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126화 (126/137)

<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6) >

126.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6)

1회 초, PNC파크.

괴랄한 배트 컨트롤을 선보인 해준이 1루 베이스를 손에 넣자, 피츠버그의 팬들은 곧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Blackbeard-! 드류, 모린!"

"드류- 모린!"

"Captain, Captain, Our captain 마이클, 밀러!"

"마이클- 밀러!"

검은 물결을 이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파어이리츠의 팬들.

경기장 내에 흐르는 후덥지근한 기류를 타고 투포수의 이름을 연이어 울려 퍼졌다.

[Get on your feet! 시작부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기장을 뒤흔드는 해적군단의 함성! 해적기가 휘날리는 PNC 파크입니다!]

해적들의 노랫소리가 가득 차 울리는 그라운드.

그 모습에 경기를 취재하던 베테랑 기자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시작부터 장난 아닌데?"

"피츠버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유명하지."

"야구밖에 즐길 거리가 없는 건 아니고?"

"뭐, 그것도 그렇다 치자고. 지금 중요한 건 경기장의 분위기를 가져간 쪽이 다저스가 아닌 피츠버그라는 거니까."

공격 기회를 잡은 다저스보다 오히려 기세를 드높이는 피츠버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피츠버그 선수들 또한 다저스의 일방적인 공격을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나한테 날아와 봐라. 빌어먹을 정도로 freaking한 수비로 끝장내주지.'

'강이라는 녀석의 수비가 그렇게 죽인다지? 나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줘야겠어.'

집중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는 피츠버그 선수들.

그리고 반격의 시작은 피츠버그의 캡틴, 수비형 포수의 정점이라 불리는 마이클 밀러.

'이 자식들이 아직도 순서를 모르는군. 언제나 이 몸이 먼저다, 이 애송이 자식들아.'

그였다.

퍼어어엉-!

몸과 머리를 고정한 채, 어깨만을 들이밀어 공 끝을 끌어올리는 프레이밍. 그에 구심의 우렁찬 콜이 울려퍼졌다.

"스트라이크!"

"what?! 이봐, 구심 이건 볼이었어!"

"내가 스트라이크라면 스트라이크야 화이트!"

[볼... 아니, 아니군요!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구심, 그리고 이에 당황한 루이스 화이트! 마이클 밀러의 교묘한 프레이밍이 오늘도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을 교란합니다!]

2번 타자 루이스 화이트에게 연이어 볼을 내준 0-2의 카운트.

마이클 밀러는 그 위기의 순간에서 볼을 스트라이크로 둔갑시키며 균형을 조율하는가 싶더니.

부우우우웅-!

[Swing and a miss, and Drew Miller got Luis White! 비슷한 코스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직전에 이어진 마이클 밀러의 프레이밍이 루이스 화이트의 인내심을 뒤흔들어버렸습니다!]

이번에는 그 코스를 역으로 이용하여 삼진을 말 그대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마이클 밀러의 활약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찌릿-

마이클 밀러의 마스크가 슬쩍 틀어질 때마다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오싹한 느낌.

'온다!'

조금씩 1루에서 멀어지던 해준이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퍼어어엉-!

"세이프!"

벌써 2번째, 간발의 차로 세이프 콜이 울리는 1루.

마이클 밀러의 어깨가 해준의 리드폭을 성공적으로 억누르자, 피츠버그 관중석으로부터 해준에 대한 야유와 마이클 밀러에 대한 탄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후우."

그 속에서 숨을 내쉰 해준이 유니폼을 털며 일어났다.

'이 정도 리드폭이 한계인가.'

조금이라도 정해진 선을 넘으려는 순간.

마이클 밀러의 글러브에 머물던 공은 찰나 사이에 오른손으로 옮겨지고, 곧바로 1루수 글러브에 틀어박힌다.

해준은 고개를 들어 PNC 파크의 대형 OLED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팝 타임 – 1.73sec]

[송구 속도 – 89.9mph]

메이저리그의 다른 포수들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공을 꺼내 들어, 10마일 이상 빠른 공으로 주자를 저격하는 마이클 밀러.

'저런 괴물의 도루 저지율이 낮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이겠지.'

"..후우."

해준은 습한 공기 사이로 흩어지는 호흡을 내뱉으며 집중력을 가다듬었다.

'정면 대결로는 힘들어.'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면, 흔들어서 만들어내면 그뿐이야.'

해준이 다시 리드폭을 늘리기 시작하자, 피츠버그 팬들의 야유소리가 한층 더 거세졌다.

"그만 알랑거려 애송이! 위대한 해적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감상이나 하라고!"

"베이스에 잠자코 붙어있는 게 좋을 거다! 캡틴의 송구에 머리가 아작나고 싶지 않으면!"

마이클 밀러 또한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이지?'

이미 두 번의 견제로 자신의 견제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준은 계속해서 리드폭을 조절하며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마이클 밀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영 슈퍼 스타의 호승심인가?'

다저스의 핵심 선수인 만큼 마이클 밀러의 머릿속에는 해준에 대한 수많은 분석 자료가 입력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해준이 그동안 많은 슈퍼스타들을 정면 대결로 무너트리고 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놈들과 다르다고, dude.'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자신의 어깨를 50% 확률 이상으로 벗어난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된 마이클 밀러의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

'뛰어볼 테면 얼마든지. 하지만 2루를 내주지는 않아.'

생각을 정리한 마이클 밀러가 미트를 다시 들어 올렸다.

'메이저리그의 무서움을 알려주지.'

그와 함께 마이클 밀러의 주도적인 리드가 홈플레이트 위를 난자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볼-"

"파울-!"

"볼-!"

"파울!"

타석에 들어선 다저스의 타자는 드레이븐 래리.

마이클 밀러의 리드는 그가 까다로워하는 코스에 꽂히면서도, 반대로 편안해하는 코스에서 빠져나가는 변화구로 끊임없이 배트를 유혹했다.

카운트는 2-2였지만.

따아아아악-!

"파울-!"

지금의 순간을 리드하는 쪽이 피츠버그 배터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마이클 밀러의 리드가 오늘따라 화려하군요! 드레이븐 래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스를 가리지 않아요.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타자의 장단점을 역이용하여 스윙 궤적을 흐트러트리는 마이클 밀러 본연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흥, 귀찮게 하기는.'

하지만 정작 드레이븐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띠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속으로 콧방귀를 끼며 1루에 서 있는 해준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도루를 포기하지 않은 듯이 보이는 해준.

끊임없이 스파이크를 끌며, 리드폭을 늘리고 줄여나간다.

덕분에 마이클 밀러의 시선은 자신보다 서서히 1루를 향해 편향돼가고 있었다.

'능구렁이 같은 자식..'

드레이븐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경기 직전, 해준의 했던 떠오른 탓이었다.

"마이클 밀러는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타입의 포수죠. 그의 리드 하나하나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최적의 과정에 불과해요."

"그래서?"

"한 개의 총알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곧바로 그렇게 움직일 거란 소리죠."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야구가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네가 말한 코스로 올 가능성이 높다 이거지?"

그때까지만 해도 드레이븐은 해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해준이 말한대로 야구는 절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꼭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야.'

해준이 말한 상황이 눈앞에서 일어나기 직전이다.

그리고 그런 것조차 야구가 품고 있는 일면이었다.

드레이븐은 생각을 정리했다.

'카운트는 여전히 2-2.'

심지어 자신은 이미 직전의 공을 간신히 커트한 상황.

그리고, 해준 또한 마이클 밀러에게 도루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대놓고 보내고 있다.

'두 마리의 토끼라..'

그리고, 마이클 밀러가 일거양득의 기회를 노린다면 지금뿐이었다.

드레이븐이 해준을 바라보자, 해준은 고개를 미미하게 끄떡였다.

'지금이에요, 드레이븐.'

'...에라, 모르겠다. 루키 녀석이 언제 틀린 말 한 적 있는 것도 아니고.'

고민은 짧았다.

상황이 찾아왔다면, 계획대로 수행하면 그뿐.

드레이븐이 자세를 잡자, 파이어리츠의 투수 드류 밀러 또한 투구판을 밟았다.

다소 뚱뚱한 체구의 몸을 지닌 드류 밀러.

그가 슬쩍 공을 숨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투구판을 밀어낸 몸에서 손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튀어나왔다.

그리고.

'왔다!'

공의 코스를 본능적으로 파악한 드레이븐의 두 눈이 번뜩였다.

바깥쪽 높은 하이 패스트볼, 자신의 배트를 끌어내면서도.

'준의 도루를 저지하기 가장 좋은 코스!'

평상시라면 헛스윙할 확률이 높았던 곳이었지만.

'미리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준비를 마친 드레이븐이 배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강, 그가 폭발적인 스타트를 끊으며 2루를 향해 달려갑니다!]

해준의 폭발적인 대시가 이어졌다.

+++

2-2의 카운트, 그리고 2루를 향해 달려나가는 1루 주자.

그 상황에서.

쉬이이이이익-!

투수의 공이 자신의 원하는 코스를 정확히 타고 흘러오자, 마이클 밀러의 두 눈동자 위로는 숨길 수 없는 흥분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겼다!'

이 순간은 마이클 밀러가 야구를 하며 몇백, 몇천 번을 겪어도 질리지 않는 순간이었다.

시원하게 미트로 틀어박히는 하얀 궤적, 귓가를 울리는 경쾌한 포구음, 구심의 우렁찬 삼진 콜까지.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내가 마무리하는 순간!'

마이클 밀러는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제 남은 일은 간단했다.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은 드레이븐의 헛스윙율이 가장 높은 코스.

배트를 지나 미트에 틀어박힌 공은, 물 흐르듯 오른손으로 옮겨져 2루를 향해 쏘아질 것이다.

하지만 곧.

'..뭐?'

마이클 밀러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계산으로는 지금쯤 미트에 박혔어야 할 공이.

따아아아악-!

드레이븐의 방망이에 가려져 있었으니까.

[드레이븐 래리, 밀어쳤습니다! 1루수가 있는 힘껏 뛰어보지만, 미트 위를 스쳐 지나가는 타구! 페어! 페어입니다!]

----우아아아아아아-!

라인 선상을 타고 흘러나가는 드레이븐의 타구에 혼란에 빠진 PNC파크.

마이클 밀러가 황급히 마스크를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급류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fuck! 그걸 노리고 있었다고?'

생각보다 안쪽으로 쏠렸지만, 드레이븐의 방망이를 끌어내기에는 충분한 코스였다. 하지만 그 공을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차분히 밀어친 드레이븐.

순간 머릿속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해졌지만.

'내 실책이야. 강에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드레이븐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어.'

마이클 밀러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메이저리그의 일류 타자에게 이유 없는 스윙이란 없다.

단 한 번의 스윙마저 투포수가 만들어내는 볼배합과 코스, 구질에 반응하여 탄생하는 것.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감지하는데 타고난 재질을 가지고 있는 포수였다.

평소처럼 타자에게 집중했다면 드레이븐의 변화를 감지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점수를 내주지 않았어!'

해준이 도루를 시도한 덕에 1루 베이스를 빠르게 박차긴 했지만, 다행히 타구의 길이가 얕고 짧다.

빠르게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본 마이클 밀러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대로라면 아슬아슬하게..'

무사 2, 3루로 점수를 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

"fuck! 3루, 3루를 봐!"

"저 미친 자식! 속도를 안 줄이잖아!"

피츠버그의 관중들이 경악성을 터트렸다.

그 다급한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마이클 밀러.

그의 시야에 잡힌 장면이 머릿속에 경종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흐읍-!"

타앗-!

이를 악문 해준이 오히려 그라운드를 더욱 박차며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3루에 안착.. 하지 않습니다! holy shit, it's a spurt! 강이 멈추질 않습니다! 피츠버그의 루상을 단숨에 꿰뚫어버리는 강의 크레이지한 베이스 런닝!!]

그제야 마이클 밀러는 해준의 무모해 보이던 도루 시도가 무엇을 위함인지를 깨달았다.

'holy..motherfucker! 이걸 노렸구나!'

도루가 아닌, 득점 루트를 노리고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것.

마이클 밀러는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짜릿한 위기감을 느끼며 고함을 내질렀다.

"우익수---!"

그리고 그 성난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우익수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우익수 필립 페레자의 홈플레이트를 향한 롱-스로우우우우! 하지만 이건 그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

몇몇은 숨을 죽이고, 일부는 오히려 고함을 질러대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도달한 PNC파크, 그 모두의 시선이 교차한 곳에서.

[강이 몸을 날립니다!]

"흐으읍-!"

해준의 슬라이딩과 마이클 밀러의 포구가 찰나의 순간을 두고 서로를 스쳐 갔다.

촤아아아아악-!

----퍼어어엉-!

그리고.

[...벽하게 맞아떨어진 두 선수의 타이밍! 이건..]

잠시 멈칫거렸던 구심이 힘차게 양팔을 치켜들었다.

"....세이프!"

-----------------!

PNC파크를 가득 채우던 무수한 소음.

그 모든 것이 일순간에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

2회 말.

[LAD 2 : 0 PIH]

다저스에게 선취점을 허용한 피츠버그의 반격은 매서웠다.

따아아악-!

[안타! 안타입니다! 다저스의 브랜드 빌링슬리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는 마이클 밀러!]

퍼어어엉-!

"볼, 베이스 온 볼스!"

[포볼이군요! 구심이 포볼을 선언합니다!]

끈끈한 타선과 준수한 기동력.

피츠버그는 차근차근 실점을 만회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뒤.

2회에 2점을 만회하는 것으로 모자라 오히려 4점을 뽑아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물론 다저스라고 해서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터엉!

[브랜드 워커의 대형 타구! PNC파크의 상단에 꽂히는 홈런입니다!]

따아아아아악-!

[페어! 페어! 마르쿠스 영의 타구가 외야를 가릅니다! 다시 1점을 가져오는 LA다저스!]

다저스는 특유의 장타력을 앞세워 다시 경기를 뒤집기 일쑤였는데, 그때마다 출루에 성공한 해준은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차근차근 득점을 올려나갔다.

5회 초, 1사 3루.

[루이스 화이트! 외야로 큼지막한 타구를 보냅니다! 강은 3루에서 태그업! 오늘만 2득점을 기록하는 강입니다!]

루이스의 외야 플라이로 2득점째를 올리는가 싶더니.

7회 초, 무사.

[이번에는 진짜로 도루인가요? 하지만... 드레이븐이 다시 한번 공을 건듭니다! 2루에서 세입, 그리고 1루는 아웃! 결과적으로는 히트앤드런이 됐군요!]

드레이븐의 땅볼로 2루를 밟고는, 이어 터진 제이크 포드의 투런포로 홈플레이트에 들어서며 3득점째를 기록한다.

----우우우우우우!

그러한 해준의 활약이 이어질 때마다, PNC파크를 가득 메운 검은 물결이 요동쳐댔다.

MLB라는 거대한 단체를 이끄는 커미셔너 조조 살라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런 해준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뭘까. 뭐지."

주자가 뛰고, 타자가 친다.

지금까지는 보아온 모습이라면 단순한 히트앤드런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야구를 업으로 삼아온 조조 살라스는 가슴 속 한켠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히트앤드런이었다면 굳이 도루를 할 것처럼 굴 필요는 없었어. 작전을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마이클 밀러 앞에서 섣불리 리드폭을 늘리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그렇기에 조조 살라스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그동안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정면으로 박살 내 온 해준.

만나는 상대의 주특기가 커브라면 커브를 때려내고, 패스트볼이라면 패스트볼을, 힘이라면 힘으로 짓눌러오기를 반복했다.

그런 선수가 갑작스럽게 정면 대결을 하는 척하며 이득을 취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강은 언제나 후반 이닝에 이르러서야 진가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지."

그 사실을 떠올린 조조 살라스는 화면 상단에 떠오른 스코어를 바라보았다.

[LAD 7 : 7 PIH]

서로 치열하게 점수를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경기를 끌고 나가는 두 팀. 경기는 이제 완전히 후반전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건가?"

그런 조조 살라스의 시선 속에 홈플레이트를 밟고 벤치로 향하는 해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조조 살라스의 시선을 알 리 없는 해준은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완성했다.'

고작 7회였지만, 외줄 타기를 하듯 길고 긴 기다림.

마이클 밀러의 견제를 넘나들며 무리하듯 긁어모은 득점들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정면으로 붙어볼 수 있다.'

아웃라이어 마이클 밀러의 공략 조건 두 가지.

그중 하나가 지금 충족되어, 자신의 눈앞에 드러난 상태였다.

[아웃라이어 '루상의 해적' 마이클 밀러를 상대로 3득점 이상을 기록하셨습니다!]

[아웃라이어 '대주자의 전설' 구해형의 기술이 한 층 더 발전합니다!]

[주루 플레이가 한층 매끄러워집니다.]

[슬라이딩의 부상 확률이 대폭 낮아집니다.]

[최고 스피드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듭..]

KBO는 물론이고 아시아를 넘어서까지 명성을 떨쳤던 대주자계의 전설, 아웃라이어 구해형.

완성에 다다르기 시작한 그의 기술이 해준의 몸속에 각인된 순간이었다.

<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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