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89화 (89/137)

< 인터리그 2연전, 오클랜드의 저력 (4) >

89. 인터리그 2연전, 오클랜드의 저력 (4)

요반 카본넬.

수직 무브먼트를 강조한 클래식한 100마일의 포심, 터프 세이브 상황과 연투를 즐기는 오클랜드의 미스터 올드스쿨.

그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오클랜드 벤치는 이번 승부에 대한 결과를 확신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해준이 5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샌프란시스코 2차전을 포함, 97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아직 안타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은 최근 97마일(156.01km/h) 이상의 패스트볼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지."

"KBO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점이죠. 그런 공을 던지는 투수 자체를 찾기 힘들지 않습니까."

반면, 100마일의 공을 던지는 요반 파본웰.

오클랜드로서는 승리를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상대 팀인 오클랜드도 알고 있는 사실을 다저스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차 익숙해진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준의 운동 신경이라면 못 치는 게 이상하죠."

"그렇겠지. 그 순간이 지금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뿐이지만."

다저스의 코치진은 별다른 교체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면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적응할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적응을 위해서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

릭 베이츠 감독은 이번 타석을 통해 해준에게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려 하고 있었다.

리그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있는 다저스만의 여유인 셈이었다.

"미리 예방 주사를 맞는 셈 치자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공 중 하나이니 큰 경험이 될 겁니다."

결국 초반 몇 경기를 내주더라도, 해준이 여기서 더욱 성장하는 것을 베스트로 여기는 릭 베이츠 감독.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해준의 생각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난 더 성장해야 해.'

이번 타석을 계기로 자신은 더욱 성장해야 했다.

초반 페이스는 분명 순조로웠지만, 메이저리그라는 파도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쳐 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성장하고 기존의 약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다만, 릭 베이츠 감독의 의도처럼 그것을 시간에 내맡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더욱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끼이익-

해준의 손아귀가 배트 그립을 부술 듯이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겨우 그 정도에 그치기 위해서 메이저리그에 온 게 아니지.'

그라운드 위에서만큼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지만, 타석에 들어서면 철장 안에 갇힌 새와 같았던 KBO시절.

그런 처지에서 자신을 해방한 아웃라이어 링크드 시스템.

그런 행운을 등에 업고서 그저 시간에 내맡기자?

스스로가 그런 느슨한 사고방식을 용납할 수 없었다.

"..후우."

해준은 뜨거워지는 가슴을 숨을 한 차례 내뱉어 진정시키고는 자세를 잡았다.

다른 선수들과는 이미 다르다.

그들이 시간과 경험, 노력으로써만 성장 할 수 있다면.

'나는 상대를 박살 내버리는 것만으로도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어.'

당연히 그 상대가 누구라 할지라도 상관없었다.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의 높이가 높을수록, 자신의 성장 폭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할 뿐.

해준에게 있어서 도전의 여부 따위는 처음부터 논할 가치가 없었다.

고개를 마운드로 돌리자 그곳 위에 서있는 요반 카본넬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투수 요반 카본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클로저

*우투우타

[구종]

-포심 패스트볼, Top End급(80)

-고속 슬라이더, PP급(70)

[아웃라이어 요소 발견]

*72경기 연속 무피홈런 기록 중

[특정 구종을 때려내 아웃라이어 요소를 공략할 시, 해당 모듈은 크게 성장합니다.]

평균 구속 99.8mph(160.61km/h).

마치 투포환을 쏘아내듯 순수한 힘으로 타자를 사냥해온 메이저리그 최고의 클로저 중 한 명.

해준은 시야 한 편에 떠오른 다른 홀로그램을 살폈다.

[현재 링크 활성화율은 90%입니다.]

[한계 대응 구속 - 155.52km/h]

반면, 시스템에서 드러난 자신은 지금 이 눈앞의 거대한 벽을 단번에 넘어서기엔 다소 부족한 상태.

'배드볼 히팅 감각을 이용하더라도 상대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하지만.

[전력분석예측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적용 코스 – 몸쪽 중앙]

['스택형 타구 속도'가 적용 중입니다.]

[안타, 2루타, 홈런, 2루타.]

[최대 타구 속도가 큰 폭으로 증가한 상태입니다!]

자신에게는 4타석 동안 쌓아왔던 보정 코스와 감각이라는 무기가 존재한다.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며 드높았던 상대와의 격차가 메워진 매우 드문 기회.

그 기회를 살려야 했다.

'카본넬의 패스트볼을 유도해야 하는 곳은 몸쪽.'

해준은 신경을 자극하는 기묘한 느낌과 감각의 보정을 의식하며 자세를 잡았다.

스트라이크존 중 유일하게 전력분석예측의 보정이 들어간 코스.

저 요반 카본웰과 대등한 눈높이에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영역.

그곳에 덫을 친 채 기세를 잔뜩 끌어올린 해준이.

'자, 그럼 한번 시작해볼까.'

내셔널리그 최강의 클로저 중 한 명인 카본넬을 맞이했다.

+++

따아아악-!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첫 구는 비정상적으로 후했던 구심의 성향을 이용, 바깥쪽을 파고드는 스트라이크 코스. 여기서 배드볼 히팅 감각이 적용된 해준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가며 그 공을 걷어냈다.

[파울! 라인 선상을 살짝 벗어나는 파울입니다! 카본넬의 패스트볼이 저런 곳에 꽂힌다면 보통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다저스의 슈퍼 루키는 조금도 밀리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면 페어가 됐을 타구.

다저스 중계진의 안타까운 탄성이 울려 퍼진 가운데, 해준은 손바닥을 울려오는 진동에 미간을 좁혔다.

'역시 어마어마한 구위다.'

분명 배드볼 히팅 감각이 적용됐던 코스.

하지만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카본넬의 포심 패스트볼은 찰나에 스윙 스팟을 비껴가 버렸다.

'이쪽 코스는 몇 번을 쳐도 파울이겠지.'

해준은 머릿속으로 카본넬의 투구 패턴을 떠올렸다.

스트라이크존의 위아래를 넘나들며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포심 패스트볼. 그 구석을 파고들듯 하다가 휘어져 나가는 고속 슬라이더.

카본넬은 이 단순한 이지선다 패턴만으로 최고의 클로저 자리에 오른 투수였다.

'일단 카운트를 벌려 들겠군.'

그 생각은 정확했다.

그동안 수월하게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며 안타를 뽑아냈던 해준.

오클랜드 배터리는 그런 해준이 카본넬의 구위에 밀려 제대로 된 안타를 뽑아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깨닫고 망설임 없이 같은 코스로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 넣었다.

따아악-!

"파울!"

다시 한번 파울.

카운트는 0-2.

"역시나군."

"일방적으로 몰려버렸어. 역시 카본넬인가."

"그렇지 않아도 압도적인 구위의 투수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으니 타자로선 죽을 노릇이겠지."

그 광경을 바라보던 관중들은 곧이어 해준의 배트가 헛돌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항상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삼진을 뽑아내고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카본넬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승부는 생각보다 그리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다.

"볼-"

따아악-!

"파울-!"

"볼-"

바깥쪽을 집요하게 파고드는가 싶더니,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날카롭게 휘어져 나가는 카본넬의 고속 슬라이더.

해준이 그 슬라이더에 조금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기 시작한 것.

"뭐야, 선구안이 좋은 건가?"

"저걸 어떻게 골라내는 거야?"

스마트폰으로 중계 화면을 바라보며 자세한 코스와 구종을 살펴보던 몇몇 관중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반응은 오클랜드 포수 제프 또한 마찬가지였다.

'슬라이더가 날아올 타이밍을 알고 있는 건가?'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카본넬의 투구 패턴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조금 더 자세히 파고든다면 카본넬이 포심과 슬라이더를 던질 때의 릴리스 포인트가 미세하게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테니까.

'마무리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까지 머릿속에 넣고 나온다는 것도 그렇고.. 비디오로만 보던 것과 실전은 상당히 다를텐데 곧바로 적용하는 것도 그렇고. 루키 답지 않아서 놀랍긴 하지만.. 그것뿐이지.'

그것을 아는 제프는 사인을 내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카본넬의 포심과 슬라이더가 비교적 일찍 구별됨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클로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미리 알고 있다 해도 힘으로 짓누르면 그뿐이거든.'

메이저리그의 괴력적인 타자들조차 밀어 붙여버리는 압도적인 힘. 카본넬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그래도 코스 정도는 변경해볼까.'

동시에 제프의 미트가 자연스럽게 우타자의 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라이더와 포심을 섞어 던져가며 타자의 의식을 충분히 바깥 코스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한 것.

'여기서 몸쪽으로 카본넬의 포심을 박아버리면 다들 멍하니 보고도 당하곤 하지.'

그렇게 제프의 확신이 담긴 미트가 자리를 잡자, 고개를 끄덕인 카본넬이 다시 한번 무지막지한 기세와 함께 투구판을 박찼다.

하지만 그 순간.

'지금이다!'

해준은 제프의 수 싸움을 꿰뚫어 보고는 타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상황에 따라 수많은 구종과 코스를 조합하여 패턴을 바꿔 타자를 상대하는 오클랜드의 배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본넬만큼은 달랐다.

'가장 오클랜드 선수답지 않은 투수지.'

전력분석에 따라 수 싸움을 걸기보다는 힘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것에 익숙한 요반 카본넬.

그런 그가 마운드에 올라오는 순간부터 오클랜드의 포수 또한 다소 단순하고 고정적인 리드 패턴을 가져가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처럼 바깥쪽을 집요하게 공략하다 갑작스럽게 몸쪽을 찌르는 패턴.

그리고, 그 몸쪽을 찌르는 타이밍은 이미 파악해둔 상태였다.

빠르게 카본넬의 손에서 떠나기 시작하는 하얀 궤적.

동시에 으드득- 소리와 함께 이를 꽉 깨문 해준이 축발을 박찼다.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무게중심의 이동, 그 이동에서 발생한 힘을 그대로 증폭해버리는 허리의 회전.

그 찰나의 순간, 해준이 지난 4타석 간 착실히 쌓아왔던 효과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트리거 감지, 타구가 발생합니다.]

[스택형 타구 속도가 적용됩니다.]

*현재 최대 타구 속도 181.1km/h

[현재 몸쪽 중앙 코스에 전력분석예측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그와 함께.

"흐읍-!"

따아아아아악-!

배트와 공의 중심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Kang, 그대로 끌어당깁니다!]

-----------텅!

그라운드를 그대로 갈라버린 궤적이 오클랜드의 우측 담장을 강타한다.

"...what!"

비명성과 함께 벌떡 일어서는 오클랜드 벤치의 코치들.

다저스의 슈퍼 루키가 오클랜드 최강의 수호신을 무너트린 순간이었다.

+++

9회 초, 해준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한 후.

요반 파본넬은 노련한 베테랑답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이미 다저스를 향해 쏠려버린 분위기.

"제길, 루키도 5타수 5안타를 치는데 베테랑들이 못 쳐서야 되겠어!"

10회 초.

오늘만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드레이븐이 큰소리를 떵떵 치고 타석에 나섰다.

그리고.

따아악-!

[이건 큽니다! 다시 한번 갑니다! 드레이븐 래리 선수의 역전 솔로 홈런!]

결국 큼지막한 역전 솔로 홈런을 터트려버린다.

"예에에에에- 컴 온-! 봤냐, 자식들아!"

고릴라가 포효하듯, 보란 듯이 가슴을 탕탕 두들기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드레이븐.

그렇게 이어진 10회 말.

퍼어어엉-!

"스트라이크- 아웃!"

마무리 케니 그린이 오클랜드의 타선을 잠재우며.

[10회 연장! 마침내 다저스가 오클랜드의 홈에서 인터리그 첫 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하는 데 성공합니다!]

다저스는 시즌 7승 째를 달성했다.

+++

경기 후.

그라운드 한 편에서는 LA 지역방송국이자 LA다저스의 소유인 SportSpec의 캐스터 엘르 브레슬린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먼저 축하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10경기도 진행되지 않은 이번 시즌, 벌써 시즌 2번째 5안타 경기를 기록했죠? 그중 두 개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던 동점 홈런이었습니다. 루키에게 유독 강한 오클랜드인만큼 모두의 부정적인 예상을 깬 홈런이었는데요, 현재 많은 SportSpec의 시청자분들이 오클랜드와의 수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우세를 점한 비결을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궁금하네요. 비결이 있으신가요?"

오늘 경기 Man of The Match로 뽑히며 그 상대가 된 해준이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전력 분석 과정을 거쳤습니다. 마르쿠스나 노아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고요. 특히나.."

그렇게 해준이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를 이어나가자, 채팅창에는 놀랍다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뭐야, 미국에서 자란 선수야? 분명 한국에서 넘어왔다고 들었는데?

-KBO 출신 맞아.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한국에서 자랐다고 들었어.

-그런데 발음이 왜 이렇게 좋아? 심지어 드라마나 책으로 배운 느낌도 전혀 안 나! 캘리 본토의 엑센트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걸!

-넘어온 지 4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고 들었는데.. oh, shit. 미국에서 31년을 산 나보다 유창하잖아!

그 와중에도 해준과 엘르 브레셀린은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푸훕-, 배드볼 히터와 게스 히팅의 만남이라. 타코와 포의 만남 같다는 댓글이 눈에 띄네요."

"그런가요? 전 나름 먹을만했는데요."

"그렇게 드셔본 적이 있나요?"

"타코나 포뿐만이 아니라. 그냥 이것저것 다 시켜서 먹습니다. 같이 사는 제 에이전트가 대식가라서요."

해준은 현재 LA다저스에서 제공해준 펜트하우스에서 묶고 있었는데, 오광녹 또한 이곳에서 세를 들고 살고 있었다.

그 뒤로도 인터뷰는 계속됐다.

인터뷰는 다저스는 물론이고 MLB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슈퍼스타인 해준에게 시청자들이 주로 묻고 싶은 질문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는 것을 엘르 브레셀린이 경기와 관련된 것을 집어 묻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시청자분들의 질문이 너무 많이 올라와 있는데요. 시간 관계상 다른 질문들은 다저스 스타디움으로 돌아갔을 때 클럽하우스 인터뷰로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게 아닐까 모르겠네요."

"괜찮습니다. 이미 말했다시피, 지금 호텔로 돌아가면 기다리는 사람은 23세 독신 남성인 제 에인전트 뿐이거든요."

해준의 말에 엘르 브레셀린이 한 차례 맑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질문을 건넸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이랜드에 거주하는 열정적인 팬분이 남겨주신 질문이네요. 이분의 말씀에 따르면 홈런을 쳐낸 구종이 차례대로 싱킹 패스트볼 – 포심 – 포심 – 포심 – 포심 – 커브라고 합니다. 마지막 커브를 제외하고는 주로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공략함으로써 홈런을 때려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해준이 그 말에 대답했다.

"단순히 패스트볼에 집중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대의 대응에 따라 얼마든지 그 포커스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 말로 해석해도 될까요?"

엘르 브레셀린의 말에 해준은 슬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러겠죠?."

사실 본인으로서도 이번의 승부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전력분석예측과 스택형 타구 속도. 이 두 가지 모듈을 활용하지 않았으면 요반의 공을 공략하는 건 어림도 없었어. 아니, 그 이전에 기습 번트로 안토니오를 흔들지 않았다면 두 번째 타석이나 세 번째 타석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었겠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특정 레파토리의 구종과 패턴에 약하다는 것.

이번에는 커브였지만, 다음에는 슬라이더, 스크류볼, 투심 등.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구종과 코스를 예측하거나, 운이 발휘되는 것은 바랄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가장 빨리 보완해야 할 것은.

'슬라이더.'

야구 역사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투수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변화구.

해준은 오늘 경기 10회 말에 터져나온 호수비에서 얻어낸 모듈을 그곳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아웃라이어 특성 성장 모듈(AA급)]

*아웃라이어 특성을 성장시킵니다.

*비매품

현재 자신의 슬라이더 대응 레벨은 20-80스케일에서 평균인 A급에 해당하는 50.

'유일하게 링크된 아웃라이어가 없는 구종이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 이 모듈을 쓰면 누군가 모습을 드러낼지도 몰랐다.

그렇게 인터뷰를 끝마치고 들어온 원정 클럽하우스.

모두가 이미 숙소로 이동한 그곳에 홀로 남은 해준은.

[아웃라이어 특성 성장 모듈(AA급)을 사용합니다.]

모듈을 사용했다.

그렇게.

[슬라이더(A급)이 급격히 성장합니다!]

[대응 구종 레벨]

슬라이더 50 -> 55

모듈을 사용하며, 슬라이더의 레벨이 올라가고.

눈앞에 새로운 홀로그램이 떠오르자.

'..뭐라고?'

해준은 자신의 눈앞에는 나타난 메시지에 눈을 크게 치켜떴다.

< 인터리그 2연전, 오클랜드의 저력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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