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전설의 대주자 (3)
전설의 0할 타자, 백한타 강해준이 등장하기 전.
한국 야구계에는 또 다른 전설이 있었다.
통산 타율 0.179 출루율 0.249 장타율 0.251.
1할대에 불과한 타율, 특별할 것 없는 출루율, 절망적으로 낮은 장타율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1군에 모습을 드러내는 붙박이 선수였다.
호기심이 든 방송사 관계자는 이 슬래시 라인만을 들고 지인들의 의견을 물은 적이 있었다.
이 선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지.
1군에서 기용할 가치가 있을지.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이런 끔찍한 성적으로 1군? 2군이라면 모를까."
"누가 이런 타자를 1군에 박아두려고 하겠어. 다른 유망주한테 기회 주는 게 훨씬 낫지."
감독과 코치, 다른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이 선수를 쓰라고? 누구 팀 말아먹을 일 있습니까?"
"에... 혹시 번트를 기가 막히게 잘 댑니까? 그렇다면 가끔 써먹을 생각은 있죠. 말 그대로 가끔. 붙박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장타율이 3할도 안 된다고? 내가 은퇴한 지 20년인데 지금 방망이 잡아도 이거보단 잘 칠거요. 도대체 누군데 그래?"
하지만 그의 또 다른 기록을 보여준다면 그 사람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통산 도루 시도 293회.
통산 도루 성공 횟수 266회.
통산 도루 성공률 90.7%.
KBO 역대 도루성공률 1위(100도루 이상)
역대 2위의 성공률이 83.9%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압도적 격차.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기록을 보고 누군지 곧바로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아, 구해형! 이 친구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이거 내가 말실수했네. 이 선수라면 얼마든지 기용하지. 어중간한 자원들보다 확실한 1툴 플레이어니까."
"이 정도라면... 방망이 조금 못쳐도 용서가 되지 않을까? 1루타를 공짜로 2루타로, 더 가면 3루타까지 만들어줄 친군데. 특정 상황에서는 이 친구보다 무서운 선수도 없을걸?"
당장 2군으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슬래시 라인에도 불구.
10시즌이 넘도록 명문구단 대구 더히트의 1군 로스터 자리를 지킨 주루의 스페셜리스트, 원툴의 전설.
특히나 2006 한국 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스틸이라는 전무후무한 퍼포먼스로 모든 야구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던 그 선수.
대주자계의 전설 구해형.
그가 해준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해준이 넙죽 악수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상한 대로 수많은 홀로그램이 우르르 떠오르며 눈앞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아웃라이어 '대주자계의 전설'과 조우하셨습니다.]
[아웃라이어(Outlier) '대주자계의 전설']
-구해형
[특이사항]
-47세, 좌타우투
-대주자 전문 요원
-대구 베이스볼 아카데미 '더 스틸' 최우수 코치
[아웃라이어 업적]
-통산 도루 성공률 90.7%.
[아웃라이어 인스트럭터 파트가 개방됩니다.]
*'대주자계의 전설' 구해형의 주루 기법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대주자계의 전설' 구해형의 주루 센스를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시스템에 주루 항목이 추가됩니다.]
[주루 능력치]
*최대 주루 속도: 32.2km/h
*주루 센스: 45
*주루 기법: 50
*종합 평가: 55
빠르게 그 내용들을 파악하고,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누른다.
첫 만남부터 실실 웃으면 이상하니까.
하지만 속에서 차오르는 기쁨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대박이다.'
역대 최고의 주자라 불리는 구해형.
그의 주루 센스와 기법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면 답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부턴 쉽게 볼넷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볼넷이 2루타와 다름없게 된다는 소리. 당연히 상대 배터리들은 볼 위주의 투구 패턴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해준의 표정을 본 구해형이 웃으며 물었다.
"표정이 밝아 보이는데요? 어제 경기에서 진 사람 같지가 않아."
실제로 어젯밤 세오레즈는 위저드즈에 아쉽게 석패한 상태였다. 야구에선 타선이 터지고 투수들이 분발해도 그런 날이 있는 법이었다.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어제는 져도 내일은 이길 테니까요. 그나저나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선배님. 제가 한참 어린데요."
"..그럴까? 그럼 그러자."
구해형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빠르고 시원하게 내달렸던 사람인만큼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구해형이 물었다.
"그나저나 나를 인스트럭터로 쓰겠다니. 타격 인스트럭터는 많이 들어봤지만 주루에서 인스트럭터를 쓴다는 건 처음 듣는걸. 그것도 시즌 중에."
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시즌이라면 모를까, 시즌 중에 새롭게 주루 기술을 익히려는 타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임을 준비하고, 체력이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타격자세를 살피는 것만으로 하루가 다 가버리곤 하니까.
해준이 말했다.
"최근에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부탁드렸습니다."
"...음, 뭐. 그럴만한 생각이 들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구해형 또한 별다른 설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 한국프로야구에서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한 강해준. 그런 그가 집중 견제를 받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
"도루를 집중 견제의 돌파구로 사용하겠다라.."
불가능한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투수들은 발이 빠른 주자의 출루를 극도로 경계하곤 하니까. 이전처럼 쉽게 안치면 볼넷으로 내보내는 작전 같은 것은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주루라는 분야가 그렇게 만만하진 않아. 어느 정도 타고난 면이 있어야 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준을 가르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대다수 프로들이란 이미 스스로가 가진 재능을 다듬고 완성한 상태.
타격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 치는 것이 아니고, 변화구 던지는 법을 몰라서 던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충분한 간접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뿐.
주루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주루에 재능이 있다면 내가 가르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거든. 프로 구단의 주루 코치 누가 와서 가르친다 해도 그 선수의 수준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아."
그 말에 해준이라고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인스트럭터 제의를 왜 수락하셨죠?"
그들이 구해형에게 제시한 계약은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포스트시즌을 합친다고 해도 3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구해형이 그 시간을 낭비하려고 왔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 질문에 구해형은 특유의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대답했다.
"돈 많이 준대잖아."
그 말에 해준은 불길함을 느꼈다.
"...얼마요?"
"그건 이 친구한테 물어봐. 아무튼 지금 내가 받는 것보다 많이 준다고 했으니까 왔지."
해준은 재빨리 오광녹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 시선을 눈치챈 오광녹.
그는 스마트폰을 들며 슬쩍 몸을 피한 차였다.
"...어. 에이전시에서 급한 전화가.."
해준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아낄 때는 아니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그런 해준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특수 모듈 '대주자의 전설']
*아웃라이어 '대주자의 전설'과 링크될 수 있는 모듈
도매가: 3500P
지금이라도 살래? 라고 묻는 듯한 메시지.
2000P까지 떨어졌던 도매가는 어느새 정상가로 돌아갔다.
해준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걸 사겠냐.'
대선배를 대구에서 이곳까지 불러들이고는 없던 일로 돌릴 수야 없는 노릇.
"그럼 갈까? 내일부터 하자는 건 아니겠지? 가자고. 저기가 입구인가? 고척돔은 너무 오랜만이라."
구해형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표정으로 보아 그로서도 만족스러운 계약이 분명해 보였다.
"아닙니다. 바로 훈련 도와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해준도 걸음을 옮기자, 오광녹 또한 전화 받는 시늉을 그만 뒤고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해준이 조용히 물었다.
"..얼마나 불렀길래 저렇게 말씀하셔?"
"어..음. 그게요."
그들은 그렇게 고척돔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만남을 유심하게 바라보던 한 남자가 있었다.
+++
경기가 없는 날의 야구장.
경기가 없으니 야구 선수도 없고, 그들을 지휘하는 현장 코치진도 없으며, 그렇기에 그들을 응원하러 오는 응원단도 없다.
구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라곤 프런트 직원들과 경기장 관리인들, 그리고 개인적 훈련을 위해 출근 도장을 찍는 몇몇 선수들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은 있었다.
일본에 거주 중임에도 불구하고 세오레즈의 골수팬인 회사원 진용수.
그는 출장 중 잠깐 비는 시간을 이용해 고척돔을 방문한 상태였다.
"강해준은 휴식일에도 출근한다고 했는데.."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인 강해준.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진용수는 휴식일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는 강수를 두었다.
"기필코 사인이랑 인증샷 받고 만다."
진용수는 우선 해준이 출근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척돔 주차장을 찾았다.
그곳에는 회색의 중형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여깄다. 이거 맞겠지?"
진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임바디로 제작된 제이 클래식 두 번째 모델. 언뜻 보기만 해도 본네트가 움푹 들어간 상태였다.
올스타전에서 해준이 때려낸 타구 흔적이 분명했다.
홈런볼이 전광판 근처에 전시되어있던 이 차에 떨어졌었다.
"야구 선수들은 특이하단 말이야.. 이것도 징크스인가?"
물론 제이사 측에서 이 차를 그대로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해준이 신형으로 출고되는 차보다는 이 차를 그대로 달라고 한 것이니까. 야구팬 사이에서 유명한 이 이야기를 진성팬인 진용수가 모를 리 없었다.
찰칵-
"오케이. 인증샷 사진 찍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은 진용수. 그때 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건장한 체구의 남성 두 명이 내렸다.
진용수는 그중 한 명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쉬는 날의 야구장을 찾았으니 팬보다는 야구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지 않은 선수의 얼굴을 생각 외로 알아보기 어려운 법이다.
진용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정체를 떠올리기 위해 끙끙거릴 때쯤, 그의 시선에 그가 찾아다니던 사람이 들어왔다.
'강해준이다!'
세오레즈의 야수. 수비의 신.
최근에는 타격에서도 그에 비견되는 위압감을 뽐내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는 그 강해준.
진용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차 뒤로 몸을 숨겼다.
'아, 내가 왜 숨었지?'
그리고 곧 그는 자신이 왜 숨었는지 깨달았다.
'사진, 사진 찍어야지.'
이 흥미로운 광경을 사진으로 남겨야했으니까. 그렇다고 대놓고 찍을 수도 없는 노릇.
진용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카메라를 키는 자신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누구지..? 강해준이 고개를 넙죽 숙이네. 선배 선수인가? 세오레즈에는 저런 선수가 없을텐데.. 코치라고 하기엔 매번 저렇게 인사할 리가 없고.'
찰칵-
다시 한번 셔터음이 울렸지만, 다행히 카메라로 찍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거리가 가깝지는 않았다.
진용수는 그 사진을 자주 찾는 사이트에 업로드했다.
[제목: 이거 누군지 아는 사람?]
요즘 잘나간다는 강해준한테 폴더폰 인사를 시켜버리네 ㄷㄷㄷ 세오레즈 레전드냐? 난 왜 모르겠지.
어디선 본 것 같기도 하고?
작성 버튼을 누른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알려주겠지.'
이곳 사람들이라면 분명 저 사람의 정체를 알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강해준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지잉-지이잉-지잉-
예상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반응이 좋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선수들의 사진이 올라오는 이곳이다. 이런 도촬은 흔치 않겠지만.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자 보이는 게시글에는 이미 많은 댓글들이 달린 상태였다.
-일단 세오레즈 레전드는 아닌 듯? 내가 모를 리가 없음.
-그런데 왜 저렇게 깍듯해? 90도 넘김 ㄷㄷ
-나이 많아 보이는데 폴더폰 인사 할 수도 있지. 강해준이 잘나간다고 건방 떠는 유형도 아니고.
첫 댓글들에는 쓸만한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도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거 구해형 아니냐? 멀리서 찍어서 확대해도 잘 안 보이는데.
-구해형 맞네. 대구 더히트 레전드. 저 정도면 강해준이 폴더폰 인사 박을만하다. ㅇㅈ.
-와, 순간 소름 돋았다;; 2006년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스틸. 그거 라이브로 보고 솔직히 지렸는데.
-아재.. 도대체 몇 살이시길래 그걸 라이브로..
'아, 맞다. 구해형!'
댓글들을 확인한 전용수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했다. 대구 더히트의 레전드. 전설의 원툴 플레이어. 골수 야구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그런데 저 둘이 왜 만났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그런 내용을 담은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둘이 왜 만남?
-만날 수도 있지. 야구 선수끼린데. 사람 만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
-뭘 만날수도 있지야 ㅋㅋㅋㅋ 강해준이랑 구해형 커리어가 겹치길 하냐, 고교 선후배 사이이길 하냐, 하다못해 구단이라도 겹치길 하냐. 그냥 인연이라곤 1도 없는 사이가 휴식일날. 그것도 고척돔에서. 심심해서 만났겠냐?
-ㅇㅇ 말이 안됨. 구해형 대구에서 야구 아카데미 1타 강사인데 무슨 갑자기 서울에서 ㅋㅋㅋㅋㅋ
-킁킁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도루의 향기가 진하게 난다.
-세오레즈에서 주루코치로 초빙한건가? 그럼 이대수는?
-나가리 난 각이고요. 대수 형님 실업자행 ㅠㅠ
-그건 봐야 알지. 벌써부터 멀쩡한 한 집안 가장 실업자로 만들지 말자.
-휴식일에 발 뻗고 주무시던 이대수 형님 헐레벌떡 기상행 ㄷㄷ
그리고 그 둘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보다는 특정한 이유가 있다는 방향으로 여론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심상치 않은 만남임을 감지한 것이다.
-진짜 전설한테 도루 배우는 각인가 ㄷㄷ 정확성도 좋고 파워도 쩔고 수비는 신에 어깨도 미쳤는데 이젠 도루...미쳤다리 미쳤다.
-5툴 플레이어 되려고 작정을 했네. 좀 쉬엄쉬엄해라 해준아;;
-레알 도루 배우려고 초청한 건가? 강해준 향상심 미쳤다;;
-우리 팀 타자들은 오늘 내가 일하는 피시방에서 게임 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거 인증샷 봄 ㅋㅋㅋㅋ 실버던데. 실망이다.
-야구도 9위인데 게임에서도 실버냐?
-9위인거 감안하면 아이언 아닌게 다행이지;;
-너희 팀만 그러냐? 우리팀 빠따들은 얼굴 벌개져서 찜질방으로 기어들어오더라 ㅋㅋㅋㅋ
그런 강해준의 태도와 본인 응원팀의 타자들을 비교하는 댓글들이 이어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 한 사람이 내일 세오레즈의 일정을 언급했다.
-그러고보니 내일부터 코쿤스 전 아니냐?
최근 2번의 3연전에서 6승 4패를 기록하며 4위 자리가 위태해진 코쿤스. 그들에게 이번 3연전은 세오레즈와의 격차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이를 갈고 있었다.
-어, 그러네. 육상부 코쿤스다.
-...그 코쿤스가 도루로 털리는거야? 코쿤스 털리는 각인거야?
-전설한테 도루 배워서 코쿤스 털어버린다고? 레알 오진다...
-윗댓글을 오바 자제좀요;; 무슨 도루를 하루 만에 배워.
-누가 보면 강해준이 게임 캐릭터인줄 알겠네.
-요즘 하는 거 보면 게임보다 더하긴하지;;
-ㅇㅇ 나 요즘 이쿠이쿠하는데 강해준 같은 성적 내는거 개힘들다.
-얘들아 게임 그만하고 집구석에서 좀 벗어나보자. 진짜 야구가 게임인줄 아나. 적어도 몇 개월을 각 잡고 배워도 부족한게 주루다. 무슨 설레발을 이렇게 떨어대냐.
그렇게 예상치 못한 강해준과 구해형의 만남으로 온갖 야구 커뮤니티가 달궈졌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사이트 스포츠란 메인에도 기사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설에게 받는 가르침. 강해준, 육상부 코쿤스 나와!]
[야수의 끊임없는 탐욕, 이번에는 주루?]
[5툴 플레이어로 진화하는 강해준. 벌벌 떠는 코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