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의 적Public Enemy No.1 (3) >
99. 공공의 적Public Enemy No.1 (3)
워싱턴 내셔널즈와 LA 다저스의 3연전이 예고된 5월 17일.
스포츠 도박 사이트 겜블러즈 인 메이저의 서버 관리자 빌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거?"
[▲819,294]
[▲820,183]
[▲826,992]
몇 시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접속자 수.
불과 3년 사이에 북미 최대규모의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 성장한 이곳이었지만 오늘 같은 상승세는 보기 드물었다.
빌리는 미간을 좁히며 트래픽이 유독 몰리는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실시간 투수, 타자 지정 승부]
*투수 게빈 하우서(WSH)
*타자 해준 강(LAD)
*배당률
삼진 3.21배
땅볼 2.81배
플라이볼 2.11배
볼넷 18.5배
안타 22.1배
2루타 29.4배
............
그리고는 곧 어마어마한 배당률 차이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뭔데 이거?"
실시간 선수 지정 승부.
겜블러즈 인 메이저를 단숨에 북미 최고의 도박 사이트로 만들어준 히트 상품으로, 투수와 타자를 각각 지명하고 그 결과에 대해 돈을 거는 방식이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 마감되는 다른 상품들과는 다르게, 타자가 타석에 들기 직전까지 배팅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빠른 피드백 시스템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배팅 방식.
빌리의 경악성에 옆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본 왓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도박사 놈들은 하우서에게 걸었군. 뭐, 당연한 건가?"
그의 말에 빌리는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하지만 이거 배당률이 반대어야 맞는 게 아니야? 강이라고 하면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꼽히고 있는 타자잖아? 그런 반면 하우서 그 친구는 하락세일텐데."
빌리의 말은 이상하지 않았다.
[워싱턴 내셔널스, 1선발 게빈 하우서]
*(2026년) 2승 11패 ERA 4.52
*(올해) 0승 3패 ERA 5.34
[LA 다저스, 해준 강]
*(올해) 타율 0.402 출루율 0.535 장타율 0.853 OPS 1.388
모니터 한 편에 떠올라있는 정보대로라면 누가 보아도 압도적인 측은 해준인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박사들은 게빈 하우서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그 말에 왓슨은 피식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겉으로만 보면 그렇지. 하지만 게빈 하우서의 별명이 뭔지 떠올려봐."
"...미스터 스포트라이트?"
"그렇지, 미스터 스포트라이트. 그 별명이 괜히 붙었겠어?"
그와 함께 왓슨은 모니터의 통계에 필터를 걸어 한 가지 데이터를 띄웠다.
[조건 - 접속자 수 60만 명 이상]
*게빈 하우서 등판 특이 사항(8년 211경기)
노히트 2회
퍼펙트 1회
완봉승 7회
"보라고. 우리 사이트에 사람이 유독 몰리는 날에 게빈 하우서의 성적을."
빌리는 두 눈을 비비며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게빈 하우서가 주목이 몰리는 큰 무대일수록 잘 던지는 체질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구체적인 데이터로는 처음 접한 탓이었다.
왓슨은 설명을 이어갔다.
"비록 하락세이긴 하지만 이 중 노히터와 퍼펙트는 작년에 터져나온 기록들이지. 노히트 때가 필라델피와의 벤치 클리어링 이후에 나온거고, 퍼펙트는 애틀란타의 감독과 주먹 다짐을 하기 직전까지 간 후에 기록한 거지. 어때, 알겠어? 게빈 하우서란 놈은 타고난 관종이야.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면 몰릴수록 미쳐 날뛰는 놈이지. 거기에 더해 생각해봐. 게빈의 주무기가 뭐지?"
"..커브 아닌가?"
"그렇지. 커브지. 최근 투심과 함께 강의 약점으로 꼽히는 구종. 긁히는 날의 게빈은 그 커브를 리그 최상위 수준으로 구사한다고."
왓슨의 설명에서는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저스의 떠오르는 슈퍼 스타인 해준을 거품이라 깎아내리며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킨 게빈 하우서.
경기 시작 전부터 8%를 넘긴 시청률은 이미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말은 즉, 데이터에 따른다면 게빈 하우서가 오늘 경기에서 호투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소리였다.
그에 더해 그가 해준의 약점인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다는 사실까지.
많은 도박사들이 게빈 하우서에게 돈을 거는 이유는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그러면 나도 걸어볼까?"
"아서라 이 친구야. 직원이 걸었다가 무슨 낭패를 보려고. 하지만.."
"하지만?"
"자네 와이프가 거는 건 상관없지. 내 와이프도 그렇고."
그렇게 많은 이들이 게빈 하우서의 승리를 예측할 때쯤.
한국에서 또한 이 사실은 화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시작은 북미에 거주 중이던 한 야구팬이 올린 게시글이었다.
[제목: 와 골 때리네? 뭐냐 이거 ㅋㅋㅋㅋㅋㅋㅋ]
워싱턴에 거주 중인 40대 직장인임.
회사에 야구빠들이 많은데 오늘 출근하니까 게빈이랑 갓해준 이야기로 난리더라.
게빈 이 새끼가 어그로 끄는건 미국에서도 역대급이라..
말 한마디만 한 거긴 한데 그 띠거운 표정이랑 시너지 효과 일으킨 듯?
아무튼 그 소리 듣고 헐레벌떡 겜블러즈 인 메이저 들어갔지.
내가 요즘 갓해준 덕분에 여기서만 생활비 쏠쏠하게 벌거든.
그런데 띠용?
게빈 하우스 VS 갓해준 배당률 보고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왜냐고?
완전 미쳤거든 ㅋㅋㅋㅋㅋㅋ
그럼 형은 인생 역전하러 간다 수고들해라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를 박살 내버리고 넘어간 메이저리그.
그곳에서조차 13할의 OPS라는 때려내는 괴물인 해준.
그에 반해 게빈 하우서는 퇴물로 불리기 시작하는 투수일 뿐이었으니까.
-보나마나 갓해준한테 몰렸겠지. 배당률이 역대급이면 뭐하냐, 어차피 갓해준이 이길 텐데.
-갓해준한테 걸면 1.23배거나 그런 거 아님?
-미국 놈들이라고 다르겠냐. 안전한 쪽에 걸겠지.
당연하게도 고작 이런 것으로 난리를 치냐는 반응이 이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곧 직접 사실을 확인하러 간 한 네티즌이 배팅 인증 게시글을 올리자 그 반응은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목: 전 재산 걸고 왔다. 나도 국뽕 코인으로 달린다 ㅋㅋㅋㅋㅋㅋ]
편돌이 하다가 심심해서 보고 왔는데 진짜라서 재빨리 전 재산 걸었다.
이 자식들 아직 갓해준한테 얼마 안 당해서 봐서 뭘 모르는 듯.
약점? 있기야 있겠지.
그런데 상대방이 이빨 까고 나면 귀신같이 사라지는 게 도대체 몇 번째냐?
게빈 하우서도 이번에 입 털었지?
백 퍼센트 확률도 탈탈 털어버린다에 편의점 시재 건다.
미국 애들이 아직 학습이 덜 됐을 때 털어먹어야지.
글로벌 금융 호구 코리아의 국민들이 미국 놈들 이럴 때 털어먹지 언제 털어먹겠냐 ㅋㅋㅋㅋ
커브로 공략?
어림도 없다 이거야 ㅋㅋㅋㅋㅋ
[댓글]
-뭐야 진짜임? 나 영어 못한다고 낚시하는 거 아니지?
-ㄴㄴ 나도 방금 보고 왔는데 진짜임. 뭐지 이거 ㅋㅋㅋㅋㅋㅋ
-미국이라고 별거 없구만. 야알못들 천지다. 나도 갓해준한테 생활비 몰빵 간드아아아아!
-홈런 배당률이 가장 높네. 25배임 개꿀 ㅋㅋㅋㅋㅋㅋ
-뭐야. 난 4타석 스트레이트로 홈런에 건다. 3번 잃어도 1번 터지면 뭐 게임 끝이구만 ㅋㅋㅋㅋㅋ
-미친 25배? 자기를 거품이라고 까대면서 어그로 끈 투수를 상대하는 갓해준한테 배당률이 25배라고?
-갑자기 KBO시절 생각나네. 조용할 때는 좀 당할 수 있어도 이준석이 어그로 끌 때마다 뻥뻥 쳐내던 갓해준인데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불법 아님?
-ㄴㄴ 아님. 최근 배츠맨이랑 제휴 맺음. 1인당 하루 5만 원씩 가능.
-띠용?! 그럼 125만원이네? 바로 간다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갑작스럽게 한국 지역에서 폭주하기 시작한 겜블러즈 인 메이저 사이트.
이번 승부에 대한 예측 기류가 한국과 미국에서 극과 극으로 갈리며 흐르기 시작했다.
+++
오후 1시 10분.
"플레이볼!"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리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LA 다저스의 1차전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그리고 도박사들의 예상대로.
퍼어어어엉-!
게빈 하우서의 컨디션은 천장을 뚫고 바짝 올라온 상태였다.
"스트라이크-!"
내셔널스의 포수 마셀 베이더.
그는 찌릿찌릿 울려오는 손바닥의 느낌에 미간을 좁히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역시 오늘 게빈의 상태는 최고다!'
워싱턴으로 이적하고 나서 간간히 보여주던 전성기 시절의 모습. 그 누가 와도 쉽게 치지 못할 컨디션임이 분명했다.
'그 상대가 다저스의 슈퍼루키라 해도 말이지.'
마셀 베이더는 타석에 들어선 다저스의 99번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나른한 느낌이 강하지만 그 속에서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투지가 느껴지는 리드오프.
44경기를 소화하며 무안타에 그친 게임은 6번에 불과하고, 그 중 첫 타석에서 아웃당한 경우는 손에 꼽히는 괴물이지만.
'오늘의 게빈이라면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일 뿐이다.'
마셀 베이더는 살짝 자리를 옮겨 바닥에 처박힐 듯 떨어지는 커브를 요구했다.
그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 게빈.
그가 다시 한번 투구판을 박찼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으로 향하던 궤적.
그것이 홈플레이트 근처에 다다르면서 급격한 낙폭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그와 함께 이어지는 스트라이크 콜.
'역시.'
마셀 베이더가 눈빛을 빛냈다.
게빈의 커브는 처음부터 커브임이 드러나는 다른 투수들과는 그 레벨이 달랐다.
패스트볼처럼 날아가다 홈플레이트 근처에 이르러서야 급격한 낙폭을 보이는 파워커브.
다저스의 슈퍼 루키라고해서 그것을 구별해낼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확실히 어려운 상대다.'
한편, 헛스윙의 감각을 곱씹은 해준은 시선을 게빈 하우서에게서 떼지 않은 채 생각을 정리했다.
20-80 스케일에서 80을 받은 폭발적인 위력의 패스트볼.
플러스플러스급의 파워커브와 플러스급의 슬라이더, 그에 더해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까지.
근 2년간 몸에 이상이라도 있는지 그 구위와 커맨드가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런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패스트볼, 커브. 하우서의 주무기의 레벨은 내 대응 구종 레벨을 뛰어넘고 있어.'
해준은 시야 한 편에 작게 떠올라있는 홀로그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응 구종 레벨]
*포심 패스트볼(MASTER급) 70 *성장 중
*싱킹 패스트볼(P급) 60 *한계
*커브(PP급) 60 *성장 중
*서클 체인지업(AA급) 55 *한계
*슬라이더 (P급) 60 *한계
*스플리터 (AA급) 55 *한계
아웃라이어 에드워드 쿠팩스와의 승부 이후 얻은 커브의 능력치는 60. 상당히 많은 승부 끝에 얻어내서 그런지 레벨 자체는 처음부터 꽤 높은 상태였지만, 게빈의 커브를 정면으로 때려내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아직 첫 타석. 전력분석예측이나 스택형 타구 속도 모듈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우."
숨을 한차례 내뱉은 해준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지금의 자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단 말이지.'
객관적으로 봐서는 자신이 이길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모를까.
상대 배터리는 분명히 자신의 약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승부에 임하고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자신은 그에 대응할 방법이 부족한 상태.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찾아온 예리하게 날이 선 배팅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칠 수 있다고.
아니, 오히려 압도 할 수 있다고.
해준은 그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 속에서 배트 헤드를 스파이크 끝으로 툭툭 건드린 뒤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일단..'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타격폼을 최대한 간결하게 조정했다.
'이 감각을 최대한 끌어내 볼까.'
지금의 게빈 하우서는 분명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그 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타격 스타일로 메이저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자신이긴 했지만, 정면대결로 임한다면 버거운 상대.
그런 상황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감각이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면 그 정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시작은 컨택부터.'
카운트는 0-2.
누가 보아도 압도적으로 밀리는 것이 분명한 상황.
"후우.."
깊게 호흡을 몰아쉰 채 해준이 자세를 잡자, 게빈 하우서가 자신감 가득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투구판을 박찼다.
폭발적인 특유의 인버티드 W 투구폼.
그와 함께 스트라이크존을 짓밟으려는 폭격의 개시.
그 순간부터
따아아아악-!
해준의 스윙 궤적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3구, 포심패스트볼.
몸쪽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패스트볼이 라인 선상을 크게 벗어나며 파울.
4구, 커브.
따아악-!
얼굴 위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커브는 손목을 비틀며 억지로 걷어낸다. 이번에도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5구, 슬라이더.
따아아아악-!
내셔널스 배터리가 배트를 유도하기 위해 각을 살린 슬라이더를 크게 빼냈지만, 어느순간 훅- 하고 공을 잡아챈 배트가 라인선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타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6구.
따아아아악-!
"파울!"
이제는 아예 바닥에 처박히는 커브마저 파울로 만들어내고나서야.
'배드볼 히터 보로디미르.'
해준은 이 감각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링크로 연결된 그의 감각이 평소보다 더더욱 고양된 상태로 무언가 폭발시킬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뭐지?'
여태껏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특이한 감각.
특수 모듈 '철인'의 효과라 하기엔 이미 이 모듈은 동서부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메이저리그의 일정을 커버하기도 바쁜 상태였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이 감각이 날아가 버리기 전에.. 페이스를 더 끌어올린다.'
해준은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 뒤로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해준의 무자비한 배트 컨트롤이 계속됐다.
"파울-!"
"파울--!"
"파울-!"
스트라이크존의 위, 아래, 몸쪽, 바깥쪽.
그 어느 영역이라도 상관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해준의 배트는 괴기스러울 정도의 궤적과 함께 게빈 하우서의 투구 궤적을 미친 듯이 폭격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 모습에 내셔널스 파크의 관객석과 프레스룸은 정적에 빠져들었다.
누가 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었으니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을 때려내려는 타자가 풀스윙 일변도인 것도 놀라운데.
따아아악-!
"파울!"
"아까웠어!"
"라인에서 진짜 한 치 차였잖아!"
오히려 그 풀스윙을 반복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타구의 기세와 속도는 더더욱 매서워지고 있었다.
"이봐, 방금 몇 구 째야?"
"10구째를 넘겼어."
"게빈의 패스트볼이 또 100마일을 찍었는데..."
"그러면 뭐해? 지금 상황 안 보여? 2스트라이크에 몰리고 나서 오히려 강이 게빈 하우서를 몰아붙이고 있잖아."
웅성거림이 점점 커져가는 프레스룸.
시작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게빈 하우서의 기세가 조금씩 죽어가며, 해준의 모습이 조금씩 커져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베테랑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한 이름을 내뱉고야 말았다.
"보로디미르..?"
메이저리그 2년 연속 타격왕이자, 역사상 최고의 배드볼 히터가 될 것이라던 보로디미르 알비노 바르가스.
지금 배드볼 히터의 기질을 극한까지 끌어내고 있는 해준의 모습은 딱 그와 닮아있었다.
동시에, 그런 그의 말은 잔잔한 호숫가에 던져진 돌처럼 기자들 사이에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보로디미르? 그 알비노 보로디미르?"
"그러고보니 그렇군! 지금 저 모습은... 완전히 게빈을 짓눌러버리던 그의 모습이잖아!"
"맙소사, 지금 우리가 뭘 보고 있는거지?"
기자들의 입에서 차례대로 감탄사와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마이너리거 시절, 게빈 하우서 상대로 0.613/0.724/0.891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천적, 그 자체 불리던 보로디미르.
믿기지 않게도, 모두의 뇌리에서 이제는 사라진 전설의 이름이 한 동양인 타자의 몸에서 재현되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보로디미르의 배팅 센스(PP급)가 Chase(P급)까지 성장했습니다.]
[보로디미르의 배팅 센스(PP급)가 천적과 조우합니다.]
[게빈 하우서와 대응되는 구종 레벨이 대폭 상승합니다!]
[대응 구종 레벨]
*포심 패스트볼(MASTER급) 70 -> 80
*커브(PP급) 60 -> 70
"흐읍-!"
이제는 그 기세가 절정에 달한 해준의 배트가.
따아아아아아악-!
워싱턴의 하늘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궤적을 만들어냈다.
멍하니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관객들과 기자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전력분석 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첫 타석에서 승부가 결정된 이 순간부터.
[해당 구종과 코스의 공략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HOMERUN!]
[......]
[..]
[스택형 타구 속도 모듈이 발동합니다!]
[최대 타구 속도가..]
해준은 단순한 천적을 넘어선, 그 이상으로 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 공공의 적Public Enemy No.1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