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nting Season for.... What? (3) >
92. Hunting Season for.... What? (3)
다저스의 슈퍼 루키의 등장.
그리고 이어지는 믿기지 않은 활약의 연속.
메이저리그의 4월은 전설들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루키의 등장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반면.
[극한으로 치닫는 한국프로야구 파업 사태! 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어두컴컴한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전대미문의 선수협 파업 상황 총 정리.]
한국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초유의 파업 사태와 직면한 벌써 한 달째.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이 상황은 당연하게도 국내 10개 구단 야구팬들의 갈증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쏠린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의 경기. 그런 환경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해준의 메이저리그 폭격은 그 관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갈수록 증가하는 시청률 수치에 독점중계권을 따냈던 MBW 스포츠국에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나날들.
어느새 다가온 4월의 마지막 경기.
한국 기준으로는 한창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야구 팬들이 뜬 눈으로 해준의 출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중견수에 리드오프네. 진짜 미친다. 한국인 타자가 다저스에서 부동의 1번 타자 맡고 있는걸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이나 했냐?
-그나마 유장천이 유력한 후보였는데.. 마침 파업 조짐 보이면서 자기도 포스팅 대신 FA로 가겠다고 했다가 나가리..
└강해준처럼 갔으면 되지 않았나?
└힘들었지. 그렇게 하려면 옵션 범벅으로 계약해야 하잖아. 솔직히 강해준이 또라이라 그냥 밀어붙인 거지 정상인이라면 절대 그런 선택 못 함.
└애초에 유장천으로 가당키는 하냐? 강해준이니까 그 로스터 뚫어낸 거지 유장천이었으면 벤치나 달구다가 마이너리그 갔겠지.
└ㅇㅈ 또 ㅇㅈ.
-그런데 또라이라고 하기도 뭐한데. 결과를 봐라. 메이저리그 역대 4월 기록 전부 박살 내버리는 중이잖아.
-이 기세면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수령자는 강해준이라던데. 또라이가 아니라 선지자에 빅피쳐였던거임 ㅋㅋㅋㅋㅋ
-진짜 KBO시절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프로야구 0할 타자가 메이저에서 4할을 때려버리고 ㄷㄷㄷ
-크으, 주모! 여기 국밥 한 사...주모! 주모! 누가 앰뷸런스 좀 불러줘! 주모가 과로사했다!
└과로사면 이미 죽은 건데 왜 구급차를 부르냐. 새 주모나 고용해라. 오늘도 달려야지!
└사스가 헬조선. 죽으면 교체하면 그뿐 ㄷㄷ
이러한 해준에 대한 반응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대만, 일본, 그리고 새로운 야구 시장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중국과 유럽까지.
메이저리그에 파도와 같은 센세이션을 몰고 오는 역대급 리드오프의 등장은 전 세계 야구팬들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한국대의 대학생, 근무시간 중 몰래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시도하는 실리콘 밸리의 직장인, 출근길의 마드리드의 지하철까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Hell ya-! 이번에도 돌아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LA다저스의 중계 스트리밍을 시청하고 계시는 시청자분들. 4월 30일, 오후 4시 10분. 하늘은 맑고 습도는 낮은 이곳 다저스 스타디움! 4월의 마지막 경기이자, 샌프란시스코와의 2차전이 드디어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
시작은 모두의 예상과 같았다.
따아악-
울려 퍼지는 타구음.
고개를 돌리는 선발투수.
배트를 던지는 타자.
내야를 빠르게 벗어나는 안타성 타구.
그리고.
[What a catch! 이 말이 나왔다면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다저스의 Kang이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로 나선 해밍턴의 타구를 아웃으로 둔갑시켜버리는군요.]
이제는 완전히 메이저리그에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견수 해준의 예상된 슈퍼 플레이까지.
"예에에스-! 좋았어, 프릭 필더!"
마운드에서 두 팔을 크게 치켜세운 다저스의 선발 케드릭이 외쳤다.
괴물 야수The Freak fielder.
LA지역의 한 스포츠 일간지가 제일 먼저 언급한 이 별명은 어느새 다저스 선수들 사이까지 퍼져나간 상태였다.
해준은 그 반응에 대답하듯 한 차례 손을 들어 마운드 방향을 가리켰다.
찰칵-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한 중년 남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포츠베어의 허상필 기자.
최근 들어 그 갈등이 거세진 10개 구단과 선수협의 관계.
그 시발점의 기사를 내었던 그는 미국으로 파견을 오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해준의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거 이제는 완전히 다저스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모습이군."
"그렇죠? 투수들도 그렇고, 야수들도 그렇고. 해준이 형은 이제 다저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떠올랐죠.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CF 요청이나 스폰서 패치 부착 문의가 밀려 들어오고 있는 상태에요."
2020년대의 MLB는 선수들에게 개인적인 스폰서 패치 부착을 허용했는데, 당연하게도 스타플레이어들일수록 그 비용이 상승했다.
예외라곤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고수하며 패치 부착에 보수적인 양키스 구단뿐.
그들의 경우 일괄적으로 선수들의 스폰서 패치 권한을 사들였지만, 다저스는 이에 대해 별다른 제한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다저스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해준에게 유독 그런 요청들이 밀려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오광녹은 그 요청들에 대해 정리하고 대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25인 로스터 등록에 500만 달러, 개막전 출장에 500만 달러. 그 외에도 자잘한 옵션들 충족에... 역시 메이저리그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군."
허상필 기자는 해준이 이번 시즌 받게 될 연봉을 예측해보며 아찔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월급쟁이인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오광녹은 그런 그의 반응에 싱겁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뭘 그 정도로 그러세요. 지금 중국 측에서 들어오는 제의를 들어보시면 뒤로 엎어지시겠네. 해준이 형의 가치가 이제 막 상승세라 거절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래도 스폰서 계약만 제대로 맺어도 연봉을 훌쩍 뛰어넘을 거예요. 유니폼 판매량도 그렇고요. 이번 달에만 벌써 다저스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제이크에 이어서 판매량이 2위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오프더레코드인데.."
오광녹이 그 거절 금액을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그 금액을 들은 허상필 기자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한 차례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 정도라니. 그러고 보니 이제는 유니폼 판매 로열티 분배 방식도 달라졌지? 활동 년수에 따라 등급을 먹여서 재분배하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제대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그 물음에 오광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사실 그동안은 본인 유니폼이 10만 장이 팔리든 100만 장이 팔리든 1년 차 루키라면 돌아오는 돈은 크지 않았잖아요? 이제는 좀 달라졌지만요. 스타에, 스타에 의한, 스타를 위한. 신인이라 연봉이 적어서 불만이라면 유니폼이라도 많이 팔도록 스타가 되라 이거죠."
"완전히 스타로군. 스타야. 벌써부터 벌어들인 돈이 KBO시절의 연봉 총액을 훌쩍 뛰어넘었으니.. 강해준 선수 본인으로서도 마음 편히 야구에만 집중하겠어."
하지만 오광녹은 허상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세요? 해준이 형 성격 모르세요?"
"응? 그럼 아닌가?"
허상필 기자가 반문하자, 오광녹이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해준이 형은 프로 초창기에 2군에서 구르던 시절과 조금도 바뀌지 않았어요. 2군 선수라면 1군 백업을, 백업이라면 주전 자리를. 야구에 관해서는 만족을 모르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든요."
"그렇다는 말은.."
"지금도 똑같아요. 집이 바뀌고, 차가 바뀌고, 통장 잔고가 바뀌었지만.. 저 형은 여전히 야구에 미친 귀신이죠. 어젯밤에도 경기가 끝나고 가장 먼저 전력분석실로 직행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오광녹의 말에 허상필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4할이 넘는 타율, 5할이 넘는 출루율.. 장타율은 9할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지 모른다라.. 확실히 그런 면이 있는 친구이긴 하지."
그때 울려 퍼지는 시원스러운 타구음.
허상필 기자와 오광녹이 고개를 돌리자, 외야 담장 앞으로 굴러가며 타구를 황급히 쫓아가는 샌프란시스코 외야수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Double! 담장 근처로 떨어지는 장타 코스입니다! 외야수가 공을 처리하는 사이 2루 베이스를 밟은 다저스의 리드오프 Kang! 오늘도 시작부터 장타를 터트립니다!]
4월의 마지막 경기.
스플리터를 걷어내 부드럽게 밀어낸 해준이 경기 시작부터 2루타를 터트리며 스코어링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었다.
오광녹이 그런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알아요? 4할의 타율, 5할의 출루율, 9할의 장타율. 모두가 충분하다 말하지만 거기서 더 추가할 기록이 있을지. 아까 말했다시피 해준이 형은 만족을 모르거든요."
쏟아지는 다저스 팬들의 환호성, 해준의 2루타에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다저스 벤치, 그 속에서 이제는 단순한 루키 신분을 넘어 그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해준.
다저스 스타디움이 KBO에서 넘어온 동양인 타자에게 열광하며 들썩이고 있었다.
그동안 상상에만 그쳤던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
허상필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한 차례 목울대를 크게 울렁였다.
"..그렇지. 기록의 스포츠, 야구니까. 앞으로 정복해야 할 기록들은 많지."
잠시 뒤, 2번 타자 루이스 화이트의 적시타가 터져 나오며 홈을 밟은 해준.
다저스가 선취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
6회 말.
[SF 2 : 5LAD]
선두타자 마르쿠스 영의 홈런으로 1점을 더 뽑아낸 다저스는 7번 브랜드 워커가 내야 안타로 출루하며 공격의 기회를 이어갔다.
점수 차가 3점으로 벌어지며 다저스를 향해 넘어가는 게임 분위기.
그 상황에서 자이언츠의 벤치는 선발 라파엘 마르티네즈를 강판.
불펜 데이비드 스튜어트를 올리며 이어진 8, 9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2사 1루에 접어들며 한 타자만 더 잡는다면 3점 차에서 끝낼 수 있는 6회 말.
"...제기랄. 여기서 저 귀신 같은 자식의 차례일 줄이야."
고비를 넘기고 있다고 생각한 자이언츠의 불펜 데이비드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타석에는 1, 3, 4회에 각각 2루타, 우전 안타, 홈런을 뽑아낸 해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후우.."
아직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알린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루키라지만, 그 누구보다 위협적인 상대.
4월 초, 자신들과의 3연전에서만 9안타 1홈런 4타점을 뽑아냈던 기억까지 있는 만큼 데이비드가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오늘은 4월의 마지막 경기다. 여기서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저 루키 녀석이 이어가는 말도 안 되는 대기록들의 희생양에 이름을 올리겠지. 그런 상황만큼은 반드시 피한다!'
해준은 이미 3, 4월의 메이저리그 기록이었던 이스마엘의 98루타와 47안타를 각각 112루타와 57안타로 크게 경신하며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데이비드로서는 당연하게도 그 대기록의 마침표를 결코 자신의 이름으로 장식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더더욱 신중하고, 있는 힘껏 박차기 시작하는 마운드.
하지만.
"볼-!"
"파울!"
"파울!"
"볼!"
오히려 그러한 의식이 독으로 작용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핀포인트 제구를 하려니 의도와 달리 커맨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볼이 될 공에 해준이 배트를 휘둘러준 탓에 파울이 되긴 했지만.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갑니다! 데이비드 선수를 말 그대로 몰아붙이고 있는 Kang의 어마어마한 배트 컨트롤!]
그마저도 라인선상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며 장타 위기를 간신히 넘겼을 뿐이었다.
그에 자극을 받아 더욱 투구폼을 의식한 채 힘을 끌어올리자 이번에는 터무니없이 벗어나는 볼.
[와일드 피치! 포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빠져버린 공에 1루 주자 루이스 화이트가 2루 베이스를 밟습니다! Kang의 기세에 눌린 것일까요? 데이비드가 베테랑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다저스에게 스코어링 포지션을 허용합니다!]
단숨에 2루에 주자를 둬버린 데이비드가 속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열기에 얼굴을 붉혔다.
"Fuck!"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데이비드의 입에서 거친 감정을 담은 채 터져 나오는 외침.
카운트는 3-2.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상황이 찾아오자, 데이비드는 자연스럽게 볼넷으로 거르는 방법을 떠올렸지만.
'안 돼. 다음 타자는 그 빌어먹을 루이스 자식이다. 나와는 상성 관계가 좋지 않아.'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든 이번 승부에서 마무리 지어야 하는 6회 말.
그렇게 승부를 결심한 데이비드가 다시 투구판을 밟고, 마운드를 박찼을 때.
다저스의 장내 캐스터는 무언가를 알아채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만요, 그러고 보니 Kang이 6회까지 때려낸 안타들이...]
6회까지 2루타, 안타, 홈런을 때려낸 해준.
거기에는 단 하나의 조각이 모자란 상태였다.
[이런! 어떻게 지금까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수가 있었죠! 이번 타석에서 Kang이 데이비드를 상대로...]
그 사실을 눈치챈 캐스터가 황급히 올라간 텐션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이미 데이비드의 손끝을 떠나고 있는 결정구.
그 하얀 선이 메이저리거 특유의 꿈틀거리는 궤적과 힘찬 회전을 동반한 채 홈플레이트 바깥쪽을 물어뜯으러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특수 모듈 '스택형 타구 속도'가 적용 중입니다.]
[타구 속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도박성 모듈 '전력분석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구종 – '슬라이더', 코스 - '바깥쪽 하단'에 대한 공략률이 크게 상승합니다!]
이미 홈플레이트 위를 휩쓸어버리고 있는 해준의 스윙 궤적이.
따아아아악-!
[쳤습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데이비드! Kang의 타구가 드넓은 다저스 스타디움을 쭉쭉 갈라버립니다! 이건...!]
4월 30일의 다저스 스타디움을 다시 한번 뒤흔들어버렸다.
< Hunting Season for.... What?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