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117화 (117/137)

< 언론플레이? (1) >

117. 언론플레이? (1)

『메이저리그 5월 결산 – 내셔널 리그 서부 지구 편』

[1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40승 16패 승률 0.714)

종합평가: A+

3, 4월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더할 나위 없는 모습. 2위 애리조나 디백스(5월 31일 기준)와 9.5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는 다저스의 폭주를 막을 팀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메이저리그 타선 파워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폭발력을 보여주는 타선진과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선발 평균자책점(3.94)이 이번 시즌 초반 순풍의 비결.

이 모든 것이 단 한 명의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일어난 나비 효과라는 것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2위] 애리조나 디백스(30승 25패 승률 0.545)

종합평가: B+

작년과 재작년, 같은 지구의 강자 다저스에게서 천적의 면모를 보였던 디백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

타격감이 살아날 만하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아버리는 다저스의 수비에 꼬꾸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다저스의 강에게서 유발된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들에게 지구 우승의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다만 높은 팀타율(0.289)과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는 불펜진으로 인해 지구 2위에 머무르는데 성공,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3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9승 28패 승률 0.508)

종합평가: B+

작년 한 해 다저스에 이어 지구 2위를 기록했던 이들은...

"에반, 들어갑니다."

LA다저스의 단장 에반 브루스.

그는 문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아이패드 화면에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문을 연 단장 보조 에번스 햅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아, 에번스로군. 좋은 아침이야."

"정말로 멋진 아침이죠, 에반."

6월 1일.

전 날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둔 다저스는 마침내 뉴욕 양키스를 누르고 리그 전체 승률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근 10년간 다저스가 보인 페이스 중 가장 압도적인 모습.

LA지역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구단의 SNS계정은 팔로워가 날이 갈수록 상승했으며 유니폼은 미친 듯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앉은 에번스 햅이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5월 수익 집계 보셨어요?"

"역대 5월 최고 수입이더군. 인상적이었어."

그중 가장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은 바로 스트리밍 수입.

사무국에서 재분배하는 전국 방송 중계권료와 달리, 스트리밍에서 발생하는 광고 및 구독 수입은 해당 경기를 진행한 구단들의 수입으로 잡히는데 이번 5월은 다저스에게 말그대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안겨주었다.

에번스 햅이 과장된 손동작과 함께 말을 이었다.

"처음에 보고 0이 하나 잘못 찍힌 줄 알았다니까요. 사무국에 전화해봐서 더블체크를 하고 나서야 믿어졌으니 원."

"확인해보니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매출이 60% 이상이더군."

"이래서 중국을 잠자는 용, 잠자는 용 하는 거겠죠. 한국도 만만치 않게 나왔고."

당연하게도 그 원인은 간단했다.

역대 유례없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인 슈퍼스타의 탄생. 그만큼이나 해준의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유격수 해준 강]

54경기 100안타 35볼넷 27홈런 23도루 45타점 71득점0.422/0.560/1.030

4할의 타율, 5할 중반을 넘기는 출루율, 10할 이상을 마크해버리는 장타율.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해준은 전성기 테드 윌리엄스의 재림에 비교했고, 몇몇 팬들은 배리 본즈, 혹은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꺼내 들고 지경이었으니 그 여파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그 성적을 다시 한번 살핀 에번스 햅은 혀를 내둘렀다.

"게임에서도 이런 성적을 찍으면 사기라고 할 텐데요."

"게임에서만 그럴까? 소설에서도 이렇게 쓰면 욕먹어."

"뭐, 가끔 현실이란 놈은 상상 속 세계보다 개연성이 없는 법이죠."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아시아 지역에서의 광적인 호응.

중국에서 발생하는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다저스의 유니폼을 생산하는 공장은 하루라도 특근이 이어지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 영향인지 내야진의 페이스도 작년하고는 180도 달라졌죠."

에번스 햅은 다른 타자들의 타격 성적을 살펴보았다.

[1루수 드레이븐 래리]

49경기 75안타 13볼넷 7홈런 2도루 51타점 31득점 0.349/0.409/0.520

[3루수 노아 존슨]

50경기 67안타 25볼넷 13홈런 5도루 47타점 38득점 0.303/0.416/0.592

[2루수 루이스 화이트]

46경기 56안타 16볼넷 6홈런 10도루 27타점 33득점0.281/0.362/0.486

[포수 마르쿠스 영]

44경기 61안타 17볼넷 11홈런 3도루 45타점 20득점 0.333/0.426/0.639

1927년의 뉴욕 양키스가 보유했던 살인 타선(Murderers row).

그에 비교가 될 정도로 폭발적인 페이스를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들의 성적.

이는 현재 다저스의 페이스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었다.

에반 브루스 단장이 중얼거렸다.

"강의 페이스에 자극을 받아서일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스프링캠프 때부터 분위기를 휘어잡았으니 베테랑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본인만이 잘하는 것을 넘어 팀 자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해준. 하지만 더더욱 놀라운 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네요."

"흠, 그건 그렇지."

다저스 전력 분석 보고서에는 야수로서 해준의 활약상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곁들여져 있었는데, 이 수치는 수많은 탑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압도적인 페이스를 나타냈다.

Def 23.9 메이저리그 전체 1위

DRS 23 메이저리그 전체 1위

UZR 22 메이저리그 전체 1위

..............

....

모든 세이버 매트릭스 수치가 해준이 야수로서 가지는 가치를 타 야수들과 비교 불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을 정도.

Defensive WAR 순위

1. 해준 강 3.9

2. 글레이버 앤드루스 1.3

그 결과가 바로 압도적인 D-WAR로 나타나고 있었다.

"수비로만 벌써 4승 가까이 기여했다니. 그것도 두 달 만에 말이지."

"수비 스탯은 표본 데이터가 더 쌓여야 신뢰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압도적이라는 것은 분명하죠."

이 수치를 보고 난 뒤에야 에반 브루스는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 KBO시절 해준의 소속팀이었던 세오레즈에서는 해준을 그토록이나 숨기려 들었는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강은 마스터피스야. 어느 자리에 넣어도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완성시켜버리는 마스터피스."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하락한 팀 평균자책점을 그 증거로 볼 수 있었다.

안타가 될 타구를 삭제해버리고, 존재 자체만으로 내야 전체의 템포와 수준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해준의 수비.

그것은 차라리 마법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그때 스마트폰의 알림을 확인한 에번스 햅이 욕설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응? what the.. 에반, 이거 봤어요?"

"뭘 말인가?"

"우리 슈퍼스타께서 그 사이 또 하나 터트렸어요."

기사를 확인한 에반 브루스의 두 눈이 크게 부릎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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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에라, 다저스의 슈퍼 루키 강해준과의 10년 5억 달러 초대형 스폰 계약 성사?]

[사실이라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스폰 계약. 종신 계약을 제외한다면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

[언더에라 측 '구체적 조건과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계약을 한 것은 확실하다.']

[강의 시그니쳐 브랜드 런칭 예정? 벌써부터 들끓기 시작하는 수집가들의 수집욕]

포틀랜드의 한 지역 일간지에서부터 단독으로 터져나온 언더에라와 해준의 스폰 계약 체결 사실.

이 소식이 야구팬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저스 유격수 해준 강, 최단기간 10억 달러 계약자 등극? 1년 사이에 9억 2000만 달러(1조 1,000억)의 계약을 이끌어낸 그린 코퍼레이션의 위력』

[다저스의 슈퍼 루키이자 유격수인 강이 세계 스포츠 브랜드 1위 기업 언더에라와 대형 스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종신 계약을 제외한다면 언더에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스폰 계약이 될 예정이며, 테니스의 신이라 불리는 앤드루 콜린스의 기존 계약 규모(10년 4억 2,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기록에 해당한다.

한편, 언더에라 측의 고위 관계자는 상세한 조건과 금액은 컨펌해줄 수 없지만, 계약을 맺은 것은 확실하다는 말과 함께 강의 시그니쳐 브랜드를 런칭 할 시기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후략)]

[댓글]

-맙소사. 5억 달러라고? 1년 만에 빌리어네어라니.

-금액은 중요하지 않아! 지금 중요한 건 강의 시그니쳐 브랜드가 나온다는 사실이라고!

-언더에라와 강의 콜라보라. 제길, 상상만 해도 짜릿하잖아.

-최고와 최고가 만났어. 이들의 조합은 분명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거야.

-스파이크 디자인만 끝내주게 뽑아내라고. 우리 집 신발장을 가득 채워주지!

-그러면 유니폼도 나오는 거야? 다저스와 상관없이?

-나오겠지. 언더에라는 MLB의 가장 큰 후원사 중 한 곳이고, 언더에라 데이가 따로 있으니 그때 입을 유니폼이 있어야 할 테니까.

팬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열광적이었다.

이전부터 솔솔 새어 나오던 해준과 언더에라의 스폰 계약.

이는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해준만의 시그니쳐 브랜드가 나온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한편, 이 소식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2연전을 앞두고 있던 다저스 선수들에게도 들어갔다.

해준은 LA 지역방송국이자 LA다저스의 소유인 SportSpec의 캐스터 엘르 브레슬린과 인터뷰 중이었는데, 소식을 들은 다저스의 선수들은 그 광경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야구도 미치도록 잘하는데 벌써 빌리어네어라니. 게다가 미인 리포터와 매일매일 이어지는 인터뷰! 세상 참 불공평하지 않아요?"

"이봐, 젊은 친구. 내가 삶의 지혜 하나를 전수해주지. 그럴 땐 여러 개를 부러워하지 말고 하나만 부러워해 보라고. 결국 야구를 잘해서 돈이 굴러들어오고 인터뷰도 하는 거잖아? 그러니 야구를 잘하는 것만 부러워해 봐. 배가 조금 덜 아플 거야."

"너도 준처럼 되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시네요?"

"당연한 소릴.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한편, 그 소식을 들은 다저스 라커룸의 분위기는 스프링캠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딱딱하고 개인주의적이던 다저스의 선수들은 이제 베테랑들과 신인을 가릴 것 없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해준의 대형 계약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를 건네는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마르쿠스 영 또한 그중 한 명이었다.

해준이 인터뷰를 마치자 웃으면서 다가온 마르쿠스는 샴페인을 건네며 말했다.

"이런, 탁구 자선 대회에서 큰돈을 기부해준 덕분에 와이프가 식사나 한 끼 대접하겠다고 했었는데. 이거 내가 얻어먹어야겠는걸? 여기 내가 아끼던 샴페인. 집에 가서 축배로 쓰기에 딱 좋은 놈이야."

"고마워요, 마르쿠스. 그런데 식사요?"

"우리가 후원하는 아이들을 초대해서 다 같이 저녁을 먹는 자리거든. 너도 큰 후원자 중 한 명이니 부르려 했지."

"초대만 해주세요. 언제든지 갈 테니까."

"그럴래? 그럼 올 때 여자친구도 데려와도 좋아."

해준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여자친구는 없어서요."

"이런, 너쯤 되는 친구가 여자친구가 없다니. 그건 좀 슬픈 일인걸."

마르쿠스는 파티에서 젊은 후원자들도 많이 올 예정이니 그곳에서 만나도 좋다며 웃어 보였다. 해준은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긴 갈게요. 언제죠?"

"어, 그게 말이야.."

그때 그들 사이로 스마트폰 하나가 불쑥 들이밀어졌다.

해준과 마르쿠스가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둥근 안경에 얇은 눈매를 가진 한국인 기자가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여전히 그들 사이에 밀어 넣은 채로 입을 열었다.

"스폰 계약 체결 소식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강해준 선수. 인터뷰 괜찮을까요?"

"아, 곧 인터뷰 시간이 종료라.."

해준은 고개를 저으며 인터뷰를 거절하려 했지만, 기자는 다짜고짜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몇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 마르쿠스가 개최한 탁구 자선 대회에서는 1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기부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죠? 그 외에도 미국에 넘어온 뒤로 자잘한 기부를 하셨던데요."

"제가 알아보니 한국의 단체에 대한 기부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국 팬들 일부는 이런 강해준 선수의 행동에 대해 이기적이고 애국심이 없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들어보셨나요?"

해준은 그 기자를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뭐야 이 사람?'

KBO 시절에는 종종 있었던 일이긴 했다. 선수의 의향도 묻지 않고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다짜고짜 질문을 퍼붓고는 대답하지 않으면 긍정의 의미로, 대답하면 그 답변을 왜곡해 기사로 내보내곤 하는 기자들.

해준은 곧바로 출입증을 살폈다.

'SBW?'

한국 3사 방송사 중 한 곳인 SBW.

그 기자 뒤에는 커다란 카메라를 든 스태프가 지금 상황을 그대로 영상을 담아내고 있었다.

< 언론플레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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