 세게 던져주세요."

그 사실의 확인을 위해 마르쿠스에게 부탁한 해준.

물론 리스크 있는 행동이었다.

다음 타석부터는 올스타전 홈런 더비 결승.

조금만 삐끗해도 악마의 괴력이라 불리는 데블린 스티븐스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니까.

하지만 해준이 승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타석에 나서는 이상, 어떻게든 이긴다.'

[정규 시즌에 해당하는 타석이 아닙니다. 특수모듈 '스택형타구속도'를 정말로 활성화하시겠습니까?]

[정규 시즌에 해당하는 타석이 아닙니다. 도박성모듈 '전력분석예측'을 정말로 활성화하시겠습니까?]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이길 생각이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데블린.'

해준의 시선이 홈런 더비 4강전, 타석에 들어서고 있는 데블린 스티븐스에게 향하고 있었다.

[특수모듈 '스택형타구속도'가 활성화됩니다.]

[도박성모듈 '전력분석예측'이 활성화됩니다.]

< 샤베즈 레빈에 떠오른 별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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