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125화 (125/137)

<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5) >

125.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5)

LA다저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1차전이 예정된 6월 13일.

프런티어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전통 명문팀 LA다저스와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많은 팬덤을 확보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1차전.

이런 날은 메이저리그 사무국 중계 기술팀 직원들의 신경이 아주 날카로워지는 날이기도 했다.

"오스틴! 중국에서 유입되는 수치가 급증하고 있는데 여기 광고 좀 조절할까요?"

"좋아, 슬슬 일본에서도 반응이 올라오네요. 경기 시작 전부터 결제 비율이 늘어났어요. 어, 잠깐. 결제 서버 터졌다.... 제기랄!"

"이봐, 며칠 전에 바뀐 중국 마켓팅 담당자가 누구였지? 연락해서.. 아니다, 내가 직접 하지. 기억났어. 기억났다고."

"으악! 인도 쪽 서버 또 터졌어요! 누가 저 대신 이쪽 클라우드 담당자 연락 좀 해봐요. 중요한 순간마다 이런다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

14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그 모든 것은 10년 전부터 개성 강하고 압도적인 실력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연이어 탄생한 덕이었다.

스타에 의한, 스타에 의해 돌아가는 메이저리그.

오늘처럼 네임밸류가 유독 높은 스타들의 팀이 맞부딪히는 날?

당연하게도 서버의 수용량을 가뿐히 뛰어넘어버리는 수의 팬들이 유입되고는 했다.

"fuck! 제발 좀 천천히 들어와라, 밀고 들어오려고 하니까 서버가 계속 터지려고 하잖아!"

"아, 모르겠다. 그냥 확 내려버려요."

"Are you fucking kidding me? 이쪽 서버 내려가면 어차피 다른 곳으로 몰릴 게 뻔하잖아!"

"거기도 어차피 터질 것 같은...어, 터졌다."

결국 한 기술진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를 바라보던 커미셔너 조조 사라스와 CCO 베일리 루스가 멋쩍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음, 뭐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막상 직접 보니 떨떠름하군."

"이런 단기간 시청자 급증은 어쩔 수 없죠. 서버가 단순히 확장하고 싶다고 해서 게임 인벤토리 늘리듯 쭉쭉 늘어나는 게 아닌 이상 말이죠."

"그 정도야 나도 알아 베일리. 너무 컴맹 취급하지 말라고."

베일리의 말에 고개를 흔든 조조 살라스.

그는 신중한 눈빛으로 들쭉날쭉 변동하고 있는 수치들을 바라보았다.

'오늘 경기는 큰 전환점이 될 테지.'

중계 기술팀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대형 OLED 디스플레이.

그곳에서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시청자들의 수가 지역별로 그래프로 나타나 있었다.

이는 곧 어마어마한 광고 수입과 연계되어 발생하는 갖가지 수입들로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 세계로 확장해놓은 인프라 이상으로 유입되는 팬들. 이들마저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의 전성기는 한층 더 빠르게 정점을 향해 다가갈 수 있어.'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는 조조 살라스는 흥분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잘 아는 탓이었다.

아직까지는 지금의 수치가 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것도 수년간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았던 스타플레이어들을 압도적 격차로 박살 내버린 다저스의 한 선수로 인해 발생한 거품.

'이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을 끌어들이는 스토리가 필요해.'

조조 살라스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동안 해준이 수많은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기반은 간단했다.

언더독의 반란.

그것은 메이저리그가 언제나 반기는 스토리 중 하나였다.

루키가 이름 높은 스타들을 연이어 박살 내며 돌풍을 일으키는 것.

스포츠에서 이것만큼이나 잘 먹히는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면에서 해준은 조조 살라스가 살면서 처음 겪어본 최고의 스토리 메이커였다.

요반 카본넬, 게빈 하우서, 애런 테린 등.

본인보다 네임밸류가 압도적인 슈퍼스타들을 박살 내오며 만들어낸 폭발적인 상승세.

그 뜨거운 상승기류에 수많은 팬들이 홀린 듯이 몰려드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조조 살라스는 오늘 경기가 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야구를 처음 접하는 팬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요소는 투수와 타자의 대결처럼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대립이니까.'

하지만 마이클 밀러의 포지션인 포수는 투수들에 비해 해준과 뚜렷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내기 힘든 자리.

이름 값만 듣고 경기를 몰려든 팬들에게는 자칫하다가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을 구도였다.

더군다나 LA다저스는 장타를 폭발시키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타일인데 반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상대의 발을 꽁꽁 묶음으로서 이득을 보는 타입.

언뜻 생각한다면 이들 사이에서는 불꽃 튀는 접전이 이루어질 무언가가 부족했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며칠 전부터 조조 살라스는 믿기지 않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피츠버그전에 맞춰 도루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리기 시작한 해준.

그것은 해준과 마이클 밀러의 정면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행보였으니까.

'강이라... 이번에도 상대를 잡아먹어 버린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메이저리그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커미셔너 조조 살라스.

'그가 내가 생각하는 메이저리그의 진짜 전성기를 이끌 선수라는 것을 말이야.'

그의 눈동자 위로 진한 기대감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홈인 PNC파크.

팀의 심볼인 해적에 비유해 해적 소굴로도 불리는 이곳은 벌써부터 그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들끓고 있었다.

"GO PIRATES!"

"오늘도 한 번 제대로 박살 내보자고!"

"다저스? 돈만 많은 배불뚝이는 언제나 해적들의 사냥감이 돼 왔지!"

피츠버그 여름 특유의 후덥지근한 날씨, 유니폼 위로 들러붙는 꾸덕꾸덕한 공기,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파이어리츠의 골수팬들까지.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오늘도 피츠버그의 관중석은 검게 물들었습니다! 경기장을 뒤덮어버리는 피츠버그 팬들의 검은 유니폼! 그와 함께 손에 들린 수천 개의 검은 수건이 흩날리며 이번 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군요!]

역시 'Black out'이라 불리는 검은 물결의 장관이었다.

4만여 석에 가까운 수많은 관중석을 검은 유니폼으로 맞춰 입은 팬들이 가득 메운 채 일제히 함성을 쏟아내며 경기장의 공기를 가득 메워버린다.

팀의 로고, 유니폼, 그리고 팬들의 색마저 단일색으로 맞춰버리며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통일감.

이는 상대에게 사방이 적이라는 사실을 강제로 상기시키며 어마어마한 압박감으로 압살시켜버리는 피츠버그만의 응원 방식이었다.

본래는 플레이오프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연승가도를 달리면 나타나는 파이어리츠만의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후우."

그리고 그 속에서.

'..이거 말로는 들었지만, 장난 아닌걸.'

한 차례 호흡으로 쓸데없는 긴장을 흩어버린 해준이 타석에 들어섰다.

검은 바다에서 술렁거리는 파도가 경기장을 진동시키고,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그라운드 위로 쏟아져 내린다.

마치 포스트시즌을 연상케 하듯, 원정팀 선수들을 분위기에서부터 내리누르려는 어마어마한 압박감.

"플레이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준은 어떠한 흔들림도 없는 눈동자로 상대 투수를 바라보았다.

[투수 드류 모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4선발

*좌투좌타

[구종]

-포심 패스트볼, Plus급(65)

-슬라이더, AA급(55)

-체인지업, Plus급(60)

-싱커, AA급(55)

'플러스 급 구종이 2개에 AA급 구종 또한 2개라.'

KBO로 간다면 어떤 팀을 가더라도 1선발을 맡을 투수.

그런 선수가 4선발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를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투수가 아니지.'

해준은 흘깃 시선을 돌려 포수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이클 밀러.'

피츠버그 전력의 반을 차지한다는 위대한 포수.

다저스의 마르쿠스가 괴력적인 공격력과 뛰어난 수비로 커리어를 쌓아 올렸다면, 이 선수는 오로지 프레이밍과 수싸움, 그리고 화룡점정인 도루 저지능력으로 마르쿠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2대 포수로 불리는 괴물이다.

해준은 자세를 잡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번 경기는 장타보다 출루에 중점을 두고..'

마이클 밀러와 조우한 순간부터 시야 한쪽에 떠올라 있는 홀로그램. 그것이 계속해서 해준의 호승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체력을 아끼지 않고 뛴다.'

파이어리츠 피츠버그는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소속으로 다저스와는 1년에 6경기 정도밖에 소화하지 않는 팀.

이번 시리즈에서 3경기를 치르고 나면, 남은 일정은 9월이나 돼서야 이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 만큼 자신의 목표는 간단했다.

'이번 시리즈 안에 이 남자를 무너트리고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

지금의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기회는 9월.

그 말은 즉슨, 지금의 도루 능력만을 지닌 채 수준 높은 메이저리그 포수들의 저지 능력을 뚫어내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그것은 결코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First pithch! 드류 모린이 초구를 던집...]

그 순간, 준비를 끝마친 투수가 투구판을 박찼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오는 듯 하다가 일찌감치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싱커.

까득-

그와 함께 해준의 가슴이 순간 부풀어오르며.

"흐으읍-!"

초구부터 해준 배트가 홈플레이트를 가르고.

따아악-!

짧은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

[안타! 안타입니다! 오우, 이건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군요. 좌완투수가 던진 바깥 코스로 빠지는 싱커! 그 초구를 배트를 던지다시피 해서 맞혀낸 KANG입니다. 1루수의 키를 살짝 넘긴 안타! 마이클 밀러 선수가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는군요. 확실히 저렇게까지 빠지는 공을 건드려서 나간다면 포수로서는 방법이 없겠죠!]

"허, 이것 봐라?"

마스크를 벗어 타구를 확인한 마이클 밀러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해준의 첫 타석 장타율은 30할에 가깝고, 특히나 첫 타석 초구 타율은 7할을 넘긴다.

그런 괴물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거는 것은 바보 같은 짓.

그렇다고 다른 포수들처럼 멍하니 볼넷을 내주려 한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배트를 휘두르는 범위를 체크하고 대응을 하기 위해 던진 첫 코스였는데..

'그걸 쳤어?'

해준은 평소와 달리 극도로 컨택에 치중하며 기어코 출루를 성공시켰다.

'강하고 정확하게. 전력 분석 자료나 내가 내린 결론에서도 강은 그걸 타격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있던 타자였는데, 잘못 생각했나?'

예상이 빗나가자 마이클 밀러는 냄새를 맡듯 코끝을 벌렁거렸다. 첫 타석부터 상대가 보인 변칙적인 타격.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마이클 밀러가 곧 그 사실을 추측해냈다.

'그러고보니 최근 도루에 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상대로 도루를?'

마이클 밀러가 1루를 바라보았다.

"준, 너를 바라보는군."

"..그렇네요."

1루 코치에게 팔꿈치 보호대를 넘겨주던 해준 또한 그 시선과 마주쳤다.

'마이클 밀러. 의아하겠지.'

메이저리그에서도 도루를 잘 억제하기로 소문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그런 상대를 대상으로 장점인 장타보다 컨택에 치중하여 단타를 만들어낸 뒤 도루를 시도한다?

누가 생각해도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해준에게는 그럴만한 강력한 동기가 존재했다.

조금 전부터 시야 한편에 떠올라있는 홀로그램.

그것이 자신으로 하여금 평소와 같은 게임을 운영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아웃라이어 '루상의 해적Pirate of base' 마이클 밀러와 조우하셨습니다!]

[아웃라이어(Outlier) '루상의 해적Pirate of base']

-마이클 밀러

[소속]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특이사항]

-우투우타

-34세

[아웃라이어 업적]

-통산 도루 저지율 66.9%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비교의 대상이 없는 도루 저지의 화신, 아웃라이어 마이클 밀러.

최고 팝타임 기록 1.64초, 평균 1.73초.

순수히 어깨만을 이용하여 최고 구속 90마일까지 나오는 다이렉트 송구를 뿌려버리는 괴물.

그리고, 오로지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아웃라이어에 올라버린 이레귤러.

[아웃라이어 '대주자의 전설'과 천적 관계에 있는 아웃라이어입니다.]

루상에 나선 해준이 아웃라이어 구해형의 감각을 끌어올리자, 벌써부터 마이클 밀러의 철벽과 같은 기세가 그 앞을 가로막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이건 오히려..'

자신을 압박하고 조여오며, 호심탐탐 꿰뚫어버린 기회를 노리는 거대한 해적선의 대포.

마이클 밀러의 시선에 따라 자유롭게 누비던 루상의 모든 길이 막혀버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해준의 심장이 둥둥 뛰어오기 시작했다.

'힘들어보이지만..'

이번 게임을 이겨낸다면.

[아웃라이어 '루상의 해적'에게서 3도루 3득점 이상을 기록하세요.]

[3도루 이상 시, 감각이 크게 발달합니다.]

[3득점 이상 시, 기술이 크게 발달합니다.]

자신은 한 걸음 더 높은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

"후우.."

차갑게 가라앉은 해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이제부터는 해적을 사냥할 시간이었다.

<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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