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34화 (34/137)

34. 죽을수록 강해지는 남자 (3)

리그 4위 서울 세오레즈.

리그 9위 부산 시갈스.

그들의 첫 번째 격돌이 이루어지고 있는 북항 돔구장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상황은 3회 초, 2사.

강해준이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다.

따아아악-!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공략해 들어온 김형재의 스플리터. 해준은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딱-!

배트 밑동을 맞고 홈플레이트와 충돌하여 튕겨 나가는 공. 판정은 파울이었지만, 김형재는 송충이 눈썹 한쪽을 한차례 크게 꿈틀거렸다. 아예 스치지도 못한 첫 타석과는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반면, 해준은 그런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가만히만 서 있어도 높은 습도와 더위가 야금야금 체력을 갉아먹는 느낌. 거기에 더해 방망이 끝에 공을 맞힌 덕에 울려오는 손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역시 배트 중앙에 쉽게 걸려들지는 않아.'

하지만 커트조차 버거웠던 전 타석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그래도... 이제 이야기가 좀 되네.'

해준은 다시 타격자세를 잡았다. 적어도 무기력하게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죽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후덥지근한 더위로 인해 땀이 턱선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습도와 더위가 너무 높은 탓에 유독 스플리터 각이 날카롭다.'

그렇다고 해도 영향을 받는 건 체력 또한 마찬가지. 공개수가 늘어날수록 상대 선발에게 가중될 체력의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했다.

'...스플리터!'

그 사이 김형재가 다시 한번 공을 던졌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정직하게 들어오는 탓에 오히려 해준은 그 공이 스플리터임을 직감했다.

실투일 수도 있지만.

"볼-"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막바지에 이르러 급격하게 떨어지며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 김형재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며 공을 돌려받았다.

'조금 전보다 확실히 떨어트린다.'

커트를 해내기 시작한 자신을 경계하는 것이 분명했다. 고개를 끄덕인 해준은 그때부터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존 공략을 꺼린다는 소리는, 공 개수를 낭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였으니까.

"볼-"

"볼-"

"스트라이크!"

"파울-!"

그때부터 시작된 해준과 시갈스 배터리의 머리싸움. 해준은 그 싸움을 무난하게 이끌고 가며 풀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6구.

'...볼이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유혹하듯 치기 적당한 높이로 들어오는 공에 해준은 움찔하며 배트를 멈춰섰다.

-퍼엉!

예상대로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구심은 잠시 움찔거리더니.

"...스트라이크 아웃!"

콜을 외쳤다.

와아아아아아-!

환호하는 시갈스 팬들과 악에 받친 고함을 지르는 세오레즈 응원석.

방송 화면에 떠오른 피칭존을 확인한 기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운까지 따라주지 않는군."

"이런 경기는 잡기 힘들지."

해준 또한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은 단 한 번도 잡아주지 않은 코스에서 손이 올라갔으니까.

'이럴 때 구심의 존이 흔들리다니. 운이 없었어.'

억울하다곤 해도, 이미 선언된 구심의 콜을 되돌릴 수야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일방적인 손해는 아니었다.

'다음번엔 판정에 맡기기보다 쳐내서 출루한다.'

아웃 카운트가 늘어날수록, 상대의 숨통을 끊어낼 송곳니는 더욱 날카로워질 테니까.

[스플리터 관련 트리거 감지.]

[A급 스플리터 모듈이 작동합니다.]

[아웃라이어 '스플리터 쇼진' 무라타 가즈히코와 연결됩니다.]

+++

경기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그 흐름을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로 갈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번 게임의 경우, 먼저 흐름을 타기 시작한 쪽은 부산 시갈스였다.

"볼- 베이스 온 볼스"

"베이스 온 볼스"

세오레즈의 1선발, 맥스 프라이드가 3회 말 들어 급격히 흔들리며 연속 볼넷을 내준 것.

"...후우. 미쳐버리겠군."

연승을 이어 가야 한다는 압박감, 그에 반해 침묵하고 있는 타선. 결국 타자들이 점수를 내줄 때까지는 자신이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는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맥스 프라이드의 제구력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 매드 맥스! 별명답지 않게 왜 그래? 우리 좀 편하게 가자고. 그냥 가운데 때려 박아. 네 구위라면 가능해."

세오레즈의 포수 조진웅이 그런 맥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따아아악-!

'그렇다고 진짜 가운데 때려 박으면 어떡하냐!'

맥스는 선취득점을 허용하며 무너져 내렸다.

[안타! 안타! 아, 외야수가 공을 더듬습니다! 그사이 모두 홈으로 들어오며 2점을 가져가는 시갈스!]

거기에 더해 실책까지 곁들어지며 1점을 더 내준 것도 모자라.

[쳤습니다! 갑니까? 갑니까? 맙소사, 갔습니다! 통곡의 벽처럼 느껴지던 이곳 북항돔구장의 우측 담장을 넘겨버리는 이민호의 마수걸이 홈런!]

결국 홈런을 허용하며 강판당하고 만다.

급하게 오른 불펜 투수 박철하가 이닝을 마무리 지었지만, 승기는 이미 넘어간 뒤였다. 그렇게 서서히 그로기 상태 직전에 내몰리기 시작한 세오레즈.

4회와 5회도 김형재의 호투에 무득점으로 막히며 패배의 분위기를 굳혀가고 있었다.

"이번이 3번째 타석인가?"

"그동안 삼진만 2개."

"확실히 간파당했네. 강해준도 이제 내리막만 남았나보군."

"거 전성기 한번 참 짧기도 하네.. 보름 정도?"

그렇게 4-0으로 뒤지고 있는 6회 초.

드디어 강해준의 차례가 돌아왔다.

해준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한차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제는 해볼 만해.'

[대응 가능 구종]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20 -> 30

전 타석에서 아웃당한 뒤 다시 한번 만나게 된 아웃라이어 무라타 가즈히코. 그에게서 다시 한번 안타를 뺏어내는 데 성공하며 수준을 끌어올렸다.

'A급 모듈에서는 5가 아니라 10씩 오른다는 건 처음 알았지만..'

그것도 두 배로. 한번 안타를 쳐낼 때마다 5점씩 오르는 BA급 모듈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무튼 훨씬 수월해지겠어.'

마운드는 지키고 있는 투수는 여전히 선발투수인 김형재.

탄탄한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의 난조가 문제인 시갈스로서는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 하지만 해준은 오히려 악동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 몇 개쯤에서 내릴 생각이 들까?'

이미 90구를 넘긴 상황. 6회까지는 어떻게든 선발투수에게 맡길 작정인 것 같은 시갈스라도 100개를 넘어가면 흔들릴지도 모른다.

'이 이상 이닝을 먹도록 둘 수는 없지.'

타자들이 선발투수에게 꽁꽁 묶여있는 이상, 일단 선발을 내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해준은 벤치에서 미리 봐두었던 아이템을 떠올렸다.

[아웃라이어 스토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매일매일 바뀌는 아이템 리스트. 도저히 쓸만해 보이는 놈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마침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O-Contact% UP]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컨택률을 크게 상승시킵니다.

*사용은 한 타석으로 제한됩니다.

도매가: 30P

스트라이크존으로 올듯하다 크게 달아나는 변화구를 건드리기에는 안성맞춤인 아이템.

'이걸 사용하면 달아나는 스플리터는 확실히 건드릴 수 있어.'

물론 범타가 될 확률도 있겠지만.

'적어도 파울을 만들어내려다 삼진을 당할 일은 적어지겠지.'

설령 범타가 된다 해도 스플리터를 더 잘 때려낼 기회를 얻는 것뿐이다.

[30P를 사용합니다.]

+++

6회 초 무사.

강해준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을 때까지만 해도, 프레스룸의 기자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벌써 4대 0인가?"

"1선발인 맥스가 너무 흔들렸어. 장타는 억제했다고 쳐도 볼넷을 남발해버리면 버틸 재간이 없지."

오로지 시갈스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느냐.

그것뿐이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지만, 지금의 세오레즈는 너무 무력했고 시갈스는 한창 분위기를 탄 상태였으니까.

세오레즈 특유의 장타력조차 확 죽어버리는 이 구장에서 역전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면 시갈스는 드디어 연패를 끊는 건가?"

"반면에 세오레즈는 연승이 끊기는 거지."

"이 기자님, 세오레즈 오늘 경기 지면 5위로 내려가죠?"

"아니, 연승기간 동안 벌어둔 게 있어서 그것보다는 좀 여유 있지. 한 0.5게임쯤?"

"슬슬 상위권 팀하고 하위권 팀이 나뉘는 것 같네요."

"애초에 전반기가 너무 진흙탕이었어."

그렇기에 그들은 오늘의 경기보다는 앞으로 그려진 순위 싸움의 전개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몇몇 기자들은 경기장의 흐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눈알을 굴리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이 그중 한 명인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김형재..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에, 대화를 나누던 다른 기자들은 그라운드로 고개를 돌렸다.

"왜, 잘던지고 있...지 않나? 뭐야, 강해준 한참 전에 들어섰잖아. 왜 아직도 타석에 있어?"

기자들은 상황 파악을 위해 벽 한곳에 설치돼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화면에는 시갈스 선발투수 김형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떠올라있었다.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의 의미는.

"..조금 당황한 것 같은데?"

명백히 당황이었다.

카운트는 3-2, 풀카운트.

그것을 보며 무언가를 떠올린 기자가 황급히 물었다.

"잠깐, 지금 몇 구째지?"

그냥 풀카운트를 만들어내는 데 소모된 시간이라고 하기엔 체감 시간이 두 배는 족히 지난 상황.

그때 말없이 경기에 집중하던 허상필 기자가 입을 열었다.

"첫 타석에서 6구. 두 번째 타석에서 7구. 이번 타석에서 10구."

"가면 갈수록 늘어난다고?"

"...잠깐?"

그때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려 퍼지고, 프레스룸 내부의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몇몇 관중들은 이미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립해있었다.

우오오오오-!

[11구째 파울! 3루 선상을 살짝 벗어나는 파울입니다!]

파도치듯 흔들리는 관중들의 외침. 경기장의 분위기가 뒤바뀌고 있었다. 야유를 퍼붓던 시갈스의 팬들은 조마조마한 광경이 이어지며 탄식을 내뱉느라 바빴고, 기죽어있던 세오레즈 팬들의 함성 소리가 높아져 갔다.

"방금 스플리터 걷어낸 거 아니었어?"

"그러게?"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 기자들.

허상필 기자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야 슬슬 다른 사람들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2군에서부터 해준을 관찰해온 그만이 알고 있던 사실.

그것이 드러나고 있었다. 허상필 기자는 아쉬우면서도, 짜릿한 기분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만이 알던 선수의 가치가 만인에게 알려지는 것.

그것만큼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도 없었으니까.

잠시 그 느낌을 조심스레 더듬던 허상필 기자는 문자중계화면의 기록을 바라보았다.

二 강해준 1회 삼진 4회 삼진

첫 타석부터 폭발시키던 이제까지와는 상반된 모습.

누가 봐도 약점에 확실히 노출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허상필 기자는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타석에 서 있는 강해준을 바라보았다.

'첫 타석에서는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이 두 타석, 세 타석.

타석이 누적될수록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이 보아온 강해준이란 타자는 오히려 아웃 카운트가 누적될수록 완성돼나가는 선수니까.

허상필 기자는 자신이 생각해도 황당한 이야기에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팔 길이, 관절의 유연성, 동체 시력, 타고난 감각, 그 외에 후천적으로 정립된 타격 자세와 그에 대한 자신만의 접근 방식까지.

타자는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

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곳에 선을 그어버리면?

작품의 균형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다.

타자의 약점 또한 그와 같았다. 한 곳을 수정하면 예상치 못한 다른 곳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쏟아지는,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는 예술품.

'다른 타자들이 바보라서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두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알면서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 완성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현재의 수준 높은 자신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두려움.

그렇기에 많은 타자들은 변화를 두려워했고, 그것은 자연스레 발전의 정체를 불러온다.

'하지만 강해준은 다르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약점을 보완하면서도, 기존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는 괴물. 유명 타격 인스트럭터와 함께 정밀한 타격폼 분석, 피나는 훈련 등을 거쳐 극복했다면 차라리 믿을만한 이야기였다.

구단의 계획과는 별개로 사비를 들여 비시즌에 그런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꽤 있으니까.

하지만 강해준은 완전히 그 궤를 달리했다.

'경기 중에 약점을 지우고 발전한다.'

마치 아웃 카운트라는 경험치를 먹고 성장하는 것처럼, 강해준에게 있어서 약점이란 지우개로 쓱쓱- 지우면 그뿐인 사소한 것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와아아아아아-!

그때 원정응원석의 세오레즈 팬들에게서 이제껏 들을 수 없던 환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넘어갔네."

결국 체력이 떨어진 김형재의 스플리터가 어정쩡한 패스트볼처럼 가운데로 몰리며 홈런을 허용한 것.

"홈런 타자들의 무덤이라고? 그럼 저건 뭐야, 멀리도 날아가네.."

"잠깐, 이거 그거 아니야?"

그것도 지붕이 열려있는 구장을 훌쩍 넘기는.

"...북항돔구장 최초의 스플래시 히트."

잠시 침묵으로 멎었던 프레스룸이 곧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지붕이 열려있을 땐 강력한 바람이, 닫혀있을 때는 천장이 막고 있던 그 길을 뚫고 바다에 빠트려버린 강해준의 홈런 타구.

그 광경에 야유를 퍼붓던 시갈스의 팬들마저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다물었고, 일방적 흘러가던 경기장의 분위기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도 강해준이 팀을 이끄는군.'

뚝-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던 허상필 기자의 손가락이 멎었다.

다만, 다른 기자들처럼 스플래시 히트에 관한 기사는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준비한, 강해준에 대한 특집 기사.

팬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킨 이준석의 칼럼에 대응점이 될만한 기사였다.

이제 그것의 제목을 정할 때가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제목.. 이게 정말 중요한 건데.'

사실 이미 떠올려둔 것이 있긴 했다. 다만 그 유치함에 살짝 민망해질 뿐. 하지만 곧 결심을 굳힌 허상필 기자는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래. 다소 유치할지 몰라도... 이것만 한 게 없지.'

그렇게 생각한 허상필 기자는 빠르게 입력을 마무리했다. 그 뒤, 잠시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허상필 기자는 입을 열었다.

"배기야."

"네?"

"이거 어떠냐."

"뭐가요?"

공이 날아간 거리를 알기 위해 중계화면을 보고 있던 후배 기자가 고개를 돌렸다. 허상필 기자의 노트북 모니터에는 한참이나 비어있던 제목 칸이 완성되어 있었다.

"다 작성하셨네요? 어디 보자, 제목은 어그로가 중요하잖아요? 인터넷의 온갖 트렌드에 완벽히 적응한 제가 한번 평가해보겠습니다. ...죽을수록... 에?"

그것을 읽어본 후배 기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뭐예요, 유치하게."

"으음.. 그런가?"

하지만 허상필 기자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유치하면 욕 좀 먹고 말지 뭐- 라며 중얼거렸을 뿐.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최고란 말이지.'

그렇게 기사를 송고하기 전까지, 제목 칸 뒤 마우스 커서만이 한참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죽을수록 강해지는 남자, 강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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