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65화 (65/137)

65. 배드볼히터 (3)

따악-!

날카로운 타구음 터졌다.

"파울-!"

3구, 홈플레이트 안쪽을 파고들다 예리하게 꺾여나가는 슬라이더. 하지만 제대로 된 변화를 보이기도 전에 해준의 배트에 맞고 3루 선상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닉 스윈스키의 푸른 눈동자 깊숙이서 흥미로운 감정이 떠올랐다.

'배팅 포인트가 극단적으로 앞에서 형성되는 타입이군.'

제대로 꺾여나가기도 전에 튀어나와 걷어내 버리는 스윙. 저런 타입은 배트에 한 번 공이 맞아 나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상승세를 타는 놈들이 대부분이다. 히팅 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되는 만큼 임팩트를 주기 수월하고, 기분 좋은 타격감이 타격 사이클을 끌어올리니까.

'그렇다면 슬슬 배트를 밖으로 끌어볼까.'

그리고, 저런 타입에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첫 타석에서 안타를 내주지 않는 것.

기분 나쁜 울림이 손에 울리도록 빗맞는 타구를 유도하면 더더욱 좋다.

히팅 포인트가 다소 뒤에서 생성되는 아시아 타자들. 그에 비해 극단적으로 앞에 당긴 히팅 포인트로 파워를 과시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던 닉 스윈스키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포수 송현국에게서 새 공을 건네받은 닉 스윈스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역시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구겠지.'

히팅 포인트를 앞에서 생성한다는 말은, 그만큼 공을 보는 시간이 짧다는 뜻. 패스트볼에는 강하겠지만 그만큼 변화구에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곳의 공인구는 유독 스핀이 잘 먹는단 말이지.'

손가락 끝을 할짝 혀로 핥고는 공을 쥐어 잡은 닉 스윈스키. MLB의 공보다 두툼하고 위로 올라온 실밥이 손가락 끝에 기분 좋게 걸려들었다.

'KBO 최고의 타자라...'

분명 스윙 궤적이 날카롭고, 힘이 있다. 더군다나 데이터에 따르면 패스트볼에 비정상적인 강함을 보이는 타자.

올해를 끝마치고 메이저리그로 갈 선수라고 들었다.

'그러고보니..'

투구판을 밟기 전, 경기장을 한차례 빙 둘러본 닉 스윈스키.

'보러 온 친구들이 많군.'

시야 곳곳에 자리를 잡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본 닉 스윈스키의 눈동자 속에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추어 시절, 자신을 바라보던 스카우트들의 눈빛이 딱 저랬으니까. 그 뒤 드래프트에서 상위권으로 지명받고, 몇 년의 마이너 생활을 거쳐 영광스러웠던 메이저리그 시절. 그리고 이어진 부상까지.

돌고 돌아 온 KBO. 그곳에서 아마추어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카우트들의 모습에 닉 스윈스키가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치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신의 계시 같군.'

그리고는 투구판을 밟았다.

'그렇지. 이것도 쇼케이스라면 쇼케이스.'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는 타자라면.

'그런 놈은 어떻게 요리하는지 내가 보여주지.'

그런 타자를 압도적인 모습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닉 스윈스키.

전의를 끌어올린 그가 해준을 잡아먹을 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

카운트는 1-2.

"타임입니다."

호흡를 고른 해준이 타석에서 벗어나 송진 스틱을 받아 배트 그립에 문질렀다. 배팅 장갑에 달라붙어 손에서 배트가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송진.

예리하게 빠져나가려던 슬라이더를 강제로 잡아채고는, 해준은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챈 상태였다.

'쉽게 오지는 않을거다.'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로서의 방심?

공을 던지기 전, 경기장의 관중석을 쭉 훑어본 뒤로 닉 스윈스키의 눈빛은 콜로세움 한복판에 서 있는 검투사와 같았다.

이미 30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인과 같은 투지 넘치는 시선. 해준은 그 시선 너머에 있는 곳이 메이저리그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의 욕망을 이해했다.

메이저리그.

그곳에서 이미 정상의 공기를 맡아본 선수라면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일반 선수의 레벨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는 쓴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 선수에 눈에 나는 아주 좋은 발판으로 보이겠지.'

그것이 방심으로 이어진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하게 사냥을 하기 위해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초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트라이크존 사이드를 이용해 파고드는 로케이션. 슬라이더조차 그대로 뒀다면 모서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럼 어떻게 상대할까..'

생각이 깊어지고 있을 때, 구심의 재촉이 들려왔다.

"타자, 타석으로."

해준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일단 이걸 써먹을 기회가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운이긴 하지.'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사실 한국리그를 떠나기 전까지 구석에 박아둬야 하나 싶었으니까. 좋은 모듈을 얻어도 레벨 제한이 걸려 쓸 수 없다니.

'너도 메이저리그로 어서 꺼지라 이거지?'

[....]

대답이 없는 시스템.

무엇인가를 준비하는지, 최근 들어 포인트를 많이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해준이 피식 웃으며 시야 한 편에 떠올라있는 홀로그램을 슬쩍 바라보았다.

[PP급 퀘스트 모듈 '더 히팅 프릭The Hitting Freak']

*메이저리거급 투수를 상대로 안타 기록하기.

처음으로 등장한 PP(Plus Plus)급 모듈.

메이저리그식 스카우팅 리포트 점수로는 20-80 스케일 중 70점의 영역에 걸친 아이템.

'그리고 70점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에 다다른 선수들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다. 하지만 해준은 속으로 툴툴거렸다.

'11연타석 안타를 쳐내고도 PP급이면 도대체 80점짜리는 뭘 해야 주는 거야?'

리그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재능.

이스마엘의 무결점 타격이나, 데블린의 악마 같은 괴력, 테린의 폭발적인 패스트볼까지.

그런 것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특별한 존재들이 된다.

그러나 정작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도 자신이 받은 것은 PP급.

하지만 이내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하긴, 70점짜리 PP급도 메이저리거를 상대해야 사용할 수 있는데 80점짜리라면 이 리그에선 써먹지도 못하겠지.'

어차피 받아봤자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 KBO를 벗어나지 않은 이상 쓰지도 못할 것들이니까.

그렇다면 남은 일은 하나.

'일단은 이거라도 써먹고 보자.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안타를 쳐내고, 지금 있는 것이라도 잘 써먹는 것.

스파이크 징으로 타석의 흙을 고른 해준이 다시 단단히 두 다리를 바닥에 고정시켰다.

호흡을 몰아쉬며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닉 스윈스키. 그 시선에 자극을 받은 해준의 머릿속 바빠지기 시작했다. 뇌 속의 시냅스들이 빠르게 점멸하며 그 이전의 공의 구위, 코스, 각도와 함께 그 속에 담긴 의도들까지 추측해낸다.

'여태까지 던진 공은 3구. 그중 초구는 내 빈틈을 노린 심리전의 승리나 다름없었어. 하지만 내 초구 타율은 5할이 넘지. 데이터로 파악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걸 망설임 없이 꽂아 넣었단 소리는..'

타자의 호흡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눈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

한국에서야 강속구 투수로 분류되겠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피네스 피쳐로 분류되는 닉 스윈스키. 괜히 남들에 비해 부족한 구속을 가지고도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스윽-

그사이 망설임 없이 투구판을 밟고는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닉 스윈스키. 해준이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2구.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패스트볼. 하지만 국내 투수들보다 테일링이 심해서 구별하기 힘들었다.'

2구는 예리하고도, 투수의 제구력을 보여주는 패스트볼.

'3구. 슬라이더.'

단 한 번의 변화구였지만, 날카로운 코너링, 예리한 각도, 만만치 않은 구위를 갖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올 것은...'

해준의 뇌리에서 빠르게 닉 스윈스키의 정보들이 스쳐 지나갔다.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스플리터. 그 중 보여주지 않은 구종들은 두 개.

누가 보아도 삼진을 노리는 투수라면, 타자에게 던지지 않았던 구종을 선호할 것이 분명했다.

해준의 생각이 정리될 무렵.

파앗-!

닉 스윈스키가 투구판을 박찼다.

간결하게 이루어지는 스트라이드, 끝까지 닫힌 어깨를 유지하며 밀고 나오는 몸. 그에 어울려 큰 체구에 가려진 팔스윙이 발생시키는 까다로운 디셉션.

동시에, 해준의 동공이 수축되며, 집중력이 치솟았다.

어느새 가장 가능성 높은 구종을 도출해낸 상태.

'체인지업!'

그리고, 닉 스윈스키의 손을 떠난 하얀 궤적이 이번에도 크로스 파이어처럼 몸쪽을 찔러 들어왔다.

퍼어엉-!

예리한 궤적에 잠시 침묵을 빠진 주심.

"... 볼-!"

하지만 이내 우렁찬 콜이 울렸다.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로 향하는 듯하던 궤적에서 훅- 하고 꺼져버리는 오프스피드 피칭.

국내에는 드문 횡적 무브먼트를 죽이고, 종적 무브먼트만을 극대화한 드롭성 체인지업.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한 해준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닉 스윈스키의 등판 소식을 전해들은 뒤로 그의 그립을 머릿속에 넣어둔지 오래였다. 던지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였지만, 아쉽게도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디셉션 덕분에 포기.

그렇다고 해도 전혀 쓸모없는 정보는 아니었다.

'KBO 공인구는 메이저리그 것에 비해 실밥이 높고 넓게 퍼져있지.'

그리고, 닉 스윈스키의 스플리터 그립은 실밥을 이용하여 횡적 무브먼트를 부여한다. 하지만 손에 익은 메이저리그 공인구라면 몰라도, 익숙치 않은 KBO 공인구라면 스플리터 특유의 적은 백스핀 회전이 폭등해버려 컨트롤도 쉽지 않고 각도가 죽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삼진을 노리는 순간에는 손바닥으로 밀어 던지는 체인지업을 쓸거라 생각했지.'

카운트는 2-2.

이 순간은 전력분석을 제대로 이용한 해준의 작은 승리였다.

한편, 삼진을 확신하던 닉 스윈스키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져 있었다.

이걸 안 휘둘러? 말하는 듯한 표정.

그 모습을 본 해준은 무뚝뚝이 스파이크 끝으로 바닥을 몇 차례 두들긴 채 다시 자세를 잡았다.

'헷갈리겠지. 내가 게스히팅을 한 것인지, 진짜 투구 궤적을 보고 눈치 챈 것인지.'

이미 실전과는 2년이란 세월을 떨어져 보냈던 닉 스윈스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재활 기간을 거치며 이런 작은 디테일을 구별하는 감각이 멀쩡하게 살아있을 리 만무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다른 부분들은 대단하다.'

하지만 해준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동안 상대해왔던 투수들과는 근본부터가 달랐으니까.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 큰 몸을 이용한 디셉션, 구속에 비해 예리한 구위.

하지만 가장 대단한 것은.

'터널링이 깊어.'

터널링(Tunneling)이었다.

패스트볼의 궤적과 변화구의 궤적이 얼마나 겹치는 궤적을 그리며 홈플레이트로 접근하는지를 나타내는 일명 피치 터널(Pitch Tunnel).

당연히 늦게 분리되면 분리될수록, 타자 입장에서는 구종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컷패스트볼의 전설, 마리아노 리베라의 같은 경우는 홈플레이트의 3m 앞에서까지 구별이 되지 않기로 유명하다.

'물론 이 사람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까다로운 것은 매한가지.

해준의 눈빛이 깊어졌다. 이제 볼을 하나만 더 얻어내면 풀카운트.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피네스 피쳐이면서도, 보더라인을 넘나드는 공격적인 투구패턴을 가진 닉 스윈스키.

볼이라 생각하고 지켜보는 순간 급격하게 휘는 변화구에 삼진을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지이익-

오른발로 바닥을 있는 힘껏 누르고는 다시 자세를 잡은 해준이 뚫어져라 마운드를 바라보았다.

이제 5구째.

가운데보다는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의식한 해준이 준비를 맞추자, 닉 스윈스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끼익-

해준 또한 송진이 뭍은 배트그립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밀착감을 느끼며 투수의 호흡에 맞춰 시동을 걸었다.

'비슷하게 들어오면 휘두른다.'

이런 투수들은 타자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습적으로 루킹 삼진을 뽑아내곤 했다. 볼을 치더라도 차라리 휘둘러서 맞추는 것이 나았다.

파앗-!

다시 한번 투구판을 박차는 닉 스윈스키.

이번에도 흔들림 없는 릴리스 포인트와 함께 반 박자 늦은 템포로 하얀 궤적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돌진한다.

'.. 이건.'

그 순간, 해준은 미묘한 위화감에 자신도 모르게 배트를 내밀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물어뜯을 듯이 돌진하는 궤적.

분석대로라면.

'스플리터!'

이 코스에서 마지막 순간 크게 휘어져 나간다. 삼진을 뽑아내는 닉 스윈스키의 단골 패턴 중 하나.

하지만.

'칠 수 있다!'

으득-

해준이 이를 악물며 공을 쫓아갔다.

동시에 슉- 소리와 함께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스플리터.

닉 스윈스키의 메이저리그 시절 무브먼트라면 헛스윙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광경이었지만.

따악-!

마운드를 향해 울려오는 짧은 파열음.

그 순간, 닉 스윈스키의 눈빛에 짜증이 서렸다.

'제기랄!'

해준이 예상했던 대로 손가락에 유독 잘 걸리는 실밥 탓에 백스핀이 훅 증가해버린 스플리터.

자연스럽게 그 특유의 낙폭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물론 베테랑인 닉 스윈스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당연하게도 며칠 전부터 연습한 수정 그립으로 공을 던진 닉 스윈스키. 하지만 반대로 낙폭을 회복하긴커녕 횡 무브먼트마저 줄어든 어정쩡한 공이 되어버렸다.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어!'

하지만 이미 늦은 후회.

해준이 그대로 밀어친 타구가 12루 간을 빠져나갔다.

[안타! 안타! 강해준 선수가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닉 스윈스키를 상대로 안타를 기록합니다!]

"후욱."

뜨겁게 달궈진 공기에 숨을 내뱉은 닉 스윈스키가 손가락 끝을 유니폼에 문질렀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미래의 메이저리그 루키.'

제대로만 들어갔다면 분명 헛스윙이 나왔을 공이었다.

그리고, 다음 타석부터는 자신이 절대 이런 어설픈 공을 던질 리 없다는 것을 닉 스윈스키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스읍..."

그리고는 폐 속 깊숙이까지 달궈진 공기를 들이마시는 닉 스윈스키. 머릿속이 맑아지고 있었다.

'이제 좀 돌아오는군.'

첫 복귀전, 그 첫 타석에서 상대한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다는 사실에 등골을 타고 오르는 작은 소름. 이제야 비로소 진짜 야구판에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듯, 잊고 있었던 실전 감각이 갑작스럽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음부터는 좀 많이 다를거야 친구.'

그는 으르렁거리는 눈빛으로 1루 베이스를 밟은 해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퍽-퍽

글러브를 들어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손과 가죽이 부딪히며 나는 둔탁한 소리.

"... 뭐야 쟤?"

"지금 자기 공 잘 쳤다고 칭찬해주는거야?"

".. 또라이네."

그런 닉 스윈스키를 관중들은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몇몇 스카우트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돌아왔군.'

'닉 스윈스키의 예고 삼진.'

'다음 타석에는 반드시 죽여놓겠다는 제스쳐지.'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닉 스윈스키.

그에게 저 박수를 받고나서, 다음 타석에서도 안타를 쳐낸 타자들은 손에 꼽았다.

반면, 1루를 통과한 해준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철저한 자료 조사를 했던 만큼, 닉 스윈스키의 저런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삼진 예고라..'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 말하는 그만의 선전 포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달라질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해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좀 달라질 예정이거든.'

[PP—스트-- '더 히-프릭— Fra--k']

*메이저— 투수를 —로 —기록--

눈앞에서 스르르 사라지는 기존의 PP급 모듈 메시지.

그리고, 1루심의 세이프 판정이 내려지자.

[PP급 모듈 '더 히팅 프릭The Hitting Freak' 링크 퀘스트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아웃라이어 '더 히팅 프릭' 보로디미르 알비로 바르가스와 연결됩니다.]

시야 한 편에 새로운 메시지들 주르륵 떠올랐다.

그와 함께 해준의 눈빛이 야수의 그것과 같이 번뜩였다.

그리고 곧.

'다음 타석에서 보자고.'

눈앞이 암전됐다.

< 배드볼히터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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