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85화 (85/137)

< 오프닝데이 with 리뉴얼 시스템 (5) >

85. 오프닝데이 with 리뉴얼 시스템 (5)

3월 29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 대 애리조나 디백스 간의 개막전.

원사이드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되던 이번 경기였지만, 막상 드러난 상황은 7회 말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이었다.

루키의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중반을 넘어 후반에 이르러서까지 팽팽한 양상을 유지하는 이번 게임.

다저스 스타디움 내부는 관중이 느끼는 긴장감과 환호 소리와 함께 뜨거운 열기로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다저스 캐스터도 경기장 내의 열기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냈다.

[7회 말! 애리조나는 호투를 거듭하고 있는 선발 투수 디에고 에스트라다를 다시 한번 내세웁니다! 천적 애리조나를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이끌어가고 있는 다저스! 하지만 이 투수를 공략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고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애리조나의 선발 투수 디에고.

그가 해가 지며 푸른색의 은은한 빛으로 뒤덮여가는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라섰다.

6이닝 5피안타 1볼넷 7삼진 무실점.

다저스 킬러다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에는 전혀 만족이라는 표정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길,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군.'

적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불운, 불안, 걱정, 나약함.

그동안 디에고는 이를 플랑크톤 삼아 다저스라는 먹이를 함께 삼켜버리곤 했던 고래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곳에 끼어든 예기치 못한 이물질.

그것이 지금 디에고로 하여금 다저스라는 먹음직한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었다.

디에고의 큼지막한 눈썹 한쪽이 작게 경련을 일으켰다.

'피놈(경이적 재능을 가진 천재)이라 이거지?'

4억 달러를 훌쩍 넘기는 대형계약과 함께 갑작스럽게 등장한 다저스의 슈퍼 루키.

그 덕분에 초반까지만 해도 압도적이었던 애리조나의 페이스를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

해준의 비현실적인 수비 장면을 떠올리던 디에고는 미간을 모았다.

'다저스가 괜히 4억 달러라는 거금을 베팅한 게 아니라 이 말이지..'

그 사이 타석에 타자가 들어섰다.

다저스의 포수이자, 명예의 전당급 선수로 불리는 마르쿠스 영.

일방적인 천적 관계를 형성하던 시절에도 그는 까다롭기 그지없었는데, 수차례나 마주친 인제 와서 저 침착한 눈빛에서부터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목덜미를 한 차례 훑은 디에고는 사인을 주고받고는 투구판을 밟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등 뒤에 엎고 있던 승리의 기운을 조금씩 앗아가는 불쾌한 느낌. 디에고가 이를 악물었다.

'내가 등판한 이상, 이번 경기의 주인공은 내가 되야한다. 다른 놈들이 아니라.'

늘 그랬다.

다저스와의 경기가 있는 날.

홈이라면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원정이라면 다저스의 팬들을 침묵시키는 압도적인 무력 시위를.

게임을 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시합이 끝나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자신에게 향했다.

오늘 또한 그러리라는 것을 디에고는 확신했었다.

다저스의 루키가 날뛰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래, 이제는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지금의 자신은 더는 다저스의 악몽이 아니었다.

'그러니 저 루키 뿐만이 아니라 다른 놈들까지 반기를 들 기미를 보이는 거겠지.'

흔들리기 시작하는 포식자로서의 위세.

그것을 다시 앗아오는 것 방법은 단 하나였다.

본능 깊숙이서 꿈틀거리는 투지를 최대한 끌어올린 디에고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짓눌러주마!'

타자들이 공을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디에고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해준의 퍼포먼스를 의식한 디에고의 폭주가 시작됐다.

"볼- 베이스 온 볼스-!"

마르쿠스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디에고.

하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사나운 콧김을 한 차례 뿜어내더니 다시 폭발적인 투구폼과 함께 거친 패스트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퍼어어엉-!

"볼-!"

그 볼을 받아낸 포수 탄카스는 손바닥을 울려오는 통증에 미간을 모았다. 아파서가 아니라, 디에고가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제길, 또 시작이로군!'

애리조나 디백스의 1선발 디에고 에스트라다.

그는 시속 300km/h까지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와 같은 선수다. 다만 문제라면, 일정 속도를 넘어서는 순간 핸들링이 미친 듯이 불안해진다는 것.

그것을 알기에 스스로도 어느 정도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간혹 이런 식으로 본인도 모르게 그 브레이크를 풀어버리는 순간이 존재했다.

'다저스의 루키가 디에고를 자극해버렸어.'

바로 자신의 손아귀에 완전히 들어왔다고 생각했던 경기의 흐름이 뒤바뀌는 순간. 자신의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을 참지 못한 디에고는 의식적으로 억누르던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풀 악셀을 밟아버린다.

교체를 고려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는 소리였다.

'...제길. 아무도 움직이질 않는군.'

하지만 벤치를 돌아본 탄카스는 코치진이 승부수를 걸었음을 깨달았다.

'...힘으로 억눌러 버리는 게 필요한 경기라 이거지?'

다저스와의 경기는 이번으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기나긴 시즌 동안 18번은 더 마주칠 같은 지구 소속.

애리조나 코치진은 자신들의 에이스가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짓눌러버리는 모습을 주문하고 있었다.

'뭐, 좋아.'

파칸스는 재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마쳤다.

다행히도 이어지는 타순은 7, 8, 9번의 하위 타순.

'제구가 많이 흔들리더라도 힘으로 누르기에 충분한 상대들이다.'

다저스의 리드오프인 해준의 타석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위기랄 것도 없이 이번 이닝을 끝마칠 수 있다.

미트를 들어 올린 탄카스를 크게 한차례 목울대를 울렁였다.

그곳을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쏘아보는 디에고.

그리고, 본격적으로 리미트를 풀어버렸다.

퍼어어엉-!

"스트라이크!"

미친듯한 기세로 꿈틀거리며 홈플레이트 위를 넘나드는 디에고의 싱킹 패스트볼.

기세만 본다면 오늘 경기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뒤.

'제기랄, 결국 이렇게 되는군.'

포수 탄카스는 결국 속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디에고의 힘은 압도적이었지만, 결국 8번 커트 로빈슨에게 허용해버린 하나의 볼넷.

그것이 예상됐던 재앙과 결국 맞닥트리도록 만들어버렸으니까.

99번이 새겨진 커다란 등.

다저스의 슈퍼 루키, 해준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

[ARI 0 : 0 LAD]

7회 말, 2사 1, 2루.

그 누구도 득점을 선취하지 못한 경기 후반.

드디어 다저스의 새로운 리드오프가 모습을 드러내자 다저스 스타디움 내의 공기가 한층 더 뜨겁게 가열되기 시작했다.

개막전에서 모든 다저스 팬들의 마음을 앗아가 버린 다저스의 99번.

해준이 타석에 자리를 잡았다.

비교적 차분한 다저스의 팬들조차 술렁거림과 함께 연이어 이름을 외치며 환호성을 이어갈 정도였다.

"Kang! Kang! Kang!"

휘이이익-!

"빌어먹을 애리조나 자식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려!"

"Kang, 이번에도 보여달라고!"

디에고는 그 광경에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에 침을 뱉었다. 흐름을 끊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탄카스는 그런 그를 바라보고는 글러브로 입을 가렸다.

"어떻게 하고 싶어. 걸러? 아니면..."

"What? 헛소리마 시몬. 당연히 정면승부지. 저 루키 자식이 5회에 땅볼로 아웃당한 걸 잊어버린 거야?"

디에고의 성난 반응에 탄카스는 침착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1, 3회에 볼을 공략하여 장타를 만들어냈던 해준.

반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공에는 조금씩 히팅 포인트가 어긋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들은 그 광경에 과감히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고, 5회에 마침내 다저스 루키의 3연타석 장타를 저지해냈었다.

"좋아, 그럼 그렇게 가자."

디에고의 엉덩이를 글러브로 툭- 친 파칸스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유는 모르지만, 저 루키는 확실히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싱킹 패스트볼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피해갈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렇게 포수석으로 돌아온 파칸스.

디에고가 마운드에서 기세를 한 층 더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퍼어엉--

"스트라이크!"

미트를 찢어발길 듯, 어마어마한 포구음과 함께 구심의 우렁찬 콜이 울려 퍼졌다.

초구 스트라이크.

[96.5mph]

벌써 100구를 훌쩍 넘긴 투수의 구속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속도. 반면,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전광판을 바라본 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155km/h 정도인가?'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패스트볼 대응 한계 수치에 걸리는 구속. 그 사이 공을 돌려받은 디에고가 불타오르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빼앗긴 무언가를 되돌려받겠다는 듯 폭력적인 힘을 앞세워 싸움을 걸어오는 그.

해준은 작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정면 승부. 그거 좋지.'

다시 자세를 잡자 망설임 없이 치고 들어오는 2구.

그 순간 해준은 재빠르게 고개를 뒤로 빼냈다.

퍼어어엉-!

"--볼!"

우우우우우우우--!!

머리 인근으로 향했던 디에고의 패스트볼. 관중석에서 즉각 야유가 쏟아져 나왔지만, 디에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미소를 지으며 해준을 바라보았다.

'고작 이런 것에 쫄진 않았겠지?'

슬라이더, 드롭커브, 체인지업.

그 많은 변화구를 제쳐둔 디에고의 선택은 여전히 싱킹성 패스트볼. 변화구는 없다.

오로지 힘을 앞세운 정면승부뿐.

"후우.."

해준은 그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기세 싸움이라.'

KBO에서도 시즌 후반에 들어서는 몇 번 경험하지 못한 타석.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시작부터 자신을 시험이라도 하듯, 폭력적인 힘을 갖춘 투수가 나타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뭐, 좋지. 얼마든지 받아주마.'

물론, 그 대가는 비쌀 예정이다.

[대응 구종 레벨]

*싱킹 패스트볼 60

직전의 모듈 사용으로 P급의 한계 직전까지 다가간 싱킹 패스트볼 레벨. 배트를 있는 힘껏 쥔 해준이 자세를 잡았다.

'여태까지는 조금씩 히팅 포인트가 빗맞았지.'

1, 3회에서의 장타는 어디까지나 배드볼 히터의 감각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볼을 공략해낸 결과였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애리조나 배터리는 5회에 스트라이크존만을 공략하며 자신에게서 땅볼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유를 짐작하진 못했겠지만, 배드볼 히터의 감각을 등에 업은 자신이 스트라이크존 바깥 영역을 더욱 잘 공략한다는 사실을 꿰뚫어 본 것.

'하지만 이제는 다를 거다.'

직경 7cm에 불과한 배트와 직경 7.3cm에 불과한 야구공.

이들의 충돌을 타격이라 규정하는 행위 속에서, 종이 한 장 차이는 매우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해준은 조금 더 진보하며 변화를 일으킨 감각을 곤두세우며 자세를 잡았다.

퍼어어엉-!

이번에는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훑으며 들어오는 싱킹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구심의 팔이 올라간다.

몸쪽 위협구에 이은 바깥 영역 공략. 클래식한 패턴이지만 이것만큼 위력적인 것도 없었다.

카운트는 1-2.

유리한 카운트를 점하자 승리를 자신한 디에고의 입꼬리가 조금 휘말려 올라갔다.

'와라.'

해준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감각의 조정은 방금 공을 관찰함으로서 끝낸 상태.

이제 남은 일은 배트를 휘두르는 것뿐.

끼이이익-!

배트를 쥐고 있는 손아귀와 고무 그립이 마찰을 일으키며 비명성을 내질렀다. 폭발적인 힘을 뿜어낼 준비에 들어간 온몸의 근육세포들.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힘 대 힘.

메이저리그에 입성하자마자 마주한 강적.

이번 게임의 행방을 결정할 것이 분명한 이 순간.

자리에서 기립한 관중들이 숨을 죽이며 팽팽한 적막감이 경기장을 지배해갔다.

그 속에서 투구판을 박차는 디에고.

그의 손에서 출발한 4구가 폭발적인 꿈틀거림과 함께 홈플레이트를 파고들었다.

"흐읍!"

동시에,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운 기세가 배어나며 휘둘러진 해준의 배트.

그 궤적이.

따아아아아아악!

그대로 홈플레이트 위를 갈라버렸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저스 스타디움은 어마어마한 함성의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

[ARI 2 : 3 LAD]

[승리 투수: 윌리엄 스미스(9이닝 12K 6피안타 5볼넷 2실점, 완투)]

[패전 투수: 디에고 에스트라다(6과 2/3이닝 6피안타 3볼넷 1피홈런 3실점, 패)]

[다저스 루키의 역사적 데뷔전. 외야를 지배한 The Freak!]

[비교불가. KBO에서 자라난 괴수가 MLB를 집어삼키다.]

[다저스 스타디움을 뒤흔든 괴력적 수비 행진. 다저스, 천적 애리조나 격파!]

[루키의 활약에 무너져내린 천적 관계. 다저스, 애리조나 상대 6연패 사슬 끊어.]

[4타수 3안타 1홈런. 애리조나의 숨통을 끊어버린 루키의 모든 것.]

[다저스의 에이스를 되살린 루키의 비상!]

3월 29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 애리조나 1차전.

그곳에서 펼쳐진 해준의 경이적 퍼포먼스는 중계를 타고 MLB 전체를 강타했다.

외야를 무안타지대로 만들어버린 야수와 같은 몸놀림.

그에 이어 타석에서까지 애리조나의 에이스를 무참하게 두들겨버리며 결승 홈런까지 기록한 해준.

다저스와 관련된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RealBlue.

그곳에서 해준과 관련된 포스팅마다 수많은 댓글들이 이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Booooom! 다저스가 마침내 우리들이 원하던 마스터피스를 찾아냈어. Kang을 찾아낸 크리스 배그웰은 신이야!

-Just fucking crazy!

-KBO의 팬들은 이런 플레이를 6년이나 독점했단 말이야? 제기랄, 빌어먹을 정도로 행복한 6년이었겠군!

└반대로 상대 팀 팬들은 지옥 같은 6년이었겠지 :(

-디에고의 낮은 코가 뭉개지는 장면을 이제야 보게 된다니! Kang은 제이크 포드에 비견 가는 보물이 될 것이 분명해!

-애리조나, 이 빌어먹을 자식들의 엉덩이를 까버린 날이 오다니! 다저스는 Kang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해야 할 거야!

└이미 지급했을 껄? Kang의 계약 조항 중에는 개막전 출장에 대한 보너스 지급 규정이 있다고.

호들갑스러운 LA의 언론을 한순간에 휩쓸어버린 해준의 활약상들. 다저스의 최대 약점 중 하나로 지목되던 외야진이 한순간에 다저스의 최대 강점으로 변모해버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해준의 등장에 충격을 받은 것은 팬들과 언론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제이크.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이라도 하려고?"

다음 날 아침, 클럽하우스에 출근한 베테랑 3루수 노아 존슨.

그가 외야수 글러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유격수 제이크 포드에게 물었다.

물론 반 농담에 가까운 말이었다.

유격수에 대한 제이크의 집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은 유명했으니까. 고질적인 체력문제로 벌써 1년 넘게 프런트에서 외야수 전향 의사를 물어오고 있었지만, 제이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평소와 같이 단호한 기색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노아. 수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포지션은 어디죠?"

"...으음? 뭘 물어. 당연히 유격수지."

내야의 꽃이자 지휘관이라 불리는 포지션 유격수.

어리둥절한 노아의 대답에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제 준의 모습을 보고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죠."

심상치 않은 기색에 노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꾸다니?"

그에 대해 제이크가 홀가분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중요한 건 어디에 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수비를 하느냐였어요. 어제의 준처럼만 한다면 그 자리가 유격수이든 외야수이든 상관이 없단 소리죠."

그리고, 폭탄 발언을 꺼내들었다.

"구단의 포지션 변경 요청. 수락할 생각입니다. 유격수 자리를 준에게 넘기겠어요."

A-로드에 이어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는 제이크 포드.

그가 외야수 전향 의사를 밝힌 순간이었다.

< 오프닝데이 with 리뉴얼 시스템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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