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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에서 타자까지-118화 (118/137)

< 언론플레이? (2) >

118. 언론플레이? (2)

SBW의 돌발 행동은 많은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마르쿠스가 지체하지 않고 시큐리티를 부른 탓에 SBW 취재진은 꼬리를 말고 도망가듯 사라졌지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에 해당하는 것이었으니까.

때마침 현장에 있던 오광녹은 곧바로 다저스 프런트에 항의했고, 이 소식은 곧바로 단장 에반의 귀에도 들어갔다.

에반은 골이 아프다는 표정과 함께 단장 보조 에번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들어왔지? 그런 것들은 원래 허가 안 내주면 못 들고 들어오잖아?"

"기억 안 나세요? 원래 그 날에 선수들이 클럽하우스를 비웠을 때 잠깐 촬영하겠다고 허락 맡은 방송사 있었잖아요. SBW가 바로 그 자식들이에요."

"...shit. 이제 기억났어. 그럼 우리 호의를 이용해서 그딴 짓을 저질렀다고?"

"그런 거죠, 뭐."

"사람이 많아지면 그런 빌어먹을 자식들이 한 명씩은 생긴단 말이야.."

메이저리그의 클럽하우스는 정해진 시간 동안 취재를 목적으로 기자들과 그 관계자들의 출입을 허락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여러 제약 조건이 따랐다.

인터뷰하는 선수 본인의 라커룸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고, 다른 선수들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당연하게도 사전에 선수 측의 에이전시와 이야기가 된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이번 SBW는 출입 목적 또한 허위로 기재해 카메라를 들여왔으며 선수에게 퍼부은 질문의 수준은 낯 간지러워질 정도였다.

얼굴이 붉게 물든 단장 에반이 거칠게 말했다.

"그 자식들 출입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고 SBW 방송국도 무기한 출입금지라고 해."

"클럽하우스만요?"

"미쳤어? 당연히 다저 스타디움 전체지. 다른 구단들에도 협조 요청 보내고. 감히 우리 선수에게 그따위로 접근을 해?"

시장의 규모가 북미에 한정됐던 예전과 달리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당연히 자그마한 이미지 차이에도 작게는 수십에서 크게는 수천만 달러까지 날아가기에 십상이다.

그러니 선수를 깎아내릴 목적으로 구단을 속이고 클럽하우스에 출입한 취재진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까득-

에반 브루스가 일그러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메이저리그에서 피똥을 싸고 쫓겨나도록 해주지."

반면, 단장 보조 에번스 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얼마나 멍청한 거죠? 이런 일을 벌이면 어떻게 될 거라는 것 정도는 알 텐데? 아니, 애초에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

"다큐멘터리?"

"네, 그거 거절했다고 이렇게 밀고 들어온 모양인데요."

해준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오광녹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런 제의가 오긴 했다. 그런 제의를 한 곳이 10곳쯤 더 된다는 게 문제지만.

"그런 거 치고는 좀 과격하게 나온 것 같았잖아."

"과격보다는 무식한 게 아닐까요?. 여기가 기자라면 라커룸에서 컵라면 처먹어도 봐주는 한국인 줄 아나 봐요."

사실 메이저리그라 하더라도 이런 일이 꾸준히 있어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배들이 하나 같이 치를 떨던 것이 바로 몇몇 악명 높은 한국 기자들이었으니까.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선수에게 자신의 비행기 티켓을 요구한 기자도 있었고, 징크스나 개인적 사정으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앙심을 품고 루머를 사실인 양 기자로 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해준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됐을 때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받은 많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한국 기자들을 상대하는 법이었으니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한국이라면 친분 있는 기자들도 있고 소속 구단 차원에서도 대응할 수 있으니 조금은 조심하지만, 미국에 나오면 이야기가 다르니까요. 지들 펜대가 권력이라 이거죠."

오광녹이 이를 갈았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의 한국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출입금지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인들끼리의 일이고, 국내 언론의 시선을 신경 쓴 한국 선수들이 구단에게 말하기를 꺼리며 쉬쉬했으니까.

단장 보조 에번스 햅은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의문스러워했지만, 실상은 몇 번이나 이미 일어났던 일에 가까웠다.

"아마 이렇게 한 번 압박을 줘놓고 다시 다큐멘터리 찍자고 제안할 생각이었겠죠. 언론사들이 이러는 거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태도.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해준은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흠, SBW라."

분명 힘 있는 방송사다. 그런 곳과 척을 지면 한국인인 이상 꺼림칙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

오광녹의 말대로 이번 인터뷰는 실제 내보낼 방송이라기보다는 반협박에 가까웠다.

그리고, 다음번에 있을 제안을 또다시 거절한다면 있는 소문 없는 소문 다 긁어모아 기사들 내버릴 테니 꽤 귀찮아질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럼에도 해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내가 욕 좀 먹는다고 뭐 달라질까.'

보통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고교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이었다. 그런 만큼 팬들과 언론의 반응은 언제나 호의적이었고, 그들은 그런 사랑을 받고 성장했다.

그에 반해 자신은 살짝 케이스가 달랐다.

'욕은 어차피 일상이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180도 달라진 것뿐이지, 그전에는 정말 미친 듯이 욕을 먹었다.

인제 와서 SBW가 악의적인 기사를 내고, 그에 악플러들이 동조한다 해서 가슴이 아프다거나 할 일은 전혀 없었다.

"일단 구단 측에는 말했지?"

"네, SBW 자식들 상상도 못 했을걸요. 우리가 이렇게 대놓고 들이박을지."

해준의 말에 오광녹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일을 조용히 처리하라고 제가 있는 거니까. 형은 경기에만 집중하시면 돼요."

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그린 코퍼레이션. 이들이 이런 일에 대응하는 노하우가 하나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

"반대로 하자."

상대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자신을 공격하며 칼을 들이댔다.

그 뜻은 명약관화했다.

'진짜든 아니든 시끄러워지기 싫으면 조용히 따르라는 소리지.'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한 많은 선배들은 단 한 번도 크게 소리를 내본 적이 없었다.

'아, 있긴 있었나.'

애리조나에서 태동했던, 삼진을 잡기 위해 태어난 사나이.

그 역동적이던 투구폼을 잠시 떠올린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난 조금 다르지.'

자신에게는 유능한 에이전트가 있고, 그를 받쳐줄 자금도 있다.

그러니 그들과 손을 잡지도,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해준이 말을 이었다.

"그쪽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잖아. 그렇다면.."

"그렇다면요?"

"맞받아쳐 줘야지."

+++

쌀쌀한 봄날에 개막했던 메이저리그.

이들 30개 구단의 치열한 접전은 어느새 6월에 접어들고 있었다.

따아아아아악-!

[It's High fly ball, annnnd... good bye! 이번에도 갔습니다!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포효하는 드레이븐 래리! 하하핫, 다저스 벤치를 향해 배트를 날리는군요. 이거 봐라, 내가 오늘은 좀 쳤다 이런 의미인가요?]

7할을 훌쩍 뛰어넘는 승률과 함께 양대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는 LA다저스.

이들은 영원한 대적 뉴욕 양키스, 지역 라이벌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 함께 다저스의 3대 라이벌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3연전을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벌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하게, 다저스의 공세는 너무나도 일방적이었다.

[SF 1 : 7 LAD]

7회 말, 6점 차까지 벌어져 있던 스코어.

"오늘은 마음 편히 볼 수 있겠는데?"

"뭐야, 또 넘겼어? 자이언츠 녀석들 정신을 못차리잖아."

"저 타선 앞에서 멘탈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대단한 거지."

담장을 넘겼던 드레이븐의 타구를 바라보던 다저스 팬들의 음성에는 한껏 여유로움이 담겨있었다.

[SF 1 : 10 LAD]

베이스를 돈 드레이븐이 홈플레이트를 밟자 스코어가 단숨에 9점 차까지 벌어졌고, 자이언츠 벤치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자이언츠와의 3번째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 다저 스타디움입니다. 하지만 라이벌이라는 관계답지 않게 자이언츠는 올 시즌 내내 다저스에게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칼?]

[제 생각엔 자이언츠의 투수들이 다저스의 타자들을 억제하는 데 필요 이상의 부담감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저스의 장타력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볼넷을 내주고, 이 볼넷으로 누적된 주자들이 장타 한 방에 일소돼버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요.]

사실 이러한 모습은 자이언츠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드레이븐 래리가 홈플레이트를 밟는 모습을 바라보던 자이언츠의 감독 존 얼웨이.

그의 얼굴에는 절망스러운 기색이 강하게 묻어나 있었다.

"OPS 10할 타자가 4명에 9할 타자가 1명. 심지어 1번 타자의 OPS는 15할이라... 제기랄,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리그 올스타를 모아놓는다 해도 비견이 될까 궁금한 수준의 파괴력을 보유한 다저스의 타선진.

경기 시작과 동시에 홈런포를 터트리는 것이 일상인 해준이나,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9할에 가까운 OPS를 기록하고 있는 루이스 화이트.

이들 상위 타선만 해도 골치가 아플 지경인데, 그 뒤에 이어지는 타자들 또한 피해갈 구석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찌어찌 막아낸다 하더라도 경기 후반에 들어서 투수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무너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뛰어난 타자들이 있으니."

물론 존 얼웨이 감독은 포기할 생각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저스만큼이나 파괴력 있는 타선은 아니어도 자이언츠 또한 끈끈하게 이어지는 타선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자이언츠의 타선진은 그런 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8회 초, 다저스의 유망주 세스 그린이 흔들리는 틈을 몰아쳐 무사 만루에 몰아넣은 자이언츠 타선진.

"좋아, 이번에 좀 반격해보자!"

"아직 경기 안 끝났어, 8회에도 충분히 역전 가능해."

"지구 1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와일드카드 안 갈 거냐? 분발 좀 하라 빌어먹은 타자 자식들아!"

LA와는 비교적 가까운 지역인만큼 샌프란시스코에서 찾아온 원정팬들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따아아아아악-!

그때 울리는 시원한 파열음.

"좋았어-!"

"가자!"

"고 자이언츠!"

자이언츠 팬들의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버릴 만한 타구가 투수 옆을 꿰뚫었다.

그대로 2루 위를 가를 것 같았던 안타성 타구.

하지만.

"흐으읍-!"

그 순간 해준의 몸이 날았다.

퍼어어어억-!

"...어?"

"오, 제발 그만!"

"fuck! fu...!"

다이빙 캐치를 한 해준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간 타구.

그 뒤.

[What a catch! 강의 글러브가 오늘도 마법을 만들어냅니다. wait! 아직 끝나지 않았..!]

재빠르게 자리에서 반쯤 일어난 해준이 그대로 2루 베이스를 터치함과 동시에 1루로 송구를 뿌렸다.

퍼어어엉-!

1루수 드레이븐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는 빨랫줄 같은 궤적.

"아웃-!"

"아아웃-!"

2루심과 1루심의 콜이 연이어 울려 퍼지며 자이언츠 원정 팬들의 함성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Holy shit! It's triple! 강의 말도 안 되는 수비가 투수를 구원합니다! 2루 위를 지나가는 직선타를 캐치, 그리고 베이스 터치, 그 후 이어진 전광석화와 같은 송구! 6-6-3 삼중살이 완성됩니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것은 존 얼웨이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을 때.

"Motherfucxxx! 저런 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퇴출 시켜 버려야 해! 뭐 저딴 개 같은 수비를...!"

그는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한 채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

[8회 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격]

-7번 폴 몬타스

9구: 우중간 2루타

8구:.....

-8번 요한 페이튼

5구: 볼넷

4구:....

-9번 제이크 소리아

7구: 볼넷

6구:...

-1번 크리스 피어스

초구: 유격수 직선타 아웃 -> 트리플 플레이(6-4-3)

***8회 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격 이닝 종료***

[댓글]

-????????????????

-트리플?

-또리플이네

-또리플이야 ㄷㄷ

-역시 리플은 승리한다. 존버 가즈아!

-윗댓 그건 아닌 듯.

-시즌 4호 트리플 ㅋㅋㅋㅋㅋㅋ

-시즌 4호 ㅋㅋㅋㅋㅋ 누가 보면 여기서 트리플이 3루타 말하는 줄 알겠네 ㅋㅋㅋㅋㅋㅋ

-갓해준 삼중살 횟수 >>>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 전체 삼중살 횟수

-근데 드레이븐 송구받고 나서 표정 왜 저러냐?

-스리런 두 번 치고 MOM 뺏길 것 같아서?

-그렇네 드레이븐 표정 봐봐. ㅋㅋㅋㅋㅋㅋ

-ㄹㅇ 나라 잃은 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저스의 승리 패턴은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타선진의 폭발, 투수진의 분발, 그리고 간혹 찾아오는 위기에서 터지는 해준의 괴물 같은 디펜스 플레이.

"준은 평소대로군."

"오늘은 조금 더 날아다녔어."

"병살 3개에 트리플 1개라. 으흐흐, 내가 저거에 당했으면 당장 트레이드 시켜달라고 단장 찾아간다. 같은 지구에 준 같은 괴물이 있으면 인생이 피곤해진다고."

벤치로 돌아온 다저스 선수들은 어깨를 으쓱대며 8회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 무사만루의 기회마저 날아가 버린 자이언츠 선수들은 의욕을 잃은 상태.

이번 경기에서는 어떠한 변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퍼어어어엉-!

"스트라이크- 아웃!"

해준의 활약으로 9회 들어 안정세를 되찾은 세스 그린.

그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LA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1차전에서 낙승을 거둔다.

"SportSpec의 리포터 엘르 브레슬린입니다. 오늘도 봐서 기쁘네요, 준."

"고마워요, 엘르. 요즘엔 자주 뵙네요."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에게 돌아가는 SportSpec에서 선정한 MOM.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이는 타석에서 6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고 수비에서 또한 믿기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해준에게 돌아갔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해준의 MOM 인터뷰 영상을 보기 위해 남은 국내 팬들에게서 수 백개의 댓글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 형은 맨날 MOM이야.

-빠따는 안 터지는 날이 있어도 수비는 안 터지는 날이 없으니까?

-ㄴㄴ 저 형은 빠따 터지는 날이 더 많음.

-67경기 출전해서 무안타 경기 6번. 그냥 미친 수준임 ㅋㅋㅋㅋㅋㅋ

-안타 기계, 수비 신 갓해준.

-4할 타자면 안타도 신 아님?

-ㅇㅇ 타격의 신, 수비의 신 갓해준으로 하자.

-형 나와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ㅇㅇ 지금 공놀이 따위가 중요하냐? 저 리포터 누구임 무지 예쁘네 내 이상형 ㄷㄷㄷㄷ

-방구석 백수 눈에 누가 이상형이 아니겠냐 ㅋㅋ

-근데 진짜 킹쁘긴 함. 피부 진짜 하얗네 ㄷ

그 덕에 국내에 가장 이름을 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SportSpec의 리포터 엘르 브레셀린이었는데, 그녀는 차분하고 투명한 느낌의 얼굴과 안정적인 인터뷰 스킬 덕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의 다른 MVP요? 드레이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쓰리런을 두 번이나 치고 6타점을 올린 타자이니 말이죠. 선발로 나선 브랜드도 6이닝 1실점으로 뛰어난 호투를 보여줬고, 세스 그린도 신인답지 않게 2이닝을 잘 틀어막았죠."

그 사이에도 해준의 인터뷰는 계속됐다.

메이저리그에서 게임이 끝난 뒤 이어지는 인터뷰의 골조는 매우 간단했다. 불필요한 오해와 시비를 피하고자 개인적인 의견은 최대한 지양하면서 팀원들의 객관적인 활약을 나열한다.

그 사이 호의적인 평가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부정적인 실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는 것인 인터뷰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베테랑 1루수답지 않게 2번의 포구 실책을 저지른 드레이븐의 실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그 예였다.

해준이 이번 경기에 대한 리뷰를 마치자, 엘르 브레셀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메라 옆에 서 있는 에이전트 오광녹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여기서 인터뷰가 끝이긴하지만..'

오늘은 살짝 사정이 달랐다.

해준의 에이전트 측에서 특별히 언급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으니까.

엘르 브레셀린은 능숙하게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네, 준의 말처럼 투타 양면에서 뛰어난 밸런스를 자랑한 다저스의 이번 경기였습니다. 본래라면 여기서 인터뷰를 종료하겠죠? 하지만 오늘만큼은 경기 전에 있었던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해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금은 황당한 일이 있었죠."

이미 이야기가 된 듯, 해준이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나가자 엘르 브레셀린의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떤 일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길게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해준의 눈동자가 카메라를 직시했다.

< 언론플레이?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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