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53화 (53/137)

53. Who is Kang? (6)

---텅!

언제부터였을까.

타구가 펜스를 다시 한번 두들겼을 때?

그 타구가 우측 파울 선상 라인을 넘어 굴러갔을 때?

그것도 아니라면 우익수 노재석이 그 공을 두 번이나 더듬고 말았을 때?

사실 시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아-!

스코어는 8-6.

악착같이 2점 차로 따라온 7회.

송진수 감독은 이제껏 부정했던 사실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한계로군.'

무리한 운영으로 피로가 누적된 불펜진, 그에 반해 미친 듯이 장타를 터트리며 기세를 탄 세오레즈 타선.

이미 예정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 사이 스코어가 달라졌다.

9-6.

3루 주자였던 한민곤의 홈인.

송진수 감독은 그 광경을 보며 질끈 눈을 감았다.

'패넌트레이스. 이래서 무섭지. 분명 견딜 만할 것 같던 피로가 결정적인 순간에 치명적으로 돌아온다. 시즌 중에 여유를 더 뒀어야했는데.. 내 실책이야.'

하지만 눈을 감는다고 해서 현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다.

2루 주자 장건우의 홈인.

10-6.

곧이어 1루 주자였던 유장천마저 홈을 밟았다.

11-6.

그리고 3루에는, 이번 시리즈의 지배자인 선수가 손가락을 들어 3루 응원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해준-! 강해준-! 강해준-!

세오레즈의 넘버 24.

강해준의 이름을 연호하는 세오레즈 원정팬들.

[놀랍습니다! 강해준 선수! 7회, 기어코 코쿤스의 신주석 선수를 상대로 3루타를 뽑아내며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합니다!]

역대 두 번째 단일시즌 더블 사이클링 히트.

코쿤스는 강해준이 만들어낸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

베이브볼Babeball.

이곳은 미국 내의 골수 야구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중 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 선수들의 타율과 삼진을 언급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은 라이트 팬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더욱 폭넓었다.

응원하는 팀의 사치세, 트레이드, 유망주 육성 방식, 페이롤 운영 등.

마치 스스로가 단장이라도 된 듯이 팀의 요소 하나하나를 되짚고 분석하는 것을 삶의 낙처럼 여기는 이들.

그런 이들의 레이더망에 스카우트들의 대규모 이동이 잡힌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변수로 급부상, 한국의 강타자들.]

[한국,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높은 몸값, 치열한 경쟁.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향하는 스카우트들.]

[새로운 엘도라도?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어.]

[급속도로 퍼지는 한국발 대규모 FA 루머. 그러나 확신에 찬 채 움직이는 스카우트들.]

베이스볼 골드 러쉬가 한창이던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이동하는 스카우트들. 그 행보에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MikeyMAn]

이봐, 지금 나오는 기사들 뭐야?

[OdSmith]

한국의 한 구단에서 FA 선수들이 쏟아져나올 예정이라고?

[NoNamed]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ChrisBaggggg]

다들 제목만 화려하지 내용은 별거 없군, 늘 그렇듯 :(

[opvlwp]

확실한 건 하나뿐이네. 스카우트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거.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이번 사태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자들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터져버린 서울 세오레즈의 계약 불이행 루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어리둥절 해하면서도,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내며 머리를 굴리는 수밖에 없었다.

[시카고 컵스 에디 진, 한 야구팬의 SNS에 올라와. 인천공항에서 모습을 드러내.]

[일본 야구 관계자, 갑작스럽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사라졌다. 당혹스러울 지경.]

[서울의 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스카우트들. 그들의 목표는?]

[MikeyMAn]

그러니까, 대충 돌아가는 걸 보자면 저 세오레즈라는 팀의 선수들이 올해가 끝나고 다 FA라 이거지?

[handleit]

아직 루머 수준이고, 프런트에서 일하는 사촌에게 들어보니까 전부는 아닌 것 같더라. 몇몇 선수들의 경우라는데?

그리고, 이들은 잠시의 서칭 끝에 스카우트들이 노리는 구단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할 일은 간단했다.

당장 보러 간다.

[MadTx]

야구 중계 스트리밍 주소 알아낸 사람 있어?

바로 직접 스카우트가 되어 선수를 관찰하는 것. 이미 온갖 스낵과 드링크를 구비해놓은 이들은 각자가 응원하는 팀의 스카우트가 되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handleit]

오. 저 Yoo라는 선수는 수비하는 모습에서부터 탄력이 느껴지는데!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2루수도 쓸만해 보이네. 장타력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상위 타선으로 활약할만한 포텐셜이 엿보여.

[MadTx]

그런데 전체적으로 수비 수준이... 높은 것 같지 않아? 한국이 이런 리그였던가?

[BaseballBot]

배트 플립 빼고는 뭐 하나 쓸만한 게 없는 거로 알았는데? 봐봐. 상대 팀 내야진은 전형적인 동양인 내야수에서 벗어나질 못하잖아. 저 세오레즈라는 팀이 특별한거라고.

세오레즈의 높은 수비 실력에 감탄하며 경기를 감상하는 이들. 그때, 방송사 카메라에 경기를 관찰하러 온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모습이 담기기 시작했다.

[MikeyMAn]

애스트로스 스카우트잖아!

[MaxTx]

oh, gad damn. 일본의 보물을 두고 저기서 몸값 싼 로또나 긁어볼 생각이라니. 레인저스는 스카우트를 당장 교체해야 해.

[opvlwp]

저 사람 알아. 파이어리츠의 베테랑 스카우트야.

그리고, 그중에는 깜짝 놀랄만한 얼굴이 섞여 있었다.

[OdSmith]

...맙소사.

[JonnieXx]

크리스 배그웰?

[ji_39]

다저스의 국제 해적이 왜 저기에?

[Itguy931]

프랑스에 있다더니 잘못된 정보였잖아!

다저스의 보물, 국제 해적, 신의 눈, 스카우트의 전설.

3년 연속 신인왕 배출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홀로 달성해낸 다저스의 국제스카우트 크리스 배그웰.

스카우트로서는 특이하게 팬덤까지 구축한 그.

그런 그가 한국에 있다.

이들은 즉각 반쯤 눕히다시피 했던 몸을 세워 모니터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는 일명 베이스볼 긱들 사이에서는 추종을 받는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

그런 그가 한국에 있다는 것은 이번 스카우트들의 대규모 이동이 그저 싼 값에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으니까.

분명 모두가 노리는, 어마어마한 대형 선수가 숨어있는 것이 분명했다.

[MikeyMAn]

크리스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StrongPunchOdor]

누구를 보러 간 거지?

[ji_39]

난 저 Yoo라는 선수일 것을 확신해. 타격, 수비. 뭐하나 빠지는 게 없어 보이잖아. 게다가 유격수라고!

[Itguy931]

파워 자체는 3루수가 더 나아 보이는걸? 어깨는 비슷하지만 말이야.

순식간에 크리스 배그웰이 노리는 선수가 누구일지 추리에 들어간 이들. 그런 그들의 시선에 해준이 잡힌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Kang? 투수가 유독 저 타자를 경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리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걸.

[StrongPunchOdor]

첫 타석에서 타구도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어.

그렇지만 첫 타석에서는 평범한 안타에 그쳤던 해준.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았고, 이들 또한 다른 선수들에게 관심을 쏟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번 타구는 꽤 쓸만한 걸.

[MikeyMAn]

방금보다는 괜찮았어. 스윙에 자신감이 넘치는데.

타석이 더해갈수록, 해준에 대한 언급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StrongPunchOdor]

타구가 더 빨라진 것 같지 않아?

방송사는 뭐 하는 거야? 투수를 보여주기보다는 타구 속도부터 먼저 띄워야지!

[ji_39]

타격 자세가 아주 폭발적이야. 그러면서도 정확성이 무시무시하잖아! 본즈와 켄 그리피 주니어를 합쳐놓은 기분인걸.

그리고, 마지막 타석. 해준의 타구 속도가 180km/h를 돌파했을 때.

[MikeyMAn]

이걸로 확실해졌군. 크리스 배그웰의 목표는 저 kang이라는 선수일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늘 경기에서 저 선수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포스를 내뿜고 있었어. 단지 성적뿐만이 아니라, 타석에서의 여유, 호흡, 아우라. 모든 게 말이야.

[ji_39]

괴물 같군. 첫 타석과 마지막 타석에서의 괴리감이 아직도 날 괴롭히는 것 같아. 아예 다른 사람 같잖아? 다른 선수들과 매우 상이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 배그웰이 노릴만하다고 생각해.

이들은 마침내 크리스 배그웰이 노리는 존재가 해준임을 확신했다.

그때, 사태를 관망하던 한 팬이 댓글을 남겼다.

[CrazyOH]

저 선수의 타격은 놀라운 수준이지만, 더욱 놀라운 건 수비야. 네놈들이 끊임없이 입에 처넣고 있는 포테이토칩이 다시 흘러나올 정도니까.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보는 걸 추천한다.

그와 함께 한 링크를 남겼다.

[Kang Hae jun, Career Defensive Highlights]

해준의 통산 수비 하이라이트 장면.

그 링크를 확인한 다른 회원들이 의외라는 듯 댓글을 남겼다.

[MikeyMAn]

지명타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Itguy931]

하긴, 아무리 타격이 좋아도 동양인 지명타자를 데리러 갔을 리가 없지. 지명타자는 이곳에도 넘쳐난다고. 어디 한번 보고 평가해볼까.

[StrongPunchOdor]

저 정도 타격이라면 평균 수준의 수비만 되도 달려들 팀이 많을 거야.

그렇게 해준의 수비 영상을 확인하러 간 이들.

그리고 한참 뒤.

조악한 합성이군. 내 시간이 아깝다. 잠깐, 왜 벌써 15분이 지나있는 거지?

[MikeyMAn]

진심으로 저 타구를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지구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뇌는 재활용도 힘들 거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친구 :)

일본은 영상 합성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는걸.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겠어. 이 정도 실력이라면 헐리우드 그래픽 팀에서 일하는 건가?

이들은 자신들이 본 장면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비현실적인 수비 장면들이 연이어서 나왔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ji_39]

다들 현실을 부정하는 거야? 이건 KBO 공식 영상이라고!

[CrazyOH]

내가 말했지? 지금쯤 너희들의 집 바닥에는 너희들의 입속에서 흘러나온 포테이토가 굴러다니고 있겠군 :)

떡하니 찍혀있는 KBO 공식 마크.

그와 함께 영상이 KBO의 공식 계정을 통해서 업로드 된 것까지 밝혀지자, 게시판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Itguy931]

fucccccccccccccccccccccck! 당장 사와! 지금 당장 사오라고, 이 빌어먹을 것들아!

[MikeyMAn]

이런 빌어먹을. 크리스 배그웰! 역시 그 남자가 어정쩡한 선수를 보러 갈 리가 없지. 만약 영입에 성공한다면 이번 영입은 그가 쌓아 올린 커리어의 최고점이 될 것이 분명해!

[StrongPunchOdor]

우리 팀 스카우트는 어딨는 거지? 설마 아직까지 일본이라는 곳에 처박혀서 뭉그적거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당장 그 빌어먹을 자식을 해고해버리고 날 채용해! 내가 사비로라도 달려가서 저 남자를 지켜봐야겠어!

[JKIIII]

조용히 봤는데, 더는 못 참겠군. 저 선수는 이제부터 LAA의 선수야. 다른 놈들은 눈독 들이지 말아.

사와, 당장 사와야해! 저 짐승 같은 수비 실력 좀 봐. 나만 돌아버릴 것 같은 거야? 아지 스미스가 돌아와도 저런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새벽이 다 지나도록 해준이 어느 팀에 가야 할지 갑론을박을 벌이던 이들.

하지만 그런 이들도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오자 하나둘씩 뜬 눈으로 출근을 하거나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사이트를 휩쓸고 지나간 그 모습에 뒤늦게 접속한 한 회원만이 어리둥절 해하고 있었다.

[Vic10_dod]

도대체 강이 누군데 이 난리야?

+++

한편, 뒤늦게 대구의 원정 숙소에 도착해 짐을 푼 세오레즈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너희들도 수고했다. 어서 자라."

"형, 치킨 한마리 콜?"

"감독님한테 튀겨지고 싶지 않으면 그냥 자자."

선수들과 코치진은 다음 날의 경기를 위해 모두가 취침에 들어갔다.

내일부터 있을 1위 대구 더히트와의 사투.

그것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니까.

반면, 박이인 감독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 있었던 경기, 정확히는 이번 경기를 지배하다시피 했던 해준을 떠올리고 있었다.

'묘하군...'

최근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던 해준.

코치진과의 상의 끝에 강제로라도 휴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선수 본인이 불만을 가질 것이 뻔했지만.

그렇기에 조건 하나를 내걸었을 뿐이었다.

'홈런을 쳐라.'

사실 높은 확률로 자신이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18경기 동안 홈런을 때려내지 못한 해준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달랐지.. 설마 진짜로 쳐내버릴 줄이야. 그것도 대기록을 작성하면서.'

박이인 감독은 마지막 타석에서의 3루타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은 활약이다.

홈런을 때려낸 것도 모자라 역대 두 번째 한 시즌 더블 사이클링 히트라니.

그렇기에 박이인 감독은 더더욱 고민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발사 각도를 보면 체력이 호전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상황에서 타구 속도만이 폭등해버렸다는 것.

이런 현상은 평생을 야구와 함께 살아온 그조차도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체력은 떨어진 그대로인데 타구 속도가 10km/h나 넘게 증가했다고?'

이건 기술이라던가, 우연. 혹은 아직도 몇몇 음모론자들이 말하는 약을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머리가 아파왔다.

이 강해준이라는 선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그 기준점을 세울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와 함께 해준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더더욱 고개를 들었다.

'그 괴물 같은 타구. 그 타구에 발사 각도까지 돌아온다면...'

대구 더히트의 넘버 9, 이신우의 전성기.

그것마저 뛰어넘는 해준의 모습이 박이인 감독의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하지만 박이인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약속은 약속.'

해준이 스스로 쉬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그는 해준을 경기에 내보낼 작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체력을 아낄 방도를 마련하긴 해야겠지.'

오늘처럼 지명타자로 출장시키던가, 타순을 4번, 혹은 5번에 배치하여 타석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최근 세오레즈의 타자들이 호조세를 보이는 만큼 해준이 그 순번에 들어가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

똑똑-

그렇게 여러모로 박이인 감독의 고민이 이어져 갔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칵-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문고리.

문을 연 박이인 감독의 시선에 고민의 원흉(?)이 된 얼굴이 들어왔다.

"어, 해준아. 이 시간에 자지 않고.."

혹시나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찾아왔다고 추측한 박이인 감독이 말했다.

"약속은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자라. 체력에는 잠이 보약이다."

하지만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듯.

"감독님."

"응?"

"내일부터 다시 1번 타자로 나가고 싶습니다. 수비도 하고 싶고요."

4번, 혹은 5번.

그리고 지명타자.

해준은 박이인 감독의 생각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안된다. 넌 이미 너무 지친 상태야. 이 상태로 가다간 부상의 위험도 너무 크.."

그 모습에 표정을 굳히며 대답하는 박이인 감독.

하지만.

"괜찮습니다. 다 회복됐거든요."

해준의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넘치는 힘이 실려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질긴.

[더블 사이클링 히트 보상을 지급합니다.]

[특수 모듈 '철인The Iron man'을 지급합니다.]

철인의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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