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88화 (88/137)

< 인터리그 2연전, 오클랜드의 저력 (3) >

88. 인터리그 2연전, 오클랜드의 저력 (3)

"본래 최근 몇 년간의 다저스는 슬로우스타터 기질이 강한 팀이었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2027년의 시즌 스케줄이 발표했을 때.

그를 받아본 오클랜드의 감독 빅터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리그 1위를 밥 먹듯이 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당연한 목표로 잡는 다저스. 그런 그들을 상대하게 됐음에도 빅터가 기뻐했던 것에는 당연하게도 타당한 이유가 뒤따랐다.

"스타플레이어들도 가득한 라인업이라 그런가, 시즌 초반의 모습은 영 아니었거든."

보통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담당하는 선수들의 면모를 살펴보자면 신인이거나 막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선수인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사실이기도 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생존을 목표로,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다면 시즌 초반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

당연하게도 이들은 뒤를 생각하지 않은 채 페이스를 한계까지 끌어올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곤 한다.

그에 반해 하나같이 스타플레이어들이 아닌 경우가 없는 다저스의 선수들.

이들은 초반에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기 보다는, 시즌 전체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페이스를 조절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그 페이스를 높여가며 결국에는 리그 1위 자리를 차지했으니 딱히 문제로 삼을 것도 아니었지."

물론 유격수 제이크 포드 같이 전반기에 내달리고 후반기에 푹 꺼져버리는 선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

기본적으로 다저스 타선의 풍조는 슬로우스타트.

당연히 시즌 초반에 다저스를 상대하는 오클랜드로서는 한결 수월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저스와 오클랜드의 인터리그 1차전이 직전에 다가왔을 때, 빅터 감독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NL, 서부 지구 순위

1위 Dodgers [W] 6 [L] 1

7경기에서 6승 1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1위를 질주하는 다저스.

이들이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전세를 드러내고 있던 것.

오클랜드는 당연하게도 그 상승세의 원인에 주목했고, 곧 한 슈퍼 루키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해준이라.."

KBO에서 넘어온 다저스의 조커이자 슈퍼 루키.

오클랜드는 자연스럽게 이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내뿜고 있는 루키를 최우선으로 막으려 들었다.

다저스의 공격 물꼬는 이 선수가 트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다행히도 그 약점 또한 극명하여, 수월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심 가지고 있었다.

"세이프-!"

하지만, 결과는 기습 번트 출루.

해준이 시작부터 오클랜드의 허를 찔러오자 오클랜드 코치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버렸다.

"시작부터 꼬여버렸군."

메이저리그에서 오클랜드를 칭하는 별명들은 다양하다.

루키 학살반, 거품 처리조, 메이저리그 입문 판독기까지.

어설픈 점이 하나라도 발견됐다 싶으면 철저하게 그 부분을 공략하는 집요함을 보유한 오클랜드.

난다긴다하는 웬만한 루키들도 오클랜드를 상대하고 나서는 그 상승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다저스의 슈퍼 루키는 오히려 역으로 그들의 집요함을 파헤쳐버리는 유연성을 발휘하며 출루에 성공한다.

"...큰일인데."

이는 오클랜드 선발인 안토니오가 세운 투구 플랜이 처음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타자들은 루이스 화이트, 제이크 포드, 노아 존슨 등의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

그런 이들을 뒤에 두고 앞에서 다저스의 리드오프가 물꼬를 터는 데 성공했으니, 1회부터 다저스가 선취득점에 성공할 확률은 급속히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

해준의 기지로 시작부터 위기에 몰린 오클랜드.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등장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따아아악-!

[플라이 아웃! 좌중간 펜스 앞에서 잡혀버리는 노아 존슨의 대형 플라이 타구! 다저스가 무사 1루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맙니다.]

바로 오늘따라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유독 후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공이 3개는 빠진 코스에서도 콜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

그에 당황한 다저스 타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안토니오는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위기를 넘기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오는 데 성공했다.

"좋았어-!"

"이대로 가자고!"

구심의 스트라이크존 난조 덕에 위기를 넘기며 분위기가 살아나는 오클랜드의 벤치.

"..후우. 행운이 뒤따른 것인가."

빅터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 흐름 속에 숨겨진 이변의 징조를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행운이라고만 생각했던 구심의 스트라이크존.

'..생각보다 쉽게 가겠는걸?'

그것이 해준에게 있어서도 행운이라는 것을.

+++

"스트라이크- 아웃!"

구심의 후한 존과 함께 투수전 양상으로 흐르기 시작한 경기.

다저스의 3선발 케드릭 피나 또한 그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오클랜드의 타선을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투수전으로 가겠는걸요."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많이 이상하군. 3개가 빠져도 잡아주는 건 내 느낌일 뿐인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오클랜드 벤치.

사실 다행이기도 했다.

이런 식이라면 다저스의 타선은 제대로 된 힘을 못 쓰게 된다.

오클랜드도 마찬가지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적어도 그 다저스와 타격전으로 흐르는 것보다는 백배는 나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라인업에 있어서 운마저 뒤따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례없는 중견 수비를 선보이며 타 팀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 해준의 캐칭 능력.

오클랜드는 그를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라인업 배치를 가져갔는데, 그 배치가 지금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런 경기는 결국 실투 공략 싸움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풀히터들을 앞 타순에 몰아넣은 게 행운으로 작용했군요.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설 테니까요."

이들의 오늘 전략은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성향의 풀히터들을 앞 타순에 몰아넣어 홈런을 노리는 것.

외야에서 족족 장타성 타구가 잡히며 결국 타격감을 잃어버리던 앞 팀들의 선례를 보고 시도한 것이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저런 곳에 꽂히는 공이라면 누가 와도 못 치지. 그래도 계속해서 돌리다 보면 실투 하나쯤은 들어올 테니 그 다저스와도 방망이로 충분히 겨뤄볼 만한 상황이야."

상황을 낙관하기 시작하는 오클랜드 벤치.

하지만 3회 초 무사.

변수라곤 실투를 공략해 터져 나올 홈런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그들의 시선에 경기를 뒤흔들만한 이변의 조짐이 잡히기 시작했다.

스코어는 0-0.

안토니오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노리며 위에서 아래로 크게 떨어져내리는 커브를 구사하자.

"흐읍!"

해준의 배트가 벼락처럼 돌아갔다.

--따아아아악!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

곧이어.

터어엉-!

타구가 펜스에 부딪히며 튕겨 나왔다.

[안타! 안타입니다! 강이 두 번째 타석에서 초구를 공략하며 2루타를 기록하는군요!]

단순한 운이라고 하기에는 받아놓고 친 타격.

안토니오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걸 친다고? 아무리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을 잘 공략한다지만···. 거긴 공이 3개는 빠진 곳이라고!'

말도 안 되는 배드볼 히팅 능력.

더군다나 해준의 약점으로 꼽히는 커브가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공략돼버렸다.

"후우."

한편, 2루 베이스에 안착한 해준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을 바라보았다.

[DOUBLE!]

[타구질 분류 HARD 판명]

[속도 159.44km/h]

[발사각도 22.2˚]

[캐치 확률 13.9%]

[특수 모듈 - '스택형 타구 속도'가 발동합니다.]

[최대 타구 속도가 2% 증가합니다.]

[AA급 도박성 모듈 - '전력분석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예측 구종] 커브

[예측 코스] 바깥쪽

[구종 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음 타석에 한해 해당 구종에 대한 타율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코스 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음 타석에 한해 해당 코스의 공략률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이런 행운이 따를 줄이야.'

해준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오늘의 오클랜드 배터리는 분명 철저하게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며 자신의 취약 구종인 커브를 던져왔다.

스트라이크존에는 배드볼 히팅 감각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평소라면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코스와 구종.

KBO 시절에는 어떻게든 단타라도 쳐낼 수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투수의 커브까지 요행으로 이겨내기엔 힘들었다.

하지만, 심판이 비정상적으로 넓은 존을 적용하기 시작하며 상황은 180도 달라져 버렸다.

'그런 곳에 꽂혀도 스트라이크 콜이 불리는 코스를 포기할 투수는 없거든.'

투수로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공이 3개는 족히 빠지는 곳으로 변화구를 던졌는데 콜이 나온다? 그런 곳은 포기하는 놈이 미친놈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콜은 스트라이크일지라도 보로디미르의 배드볼 히팅 감각에 한해서는 볼에 해당하는 코스.

당연히 해준의 입장에서는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며 배트의 중심에 공을 맞힐 수 있기 한결 수월해졌다.

'물론 이 사실을 저쪽에서 알 리가 없지.'

이미 도박성 모듈 '전력분석예측과' 특수 모듈 '스택형 타구 속도'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타구 속도와 감각.

그와 함께 링크된 아웃라이어 없이도, 커브 타격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상태.

'이제 제대로 막으려 해도 늦었지.'

오클랜드 투수에게는 더 이상 자신을 막아낼 무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2루에서 안토니오를 바라보는 해준의 시선에 광포한 빛이 떠올랐다.

+++

2번째 타석에서의 2루타 이후.

다저스의 리드오프, 해준은 미친듯한 타격감각과 함께 장타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따아아아악-!

[쳤습니다! 스트라이크존을 멀찍이 벗어난 커브! 이건 큽니다! 오클랜드의 안토니오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는군요! Kang의 시즌 6호 홈런이 이곳 앨러메다 카운티 콜리시엄에서 터져나옵니다!]

5회 초.

투구수가 어느새 100개를 넘어가고 있던 안토니오의 커브를 또 다시 공략. 홈런을 터트리더니.

터어어엉-!

[담장 직격! 이번에도 장타가 터져 나옵니다! 2루 베이스를 밟은 Kang! 4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루키 학살자 오클랜드를 정면으로 박살 내버립니다!]

7회, 새롭게 마운드에 올라온 불펜 투수를 상대로 몸쪽 코스를 끌어당기며 2루타를 기록한 것.

오클랜드의 불펜이 자신의 취약 구종 중 하나인 슬러브를 꺼내들었지만, 이미 특수 모듈 '스택형 타구 속도'가 3타석 이상이나 누적되며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타구 속도.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배드볼 히팅 감각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장타를 만들어내기에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특수 모듈 - '스택형 타구 속도'가 발동합니다.]

[최대 타....]

[AA급 도박성 모듈 - '전력분석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

[구종 예측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음 타석에 한해 해당 구종에 대한 타율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

[..]

그와 함께 다시 한번 폭등하기 시작하는 타구 속도와 감각.

그쯤에 이르자.

[LAD 2 : 3 OAK]

드디어 해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과 노아 존슨이 기록한 솔로 홈런.

그에 대항하듯, 미친듯한 풀스윙으로 솔로 홈런과 투런 홈런을 뽑아내는 데 성공한 오클랜드.

그리고,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진행되고 있는 이 게임을 마무리 짓기 위해 곧 돌아올 9회에 올라올 오클랜드의 클로저 요반 카본넬.

'지금이라면..

투포환을 쏘아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포심을 던지는 그 사나이를.

'충분히 해볼 만하다.'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것을.

내셔널리그 최고의 클로저 중 한 명.

최고조에 이른 타격 감각 속에서, 해준의 눈동자가 그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 인터리그 2연전, 오클랜드의 저력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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