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3) >
123.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3)
6월 11일.
LA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2차전이 한참 치러지고 있을 무렵.
ESPM의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 짐 레이드는 한 칼럼을 업로드한다.
그 타이틀은 '극심한 투고타저, 도루와 리드오프의 전성시대. 그리고 돌연변이 KANG.'
현 메이저리그 트렌드와 다저스에 나타난 슈퍼스타에 대해 자세히 다룬 이번 글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현 메이저리그의 트렌드가 투고타저라는 것을 부정하는 팬은 매우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리그 ERA는 하락세를 그리고, 삼진 개수는 증가하며, 2점대 투수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이제 막 시즌 초반 포인트를 지나쳤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규 이닝을 채운 1점대 투수 또한 5명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다저스와 양키스 타자들의 트렌드를 역행하는 홈런 레이스에 소수의 팬들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 타자들의 성적으로 봤을 때는 극소수의 케이스에 해당하며 대다수의 리그 타자들 같은 경우..
......(중략).......
그렇다면 투고타저를 맞이한 리그에 등장한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무엇일까?
투고타저의 특징이라면 낮은 장타율, 늘어난 삼진 개수 등이 있겠지만, 역시 이중에서는 도루의 개수가 눈에 띈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의 도루 개수는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그중에서도 리드오프들의 도루 개수가 매우 급격하게 증가했다.
다음은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순위를 정리한 표이다.
[메이저리그 도루 전체 순위]
1위. 레인저 빈센트(TEX) 51개
2위. 맷 톰스카(STL) 47개
3위. 펠릭스 코자트(WSH) 44개
4위. ..........
시즌 초반 포인트를 이제 막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도루 개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대로만 간다면 100도루 이상을 기록할 선수들이 다섯 손가락을 넘겨도 이상하지 않을 페이스로,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에 해당한다.
10위에 이름을 올린 앤드류 카넬로조차 32개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니, 현재 메이저리그에 불고 있는 도루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들의 홈런 순위를 살펴본다면 어떨까?
당연하게도 모두가 하위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다저스 괴물, 리드오프 강해준의 이름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순위]
1. 해준 강(LAD) 30개
2. 데블린 스티븐스(DET) 28개
3. 이스마엘 콥(NYM) 25개
4. 로니 그린(NYM) 22개
5....
리드오프임에도 불구하고 시즌 도루 순위권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반대로 홈런에서 리그 1위를 점령해버린 돌연변이.
이는 완전히 리그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는 행보라 볼 수 있다.
더욱 두려웠던 점은 강의 시즌 도루 순위가 시즌 초까지만 해도 상위권에 위치해있었다는 사실이다. (5월 11일 자 칼럼, 메이저리그에 나타난 퍼펙트플레이어 참조)
강타자가 도루로 인한 부상 위험을 무릎 쓸 수 없다는 팀의 판단인지, 본인 스스로의 결정인지는 확실치 않다.
시즌이 갈수록 그 페이스가 급락하며 순위권에서 벗어났으니 말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강은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모종의 이유로 도루를 멈췄던 강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홈런에서 보여주고 있는 폭발적인 모습처럼 도루에서조차 그 모습을 재현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후략)』
리그의 트렌드와 그를 역행하는 해준에 대해 다룬 짤막한 칼럼.
이는 세계 전역에 어마어마한 팬덤을 구축한 해준을 다룬 만큼 많은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skciw!01]
30홈런이 아니라 31홈런 아니야? 방금 넘어갔는데.
└이 칼럼은 홈런 치기 전에 작성됐으니까 친구야 :0
└또 넘어갔다고? holy shit.. 그 미친 자식은 언제까지 홈런을 쳐댈 생각이지?
[txsman]
강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타자야. WRC+,OPS+ 등 보정 스탯들만 봐도 이미 2004년 배리 본즈와 비등하다고. 그는 이미 뛸 필요가 없어.
[length_8392]
결국 다른 놈들이 빨빨 거리면서 뛰어다녀봐야 강의 홈런 하나만 못하다는 소리를 길게하는군.
[toxicoci]
강이 뛰지 않는 이유를 난 알지! 처음에는 열심히 뛰었는데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깨달은 거야. 어차피 홈런 치고 걸어가면 되는데 왜 뛸까 싶은 거지!
└그것참 놀라운 발견이군.
└KANG: 도대체 왜 다들 열심히 뛰는 거죠? 담장을 넘기면 되는데.
수많은 댓글이 달렸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았다.
해준은 이미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에서 모두 리그 1위를 마크하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해준이 다시 뛰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팬을 찾기는 힘들었다.
해준은 그 자체만으로 리그에서도 비교 불가 급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타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럼의 마지막 문단이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만큼은 확실했다.
[l0ppp1]
그래도 뛰어서 손해 볼게 없긴 하지 않아?
└없긴 왜 없어. 체력이 떨어지겠지. 강은 기계가 아니라고.
└나도 동의해. 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도루보다는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게 나아.
└그래도 다시 뛰기 시작한다면 상상은 해봐도 되잖아?
타격, 수비 양면에서 이미 리그 탑티어에 해당하는 타자.
그런 타자가 다시 도루를 하기 시작한다면?
한 팬이 남긴 댓글에는 조용히 찬성표만이 몰리기 시작했다.
[isitdisaster?]
그렇게만 된다면 재앙 그 자체겠지.
+++
이제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는 오후.
칼럼니스트 짐 레이너의 칼럼에서 팬들이 한창 의견을 주고받을 무렵.
화창한 다저 스타디움에서는 LA다저스와 밀워크 브루어스와의 2차전이 치러지고 있었다.
[MIL 3 : 5 LAD]
[7회 말 2사. 타석에는 강이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다저스의 슈퍼루키!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무서운 타자임은 분명합니다. 1회 말, 콜 바르가스를 상대로 리드오프 홈런을 쏘아내며 시즌 31호 홈런을 기록했죠.]
[이에 맞서 밀워키는 선발 콜 바르가스를 내리고 구원 투수 타카히로 아라이를 마운드에 올리는군요? 재작년 NPB에서 넘어와 71과 1/3이닝 76탈삼진 ERA 2.89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투숩니다.]
퍼어어어엉-!
"볼-!"
[말씀드리는 순간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 하지만 강의 방망이는 꼼짝하질 않았습니다.]
[조금 과감하게 집어넣는다면 좋을 텐데요.]
[그렇다면 곧바로 강의 배트가 돌아갔겠죠. 최근 타율이 내려갔다 해도 그의 폭발적인 스윙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후우."
초구를 그대로 보낸 해준은 숨을 한차례 몰아쉬었다.
'전형적인 일본 투수 스타일이야. 변화구가 날카롭지만 패스트볼의 구위는 떨어진다. 유인구만 조심하면..'
자신을 내보내던지, 카운트를 벌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에 욱여넣던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들어와라. 한 번만 들어오면..'
배트 그립을 꾸욱 쥔 손아귀에서 고무와의 마찰 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에 울렸다.
그렇게 다시 자세를 잡은 해준.
긴장한 표정을 지은 타카히로 아라이가 다시 투구판을 박찼다.
퍼어어어엉-!
"볼!"
[다시 한번 슬라이더! 코스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볼입니다. 이번에도 그대로 흘려보내는 강. 이전 경기들에 비해 다소 여유를 찾은 모습이군요.]
다시 한번 볼이 들어왔다.
하지만 해준은 이전과 달리 차분히 가라앉은 시선으로 마운드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볼넷으로 나가도 된다.'
아니, 오히려 내보내 달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체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이후 첫 경기.
'나가기만 하면..'
다시는 자신을 볼넷으로 출루 못 시키도록.
따아아악-!
상대 투수의 멘탈을 박살 낼 자신이 있었다.
[이번엔 스플리터!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예리한 각의 브레이킹볼이었습니다만 강의 배트가 날카롭게 걷어냈습니다. 하지만 3루심은 라인선상 밖을 벗어났다고 판단하는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타카히로 아라이!]
[최근 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장타율만큼은 무시무시한 강입니다. 걸리는 순간 타카히로 아라이 선수의 구위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어떻게든 방망이를 낚아내려는 시도들.
하지만 해준은 그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터무니없는 공은 걸러내고, 가까이서 떨어지는 공은 장타 코스를 노리고 걷어낸다.
차가운 눈빛을 유지하고 있는 해준이 타카히로 아라이를 바라보았다.
'이대로라면 볼넷이 높겠지만... 포수의 성향을 봐서는 또 아니지.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으니까.'
오늘 포수의 리드는 다른 팀의 주전 포수들에 비해 조심성이 다소 떨어진다.
1회 말에도 그랬고, 그 이후의 타석들에서도 공격적인 리드가 이어졌으니까.
'조금만 더 끌어보면..'
하나쯤은 공격적으로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말씀드리는 순간 과감하게 몸쪽을 찔러넣는 타카히로 아라이!]
이전의 코스들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띠며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며 날아오는 커터.
'왔다!'
해준은 그 공을 망설임 없이 당겨 쳐냈다.
"흐읍-!"
따아아아아악-!
[이번에는 강 또한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담장을 때려내는 2루타!]
단숨에 담장에 도달해 부딪히는 타구.
'...쿠소!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조금 더 빼보자니까.'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타구에 타카히로 아라이는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밀워키의 포수 호세 네리스는 평소에도 공격적인 리드를 즐겨하는 선수.
유인구를 즐겨 사용하는 그와는 자주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호세 네리스가 밀워키에서도 베테랑에 속하는 만큼 웬만하면 그 사인에 따르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과가 좋을 때의 이야기.
'저 괴물 자식을 상대로 그런 무식한 리드라니. 최근 선구안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으니 그걸 이용했어야 했는데.'
해준이 2루를 밟고 있는 것을 흘깃 바라본 타카히로 아라이는 속으로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출루를 내어줬으니 이 이상 투덜거리는 것도 멘탈 낭비다. 리드에 대한 아쉬움을 애써 무시한 타카히로 아라이가 투구판을 밟았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군.'
근래 몇 년간 메이저리그의 리드오프라하면 뛰지 못해 안달 난 망아지와 같았다.
그들은 루상에 나가기만 해도 스파이크로 땅을 북북 긁어대다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내보이면 곧바로 뛰곤 했는데, 이는 셋포지션 투구가 느린 타카히로 아라이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곤 했다.
하지만 다저스의 리드오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시즌 도루 25개.. 분명 많은 수치이기 하지만 그것도 시즌 초반에 몰려있어.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의 살인적인 스케줄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지. 동양인 선수들이라면 한 번 쯤은 겪는 고비니까.'
시즌 페이스로 환산하면 66개.
하지만 지금의 메이저리그에서 리드오프에게 60개 정도의 도루란 평균 수치에 해당한다.
그 '레인저' 빈센트는 작년 한 시즌 도루 134개로 대도 리키 핸더슨의 기록을 경신해버렸고, 맷 톰스카는 매년 100개 이상의 베이스를 훔쳐버리니까.
그런 놈들에 비하면 60개 페이스는 차라리 인간적인 수치에 속했다.
그에 더해 해준의 도루 페이스가 시즌이 갈수록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떠올린 타카히로 아라이.
이대로 시즌을 계속 치른다면 60개는커녕 40개도 아슬아슬할지도 몰랐다.
또한 타카히로 아라이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또 다른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심지어 23루 도루는 5개도 되지 않아. 좋아, 도루는 없다.'
해준의 도루 성향은 주로 12루 도루였으며, 23루 도루는 극소수라는 것을.
그 사실을 떠올린 타카히로 아라이는 편한 마음으로 마운드를 박찼다.
'이번 타자만 처리하고 들어간다!'
눈앞의 타자에게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상황.
하지만.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야?'
그러한 타카히로 아라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해준이.
"흐읍-!"
단숨에 그라운드를 박차기 시작했다.
타앗-!
[뛰었습니다! 당황한 포수 호세 네리스, 글러브 속에서 공을 더듬는군요! 그 사이 3루를 스틸하....]
'뭐?'
황급히 돌린 타카히로 아라이.
그의 시야에 3루를 향해 슬라이딩하고 있는 해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2차전.
오랜 시간 동안 도루를 자제하던 해준이 드디어 그 고삐를 풀기 시작하고 있었다.
< Welcome to Major League, Mr. Halley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