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철인 (1)
8월 23일.
1위 대구 더히트와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3위 세오레즈와의 맞대결이 열리는 대구 더히트 파크.
대구 특유의 고온다습한, 아니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은 이미 만석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리즈는 양 팀의 입장에서 많은 것이 걸려있는 경기였다.
[전설 이신우. 44홈런! 50홈런 정복하나?]
[139타점. 한 시즌 최다 타점 눈앞. 전설을 이어가는 이신우.]
[기존 한 시즌 최다 타점은 144타점. 고작 5타점을 남겨둔 이신우의 기록 경신.]
[131득점. 한 시즌 최다 득점마저 경신 코앞!]
[이미 최고령 타점 기록 경신. 전설의 눈앞에 남아있는 새로운 기록들.]
[역대 최고령 홈런왕 노리나. 사자왕의 거침없는 질주.]
대구 더히트의 넘버 9,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 이신우.
그가 한국으로 복귀한 첫해.
보통 홈경기만 할지라도 그가 출장한다면 만원 행렬을 이루는 경기장이었는데, 각종 기록의 경신까지 눈앞에 둔 상태였다.
더히트의 팬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지경.
게다가 흥행 요소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타율 1위 더히트 VS 장타율 1위 세오레즈. 한국 최고의 타선을 가린다!]
[한 시즌 역대 최다 안타 페이스 더히트 VS 한 시즌 역대 최다 홈런 페이스 세오레즈]
[타격 대 타격. 최강자를 가리는 이번 시리즈, 승자는 누구?]
[유례없는 타격전 발발 예고! 더히트 파크를 주목하라.]
역대급 타고투저라는 것을 증명하듯, KBO의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와 홈런을 뽑아내고 있는 두 팀의 타격전.
이전의 맞대결에서 두 팀 중 한 곳이 부진했던 경기들과 달리, 이번 시리즈에 들어서는 두 팀의 방망이는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구에 등장한 학살자. 사자 사냥에 성공하나?]
[후반기 압도적 성적. 야수 강해준, 사자왕 이신우를 뛰어넘을까.
[수비, 안타, 홈런, 송구, 도루. 유례없는 5툴 플레이어 강해준. 더 이상 그를 막을 자는 없다.]
[야수 강해준, 2루수 3번 타자 출장. 여전히 도루는 엄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강해준의 출장경기.
팬들의 발길이 경기장으로 향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미쳐버리겠군.. 오늘은 지명타자가 아니잖아?"
한편, 세오레즈의 라인업을 살핀 대구 더히트의 감독 류한열.
그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1 이완석 (DH, L)
2 유장천 (SS, R)
3 강해준 (2B, R)
4 조병민 (1B, R)
5 김지훈 (3B, L)
6 문찬용 (LF, L)
7 정이수 (RF, L)
8 조진웅 (C, R)
9 한민곤 (CF, R)
전 경기에서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지명타자로 나선 해준. 그렇기에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들었던 류한열 감독이었다.
'지명타자로만 나서줘도 땡큐였는데..'
해준의 2루수 출장.
그것은 그 어떤 팀보다 대구 더히트에게 부담스러웠기 때문.
"이번에도 저격 시프트가 나오겠네요."
"..그렇겠지."
수석코치 김봉원의 말처럼, 세오레즈의 대 대구 더히트 시프트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좌타자가 많고 당겨치는 비율이 극도로 높은 대구 더히트의 타선.
세오레즈는 이에 수비 시프트를 내세우곤 했는데, 사실 별다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유격수와 2루수를 각각 2루와 1루에 치우치도록 위치시킨 것. 이 정도라면 다른 팀들도 모두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강해준. 이젠 지긋지긋하구먼."
악마 같은 2루수 해준의 존재.
아예 외야로 보내버리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 당겨도 타구를 족족 걸러버리는 해준 덕분에 대구 더히트의 타자들은 세오레즈와의 경기만 되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우리를 상대로 마지막 유격수 출장 경기가 7월 1일이었지?"
"네, 주전 유격수 유장천이 2군에 내려가 있을 때죠."
"..재미가 아주 쏠쏠하시구만. 그러니 전 포지션 출장 가능한 선수가 우리한테만 매번 2루수지. 그래, 아무튼 선발은.."
"네, 임우주입니다."
"..니미럴."
거기에 더해 선발투수가 임우주라는 소리를 듣게 된 류한열 감독은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세오레즈 선발 투수는 땅볼 유도에 능한 세오레즈의 4선발 임우주.
시즌 평균자책점이 4점에 중반에 불과한 그였지만, 유독 더히트를 상대로 통산 9경기 7승 1패 ERA 1.72라는 킬러적인 면모를 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선발이라면 자신들도 밀리지 않는다.
대구 더히트의 2선발 안태율.
오버핸드 투수로, 151km/h의 강력한 패스트볼과 12-6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더히트의 쌍두마차 중 한 명.
"최근 강해준 약점이 뭐라고 했지?"
"네, 커브에 0.111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해준의 천적 중 한 명이 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제야 류한열 감독의 표정이 펴지기 시작했다.
"그래. 아무도 못 잡았다던 강해준이. 우리가 한번 잡아보자고."
그 강해준을 꺾는다면, 세오레즈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플레이볼!"
경기가 시작됐다.
+++
선두 공격은 원정팀인 세오레즈.
상대의 선발 투수 안태율의 연습 투구가 끝나고, 1번 타자 이완석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1번 타자에 수비까지라...'
원정팀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박이인 감독, 그가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본래는 지명타자 롤을 소화하면서 체력을 관리할 기회를 주려 했지만.'
본인이 강력하게 거부했다.
다른 선수라면 그 거부를 거부할 테지만, 상대는 그 강해준.
자신을 부정해온 사람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온 선수였다.
그렇기에 박이인 감독은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단, 조건이 있지.'
조건은 지난번과 같으면서도 더 어려웠다.
홈런을 기록 할 것. 그리고 발사 각도가 25도 이상인 타구를 보여줄 것.
물론 보통 타자라면 무리한 조건이었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타격에서 원하는 대로 발사 각도를 조절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정상 컨디션인 해준이라면 한 경기에서 하나 이상은 쳐내고는 했지.'
결국 박이인 감독이 요구한 것은 하나였다.
1번 타자로 나서고, 수비를 하고, 도루까지 하고 싶다면.
체력을 회복했음을 증명해라.
그리고 무리해 보이는 이 조건을 해준은 수락했다.
알 수 없는 자신감과 함께.
'...진짜 치는 건 아니겠지?'
그 모습에 박이인 감독이 불안함을 느낄 정도였다.
물론 타자가 타격을 잘 해낸다면 기뻐해야 했지만, 관리자 입장인 그로서는 억지로라도 해준에게 휴식을 줘야 하는 상황.
그만큼 해준의 피로도는 극심해 보였다.
다만 본인의 고집스러움과 그것을 지탱하는 뛰어난 성적 덕분에 빼지 못하고 있는 것뿐.
'3번 타자에 2루수. 단, 도루는 금지. 이 정도면 될 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내기는 성립했다. 다만, 1번 타자의 요청까지 들어주지는 못했다.
상대 선발 투수인 안태율은 유독 1회, 그것도 1번 타자를 상대로 사구를 던지는 불안한 모습을 종종 내보이곤 했으니까.
체력이 떨어진 해준이라면 사구 한 번에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뭐, 완석이를 1번에 박아뒀으니 걱정은 없겠지만.'
세오레즈의 깡패, 돌머리, 미친개, 분노조절장애자.
세월이 흐르고, 팀의 최고참이 돼서도 죽지 않은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이완석.
그를 상대라면 안태율이 더 신경 써서 던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1회 초.
따아아악-!
박이인 감독의 안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적중해버렸다.
"응?"
"어라?"
[갑니다! 갑니다! 갔습니다! 이완석 선수가 배트를 던져버리며 포효하는군요!]
사구는 커녕, 극도의 긴장으로 한가운데 몰리는 공을 던져버린 안태율.
"크아아아아! 봤냐, 이 새끼들아! 형님 아직 안 죽었다!"
그를 있는 힘껏 당겨친 이완석의 리드오프 홈런으로 세오레즈가 앞서가기 시작한다.
+++
1회 초.
전광판에 기록된 스코어는 1-0.
이완석의 리드오프 홈런으로 세오레즈가 승기를 잡나 싶었지만, 이어진 안태율의 분투는 놀라웠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유장천 선수가 크게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에 방망이를 헛돌리고 맙니다!]
컨디션이 바짝 올라온 유장천에게 헛스윙 삼진.
따악-!
[쳤습니다. 하지만 투수 정면! 최근 놀라운 상승세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강해준 선수가 내야땅볼로 아웃당합니다. 순조롭게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가는 안태율 선수.]
해준에게는 땅볼을 뽑아내나 싶더니.
"스-트라이크 아웃!"
[코너! 정확히 구석에 걸쳐진 커브를 그대로 바라보기만 하는 조병민 선수! 삼구삼진! 안태율 선수가 세오레즈의 2, 3, 4번을 모두 더그아웃으로 돌려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조병민에게마저 압도적인 포스로 삼진을 뽑아낸다.
해준은 방금 타석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커브에는 안그래도 젬병인데.. 저건 미친 수준이네.'
초구부터 허용한 홈런이 오히려 안태율의 긴장감과 투지를 바짝 끌어올린 것이 분명했다. 평소보다 스핀이 더욱 맹렬하게 걸려 훅- 하고 떨어지는 커브.
커브 모듈이라도 따로 얻지 않은 이상 공략은 요원해보였다.
'그래도 해볼 만은 하겠어.'
하지만 그 일방적인 열세의 상황에서, 해준의 동공이 번뜩였다. 안태율이 들고나온 투구패턴. 그 사이에 약점을 발견했으니까.
'그리고 그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일단 발사 각도부터 회복해야 했다.
해준이 홀로그램을 띄웠다.
[특수 모듈 '철인The Iron Man']
*피로도와 부상을 회복시킵니다.
*수비 관련 트리거 감지 시, 발동됩니다.
-현재 종합 피로도: 87%
붉은색으로 물든 사람형상이 떠오른다. 팔, 다리, 몸통, 어깨. 붉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러니 몸이 무거울 수밖에.'
온몸에 피로가 쌓여있다는 소리.
그리고, 그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서 자신은 내야수로 출장한 것이었다.
해준은 오랜만에 꺼내든 2루수 전용 글러브를 이리저리 휘어보며 생각에 잠겨 들었다.
'타구가 몇 번이나 올까?'
대구 더히트는 당겨치기 일색인 좌타자로 도배되다시피 한 타선. 오늘 자신에게는 무조건 타구가 온다.
문제라면 몇 번이나 오느냐. 횟수에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 컨디션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봐야 알겠지만.'
동시에 해준은 자세를 낮췄다.
따악-!
[초구! 외야로 향합니다! 시작부터 순조롭게 포문을 열기 시작하는 대구 더히트!]
하지만 이어진 결과는 1번 타자 이태곤의 좌익수 방향 안타.
해준은 그 타구가 날아간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후우..."
그와 함께 살짝 힘 빠진 숨을 내쉬었다.
상당히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
그것을 보고 나서야 쳐진 체력에 잡아먹혔던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수비는 매일 나가야 감각이 산다니까.'
겨우 하루를 지명타자로 나섰다고 이렇게 다르다. 자신도 모르게 감각이 살짝 죽어있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지.'
해준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하는 감각을 되새기자 눈빛이 조금씩 깊어져 갔다.
'계속해서 이 텐션을 유지하자.'
그리고는 되새긴다.
언젠가는 온다. 좌타자라면 더더욱 높은 가능성으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해준은 스스로의 정신을 고양시켰다.
[스코어는 1-0. 무사 1루. 더히트의 떠오르는 괴물. 구재철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 사이, 타석에는 대구 더히트의 2번 타자 구재철.
이신우를 이을 대구 더히트의 차세대 프렌차이즈 스타로 불리는 그가 들어서고 있었다.
'190cm의 장신, 긴 팔다리, 시원스러운 어퍼스윙. 극단적인 풀히터.
그와 함께 상대 타자의 정보들을 떠올리기 시작한 해준.
'바깥쪽 타구도 당겨 쳐버리는 스타일. 초구는 지켜보는 성향이 강하지만, 최근 들어 공격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있고.. 특히나 패스트볼이라면 더더욱 그래.'
시냅스가 점멸할 때마다 자세를 취하고 있는 타자의 모습이 잘게 분해되며 그 의미를 해석해나갔다.
'평소보다 홈플레이트에 더 붙었다. 바깥쪽을 노리겠다는 건가?'
'아니야. 그에 반해 평소보다 미세한 오픈스탠스. 공을 끝까지 보고 치려는 것 같은데.'
'우주의 싱커는 터널링이 깊어서 확실히 보고 때리지 않는 이상 빗맞은 타구가 나오기 십상이지. 그동안 당한 게 있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보고 때려내겠다는 생각이야.'
타자의 호흡을 읽어내야 하는 것은 투·포수 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타격 준비 자세, 사소한 습관, 노림수.
그 모든 것을 한 발자국 앞서 읽고 타구의 위치와 세기를 가늠하는 초일류 내야수인 해준.
그런 그의 집중력이 절정에 다다르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키이이잉- 울리는 이명.
본인의 호흡이 느려지며, 모든 것이 눈에 잡힐 듯 하나하나 들어온다. 흔히들 운동선수들이 몰입(flow)라 말하는 영역. 해준은 그 속에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후우..."
무거운 짐짝을 어깨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몸이 무겁다.
본래대로라면 바짝 올라와야 할 감각이 한 발자국 뒤처졌다. 떨어진 체력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지금뿐이다.
"흐읍-"
해준이 뜨겁게 달궈진 호흡을 조절하며 괴물 같은 집중력을 발휘해나갔다. 그와 함께 타자의 호흡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호흡이 차분해. 발의 위치는.. 스퀘어 스탠스지만, 여전히 살짝 어깨가 열려있다. 무언가를 노리는 느낌이긴 한데..'
시각을 통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는 구재철의 정보들.
그리고, 마침내.
'축발이 미묘하게 조정된다.'
해준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유가 없다면 저렇게 움직일 이유가 없다.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는 말.
그것을 살피는 사이, 어느새 임우주는 셋포지션에 들어가 있었다.
투구판을 밀어내며,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중심이동. 그리고 어느새 돌아간 허리에 이어.
채찍처럼 휘둘러진 팔에서 하얀 궤적이 출발했다.
'그리고 이 순간 노리는 것이라면...'
답은 하나뿐.
초구를 노리는 스윙.
'온다!'
머릿속에 그려진 궤적에 해준이 반응을 시작했다.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 번쩍- 하며 휘둘러지는 구재철의 배트.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홈플레이트를 잡아먹은 배트가 임우주의 패스트볼을 그대로 당겨 쳐냈다.
따아악-!
[쳤습니다! 어마어마한 스윙으로 타구를 쪼갤 듯이 쳐낸 구재철 선수! 하지만...]
"흐읍-!"
이미 먼저 움직이고 있던 해준. 콰직- 소리와 함께 스파이크가 잔디를 짓이기며 해준의 몸을 밀어낸 뒤였다.
퍽-!
그와 동시에 글러브 끝에 걸려든 타구.
[....캐치! 강해준 선수의 몸을 날린 캐치입니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대구 더히트의 감독, 코치, 선수, 그리고 팬들까지! 대구를 경악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강해준 선수의 믿기지 않은 캐칭!]
------!
그와 동시에 쏟아져내리는 함성.
하지만 해준은 그 열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강제로 끌어올렸던 감각이 전원이 나간 컴퓨터처럼 팍- 하며 훅- 가라앉아버렸다.
'..아슬아슬한걸.'
-현재 종합 피로도: 88.5%
해준은 타박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여기저기 비명을 지르는 근육의 느낌에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단 한 번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피로. 몸의 컨디션이 최악까지 떨어졌다.
그 순간 눈앞에 떠오른 수비 판정 홀로그램.
[UNLIKELY LEVEL CATCHING!]
[타구질 분류 Hard 판명]
[속도 170.2km/h]
[발사각도 7.9˚, 라인드라이브 판명]
[캐치 확률 10.1%]
하지만 해준은 피곤함 속에서도 그 모든 것을 넘겨버렸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으니까.
[Fielding Matrics 수치가 보상 판정에 관여합니다.]
[First Step –0.2초]
[기존 보상 4포인트 -> 조정 보상 16포인트]
계속해서 떠오르는 메시지를 넘겨버리는 해준.
그리고.
"후욱."
자신도 모르게 폐 속 깊숙이서부터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마치, 이 한 번의 숨 속에 모든 피로를 토해낸 것 같은 착각.
[특수 모듈 '철인The Iron man'의 수비 파트가 발동합니다.]
[수비 수치를 계산합니다.]
[피로도가 7% 감소합니다.]
드디어.
-현재 종합 피로도: 88.5% -> 81.5%
쳐져 있던 몸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