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전설의 대주자 (4)
"사실 노하우랄 만한 것도 없지."
주루의 스페셜리스트.
구해형의 주루 지론은 간단했다.
"뛰어도 될 것 같을 때만 뛴다. 그게 원론이야."
성공할 상황에만 뛰어라.
죽을 것 같다면 뛰지 말아라.
"빠른 발?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람이 아무리 용을 써봤자 공보다 빠를 순 없거든."
그 말을 하며 구해형 인스트럭터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고로 이게 가장 중요하단 말이야."
그리고 그대로 본인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 본인이 살 수 있을지 없을지. 항상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해."
14년.
그것이 치열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그 오랜 세월을 버텨낸 그의 비법이었다.
"...음."
한편 그 말을 경청했던 세오레즈의 주루코치, 이대수가 조용히 미간을 모았다.
간만에 서울에 올라왔다고 해서 얼굴이나 보고 꿍쳐두었던 비법이나 캐가려 했더니.
"...여기까지 와서 헛소리하시기요?"
누가 들어도 당연한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볼멘소리로 이어 말했다.
"그거야 누구나 아는 거고."
이건 흡사 타자에게 안타가 될 공만 쳐라, 투수에게 삼진이 될 공만 던지라는 소리와 같았다.
성공할 것 같을 때만 뛰라니.
이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구해형 인스트럭터의 대답은 느긋했다.
"당연한 것을 아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지. 그것도 모르는 놈들이 많거든."
그리고는 그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이틀 전 경기 잘 봤다. 김지훈이는 거기서 왜 뛰었던 거냐? 그거 네가 돌렸지? 그때는 몰라서 돌렸냐?"
"..크흠, 그건."
그 말에 이대수 주루코치가 헛기침을 터트렸다.
아슬아슬하다, 해볼 만하다고 돌린 것이 홈플레이트에서 아웃이 돼버렸으니까.
"아슬아슬하다. 해볼 만하다. 대수야. 주루는 그런 게 아니야."
그 변명에 구해형은 고개를 저었다.
주루란 도박을 거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베이스를 진루하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주루였으니까.
"일단 뛰면 반드시 성공시킬 상황에서만 뛰는 것. 그 외의 움직임은 모두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야."
너무나 당연한 말에 이대수 주루코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마치 SKY를 가고싶다면 국영수 위주로 공부를 해야한다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생이들이나 하는 말을 반복해서 하다니. 재수 없긴 해도...'
기록으로 자신의 지론을 증명한 양반이니까.
애초에 그곳에 대고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었다. 다만 알고 싶어서 찾아왔을 뿐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알겠는데."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걸 어떻게 하냐. 이걸 말해달라는 소립니다."
애초에 이대수가 구해형이 말한 사실들을 몰라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프로 구단의 주루코치가 그런 사실도 모른다면 그게 더 웃기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 뛰어야 하는지, 스텝은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상황에 따라서 주자는 어느 위치에 서 있어야 하는지.
그 또한 모두 알고 있었다.
그가 궁금한 것은 단 한 가지.
"해준이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저렇게까지 달라집니까?"
강해준의 주루를 단숨에 뒤바꿔버린 비법이었다.
그 말에 이번에는 구해형이 미간을 좁혔다.
무언가 이해 가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의 표정.
한참이나 고민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겠어."
"네?"
이대수 코치의 반응에 자신만만하기만 하던 구해형이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모르겠다고."
"모르겠다는게 무슨.."
"그냥... 친구야 이렇게 해보자. 하니까 그대로 하던데?"
"..네?"
이대수 코치가 미간을 찌푸렸다.
말해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라는 기색.
하지만 구해형은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포인트 레슨.
지난밤 자신이 해준과 한 것은 그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해준이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었지만, 정말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세밀한 기술적인 건 아직 하나도 안 잡아줬어. 그냥 첫날이니까 대략적인 원론만 말했지. 그런데 정말 알겠다고 하더라니까? 시간이 늦어서 실제로 뛰는 건 못 봤지만."
그리고 다음 날.
해준의 주루 연습을 관찰하던 이대수 코치가 경기 준비도 내팽개쳐지고 펄쩍 놀라며 달려왔다.
"거, 많이 달라졌어?"
구해형의 물음에 이번에는 이대수 코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귀신에 홀린 표정이었다.
"...내가 말할 때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더니..."
그리고는 시간을 살피며 이어말했다.
"곧 경기 시작이니까 직접 한번 보는 게 나을 겁니다. 무슨 도깨비도 아니고 하루아침 만에..."
오후 5시 30분.
곧 경기가 막을 올릴 시간이었다.
+++
올해의 KBO 패넌트레이스.
많은 전문가들은 시즌 개막 전부터 춘추전국시대의 시작을 예상하곤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수많은 트레이드가 있었고,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FA시장이 지나갔으며, 이름값 높은 용병들이 대거 수혈된 KBO.
그리고 그 반대급부라도 되는 듯 이어진 에이스의 부상, 팀 분위기를 뒤흔든 약물복용, 베테랑 타자의 항명 사태까지.
그런 흐름 속에서 강자라고 언제까지나 강자일 수는 없었고, 약자라고 언제까지 약자라는 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의 없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3팀이 존재했다.
제왕 그 자체 대구 더히트.
무결점야구 인천 플레인즈.
육상부 서울 코쿤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장점이 뚜렷한데 반해 단점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
반면 그 아래에 위치한 팀들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압도적 타선에 비해 투수진이 부실한 서울 세오레즈.
안정적인 밸런스를 자랑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한 서울 레나프.
클러치 능력 '만' 돋보이는 광주 이칼코메드.
그 외의 팀들도 하나같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곤 했다.
그렇기에 전반기까지 패넌트레이스 구도가 3강 4중 3약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3강의 말석.
육상부 서울 코쿤스가 급격히 흔들리며 철옹성 같았던 패넌트레이스의 먹이사슬에 지각변동을 불러온다.
까득-
"...강해준."
그리고 그 당사자인 서울 코쿤스의 감독 송이수.
그는 벤치에 앉아 이를 가는 상태였다.
"그리고 세오레즈. 이번에는 그냥 안 넘어간다."
대구 더히트, 인천 플레인즈.
그리고 자신이 이끄는 팀, 서울 코쿤스.
본래대로라면 이 3팀이 1, 2, 3위 경합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순위표에 기록된 3위팀은 그의 예상과 달라져 있었다.
서울 세오레즈.
강해준을 앞세운 그 팀에 코쿤스는 유독 힘을 못쓰는 상태였다.
패,패,패,패,승,승.
최근 서울 세오레즈와의 6연전에서 2승 4패.
누가 봐도 열세에 몰린 쪽은 코쿤스 측이었다.
그리고 패를 당하는 순간마다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은 선수는 다름 아닌 강해준이었다.
주루로 승기 좀 잡겠다 싶으면 외야에서 레이저 같은 송구가 뿌려지고.
점수로 이길만하다 싶으면 타격으로 게임을 터트린다.
물론 강해준이라고 외야에서 도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매번 주자들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프로들의 세계에서는 미세한 차이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법.
강해준이 외야에 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코쿤스 주자들은 평소라면 진루했을 상황에서 제자리에 묶여있어야만 했다.
희생 플라이, 장타성 타구, 후속 타자의 안타로 인한 추가 진루 기회.
주루에서 이득을 봐야 하는 상황이 찾아와도 타구가 우익수 강해준에게 향하는 순간, 주자들의 발은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기세가 죽어버리니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한 노릇.
덕분에 안그래도 머리가 아파왔는데, 이제는 어이없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런 놈이 이제는 도루까지 하겠다고?"
물론 송이수 감독이라고 그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주루의 꽃이라 불리는 도루.
그것은 하루아침에 날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도루와 도루의 대결?
야구를 알지 못하는 몇몇 팬들과 언론의 설레발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리다.
"주루는 연습으로만 되는 게 아니야. 타고나야 한다."
주루로 치열한 순위 경쟁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팀의 수장인만큼, 송인수 감독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타격과 수비보다 더더욱 재능을 타는 것이 주루야."
그렇기에 강해준이 주루에서 타고났다면 진작에 그 모습이 드러났어야 했다.
하지만 강해준은 프로 6년 차.
그런 선수가 갑작스럽게 주루에 대한 새로운 재능을 깨닫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이수 감독, 그리고 코쿤스 선수들은 평소보다 이를 악문 상태였다.
3위 서울 세오레즈와 4위 서울 코쿤스.
이번 시리즈를 모두 가져가게 되면 3위로 올라 설수 있다는 동기부여도 동기부여였지만.
'강해준이 도루마저 능숙해진다? 불가능한 소리지만 소식이 터진 시기가 너무 절묘해. 절대 질 수 없지.'
팬들과 언론의 설레발로 그들의 대결 포인트가 주루에 쏠리기 시작했다는 것.
그 사실이 너무나 컸다.
'하나라도 내주지 않는다.'
'혹시라도 내주면. 2배, 3배로 뺏어서 그 사실을 묻어버리겠어.'
'주루로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우리의 역할이지 강해준의 역할이 아니야.'
전의를 다지는 코쿤스 선수들.
"플레이볼!"
그리고 게임이 시작됐다.
+++
잠실에 위치한 올림픽돔.
목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모든 좌석은 관중들이 들어찬 상태였다.
"세오레즈랑 몇 경기 차이지?"
"1경기 차이. 오늘만 이겨도 승차는 0이고 승률로는 앞선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발라버려야지! 이번 시리즈에서까지 저버리면 앞으로 따라잡기 힘들어."
3위 세오레즈를 짓누르고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코쿤스의 팬들.
"어우, 끈질긴 자식들. 시즌 내내 순위가 계속 붙어있냐?"
"이제는 좀 떨어트릴 때 됐지. 이번 3연전만 쓸어버리면 3경기 차까지 벌려지잖아."
"해준신만 믿습니다. 갓해준만을 믿읍시다!"
4위 코쿤스를 떨어트리고 2위 인천 플레인즈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세오레즈의 팬들.
우우-! 가즈아, 가즈아, 갓해준 가즈아!
그들의 열띤 응원 경쟁이 경기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
코쿤스의 선발 투수 고창환이 마운드를 밟았다.
[마운드에는 코쿤스의 우완 사이드암 고창환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올시즌 전반기 막바지에 선발로 전환. 7경기에 등판하여 35.2이닝 41탈삼진 19볼넷 평균자책점 4.21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죠.]
[네, 특히나 최근 들어 기세가 무서운 선수입니다. 날씨가 조금씩 풀려가면서 공 끝이 살아나고 있어요. 체력적인 문제가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만큼, 유독 날씨가 선선한 오늘! 호투를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세오레즈의 1번 타자, 강해준.
그가 들어섰다.
스파이크 끝을 배트로 퉁퉁- 3차례 건드린 해준.
그러면서 상대의 정보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고창환. 사이드암에 우완 선발. 요즘엔 참 보기 드문 유형인데. 주무기는 패스트볼과 커브, 싱커. 초구 코스는... 의미없고.'
제구력보다는 구위로 상대를 요리하는 유형의 투수.
그런 만큼 제구력이 들쑥날쑥한 면이 심했다.
포수가 리드를 한다해도 그곳으로 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견제는 그럭저럭. 다만 사이드암인 만큼 도루에는 취약한 면이 있을 텐데 그대로 내보냈어.'
주루 대 주루, 도루 대 도루의 경쟁 구도로 기사를 내보냈던 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코쿤스는 자신의 발에 대해 아무런 긴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애초에 타자 한 명 때문에 선발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긴 했다.
해준은 다시 한번 홀로그램을 체크했다.
[아웃라이어 인스트럭터 파트]
*'대주자계의 전설' 구해형의 주루 기법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대주자계의 전설' 구해형의 주루 센스를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이제는 상태창에 고정된 메시지.
이 메시지의 진짜 의미를 실감한 해준은 아직도 믿기지 않은 심정이었다.
이런 반전적 경험은 더 패스트볼 긱, 토니 블랑코와의 첫번째 링크 이후로 처음이었으니까.
'진짜 문장 그대로였을 줄이야.'
오전에 이루어진 주루 연습.
정확히는 도루를 가정한 연습에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이대수 주루코치만이 아니었다.
재밌겠다며 투수로 자진해 나섰던 임우주, 포수 조진웅, 2루에 서있던 장건우.
그리고 본인마저도 포함이었다.
'감각이 완전히 달라졌어.'
전날 밤 구해형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부터 무언가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긴 했다.
평소에는 뜬구름 잡듯이 들렸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상하게 이해되고, 체화되어 당장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정말 알아들은 거 맞냐는 구해형 인스트럭터의 표정을 보았을 때도.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무조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야.'
그리고 본격적으로 베이스를 밟았던 오전.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투수의 리듬감, 그것과 일체화되는 자신의 호흡, 매끄러워진 무게 중심 이동, 그리고 폭발적인 스프린트.
실질적인 속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루의 질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도루에 약한 사이드암. 출루하면 무조건 뛰고 본다.'
생각을 정리한 해준이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와 함께 동공이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들의 위치를 순식간에 훑었다.
'내야수들은 평소보다 뒤로 물러나있고.. 외야수도 마찬가지.'
자신의 장타력을 극도로 경계하는 시프트.
그 모습을 보는 해준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그걸 안 해본 지 오래됐네.'
장타력을 경계하는 상대들에게 잘 먹히는 불의의 기습.
더군다나 투수와의 궁합도 좋다.
'투수 고창환. 공을 던진 뒤에 몸이 살짝 1루 방향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지.'
해준은 생각을 굳혔다.
'한번 해보자.'
성공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였다.
그사이 투수 고창환이 마운드를 박찼다.
쉬이이익-!
가운데로 살짝 몰리며 들어오는 실투성 초구. 해준은 빠르게 배트를 고쳐잡았다.
'3루로!'
따악-!
생각대로 절묘하게 공의 방향을 조절해내며 성공시킨 번트.
공이 3루 선상을 타고 굴러가기 시작했다.
[강해준 선수! 시작부터 기습 번트! 하지만...]
3루 베이스 뒤로 물러나 있던 3루수 정문호.
번트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던 포수 양창섭.
마찬가지로 대비도 없었고 몸은 1루 방향을 향하던 투수 고창환까지.
그들은 누구보다 압도적인 장타율을 자랑하는 해준이 번트를 시도할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데구르르르-
"세이프!"
그렇게 3루 베이스 근처까지 굴러간 공. 3루심은 페어를 선언했고 해준은 그사이 성공적으로 1루로 출루하는 데 성공했다.
[기습 번트 성공! 강해준 선수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세오레즈의 포문을 열어젖히는 데 성공합니다!]
'일단 출루 성공.'
완벽하게 적의 허점을 찔렀다. 고개를 끄덕인 해준이 지나쳤던 1루로 걸어 돌아왔다.
"나이스 번트."
"제가 좀 하죠?"
그런 해준에게 주먹을 내미는 1루 코치 이영만.
해준은 그 주먹을 건드리며 1루 베이스에 발을 올렸다.
그때 1루수 백호준이 말을 걸어왔다.
"잔머리 하나는 여전히 죽인다?"
그 말에 해준은 배팅 장갑을 벗어 1루 코치에게 넘겨주며 대답했다.
"코쿤스 선수들이 자주 쓰는 방법 좀 벤치마킹 해봤죠."
실제로 기습 번트는 발이 빠르고 좌타자 일색인 코쿤스 선수들이 애용하는 방법이었다. 그 말에 백호준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낄낄거렸다.
"이야. 남 부러울 것 없는 강타자 강해준이 단타에 만족한 다라. 세오레즈도 슬슬 한풀 꺾이는 건가? 팀 컬러인 장타력을 그리 쉽게 버려서야."
하지만 해준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1루를 밟고 있으면 단타랑 다를 건 없겠죠."
무슨 말이냐는 듯 이 바라보는 백호준.
하지만 해준은 그사이 이미 리드폭을 벌린 상태였다.
"..어, 야. 잠깐."
그와 함께 무언가를 눈치챈 백호준.
'이 자식이 숨도 안 돌리고?'
그리고 투수에게 신호를 주기 위해 소리를 질렀을 때.
"투수!"
[강해준 선수, 곧바로 뛰기 시작합니다!]
해준은 이미 폭발적인 스피드로 루상을 타고 달리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