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32화 (32/137)

32. 죽을수록 강해지는 남자 (1)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피날레로 장식했던 올스타전.

다음 날, 모든 스포츠 관련 조간신문의 1면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는 강해준의 사진으로 장식되었다.

[홈런레이스 우승, 미스터 올스타 선정. 강해준의 끝은 어디인가?]

[역사에 남을 강해준의 퍼포먼스!]

[야수, 올스타전에서도 날뛰다. 4타수 3안타 1홈런, 그리고 역대급 호수비.]

[홈런레이스 결승, 우승은 서울 세오레즈의 강해준!]

10년이 지나도 두고두고 회자 될 올스타전.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배성환 털리는 거 본 사람? 소름 ㄷㄷㄷㄷ

-국대 1선발급 투수랑 정면 대결해서 털어버림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거 강해준 맞냐? 내 눈을 다 의심하게 되던데.

-솔직히 포심만 던지는 거 보고 병신이라 생각했음. 그런데 2, 3, 4번한테서 삼구삼진 3개 뽑아냄;; 배성환이 모자란 게 아니라 강해준이 미친 거였음;;;

-타격도 그렇다 치는데 수비 실화냐고 ㅋㅋㅋㅋ 나만 파쿠르 공연 보는 줄 알았냐? 담장 타고 올라가서 점프 캐치 하는 건 짤방으로 저장해 놓음. 레알 역대급 ㅋㅋㅋㅋ

-직관했는데 그 자리에서 지렸습니다. 화장실 줄 길었던 거 보니까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활약에 대한 환호를 넘어, 내년의 일을 상상하며 앞서나가는 팬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킁킁, 어디서 메이저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ㅇㅇ 이러다 강해준 메이저 가는 거 아님?

-갈 수 있음?

-올해 남은 경기 다 소화하면 가능. 포스팅 신청 자격 얻게됨. 유장천이랑 동기니까.

-해준이 메이저 가즈아아아아!

-갑분 메이저 ㄷㄷ

-가게 되면 얼마나 나올까?

-일단 스카우트들이 와서 보고 평가를 해야 각이 잡히겠지. 지금 일본에서 역대급으로 유망주들 터져 나와서 다 그쪽에 가 있다고 하던데.

-누가 가서 스카우트들 좀 데려와라. 얼렁 보러와야 지리고 데려갈 텐데.

-나 다저스 스카우트 본 적 있는데?

-나도. 그 잘생기고 떡대 오지는 형 맞지? 스카우트 주제에 웬만한 선수들보다 유명해서 알아봄.

-그래서 어딨는데?

-그걸 내가 어찌 아냐;; 한국 어딘가에 있겠지.

한편 그 시각.

소문의 당사자 다저스의 스카우트 크리스 배그웰. 그는 서울에 있는 한 카페에서 두 명의 남성과 함께 있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존 배쉬와 애리조나 디백스의 리처드 포스너.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3팀의 스카우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별일이야."

디백스의 스카우트 리처드 포스너.

특유의 M자 탈모가 드러나는 머리를 뒤로 시원하게 넘긴 각진 얼굴의 남자는 빠르게 커피를 비우고는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캘리에서 나고 자란 두 남자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어. 그래, 피츠버그는 여전히 살만한가 존? 애리조나는 자네 같은 베테랑을 언제든지 환영한다네."

존 배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1년에 고작 3개월만 머무르는 피츠버그? 이제는 일본이나 한국이 더 내 집 같지. 게다가 애리조나는 자네가 있으니 안 가는 걸세. 눈치가 없는 건 여전하군."

그 말에 리처드 포스너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먼저 찾아왔지."

하지만 그 웃음을 보고 있는 존 배쉬는 속이 편칠 못했다.

'일본에 있어야 할 놈이 입국했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했는데 진짜였군.'

본래 극동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들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선수들을 체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매우 근접한 나라이고, 특별히 한국에 관심을 두는 구단이 아니라면 한국에만 상주하는 스카우트를 두는 것은 인력 낭비였으니까.

그리고 최근 일본의 유망주 풀은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선수들이 득실거렸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미국에서도 드래프트 1라운드에 꼽힐만한 인재들이 쏟아져 내리는 시기.

당연하게도 한국에서 머무는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에 애리조나의 스카우트가 한국에 들어왔다.

'무슨 냄새를 맡은 거지?'

누가 보아도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온 것 같은 타이밍.

하지만 곧, 리처드로부터 그 이유를 들은 존 배쉬의 음성에는 황당함만이 담겨있었다.

"...운 좋은 자식이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크리스 배그웰 또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쟁자가 이런 식으로 늘어날 줄은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올스타전이니까 한번 보러왔다고?"

실상 애리조나 디백스는 강해준이라는 선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리처드 포스너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가 2000년대 초반 한국프로야구에서 활동했던 용병 출신이기 때문. 평소처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자에게서 초청장이 날아왔고, 리처드 포스너는 그에 응했을 뿐이었다.

리처드 포스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선수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예상 못 했지. 몇 경기 잘하다가 다시 꼬꾸라지는 선수들이 한둘인가?"

-강해준이라는 선수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의 지인이자 한국 내 정보통인 한 구단의 관계자는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 선수는 이미 오랜 시간 극동아시아를 담당해온 리처드 포스너도 아는 선수였다. 그가 작성해 온 수많은 스카우팅 리포트 중에는 당연하게도 강해준에 대한 기록들도 포함되어있었으니까.

"내외야를 가리지 않은 전천후 수비수. 수비 포텐셜만 따진다면 20-80스케일에서 80을 줘도 모자라지 않는 선수지."

하지만 그런 그가 강해준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다만 첫째로 그 수비툴이 메이저리그에서 완전히 발현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고."

메이저리그가 괜히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운동신경과 피지컬로 중무장한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

타자들이 만들어내는 타구의 스핀량과 속도부터 차원이 달랐으며, 수비 호흡조차 톱니바퀴 맞물리듯 치밀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리처드 포스너는 현재 강해준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메이저리그로 그대로 옮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동양에서 수비로 정평 나 있던 내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수준 이하의 수비수로 격하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두 번째로 타격이 너무 심각했지."

거기에 더해 0할대의 타자라는 사실이 결정적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3할 중반을 기록해도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순간 2할 중반대로 꼬꾸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0할대 타자? 리처드 포스너는 그런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땅을 밟는 장면을 도저히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 보이더군."

결승 타점과 홈런 스틸로 미스터 올스타를 수상한 강해준의 오늘 성적은 4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그것도 전력을 다해 던지는 올스타급 선수들을 상대로 뽑아낸 기록인 만큼 신뢰성이 높았다.

회의적이었던 리처드 포스너의 생각을 단숨에 뒤바꿀 정도.

"...그래, 본래 목적대로 올스타전은 관람했으니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고?"

존 배쉬의 뻔한 물음에 리처드 포스너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일본에서 일어난 골드 러쉬에 다른 스카우트들은 모두 눈이 돌아간 상태지. 한국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그런데 말일세..."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맞은편의 두 스카우트를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정작 진짜 골드 러쉬가 일어났던 캘리 출신의 두 남자는 모두 한국에 있군. 그것도 한 선수를 보려고 말이야. 이쯤 되면 진짜 황금이 어딨는지는 뻔한 소리 아닌가?"

"뭔 헛소리를..."

존 배쉬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렇다고 숨길 생각은 없었다. 이미 강해준을 목격하기도 했고, 털털하고 곰처럼 둔해 보이지만 눈치 하나만큼은 베테랑인 만큼 귀신 같은 남자였으니까.

그 모습에 리처드 포스너는 망설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미 예전 리포트 자료를 살펴봤네. 백그라운드 체크 깨끗하고.. 워크에씩도 좋고, 멘탈도 훌륭하고. 팬서비스는 오히려 메이저리거들보다 좋군. 미담 같은 것도 꽤나 있는 편이니 적어도 본인만 이 실력을 유지한다면 강해준이라는 선수에 대한 의심은 없네."

예전에는 실력을 보고, 그 뒤에 다른 것들을 평가했지만 이제는 그 선후가 바뀌고 있었다.

실력만 보는 메이저리그는 이제 한물간 소리였으니까.

가정 폭력, 음주 운전, 마약 흡입, 그리고 반복되는 경범죄와 범법행위 등. 미래가 창창할 것 같았던 선수들이 인성과 사생활 문제로 발목을 잡혀 꼬꾸라지는 일이 반복되자, 선수의 스킬과 잠재능력에만 철저히 집중하던 스카우트들은 어느 새부터 철저한 백그라운드 체크를 기본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강해준이란 선수는 실력도 있고, 백그라운드에도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스카우팅에서 남은 것은..

"문제는 얼마를 적어내냐인데."

돈 문제뿐.

리처드 포스너는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하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회색빛 홍채가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다저스의 국제 스카우트 담당, 크리스 배그웰.

선수에게 얼마를 써낼지는 전적으로 구단의 소관이지만, 적어도 이 남자는 달랐다. 소문에 따르면 스카우팅에 한해서 어마어마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문 속의 남자, 크리스 배그웰은 미묘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리포트도 제대로 작성 못 했어요."

"모르겠다니?"

리처드 포스너가 되물었지만, 대답이 돌아온 곳은 크리스 쪽이 아닌 존 배쉬였다.

"확실히 평가하기 힘들지. 애매해."

"자네까지?"

그가 알기로 눈앞의 두 남자는 정확하고 냉정한 평가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카우트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애매하다는 표현을 쓰다니?

"배트 스피드는 계속해서 빨라지고,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은 갈수록 향상.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이미 포텐셜의 영역이 아니에요. 그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입니다. 미스터 강은 빠른 속도로 더 나은 타자가 되겠지요. 리포트를 작성해서 보낸다 하더라도 그때쯤이면 이미 다른 타자가 되어있을 겁니다."

그 말에 리처드 포스너는 고개를 흔들었다. 무엇이 이 두 남자의 객관성을 잃게 만든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이들이 틀렸다고 생각했으니까.

"스카우트의 덕목은 현재의 실력과 미래에 발현될 포텐셜에 대한 정확한 평가지 그런 식의 막무가내 믿음이 아닐세. 자네들도 잘 알 텐데? 리포트를 보냈을 때는 다른 선수가 되어있을 테니 작성하지 않는다니, 그런 무책임한 소리가 어디 있나?"

하지만 존 배쉬와 크리스 배그웰은 오히려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보면 알아."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외국에서 온 스카우트들이 강해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

오히려 강해준에 대한 의심은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시작은 단순했다.

[4타수 3안타 1홈런 강해준, 미스터 올스타 수상!]

백한타, 타격고자, 에드 강 등.

그동안 온갖 조롱의 주인공이었던 강해준이 별들의 별, 미스터 올스타를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부상하자 드디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

어디에나 남 잘 나가는 꼴 못 보는 사람들이 존재했고, 냄새를 맡은 그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었다.

-딱 봐도 일시적 플루크 아님?

-뽀록이다 운빨임 ㅋㅋㅋㅋㅋ

-고작 6경기 좀 쳤다고 물고빨고. 으, 한심 그 자체.

-야알못들 설레발은 아주 그냥 ㅋㅋㅋㅋㅋㅋ 6경기 성적만 보고 메이저 가면 못 가는 놈들이 어딨냐 ㅋㅋㅋ

물론 현재 강해준의 활약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그 댓글들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아무런 소리 없이 반대만이 다다닥- 박히는 가운데.

논란의 세이버 매트리션이자 칼럼리스트 이준석이 새로운 칼럼을 기고했다.

「....스윙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크게 나누자면 3가지로 분류된다. 어퍼스윙, 레벨스윙, 그리고 다운스윙. 그렇다면 최근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는 모 구단의 뜨거운 화제로 떠오른 선수에 대해 분석해보자.

..............(중략).........

최근 포심 패스트볼을 귀신같이 쳐내는 비밀 중 하나는 바로 이 선수의 스윙 궤적에 숨어있다. BatTRATracker 장비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레벨 스윙의 수평도, 즉 홈플레이트와 얼마나 수평을 이루고 있나를 수치상으로 분석해본 결과, 이 선수의 레벨 스윙 수치는 국내 선수들 중 가장 높은...

그간 이 선수의 배트 궤적을 종합해본 결과, 스플리터에 치명적 약점을 드러낼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하나의 분석 장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타자를 분석하고 약점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예시로서 BatTRATracker는....」

데이터와 전문적인 분석을 앞세운 그 내용에 흩어져 있던 부정적 여론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 0할따리가 갑자기 잘 치는 게 이상했지. 역시 약점이 있었어.

-그동안 잘 감추고 있었던 거 뽀록나버렸죠? 어떻하죠? ㅋㅋㅋㅋㅋ

└어떻x -> 어떡

-네, 강해준 운빨로 버티던 세오레즈 추락 시동 겁니다. 부릉부릉~ 어디까지? 그런 게 어딨어 계속 떨어지겠지 ㅋㅋㅋㅋㅋ

-스플리터에 검증 안 된 강해준은 B급 타자지 ㅋㅋㅋ

물론 그에 대해 반박을 하는 팬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들조차도 칼럼을 내용을 확인하고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이번에는 힘들 것 같은데..'

'아씨, 내용이 팩트라 반박을 못 하겠어.'

'강해준이 극단적 레벨 스윙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포심 패스트볼을 잘 쳤구나.'

'그래도 변종 패스트볼은 어느 정도 어퍼 스윙처럼 치는 것 같던데... 스플리터라면 확실히 어렵긴 하겠지.'

'검증을 거쳐야 하긴 할 거야.'

결국, 그렇게 다시 한번 강해준에 대한 검증론이 퍼져나가고 있을 때.

강해준은 고척돔의 트레이닝실에 있었다.

"쓰읍...후우! 쓰읍..후우!"

휴식일임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궈진 헬스장의 공기. 해준은 쇠질을 하며 몸 상태에 대한 집중력을 한창 끌어올리고 있었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관절이 삐걱 거리는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며 훈련을 감행했다.

'링크 활성화율이 올라가면서 몸에 부담이 가고 있어.'

처음 링크 수치를 증가시켰을 때 갑작스럽게 변화했던 몸의 상태. 처음에는 그동안 몸에 누적됐던 피로와 데미지, 미세하게 흐트러져있던 밸런스 불균형이 호전되었지만, 그도 잠시. 링크 활성화율을 계속해서 끌어올리자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대신 최고조에 달했던 컨디션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추측하기로 고작 며칠 만에 몸 상태가 나빠지는 이유는 한 가지. 몸의 한계를 벗어난 스윙이 누적되며 일어난 현상이 분명했다.

'마냥 쉽게 갈 수 있는 건 아니란 소리지.'

끼이익- 끼이익-!

쇠와 쇠의 마찰음이 울려온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물론 이렇게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비시즌에나 할법할 훈련이지만, 해준은 확신했다.

'난 이겨낼 수 있다.'

감각은 날카로워지고, 무더운 날씨와 스윙의 누적으로 체력과 컨디션은 내려가지만,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

그렇게 생각한 해준은 체력을 관리하는 대신 자신의 몸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회복력을 자극함과 동시에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때, 헬스장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일 났어요!"

세오레즈의 떠오르는 유망주 투수 임우주. 연이은 이칼코메드 전에서의 부진이 쿠세 노출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고척돔의 실내 불펜에서 훈련에 매진하다 한 가지 소식을 접하고는 급히 달려왔다.

-철컹!

"...후우. 웬 호들갑이야?"

해준은 벤치프레스 봉을 걸쇠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임우주는 그런 해준 앞으로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이것 좀 보세요. 이준석 이 미친 자식이 이젠 막 나가나 봐요. 우리 구단은 왜 이런 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 거지?"

"이준석?"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기사 전문을 살펴보니 스플리터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낼 것이라는 내용. 해준은 웃음을 픽- 터트렸다.

"스플리터. 그렇구나."

해준의 그 싱거운 반응에 임우주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형, 이거 본인 이야기인 거 알고 끄덕이시는 거죠?"

"알지. 알아."

솔직히 놀랍지는 않았다. 올게 왔을 뿐이었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있을 것이다.

방망이가 뜨거워지고, 성적이 급부상할수록 자신에 대해 파헤치려는 사람은 상대 선수뿐만이 아닐 테니까.

적게는 아마추어 팬에서부터 크게는 야구 관계자들까지. 모두가 해준의 활약을 궁금해하며 그 원인과 장점, 단점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파악하려 들것이다.

'물론 어지간한 선수라면 이걸로 흔들리겠지.'

하지만 자신은 아니다. 해준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온몸을 지배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미스터 올스타 부상을 지급합니다.]

[보상으로 A급 스플리터 모듈을 획득하셨습니다.]

자신은 고난과 역경 이전에, 더 거대한 괴물이 되어 모든 장애물을 박살 내버릴 것이 분명하니까.

[A급 스플리터 모듈을 플레이어 소켓에 결합합니다.]

[연결된 아웃라이어(Linked Outlier)]

-토니 디에고 블랑코 (Double A) *포심 패스트볼

-브랜드 맥케이(Double A) (5/10) *체인지업

-A급 슬라이더 모듈(0/10)

-A급 스플리터 모듈(0/10)

'첫 두 타석 정도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는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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